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뱀파이어 2017


[정보]

장르: 에니메이션 [전체관람가]

감독: 리처드 클라우스, 카르스텐 킬레리치

분량: 83분


13살 생일만 300번째라? 그렇다! 인간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은 13번째 생일을 맞은 뱀파이어 소년이다. <리틀 뱀파이어>에는 제목 그대로 "리틀" 뱀파이어와 그 일가친족들, 나아가 엉뚱한 조합이지만 인간 친구가 등장한다. 기존 뱀파이어 장르 영화 소설에서 성인 뱀파이어 단독자가 등장하고 뱀파이어는 파멸의 대상이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꼬마 뱀파이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차별점이 있다. 알고 보니 에니메이션 <리틀 뱀파이어>는  앙겔라 좀머-보덴부르크가 쓴 원작 소설에 바탕을 두었다고 한다. <리틀 뱀파이어>가 2017년 개봉하고, 원작 <꼬마 흡혈귀>가 1989년 첫 선 보였다고 하니 꽤 오래 인기를 끄는 시리즈인가보다.


시사회장에서 관객들은 선착순 도서 증정 이벤트에 응모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저 중에 <꼬마 흡혈귀> 원작을 어린 시절 즐겨 읽었던 3040세대는 몇 명이나 될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리틀 뱀파이어>는 <슈퍼배드3>, <주먹왕 랄프>,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 <아이언맨3> 제작진이 모여 만들었다. 드림팀이라고나 할까? 뱀파이어들이 하늘 나는 장면이 예사롭지 않다 싶었는데, <아이언맨3> 제작의 노하우도 함께 더해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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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이미지는 <리틀 뱀파이어>의 주요 캐릭터뿐 아니라, 주제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지 않나 싶다. 박쥐처럼 거꾸로 공중에 서 있는 13살 뱀파이어와 마찬가지로 13살인 인간 소년의 만남. 한쪽은 유를 마시지만 다른 한 쪽은 암소의 피를 양분 삼아 마신다. 한쪽은 낮에 농구하고 뛰놀지만 다른 한 쪽은 낮에 빛을 피해 잠을 잔다. 한 쪽이 다른 쪽을 엑소시즘 대상 삼거나, 역으로 다른 쪽이 한 쪽을 먹이 삼을 수 있는 아슬아슬한 관계.
그런데도 단지 '뱀파이어 덕후'라는 이유만으로 인간 소년은 삽시간에 뱀파이어 소년과 친구가 된다. 뱀파이어에게 손을 내밀어 목숨을 내맡긴 채 활공하고 뱀파이어 일가친척을 돕기 위해 뱀파이어사냥꾼의 석궁 앞에 서는 모험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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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히 극단적 상상인지라 감정이입이 편하게 되지는 않지만, <리틀 뱀파이어>는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의 힘과 결속력을 긍정적으로 보여준다는 면에서 높이 사고픈 에니메이션이다. 아빠 뱀파이어가 인간을 피해 지하로, 지하로 숨을 때 아들 뱀파이어는 활공하며 일가친척을 돕고, 인간 엄마아빠가 뱀파이어의 마취에 걸려 헤롱거릴 때 인간 아들은 열 일을 한다.
즉, <리틀 뱀파이어>는 아이들의 연합(?)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힘의 작용을 긍정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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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 중부유럽의 아름다운 자연과 성을 마치 실사 이미지인양 또렷하게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도 <리틀 뱀파이어>가 주는 선물 중 하나! 드림팀 제작진 작품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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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많은 어른으로서, '루커리'는 왜 뱀파이어 사냥꾼으로서 맹목적으로 뱀파이어를 추격하는 동시에 같은 인간종에게도 위협이 되는 악당이 되었는지 도무지 영화 속에서 단서를 찾을 수 없어 답답했다. 또한 뱀파이어 가족들이 어떻게 인간을 먹이 삼고픈 욕망을 억누르고 필요에 따라 인간종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그 본성을 다스리는 힘에 대해 조금이라도 힌트를 주었다면 황당무계함이 좀 덜 했을텐데도 싶다. 영화만으로는 궁금증이 다 안풀렸을니 <꼬마 흡혈귀>라는 원작소설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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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릇푸릇했던 10대에 롤모델 삼던 '직업적 이방인'이 이야기했던 "문지방" 상태를 동경했다면, 풋풋함이 가시고 브라운화되가는 나이에도 여전히 정신적으로 "문지방" 교착 상태임은 심히 부끄럽다. 물리적으로 "문지방" 상태의 환경을 만들지 못한, 지리멸멸.

