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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의 비밀 - 주는 사람은 알지만 받는 사람은 모르는
박유연 외 지음 / 카르페디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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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는 사람은 알지만 받는 사람은 모르는 월급의 비밀!


월급받아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제목이다.

게다가 뒷표지에 이어지는 광고문구와 머리말에서 발취한 내용들은 훨씬 더 자극적이다.


성과가 좋다면 월급도 좋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버려라!

이 책을 읽는 순간 월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180도 바뀔 것이다!


"나는 정말 열심히 일하는데 왜 월급은 쥐꼬리만한 거야!"

"하는 일도 없는데 저 인간은 월급이 왜 저렇게 많은 거지?"

"쥐꼬리만한 월급에서 무슨 세금을 이렇게 많이 떼가는 거야"

"우리 사장은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걸 알기나 할까?"


-박유연외, <주는 사람은 알지만 받는 사람은 모르는 월급의 비밀> 뒷표지 내용 中-


나 역시 이런 불평불만을 평소에 갖고 있었더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즉 뭔가 내가 몰랐던 일급 정보나 비결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서 읽게 되었다.

그런데 모두 하나같이 신문 뉴스를 통해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어서 다소 실망스러웠다.

여 기에는 저자들의 직업이 신문사에 소속되어 있는 기자라는 점이 주효하게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 저자들 역시 월급쟁이 신분으로서 진실을 폭로하거나 행동을 촉구하는 좌파적인 글쓰기가 불편했을 수도 있고 불가능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신문사와 신문기자라는 직업은 우리사회에서 흔히 요즘 유행하고 있는 '甲'이 아닌가. 갑으로서 을의 편에 선다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겠다는 용기말이다.


저자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이런 용기를 갖고 이 책을 집필했는지...?

만약, 아니라면 이 책의 발행 의도는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직업적으로 획득한 정보나 지위를 이용하여 인세나 사회적 명성을 얻으려는 취지였다면 심히 유감이다. 

물론, 상당히 유용한 정보들도 많다. 대다수 사무직 월급장이들이라면 거의 알고 있는 내용들이지만...

월급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자본의 무지막지함과 공정하지 못한 법과 질서의 헤게모니를 지적하는 친절함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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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모르는 그들의 생각을 읽어라 - 비합리적인 소비심리를 파고드는 100가지 마케팅 전략
로저 둘리 지음, 황선영 옮김 / 윌컴퍼니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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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의 '뇌'를 이용하여 상대방의 행동과 생각을 조종하는 것을 ''NLP'혹은 '신경마케팅'이라고 한다. 물론, 이와 같은 분야가 학문적으로 발전하기 훨씬 이전부터 상공인은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사실과는 다른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돈을 벌어들이곤 했는데, 우리는 이를 흔히 '상술'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와 같은 장사치의 '상술'에 한두번 휘둘리고 나면 '학습효과'로 더 이상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게 된다.

 

그런데 TV와 인터넷 등 멀티미디어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리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상술'에 노출되어 속절없이 당하고 있다.

 

TM(텔러마케터)의 전화에 판매 계약을 하고, 홈쇼핑 쇼호스트의 장점만을 부각시킨 달콤한 말과 '매진 임박'이라는 현란한 광고문구에 속아 물건을 구입한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집으로 배달된 택배 상자를 열어보고 만족한 경우는 아마도 손에 꼽을 만큼 적을 것이다. 오히려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상품으로 실망한 적이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인간은 기본적으로 불쾌한 기억은 빨리 지워버리는 반면 기분 좋은 기억은 오래 기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매번 현란한 화면와 화려한 광고 앞에서 택배 상자를 열었을 때 실망했던 기분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라기보다는 '이성적이라고 믿고 싶은 존재'인 것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마다 돈을 지불할때 느끼는 고통의 강도가 다르단다. 25%의 사람들은 고통의 강도가 너무 커서 쉽게 지갑을 열려 하지 않는 일명 '구두쇠'집단이고, 60% 정도는 중간 수준, 그리고 손쉽게 지갑을 열어 버리는-즉, 돈을 지불할 때 느끼는 고통의 강도가 약한-사람들이 15%정도라고 한다. 이와 같은 '지불의 고통'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반복적인 고통의 지점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이다.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거나 카트에 담은 후 한꺼번에 계산하는 것 역시 각 품목을 선택할 때마다 돈을 지불하게 하여 지불의 고통을 반복, 상기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걸 마케터들은 이미 알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초밥은 각 접시당 개별 가격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접시를 집어 들어 입속에 초밥 한개를 넣을 때마다 지불의 고통을 느끼게 하는 아주 안 좋은 판매 방식이라는 저자는 주장에 십분 공감이 간다.

