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을 봐! 라임 청소년 문학 48
안드레우 마르틴 지음, 김지애 옮김 / 라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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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의 밀착 감시를 받는 것도 아닌데 한 밤, 조깅 나가면서도 KF 94 마스크를 꼭 챙긴다.  공공장소에서 거친 기침이나 큰 소리 대화 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눈총'을 쏘게 된다. 의도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검열하고 타자를 감시하도록 길들여졌다. 



"스피킹 바"라는 미래형 상업 공간이 등장하는 소설을 읽었다. 소설 [내 눈을 봐!]에는 시대를 특정하는 문구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21세기 중반쯤일 거라 추정했다. 스페인 작가 안드레우 마르틴 Andreu Martin이 상상하는 근미래에는 오직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싶은 이들만 "스피킹 바"를 찾는다.  아날로그 세계 향수병 걸린 사람들이나 찾는 퇴폐업소라는 낙인이 찍혀 있다. 마스크가 일상화된 근미래 사회 공익광고에는, "육성 대신 문자로 소통"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글로 소통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말을 하나요? 말과 함께 튀어나오는 침, 침과 함께 튀어나오는 바이러스! "(110쪽)



목소리로 대화하지 않으니, 대화 상대의 눈을 볼 필요도 없어진다. 인간관계의 격렬하고도 미묘한 감정선을 직접 드러내거나 느끼는 일탈은 야만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휴대폰이 사람들의 눈을 점령했다. 거대 통신회사가 인류를 향해 실험하는 디지털 최면술은 너무도 강력해서 최면 당한지조차 알 수 없다. "스피킹 바"가 존재해야만 하고, 또 그런 "스피킹 바"가 퇴폐업소 취급 당하는 세상에 산다면, 난 도망가고 싶어질 것이다. [내 눈을 봐!]에서도 그런 개인들이 존재하고, 이들은 비밀리에 결집해 세력화했다. 



여러 면에서 [내 눈을 봐!]는  영화 [Equilibrium] (2002)의 COVID-19 팬데믹 버전같다.  [이퀼리브리엄]에서도 전복을 꾀하는 이들은 아날로그적이고 영리하다. [내 눈을 봐!]에서도 작가는 주인공 베아트릭스 경감의 입을 빌어서, 독자에게 암호를 두 번이나 전했다.


 "건물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해." 



그리고 경감은 "그 건물에 폭약 설치하는" 임무를 위해 기꺼이 건물에 남는다. [내 눈을 봐!] 후속편이 나올 것이라는 암호이다! 건물 밖에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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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8-18 2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아주 작은 목소리로(상대방이 안 들리게) 싫어하는 사람 욕할 수 있어서 좋긴 해요. 그런데 마스크를 쓴 상대방이 웃는지 알 수 없어서 재미있는 주제로 대화를 하기 어려워요. ^^;;

2021-08-19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08-19 0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말과 함께 나오는 침, 침과 함께 나오는 바이러스라니.... 지금의 상황이네요.
그것과 함께 스피킹바가 존재하고 그것이 퇴폐없소가 되는 설정이 진짜 재밌으면서 의미심장하네요. 청소년 소설은 이제 더 이상 보지 않는데 그래도 궁금해져요. ^^

얄라알라북사랑 2021-08-20 00:22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저도 점점 소설과 멀어지다가, 알라디너분들 서재 드나들며 소설 읽기에 천천히 눈을 뜹니다. 청소년 소설도 기대 이상, 넘 재밌습니다. 요새 눈떴어요^^ 최근 읽은 청소년 소설들은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 작가 작품이어서 더 재밌게 읽었네요.

페크pek0501 2021-08-20 13: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만나서 얘기하면 더 전달이 잘 되지요. 말의 억양에 따라서 뜻도 달라지니까 말이죠.
그래서 문자로만 소통할 때 간혹 오해가 생기기도...
하지만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이미 문자로 의사 소통하는 게 익숙해진 듯해요. 이젠 친구들조차 전화보다 카톡 문자를 선호하네요. 카톡 문자의 장점은 나 또는 상대가 늦게 확인해도 된다는 것.
전화는 전화벨이 울릴 때 꼭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서 저 역시 문자가 편해요. 샤워하다가 전화를 받는 상황, 같은 게
싫은 거죠.^^

얄라알라북사랑 2021-08-20 1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성 전화는 완전 비선호 소통 수단이어서, stressor1위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문자 소통이 안전감을 주기는 하는 것 같아요. 음성 소통은 정서가 전해져서

transient-guest 2021-08-24 06: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Equilibrium 영화는 화씨 451이 모티브인 걸 모르고 매트릭스 아류작처럼 선전하는 걸 그대로 봤네요. 영화의 완성도는 좀 떨어지지만 즐겁게 본 기억이 납니다.ㅎ

얄라알라북사랑 2021-08-25 14:27   좋아요 2 | URL
Transient님 Equilibrium보셨군요^^ 저는 그 중 한 캐릭터를 동일시하며 몰입해서 보았던지라, 평점과 관련 없이 제 인생 영화로 삼았어요^^ 화씨 451은 영화로만 봤는데, 언젠가 책으로 직접 읽고 싶네요^^

희선 2021-09-02 0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 시대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지금 사람은 마스크 벗고 사람 만나고 싶어하니 다행입니다 그날이 오기를 바라기도 하잖아요 공연 같은 건 많은 사람이 보고 함께 즐겨야 더 좋겠지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