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두문불출하던 작년 9월 혹은 10월?, 일부러 검색해 찾아간 그 폭포는 웅장한 규모감에 시원스러운 물소리때문에 디지털 디톡스 성지였습니다. 넋 놓고 폭포 앞에 서 있으면서도, 정작 발을 담근다거나 폭포에 근접할 엄두도 안 났어요. 겁이 나서가 아니었습니다. 물소리가 워낙 장엄하여, 신성한 폭포에 감히(?) 발도장 찍고 다닐 수 없겠더라고요.
약 10개월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같은 폭포를 찾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인파가, 인파가, 인파가 몰려 있었습니다(하긴 이 코시국에 폭포 찾은 저도 할 말이 없네요). 게다가 수영복 장착하고 폭포를 1일 워터파크化하겠다는 의지로 충만한 놀이꾼들이 이미 폭포의 거대 바위를 미끄럼틀 삼아 놀고 있습니다(수영복이 남아 나는가? 궁금하더군요.). 아직 이 폭포 안 가보신 분들, 환상이 깨질까봐 차마 그 난장판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박력 넘치는 폭포 소리를 사람들의 소음이 지웠다면 과장일까요?
어디서 다들 수영복을 장착한 것인지? 미끄러운 이끼판 위에 돗자리 깔고 주무시는 분들은 또 뭐지(밟힐 것 처럼 사람들이 많은데 그 한가운데서 돗자리 깔고 자리차지 발상도 놀라운데 잠이 오는가? 군청 관계자들은 이 곳이 "무료 무규범 워터파크化" 되었다는 걸 알고 있을까? 막혀 있는 "출입금지" 계단을 통하지 않고는 올라갈 수 없는데 저 위험한 곳에서 사진 찍으시는 분은 또 뭐지? 아....압권은 바로 치킨. 설마 설마 "치킨 배달"광고판이 있다한들, 이런 데서 치킨 시켜 드실 순 없겠지? 설마, 아무리 '배달의 민족'이라지만, 폭포 바로 아래에서 치킨 배달 시키고 싶지는 않겠지?
여기서 질문 드립니다! 저는 약 15분쯤 폭포에 머물렀는데요, 폭포 아래 넓적 바위들에 돗자리 깔고 치킨 드시는 팀 몇 팀이 있었을까요? 아! 정말, 이건 아니죠!!!!!
고요. 적막이라 하면, 매미가 섭하지! 두꺼비도 섭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