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이긴 하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읽다가 포기했고, 아쉬워도 다시 붙잡지 않은 이유가 같다. 정서적으로 힘들었다. 페이지 넘기다가 수차례 쉬어 갔지만 특히 힘들었던 에피소드는 "아가의 죽음"이었다. 적군에게 들키면 모두가 죽게 될 상황에서 어머니는 갓난 아기가 울어서 위치가 발각될까 봐, 다른 사람들의 생존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해야 했다. 전시라는 상황이 몰고 간 그 잔혹한 비극. 이후에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책 표지만 봐도, 제목만 떠올려도 "아가의 죽음" 상황부터 떠오를 지경이었다. 



어제 포털에 "단양 시루섬(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올라왔다.

https://m.mk.co.kr/news/society/view/2022/07/604740/


50년 전, 1972년 8월 대홍수는 시루섬을 불시에 덮쳤다. 섬에서 가장 높은 지역, 가장 높은 곳에는 물탱크가 있었으나 지름이 고작 5m정도 였다. 하지만, 절박하게 구조를 기다리는 이는 수백 명이었다. 약 200명의 마을 사람들이 14시간을 물탱크 위에 서서 서로를 지탱하며 밤을 꼬박 샜다. 198명이 구조되었다고 한다. 


1972년 시루섬 물탱크 / 단양군 /


그 약 200명 중에는 임산부도, 아가 업은 엄마도 있었다. 모두 아기를 잃었다. 어머니 등에 업혔던 아가는 팔짱을 끼어서라도 압착, 결집한 200명의 압력을 견디지 못했다. 정수리가 이미 차갑게 식은 아가를 업은 어머니는 슬픔을 속으로 삭였다. 아가 잃은 어머니의 단장의 곡소리에 사람들이 동요될까봐 속으로 울었다. 기사를 읽어보니, 놀랍게도 이 이야기는 2013년 단양에 부군수로 부임한 이가 개인적 관심에서 실제 그 어머니를 인터뷰해서 확인한 내용이다. 이러한 증언을 엮어 "시루섬의 영웅들"이라는 책을 준비중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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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8-05 1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양시루섬은 처음 들어보는데 링크를 들어가니 영어네요 😅 찾아봐야 겠습니다~!!

얄라알라 2022-08-06 10:36   좋아요 1 | URL
이크, 제가 저작권법 때문에 사진 출처 링크 단다는 게 엉뚱한..
새파랑님께서 말씀 안 해주셨으면 모를 뻔했어요

단양을 수 차례 놀러가봤어도, 시루섬 홍수 비극은 처음 알았고
알고 나서서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자체가 죄스러울 만큼 비극이자 감동입니다..

기억의집 2022-08-05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맘 아프네요. 저 좁은 곳에 이백명이.. 아기가 숨쉬기 힘들었을 것 같어요. 점점 차가워지는 아기의 몸을 업고 있던 엄마 맘은 하늘이 무너졌겠네요. 이런 기사 읽을 때가 슬퍼요…

얄라알라 2022-08-06 10:39   좋아요 0 | URL
네 기억의집님

마음이 아픕니다.
저 기사를 보고, 혹시 저 시대의 사진이나 자료가 더 있나 찾아보았는데
제천시에서도 사진 아카이브 작업을 위해 사진 발굴했었나봐요.
탱크 위 인원수에 대한 정보는 일치하지는 않고 최종 생존자수에 대한 정보가 동일한 데
사실, 저 비좁은 원형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선 채로 밤을 새고, 깜빡 잠들까 두려워하고 알지도 못하는 사이 떨어졌겠어요.....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팔장을 끼어서 이탈을 막고 서로 지지했다는 후일담은 무섭도록 뭉클합니다.
그 아기의 어머니는 너무나......괴로웠을 거예요.

책읽는나무 2022-08-06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휴...안타깝습니다.
단양에 시루섬이 있었다는 것도 처음 들었네요.
아가 엄마의 마음이!!!!ㅜㅜ
전쟁이 직접 일어나지 않아도 전쟁 같은 현실이었군요ㅜㅜ

미미 2022-08-06 17: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얄라님 저도 그 대목 너무 아팠습니다. 끔찍했죠. 같은 이유로 특정다큐등 영상을 못봅니다ㅠㅠ 시루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군요.

그레이스 2022-08-07 1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저릿저릿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