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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 - 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의 위험한 진실
한우덕 지음 / 청림출판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저자는 한국의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다.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에는 한중 수교 초창기부터 중국 대륙을 드나들면서 현장감을 익힌 저자의 눈으로 바라본 중국의 현재와 미래가 잘 담겨 있다.
1992
년 한중 수교는 한국의 수출구도를 바꾸는 일대 변화를 불러 왔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극복과 중진국
함정을 피할 수 있었던 건 '금모으기 운동' 때문이 아니라 바로 수교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대중 수출 덕분이었다고 지적한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90
년대 중후반부터 한국 기업은 중국 현지에 생산 공정을 옮겨 놓고, 현지의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이용하여, 한국으로부터 수입해온
중간재를 조립 가공 후, 제3국으로로 수출함으로써 엄청난 이익을 거두어왔다. 이는 바꿔 말하면, 중국에 대한 한국 경제의
의존도가 확대되었다는 뜻이다.
빛과 어둠은 공존하는 법이다. 그동안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이득을 본
한국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즉, 중국의 성장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개혁개방 초기부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중국의 경제 성장은 대부분 개혁개방을 통한 대외수출 확대의 결과였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경제 악화로
중국의 성장은 더 이상 대외수출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되었다. 중국 정부는 경제를 견인하기 위해 그동안 수출로 거둬드린 달러를
내수시장 활성화와 인프라 건설 분야에 쏟아 붓기 시작했다.
13억 인구를 보유한 중국의 내수 시장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의 내수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사활을 건 경쟁은 물론이고, 기술이전이라는 '독배'조차 거부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 최고의 수주량을 자랑하던 한국의 조선업이 중국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고, 유럽의 에어버스와 미국의 보잉사는 해마다 200여대의
여객기를 구매하는 VIP 고객인 중국 항공사(중국의 항공분야는 중국항공, 남방항공, 동방항공 등 국유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즉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서양의 자유방임자본주의가 아닌, 국가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업 대 기업 간 비지니스라기 보다는 기업 대 국가라는 형국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
기업을 포함하여 글로벌 기업들이 상대해야 하는 건 바로 중국 기업이 아닌 중국 정부이다. 그것도 그냥 정부가 아니라 엄청난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으면서 '공산당'으로 대변되는 폐쇄적 집단통치제도를 굳건히 고수하고 있다. 이런 중국 정부와 싸워 이길 수
있는 기업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구글이 한때 중국 본토에서 '바이두'에게 시장을 내주고 철수까지 하게 된 것이나, 프랑스 최대
유통업체인 까르푸가 티베트 독립 시위를 후원한다는 근거없는 소문에 떠밀려 철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공정한 게임의 규칙은 사라진지 오래다. 자유방임자본주의의 관점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접근한다면 말 그대로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중국의 공산당도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만 의지하여서는 거대 중국을 더 이상 이끌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
산층의 부상, 내수중심으로 성장 패턴의 전환, 공산당과 중산층의 타협, 그리고 다으이 연성화... 이같은 트렌드를 꿰뚫는 키워드는
'민부(民富)'다. 기존의 성장의 '국가 강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성장의 과실이 일반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짜일
것이다. 시진핑 시대 중국 공산당이 대외적으로 어던 슬로건을 내걸지는 아지 아직 알수 없다. 다만, 그 방향은 국가보다는 민간이 더
부유해지는 민부의 철학을 담게 될 것이다.