*

이미 A부터 N까지 수순대로 굴러왔기에 M부터 Z가 예상가능할까 두려워만 하지, 물리적인 "문지방"의 상태를 적극 쟁취하지 못하고 있다. 폴리아나 식 쾌활을 가장한 패배주의가 소심하게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 바로,

"읽거나 쓰기를 멈추기"

*

5분 외출만 해도 책을 들고 나가고 펴들기까지 했던 내가

무려 두 달 동안 읽은 책이 없다. 심지어 글자 하나 쓰지 않았음은 "passive aggressive"함과 다르지 않다. 단절함으로써 자기 부정, 그렇게 소심하게 자기에 대한 파괴적 반성을 했던 것.

파괴가 아닌 부활의 반성이었다면, 멈추는 대신 지속했으리라.

*

황공하게도 "2017 서재의 달인" 엠블엠까지 달았는데

계속 쓰고, 계속 읽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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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29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이 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내년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읽기와 글쓰기를 시작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
 

Scent of Ink 국립무용단

 

[정보]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공연기간: 2017.11.10 ~ 11. 12 (일)

공연시간: 평일 20시, 주말 15시

안무: 윤성주 / 연출: 정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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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한다! 극장 나들이 스케줄이 나름 정기적인데 반해, 상대적으로 '국립극장' 을 '전통무용공연' 때문에 찾는 일이 거의 없다. 뭔가 죄짓는 느낌이다. 그래서 일부러 더 찾았는데, 착각이었다. "묵향"은 전통춤인데 사뭇 다르다. '전통춤'의 경계안에 묶어 놓기에는 안무가와 연출자의 글로벌 지향성이 너무나 뚜렷했으니까. 기획단계에서부터 세계무대로의 수출품으로 빚어낸 작품이 아닐까 상상했다.

놀랍게도 이 작품의 연출자는 디자이너 '정구호'였는데, 무대배경과 무대의상으로서의 한복의 아름다움이 찬탄에 찬탄을 거듭 자아낸다. 이 작품이 해외무대에서도 '팔린다'면 의상이 크게 한 몫하리라. 그 정도로 무대의상의 고급스러움과 세련됨이 압도적인데, 단 아쉬움이 있다면 고래뼈 패티코트를 입은 듯 과하게 부풀어진 한복 치마 때문에 한국 무용 특유의 발사위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안무가 윤성주는 그러한 제약에 대응하여 상체 움직임을 부각시키고 군무의 흐름을 더욱 아름답게 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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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무, 사국자의 매난국죽, 종무의 총 여섯장 구성인데 일관된 통일성은 있되, 여섯 장마다의 개성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음악과 무대 배경색, 무대의상, 출연진, 춤사위 느낌 등이 여섯 장마다 다른데 전체적으로 "1+1+多" 식으로 무대 위 춤추는 인원이 늘어남으로써 단조로움을 극복하려고 했다는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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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단연코 오죽에서의 최진욱(수석무용수)가 돋보였다. 개인적으로 "묵향"이 잘 짜여진 CF 광고같아서 보는 내내 눈은 즐거우나, 마음 저 깊은 곳이 답답했는데 최진욱의 시원시원한 춤을 보니 체기가 뻥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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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쪼록 제작비가 상당했을 이 작품이 국내무대 호평에 더해 해외무대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으며, 그 글로벌 지향성을 실현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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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12-18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 좋은 문화 관람 정보들이 많군요.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겠네요^^
 

