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릇푸릇했던 10대에 롤모델 삼던 '직업적 이방인'이 이야기했던 "문지방" 상태를 동경했다면, 풋풋함이 가시고 브라운화되가는 나이에도 여전히 정신적으로 "문지방" 교착 상태임은 심히 부끄럽다. 물리적으로 "문지방" 상태의 환경을 만들지 못한, 지리멸멸.

*

이미 A부터 N까지 수순대로 굴러왔기에 M부터 Z가 예상가능할까 두려워만 하지, 물리적인 "문지방"의 상태를 적극 쟁취하지 못하고 있다. 폴리아나 식 쾌활을 가장한 패배주의가 소심하게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 바로,

"읽거나 쓰기를 멈추기"

*

5분 외출만 해도 책을 들고 나가고 펴들기까지 했던 내가

무려 두 달 동안 읽은 책이 없다. 심지어 글자 하나 쓰지 않았음은 "passive aggressive"함과 다르지 않다. 단절함으로써 자기 부정, 그렇게 소심하게 자기에 대한 파괴적 반성을 했던 것.

파괴가 아닌 부활의 반성이었다면, 멈추는 대신 지속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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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공하게도 "2017 서재의 달인" 엠블엠까지 달았는데

계속 쓰고, 계속 읽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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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29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이 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내년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읽기와 글쓰기를 시작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