-한우덕,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 p 113~114 中-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저자 역시 향후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동안 중국의 공산당은 중산층을 끌어안고 하층민의 반발을
완화시키기 위해 더 한층 부드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빠져 나간 자리에는 민족주의가 들어설 공산이
크다. 한 나라의 민족주의는 이웃국가들에게는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민족주의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위차원인 수동적
측면이 아니라 힘을 과시하려는 확장/공격적 성격을 띄게 된다면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이 일본 및
동남아시아 각국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확장/공격적 외교 노선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중국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만약 민족주의에 기반한 확장/공격적 성향으로 바뀐다면 그 여파는 이웃국가에만 머물지 않고
전세계에게 미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여, 앞으로 한국은 단순히 돈을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중국 공산당의 '입과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중국 대륙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말은 지나간 옛말이 된지 오래다. 중국은 'rule-taker'에서 'rule-maker'가 되려고 한다. 즉,
기존의 국제 질서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꽌시'문화로 국제 질서를 바꾸려고 한다. 거대한 시장 규모만 보고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큰 코 다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 특히 중국의 지도층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외국에게 내줄 의향이 추호도
없다. 그렇다고 자국의 민영 기업을 키우려는 노력도 엿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해서, 중국의 내수 시장은
'국진민퇴(國進民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즉, 국가소유의 국유기업과 국가가 운영하는 국영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내수
시장의 핵심 산업을 독점하는 양상을 띄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익 배분의 결실은 자연스럽게 법을 정하고 집행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소수의 지배층에게 흘러 들어감으로써 빈부격차 심화와 권력형 부패라는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중국병'의 근원은 시장 경제 시스템 유지에 꼭 필요한 자율과 견제의 기능이 약하다는 데 있다. 정상적인 시장 경제 시스템이라면 각
경제 주체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이해관계의 타협점을 차즌ㄴ다. 그러나 중국은 그게 안 된다. 자신의 이익 행위가 사회
전체의 경제적 발전과 합치되지 않는다 .그래서 짝퉁이 성행하고 온갖 부정부패가 판을 치는 것이다. 이들을 몰아낼 수 잇는 시장의
자정기능은 턱없이 부족하다.
자율과 타협이 실종된 중국 시장경제 체제는 쉽게 '패자독식'의 구조로 빠지고 만다. 이긴
놈이 다 먹는 것이다. 센 놈이 약자의 것을 끊임없이 빼앗아 갈 수 있는 제도적 틀이 자리 잡고 있다. 약자는 죽어라 일해 모은
부를 자기도 모르게 빼앗긴다.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관리하고 유도해야 할 국가는 오히려 이익행위의 당사자가 되기도 한다.
국유기업을 앞세워 산업을 독점하고 국유은행을 매개로 자본을 장악한다. 이로 인해 민영기업들은 산업의 변두리에서 허덕이게 되고
힘없는 노동자들은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우덕,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 p204 中-
한편, 인프라 건설 분야에서는 우선 먼저 세계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중국의 철도 부문에 대한 투자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
2006
년 베이징과 라싸를 잇는 '칭짱철도'의 개통을 시작으로 고속철도사업까지 철도는 말그대로 중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火车头(기관차)'였다. 그리고 뒤이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한 건설 특수가 한바탕 중국 대륙을 휩쓸더니, 최근
2~3년간은 주택 건설붐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진 모양새다. 물론, 이 엄청난 공정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자금은 중국의
국유은행들로부터 나온다. 중국 정부는 국유은행을 동원해서 인프라 건설 투자에 대한 대출을 확대시켜 내수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유은행의 부실화 그리고 돈을 빌린 주체인 지방정부의 부실화가 우려된다.
전세계 특히 유럽을 강타한 금융위기가 2008년 미국으로부터 시작되었다면, 다음번 위기의 진앙지는 중국의 지방정부 파산과 이에 따른
은행 부실화를 꼽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이상의 시나리오처럼 중국이 자유방임국가인 미국처럼 자국의 경제 위기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도록 '방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국은 이때야말로 '책임있는 국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중국 공산당의 권력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부상은 지금까지 세계 경제에 크나큰 이득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13억 인구의 함수가 언제나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13
억 함수'가 이제 거꾸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세계는 중국의 거대 인구가 주는 '풍요'를 누려왔다. 저장성의 허름한
공장에서 하루 10시간 재봉틀을 돌리는 '샤오제(小姐, 소녀)'의 희생이 있었기에 세계 소비자들은 싼 값에 셔츠를 입을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이제 '노!'라고 말한다. 더 이상 싼 값에 노동력을 팔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그들은 원자재시장에서
자원을 쓸어가는 존재로 변했다. 서방에 풍요를 줬던 13억 인구가 이제는 고통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13억 함수의 패러독스다.