 

스포츠카를 판매하는가? 그렇다면 고객이 서류에 사인하자마자 새로 장만한 컨버터블을 몰고 갈 수 있도록 보장해주라. 비타민을 판매하는가? 여섯 달 치를 한꺼번에 사는 고객에게 유리하도록 가격을 책정하라. 지불 기한을 연기해주거나 비타민을 주기적으로 배송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우선, 판매하는 품목이 '욕구'에 관계된 것인지 '의무'에 관계된 것인지 알아내라. 그러고 나서 적절한 타이밍 전략을 수립하라. 인생과 비지니스에서 여러 가지가 그러하듯이, 고객의 욕구와 의무 간의 전쟁에서도 타이밍이 승부를 가른다.

 

 

-로저 둘리, <그들도 모르는 그들의 생각을 읽어라> p274~275-

 

 

 

마케터들이 과소비집단인 15%의 사람들을 공략하기는 쉽지만 그만큼 경쟁자 또한 많다. 그러므로 대다수인 60% 집단과 구두쇠 집단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전자는 매진임박이나 군중심리에 휩쓸릴 가능성이 큰 반면, 후자는 가격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마케터들은 꿰뚫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여 성별의 차이가 소비에도 나타나서 남자의 경우 과시하기 위한 제품에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을 지불할 확률이 큰 반면, 여자의 경우 명품일지라도 세일가격에 구입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남자는 세일에 구애받지 않을 만큼 경제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소비를 하는 한면, 여성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낭만적으로 점화된 남성들은 돈을 거침없이 썼고, 같은 그룹에 있는 여성들은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맹렬히 나섰다. 남성이 자원 봉사를 하겠다고 한 경우는 드물었고, 여성들은 돈을 별로 쓰지 않았다. (...) 후속 연구에서 연구원들은 이런 과시적인 면모가 어느 정도나 공개적으로 드러나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낭만적으로 점화된 남성은 자신이 입거나 운전할 수 있는 것을 사는데 초점을 맞추고 집에 둘 수밖에 없는 품목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같은 그룹에 있는 여성의 경우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혼자 하는 활동은 기피했다.

 

-로저 둘리, <그들도 모르는 그들의 생각을 읽어라>, p305-

 

 

이와 같은 연구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특히 비영리단체의 경우 남성에게는 은근히 기부한 점을 자랑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며, 여성에게는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봉사 행위나 활동을 권유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 특히, 높은 곳으로 올라온 사람들이 내려온 사람들보다 헌금함에 잔돈을 넣을 확률이 훨씬 높으며 높은 빌딩에서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나 공중에서 내려다본 사진 등에 노출된 경우, 기부를 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며 기부 금액 또한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러고 보니, 교회당이나 사찰의 대웅전은 주로 계단을 통해 올라가게 설계되어 있다!

 

 

이 밖에도 거울이나 자신의 모습이 나오는 사진이나 영상에 노출된 경우, 사람들은 훨씬 더 양심적으로 행동하며 너그러워진다는 점 또한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그래서 교회나 행사장 입구에는 대형 거울이 걸려 있는 반면, 도박장에는 거울이 없다고 한다.

 

 

 

한편, 제품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기가 쉽지 않은 경우에는 전문가의 판단과 주장에 쉽게 휘둘리며 무엇보다도 가격에 따른 호불호가 큰 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와인이라고 한다.

 

 

와인 연구는 소비자들이 믿는 것이 제품의 실제 특성을 넘어 제품에 대한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해당 연구에서 소비자들은 '비싼 와인이 싼 와인보다 맛이 좋을 거야.' 또는 '캘리포니아 와인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잖아. 노스타코타에서 와인을 생산하는지도 몰랐어!'와 같은 생각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객이 브랜드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제품을 사용할 때 비슷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해도 큰 비약은 아닐 것이다.