Onegin 오네긴 유니버설 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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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문의: 070)7124-1737

장소: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공연기간: 2017.11.24 ~ 11. 26(일)

공연시간: 평일 19시 30분, 주말 14시 & 19시 30분

공연상세정보: http://www.universalballet.co.kr/korean/performances/performance_view.asp?cd=674&furl=performance


연말 "호두까기 인형" 공연까지, 유니버설 발레단 만나기를 미루실 필요 없어요. 11월에도 유니버설 발레단의 정기공연이 있답니다. 바로 다가오는 주말  "오네긴"을 공연하니까요. 무려 150여분의 공연인지라 평일에도 저녁 7시 30분, 주말에도 오후 2시와 오후 7시 30분 공연 시작한답니다.

이번에는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공연이라 접근성이 더 좋습니다. 조금 일찍 공연장 도착하면, 우면산 가을 단풍 눈요기 하기에도 딱 좋은 일정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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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동안 공연하는 유니버설 "오네긴"의 관전 포인트는, 유니버설 발레단 스타군단의 Casting입니다. 매 공연마다 캐릭터들이 달라지니, 마니아라면 3일 연속 예술의 전당 찾고 싶어질지 모르겠어요. 제가 가장 기대하는 공연은 바로, 엄재용 & 황혜민 커플의 고별 무대인데요. 개막공연과 폐막공연에서 두 번 무대에 오른답니다. 아시는 분은 이미 아시겠지만, 탁월한 외모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한상이 발레리나도 폐막공연에 '올가'역으로 출연한다니, 11월 26일 폐막 공연의 티케팅 경쟁도 치열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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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게 겨울을 준비하는 이 계절, 드라마 발레의 정수 "오네긴" 공연을 보면서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경험해보시면 어떠할까요? '존 크랑코'의 안무랍니다! ^^ 관람 가기 전에 저도 공부좀 하고 가야겠어요. 천재 안무가에 대해서, 그리고 "오네긴"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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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oting Star 국립현대무용단 픽업 스테이지




[정보]

문의: 02) 6196-1619

장소: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공연기간: 2017.11.10 ~ 11. 12 (일)

공연시간: 평일 20시, 주말 15시

공연상세정보: http://www.sacticket.co.kr/SacHome/perform/detail?searchSeq=32293


 공연예술로서의 춤, 특히 현대무용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용수들이 응축시켜놓은 어마한 에너지를 무대 공간이라는 허용된 장을 통해서 관객과 나누기에, 소위 '氣를 받아가는' 뜨거운 느낌 때문이다. 중독치고는 우아한 중독일진대, 같은 공연, "보고 또 보고"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 지난 11월 둘째 주에 공연된 국립현대무용단 픽업스테이지의 "슈팅스타(Shooting Star)" 공연은 정말 최고였는데, 아쉬운 점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3일 공연 중, 마지막 날 찾았기에 "보고 또 보고" 할 수 없었다는 점. 공연 첫날인 10일에 다녀왔더라면, 다음 날, 또 그 다음 날 공연장을 찾았을 텐데. 아쉽다는 말이 자꾸 나온다.

우아한 마린스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와 유럽의 신개념 현대무용 "슈팅스타"가 동시 공연되던 11월 11일의 예술의 전당. 강렬한 '분홍분홍' 색감만큼, "슈팅스타"의 개성은 놀랄만큼 뚜렷해서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다. 같은 무용가들이 춤을 추고, 동일한 곡을 연주한다해도 매회 공연마다의 독자적 느낌은 두 번 다시 재현할 수 없을 창조적 즉흥성! "슈팅스타" 공연을 본 관람객을 이야기하리. '마린스키 무용단'의 명성에 눌리지 않을 정도의 압도적 독창성의 무대였다고.



