"하이쿠 (haiku)"를 검색해봅니다. 원했던 답만큼 시원스러운 답변은 아니어서, 여전히 궁금합니다. "하이쿠 소설"이 뭔지. 히라이데 다카시가 쓴 『고양이 손님』이란 소설을 다 읽었는데도 분위기 파악이 안 되는 겁니다. 평론가들과 번역가가 쏟아낸 말의 향연 중에 "이 작품은 일종의 하이쿠 소설이다!"라는 표현이 있어서 찾아본 게지요. 다 보여주지 않고, 절제된 언어와 표현으로 계속 몸체를 감추려 하면서 유혹하는 소설이라고 제 식대로 정리해버렸습니다.
제목보고 짐작은 했는데, 『고양이 손님』에는 고양이를 제 자식처럼 예뻐하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네, 실은 그 주인공 부부에게는 자식이 없습니다. 게다가 그 이뻐하다 못해, 별명까지 '딸랑이'로 붙여준 고양이 '치비'는 그들의 고양이도 아닙니다. 같이 세 사는 처지의 가족에게 입양된 하얀 고양이이거든요. 그래서 그냥 "고양이"가 아니라, 『고양이 손님』일 것입니다. 제목이. 손님으로서의 '치비'는 도도하게, 애교 부리는 법도 없이 부부의 집을 들락이면서 마련해 준 잠자리에서 잠도 자고 갑니다. 부부는 '치비'더러 '미인'이라고 하며, 유난히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도 그 도도함이 못내 서운하지요. 그래서 고양이는 오로지 자기 주인 앞에서만 그 모습을 다 드러내는 법이라며, 주인 아니라 옆집 사는 이웃임을 자위하지요.
『고양이 손님』은 그 줄거리만 놓고 보면, 특별할 게 없는 내용 - 세 들어 살게 된 집에서 다른 세입자가 키우는 고양이가 제 집에 드나들다 보니 정이 옴팍 들었다가, 고양이가 죽었다 해서 많이 슬퍼한 내용- 인데도, 읽고 나면 가슴 한 수석에 아련한 감동이 남습니다. 왜 그럴까..... 곰곰 생각해보니, 지칭하는 단어가 고양이일 뿐이지 소설에 등장하는 부부는 고양이 '치비'를, "운명"이라는 단어를 번복해 쓰면서 하늘에서 보내준 자기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사람처럼 대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