(......)

고객이 100달러를 주고 와인을 샀는데 와인에서 식초 맛이 난다면 즐거운 와인 경험에 대한 기대는 끔찍한 맛에 의해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기대와 현실 사이에 약간의 부조화는 극복할 수 있지만 둘 사이에 공백이 심할 경우 마케팅 전략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5달러를 주고 산 와인은 설령 맛이 없더라도 하루만에 잊어 버릴 수 있지만 유명한 포도주 양조장에서 산 50달러짜리 와인에서 썩은 코르크 마개의 맛이 난다면 불만 수준은 즉시 높아질 것이고 그 브랜드를 오랫동안 불신하게 될 것이다.

 

 

-로저 둘리, <그들도 모르는 그들의 생각을 읽어라> p294~295-

 

 

식품 시식 코너에서는 유난히 작은 조각으로 잘라 놓곤 하는데, 이는 순전히 비용 때문만이 아니다. 맛을 충분히 느낄만큼 즉 욕구를 충족시킬만큼의 양을 제공하지 않으므로써 시식을 한 소비자로 하여금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 제품을 구입하게 만들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다. 두 세개씩 집어 먹는 사람보다 한개만 집어 먹은 사람이 제품을 구입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이 밖에도 저자는 공짜 마케팅 전략을 피해야 하는 경우도 있음을 지적한다.

특히 특정 계층을 소비자로 하는 경우에는 공짜 샘플을 지급하는 것보다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마트 입구에서 고양이 사료 샘플이 공짜로 제공된다고 하자. 비록 고양이를 키우진 않지만 고양이 먹이를 본 순간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이웃이나 친구가 떠오르지 않을까? 그래서 그들에게 가져다 줄 요량으로 한 두 개쯤 집어오기 마련이다. 물론, 이 샘플이 고양이 주인에게 제대로 도착한다면야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대부분은 집안 어딘가에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있거나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확률이 매우 크다. 마케터나 기업 입장에서는 결코 원치 않는 결과이다.

 

 

공짜로 제공되는 샘플과 당첨확률 100%인 쿠폰 등이 모두 위와 같은 치밀한 계산과 고도의 전략에 따른 마케팅에 다름 아니라고 하니, 이 땅에서 현명한 소비자로 살아간다는 건 정말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한다.

 

과거 산업화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지 전까지는 물건에 대한 가치와 용도가 매우 중요했다. 그러므로 제작자나 판매자는 제품의 품질만을 있는 그대로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기업의 수익구조가 '무한생산 무한판매'로 접어들면서 물건의 용도나 품질보다는 소비 욕구를 조장하여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구입하게 만드는 쪽으로 바뀌었다.

 

오늘날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소비지상주의 역시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의 확장/팽창에 따른 부작용이었다고 생각하니 왠지 오싹해진다.

 

 

 

이 책은 인간의 부조리한 심리나 생각을 이용하여 물건을 판매하는 마케터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다루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불온하고 심지어 불쾌하기까지 한 책이지만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들을 폭로(?)하고 있다. 그러므로 향후 기업가에게 고용되어 소비주의를 널리 퍼뜨리는데 일조하는 전문가 그룹(의사, 변호사를 비롯하여 카피라이터, 모바일 프로그래머의 등등)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그들만 알고 있는 그들의 생각'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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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진, 세계 경제를 입다 부키 경제.경영 라이브러리 3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 지음, 최지향 옮김 / 부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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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정의를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지만 세계화는 이미 개개인의 일상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제품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세계를 무대로 생산되고 유통되며 최종적으로 소비된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미국을 상징하는 '청바지'를 통해 세계화의 실체를 공개(폭로?)하고 있다.

 

그리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올바른 소비를 통해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그녀는 청바지 원료인 목화 주생산지 아제르바이잔에서 여전히 18,19세기 노예처럼 목화를 따며 연명하는 가이나와 목화 감정사인 메만을 만나는가 하면, 이탈리아의 청바지 원단 다자이너 파스칼과 캄보디아의 청바지 생산공장 여공인 나트와 라이를 만난다.