이 독창적 작품의 공동 안무가는 Laurence Yadi와 Nicolas Cantillon! 발음이 어렵다. 로렁스 야디(Laurence Yadi) 니꼴라 껑띠용(Nicolas Cantillon)라고 읽는단다. "동방의 별을 쫓는 유럽 안무가"라는 작품 부제처럼, 이 둘은 70년대 프랑스 태생이면서 아랍권 문화에 뿌리를 둔 작품세계를 지향한다. 사실 로렁스 야디의 아버지가 알제리 태생이라거나, 니꼴라 껑띠용이 알제리인이 창단한 무용단에서 처음 무용을 시작했다는 정보만으로는 '아랍 문화색채'를 유추하지는 못 하겠다. 솔직히, 아랍문화를 잘 모르니까. 그런데 분명한 건, 이들의 안무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느린 유동(流動)성에 더해, 쉼없이 솟구치는 에너지를 담고 있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들이 개척한 멀티스타일 퓟퓟(FuittFuitt)’은 아랍 문자를 시각화한 것이라고. 아무리 구글 검색해도 'FuittFuitt' 이미지를 찾기 어려움은, 이것이 '휫퓟'거리는 소리를 나타낸 의성어때문인가보다.


 

 
 퓟퓟(FuittFuitt)’ 스타일 무브먼트도 인상깊었지만, 무엇보다도 날 전율케 한 것은 무대에 오른 6명의 국립현대무용단 단원들. best of the best라 감히 브라보 박수를 보내고 싶은 이들의 이름을 나열하자면, 유다정, 매튜 리치, 김서윤, 표상만, 임소정, 허준환.
*
한국 무용수들과 작업기간이 얼마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로렁스 야디(Laurence Yadi) 니꼴라 껑띠용(Nicolas Cantillon)는 이들 6인의 무용수들 각자의 고유한 에너지를 속속들이 파악해서 절묘하게 작품에 배치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6인의 개성이 한편의 장대한 배틀 씬을 보듯 압도적인 에너지로 엉켜서 분출된다. 그 중에서도 김서윤은  퓟퓟(FuittFuitt)’ 스타일에 최적화된 듯 즉흥성에 강하다. 어메이징한 무용수이다. 허준환은 함께 무대에 오른 매튜 리치와 표상만에 비한다면 외모상 얌전한 귀공자 느낌을 내는데, 막상 춤이 발화점에 이르면 어마한 지속력으로 끓어오른다. 6인의 무용수 모두 최고였다. 틀림 없이, 로렁스 야디(Laurence Yadi) 니꼴라 껑띠용(Nicolas Cantillon)가 이들 한국의 무용수를 자신들의 'Companie 7273' 무용단에 스카웃해가고 싶어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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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환상적인 춤을 단 한 번 밖에 보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의 고정 레퍼토리로 팬들에게 "슈팅스타"를 분기별로 선보여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 선물 공연으로 한 번 더 무대에 올려주면 정말 신날텐데 하는 상상을 해본다.
 
"Shooting Star"의 국립현대무용단 버전을 관람한 관객이라면, 누구라도 라이브 음악을 맡은 "블랙 스트링(Black String)"에 감탄했을텐데 로렁스 야디(Laurence Yadi) 니꼴라 껑띠용(Nicolas Cantillon)도 마찬가지였나보다. 짧은 '안무가의 글'에서 상당 비중을 이 음악팀에 대해 이야기한다.
 
"블랙스트링은 노련한 음악팀으로서의 풍부한 경험을 통해 얻은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용수들과 함께 이러한 블랙스트링과 견줄 수 있는 힘을 찾아내야 합니다. 우리가 이루어내야 하는 것은 단지 음악과 춤 사이의 불협화음을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의 완벽한 융합의 형태를 찾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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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12월 15일에는 국립현대무용단이 "투오넬라의 백조"를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처럼, 이름 만으로 이미 퀄리티가 검증된 최고의 현대무용단이 공연 선물을 자주 준비해준다는 것은 무용팬으로서 큰 복이다. 그러니, 어찌 선물열기에 게으를 수 있는가? 다음 12월 공연으로 더 많은 현대무용 팬을 확보하기를! Bra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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