흔히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지대물박(地大物博)의 나라'로 표현한다. 땅이 크고 물산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턱도 없는 소리다. 인구와 경제 규모를 비교해 볼때 중국이야말로 전형적인 자원 빈국이다. 중국이 세계 ㄱ여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퍼센트 정도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세계 시멘트의 절반, 철광석의 약 3분의 1, 구리의 40퍼센트를 먹어치우고 있다.
중국은 201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으로 등장했다. 상하이에 건설되는 빌딩의 숫자에 따라 국제 철강 가격이
좌우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2010년 중국의 에너지 소비량은 22억 5000만톤(석유로 환산)으로 미국보다 4퍼센트 많았다.
물도 문제다.
655개 주요 도시 중 400개 도시가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절반은 수돗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전력 사정도 열악하다. 상하이, 광둥 등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들은 자주 '개사정삼(開四정三)'처분을 받는다. 일주일에
4일만 전기를 공급하고 나머지 3일은 아예 끊겠다는 통보다. '전력난;으로 기업인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요
즘은 곡물 사정이 특히 심하다. 중국 인구가 세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퍼센트에 달한다. 그러나 경작지 보유 비율은
8퍼센트에 불과하다. 천생적으로 곡물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자연재해는 매년 치러야 하는 연례행사가 됐다. (......)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경작지에 자연재해까지 덮치니 식량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식량이 없으니 어쩌겠는가? 세계 곡물시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
돼지는 중국과 세계 경제의 역학 관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 각지역에서
키우는 돼지 수는 약 4억5000만마리에 달한다. 세계 전체 돼지 수의 절반에 해당하는수준이다. 돼지는 곡물 먹는 '기계'다.
돼지 몸무게 1킬로그램을 불리기 위해서는 약 3~4킬로그램의 곡물을 먹여야 한다. 특히 대형 기업 영농이 늘면서 중국에서도 사료
먹는 돼지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사료 수요는 연평균 20퍼센트 넘게 증가했다. 돼지고깃값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이는 중국 물가지수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인플레가 기승을 부리던 2011년 6월, 소비자 물가상승률 6.5퍼센트 중
1.5퍼센트포인트가 오로지 돼지고기값 때문에 발생했다. '돼재가 중국, 나아가 세계 인플레의 주범'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그야말로 '돼지 경제학'이다.
-한우덕, 우리가 하는 중국은 없다> p 218~221 中-
이와 같은 중국발 후폭풍에 대해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간단하다.
'made
in china'에서 'made for china'로 바꾸어 중국인의 마음을 파고 드는 상품을 만들어 내수시장을 공략하라는
것이다. 각개의 우려 속에서 체결된 한중 수교가 한국에게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주었듯이 한중 FTA 역시 위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기회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견 타당한 말이다. 달리는 사자를 따라잡으려 하지 말고 달리는 사자 등위에 올라타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용기와 배짱 그리고 기술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결국, 연구개발을 통한 최첨단 기술력 확보와 '한류'등
문화 컨텐츠로 문화와 경제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길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 들 상품 개발에 앞장서야 할 대기업들은 중국의 성(省) 하나보다도 작다는 국내시장에서 영세상인들과 경쟁이나 하고 있다. '땅 짚고 헤엄치겠다'는 식의 자세야말로 경쟁력 강화에 자신이 없다는 방증이다.
한국의 대기업들은각고의 노력으로 초석을 다진 1세대 경영인과 정경유착과 카르텔로 성장한 2세대 경영인을 거쳐 3세대 경영인으로 그 바톤이 넘어가고 있다.
부디, '3대 가는 부자없다'는 속담이 현실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