 

이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며, 때론 신분 상승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물건 하나가 생산, 소비되기 위해서는 '원료 -> 가공 -> 생산 -> 유통 -> 소비' 라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며, 세계화란 바로 이와 같은 단계가 전세계를 무대로 전개됨을 의미한다. 물론 그 목적은 다름 아닌 '비용 절감'이다. 즉, 소비자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제품을 소비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면의 원료인 목화를 생산하는 아제르바이잔의 시골 아낙네인 가이나는 청바지 한벌을 구입하지 못할 만큼 가난하며, 목화 감정사인 메만은 줄곧 하향곡선을 보이는 국제 목화 가격에 암울해한다.

 

우울의 그림자는 패션의 원조라는 자부심 하나로 버텨내던 레글러의 원단 디자이너인 파스칼의 어깨 위에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가 만든 데님 원단은 아시아나 아프리카 혹은 남미의 여러 나라로 흩어져 청바지의 앞감 혹은 뒷감이 된다. 그리고 '원산지 표시 규정'에 따라 'made in 000'라는 꼬리표를 달고는 다시 유럽 대륙으로 돌아와 대형 매장에 걸린다.

 

흔히, 명품에는 만든 이의 '혼(魂)'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

지난 수 백년 전부터 장인의 손길을 거쳐 탄생하던 유럽의 명품은 더 이상 유럽산(産)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세계화'의 실체다.

물 론, 저자는 세계화가 캄보디아와 같은 저개발국가의 많은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빈곤 탈출을 돕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의식변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 또한 놓치지 않는다. 과거 독재와 빈곤 그리고 남여 성차별적인 전통문화의 희생양이었던 제3세계 여성들이 비록 저임금에 열악한 노동 환경일지언정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여 가족을 부양하면서 가족내 지위가 향상되고 인간적 자유를 만끽하게 된 것 또한 세계화 덕분(혹은? 때문)이리라.

 

저자는 노동자에게 합당한 노동의 댓가를 지불하면서 의류 사업을 이끌고 있는 스콧과 로건의 이야기를 서두와 말두에서 다룸으로써 그들의 의미있는 '도전'에 지지와 격려를 보내고 있다.

 

만약, 나라면 한벌에 100달러(스콧과 로건의 회사에서 만든 청바지들은 평균 100달러가 넘는다고 한다)가 넘는 소위 착한 청바지를 구입할 수 있을까?

솔직히 쉽지 않을 것 같다.

비록 이와 같은 소비 행위가 세계의 또 다른 이들에게 희망의 불꽃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더라도 말이다. 

 

이와 같은 소비자의 갈등을 일찌감치 감지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일침을 가한다.

 

아마도 핵심 질문은 소비자들이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지기 위한 추가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가 아니라 더 많은 소비를 원하는 욕망을 자제할 수 있을 것인가가 될 것이다.

 

-에던, 희망의 청바지-

 

 

 

바로 직전에 읽은 조지 매그너스의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은 저자가 유엔(UN) 웹사이트에 올라온 인구통계자료를 분석하여 쓴 책이다. 반면, <블루진, 세계 경제를 입다>는 저자가 직접 현장을 누비고 관련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탄생한 책이다. 

 

소재도 주제도 전혀 다르고 책을 집필한 과정과 방식도 전혀 다르지만 나에겐 똑같은 의문을 가져다 주었다.

바로, 만약 그들이 미국인이 아니었더라도 이와 같은 책들의 집필과 출간 그리고 한국어로 번역 출판이 가능했을까? 하는 점이다.


유엔에서 사용하는 공용어는 영어다. 그리고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미국의 위상은 당연히 높기 때문에 각종 자료에 대한 접근도 협조 요청도 그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더 용이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점은 레이첼 루이즈 스나이더에게는 더욱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가 캄보디아의 청바지 하청 공장을 방문하고 도움을 줄 '취재원'을 만나는 등 일련의 과정들은 어쩌면 원청업체가 미국 기업이가나 최종 수입국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나라 출신 르포 작가들에게도 과연 그녀와 같은 기회가 주어졌을까?

