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진홍의 사람공부 - 사람을 아는 것의 힘 ㅣ 정진홍의 사람공부 1
정진홍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주로 자기개발 방면 강연 등으로 이름을 얻은 저자의 경우, 저서는 강연을 그대로 옮겨 놓았거나 깊이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이와 같은 저자들을 폄하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주장이 '글'보다는 '말'에 더 적합하다는 의미다.
<정진홍의 사람공부>는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三人行, 必有我師'로 요약된다. 즉, '타인의 삶을 거울 삼아 자신의 삶을
가꾸자'가 이 책의 핵심 주제가 아닐까 싶다. 산전수전 다 겪었을 법한 저자와 함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룬 사람들의 인생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의 호수가 여러번 출렁거림을 피할 수 없다. 유명한 인물과 덜 유명한 인물들 예순
일곱명을 두 세명씩 묶어 그들의 열정적인 삶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인지 답이 보이는 것 같다.
때론 세월에 떠밀리듯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 것 같지만 결단코 그렇지 않다. 인생이란 살아 숨쉬는 매순간 온몸을 다바쳐 만들어지는
것이다. 비범한 사람은 평범한 듯 하지만 확실히 남다른 부분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드러낼 수는
없었으리라. 비범과 평범을 가르는 단 하나의 차이는 바로 '열정'이다. 책 속에 소개된 예순 일곱 개의 삶을 만든 건 원칙이
아니라 열정이었다!
이미 일본의 시대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음과 같은 말은 두고 두고 심금을 울린다.
하루키에게 있어서 달리기는 글쓰기와 닮았습니다. 달릴 때의 몸짓이 자아내는 반복적이면서 고통스런 신체표현이야말로 직업작가의 글쓰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하루키는 말합니다. "문장을 쓰는 것 자체는 두뇌노동이다. 그러나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것은
육체노동이다"라고.
- 정진홍, <정진홍의 사람공부> p21中-
어디 하루키 뿐이겠는가.
장애아들에게 '하라키(일본어로 '빛'이라는 뜻)'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의 숙제'를 끝까지 풀고 가겠다는,
그것도 '짐'으로서가 아니라 그 생명이 지닌 가능성이 만개하도록 돌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오엔 겐자부로의 인생은 그 자체가
인류를 밝히는 한줄기 '빛'이라 하겠다. 인생이란,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성실하게
완수하기 위해 주어졌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숙제는 과연 무엇일까?
아니 '무엇'이라는 숙제의 종류는 그닥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건 '어떻게'라는 숙제에 임하는 자세가 아닐까.
흔히, '감동이 있는 인생' '이야기가 있는 삶' 등이 대세인 세상이다.
이야기 하나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냐마는 진심이 담긴 인생. 열정으로 똘똘 뭉친 인생이야말로 진짜 인생이라 하겠다.
이런 분야의 책들이 무릇 그렇듯, 책장을 넘길 때만큼은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며 마음이 마구마구 뒤흔들리다가도 책만 덮고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익숙한 일상으로 되돌아 오고 마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책 속에 소개된 삶들이 쉽사리 잊혀져도 될만큼 가벼워서라기보다는 이와 같은 자기개발서가 갖고 있는 '한계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한계성은 저자의 명성에 기대어 판매효과를 얻으려는 출판사의 무리수로부터 나온 것일 수도 있겠고, 예순 일곱 명의 삶과 열정을 이해하고 본받으려는 저자 자신의 뼈아픈 노력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으리라.
독자가 받는 감동은 저자의 노력에 정비례한다.
저자가 단순히 예순 일곱명의 열정적인 삶을 소개하는데 그친 것인지 아니면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 자체가 큰 충격으로 휘청거렸는지는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