 

이런 점에서 봤을 때 그들은 이미 세계화의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이 점은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운이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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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중국 경제 - 슈퍼 차이나 거품 뒤에 가려진 위기들
랑셴핑.쑨진 지음, 이지은 옮김 / 책이있는풍경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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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국에 번역 출판된 랑셴핑 교수의 책을 모두 세권 읽었다. 

첫번째는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이었고, 두번째로 읽은 책은 지난 2월 초에 읽은 <누가 중국 경제를 죽이는가>였다. 그리고 이 책과 함께 읽기 시작했으나 1/3만 읽은 채 손을 놓았다가 재도전(?) 끝에 최근 완독하게 된 책이 바로 <벼랑 끝에 선 중국 경제>라는  책이다.


이미 2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은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언론과 학문의 자유가 철저하게 통제되어 있는 중국에서 정부(공산당)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않는 사람의 '출현'에 적잖이 고무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랑셴핑 교수는 홍콩 출신이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말하자면 대륙인들보다야 훨씬 더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처지에 있긴 하지만, 역시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앙 정부를 향해 '칼날'을 휘두르기 위해선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저자에 대한 나의 생각들은 <누가 중국 경제를 죽이는가>를 읽고 나서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이 책은 마치 저자가 그동안 중국 공산당을 향해 쓴소리만 해댄 것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기 위해 작정하고 쓴 책 같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일어난 티베트 독립시위를 비난하고 중국인들의 민족주의 폭력 사태를 옹호할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해외 언론의 쓴소리에 대해 거치없이 반격하고 있다. 그런데 평소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기로 유명한 랑셴핑 교수가 중국 정부를 두둔하는 방면에 있어서 만큼은 이성을 잃은 것 같다. 하여, <누가 중국 경제를 죽이는가>라는 책은 다분히 '중국인을 위한 국내용'이라 하겠다. 


<벼랑 끝에 선 중국 경제>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랑셴핑 교수 특유의 날카로운 분석과 해법이 돋보인다. 

책 은 총 세 부분으로 나누어 있는데, 이 중 중국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첫번째 파트(사면 초가에 몰린 중국 경제)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국유기업 개혁을 비판한 두번째파트와 문제 투성이의 금융정책을 언급한 세번째 파트는 솔직히 너무 지루했다. 이건 아마도 시시콜콜 관련 수치를 말하길 좋아하는 중국인 특유의 성향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너무 구체적이고 세세한 사안을 자세하게 설명하다보니 중국 상황 그것도 경제분야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나름 중국어를 전공했고 중국 사회를 일반인보다는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는 나 역시 책장을 넘기고는 있지만 머리로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이 아주 많았다.

솔직히 오기와 의무감 때문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번역의 문제라기보다는 내용 자체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리라.

해 당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외국인들이 도저히 알 수도 없고, 관심을 기울일 필요도 없는 구체적인 사안들까지 세세하게 다루고 있으니 말이다. 만약, 출판 전에 이런 부분들을 요약하거나 생략하여 출판했더라면 더 많은 한국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을 통해 랑셴핑 교수가 하고자 하는 말은 명확하다.

더도 덜도 아닌 '중국, 아직 멀었으니 더욱 분발하자!'에 다름 아니다.


사실 중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크게 보면 다음의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인건비 상승으로 국내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국제 무역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점.

둘째, 부동산 개발에 의지한 경제 성장은 필연적으로 자산 거품을 만들어낸다는 점. 

셋째, 사회 공공 자원을 독점한 국유기업은 민간기업의 시장 진출 진출을 가로막은 채, 대중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점.


중국과 비스니즈를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업 대 기업으로 동등한 입장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대 국가의 형국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중국 기업이 다른 나라의 기업을 매수 매도하는 것은 사실상 중국 정부가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국유기업을 내세워 중국이 경제 분야 이외의 방면까지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국유기업들이 외부적으로는 전세계 무역 질서를 어지럽히고 내부적으로 민간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고 량셴핑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4대 국유은행 그리고 3대 항공사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중국 인민들에게 끼친 피해를 조목조목 나열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는 두자리 수로 성장을 하는가하면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세계 경제가 휘청한 상황에서도 7~8%의 고성장을 유지했다. 그런데 이는 주로 국유기업을 필두로 한 시장 독점에 의한 성장일 뿐,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이 강해진 것이 결코 아니다. 하여,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과 엄청난 경기부양 정책으로 내수시장을 확대시킬 것이라는 중국 정부의 발언만 믿고 중국 증시에 '올인'한 전세계 투자자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 


중국 증시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바로 '비유통주식' 등을 유통시키는 방식으로 국유기업들이 투자자들보다 먼저 이익을 챙겨가기 때문이다. 은행의 기업 대출 역시 국가와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국유기업에 대해서는 무분별한 대출을 일삼는 반면, 민영기업에 대해서는 대출을 옭아매고 있다. 그러니 원저우 등 소상인 경제가 활발한 곳에서는 사금융이 활약(?)하는 것이다.


랑셴핑교수는 진단만큼 명확한 처방 또한 함께 내렸다.

국 유기업은 민간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거나 민간기업이 감당하지 못하는 분야에 집중할 것과 부패의 온상을 뿌리 뽑기 위해 무엇보다도 관리감독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기관에 대한 개혁이 이루어져 소수기관이 독점하고 있던 행정 권한을 분산시키고 행정 투명성을 높이라고 주문한다. 물론, 중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성이 높아지려면 언론의 자유가 지금보다 훨씬 더 잘 보장되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현재 중국의 반부패 척결에 가장 큰 공헌을 하는 건, 국가 감찰기관도 아니고 공안 당국도 아니며 언론도 아닌 바로 인터넷을 통한 네티즌이라는 사실은 중국 국가기관들과 언론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CCTV등을 통해 종종 공개되곤 하는 중국 지도층의 권력 남용과 호화생활등은 이미 그 도를 넘어서도 한참이나 넘어섰다.

이제 중국인들은 부정부패를 척결할 능력이 부족한 것인지 의지가 부족한 것인지 자문해야 할 터이다.


권력 조직 자체가 국민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반부패에도 혹시 또 다른 '음모'가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드는 것 또한 문제이다. 예를 들어, 정치적 반대파를 몰아내기 위해 혹은 일반 대중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잠정적이고 일시적으로 작은 탐관오리만 무섭게 징벌하고 큰 탐관오리는 살아남는 것 등등이 대표적이리라.


암튼, 중국 사회가 한단계 더 성장하려면 겉으로 들어나는 GDP등의 숫자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고 내적인 성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 히, 가짜기름 멜라닌분유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 사회의 먹거리 제품에 대한 불신은 일상사가 된지 오래다. 중국은 이제 자국산 제품이 전세계 쇼핑몰을 점령한 지금, 유독 중국산 식품만 세계인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를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리라.


중국 사회가 양적인 팽창이 아닌,  내적 성숙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랑셴핑 교수의 말은 새겨 들을 만하다. 


어떻게 해야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먼저 전 국민에게 제 발로 스스로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평등한 출발선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이를테면 거주 이전의 자유나 공정한 기회, 복지를 제한하는 차별적인 호적제도를 폐지하고, 평등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기업에 공정을 추구하는 서비스형 정보를 제공하고 민간 기업의 세금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보다 많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제2부문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경우 현재와 같은 상황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다시 말해 노동력 부족으로 임금이 자연스럽게 제1부문에 접근함으로써 화이트 칼라와 블루칼라 간 임금

격차가 크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 먼저 부자가 된 사람이 나머지 사람들도 부자고 만들어주고 나아가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p427~428)


그렇다면 서민을 중산층으로 만들려면 어떻게해야 할까?

결 론적으로 말해 소득만으로 중산층을 판단하는 현재 중국의 방식은 전부 틀렸다. 오해하지 말기바란다. 소득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정확하게 말해, 소득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득이 가장 중요한 혹은 유일한 지표는 아니라는 점이다. 전형적인 중산층 사회인 미국에서 중산층을 정의하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양질의 교육, 전문지식과 직업 기술의 보유, 둘째는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여가시간, 마지막 요소는 뛰어난 자질을 지닌 주인 의식과 공중도덕이다. 그런 점에서 중산층은 행복하고 안정된 상태를 주로 가리키는데, 구체적인 소득이 얼마인가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를가리킨다.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굳이 정해야 한다면 의식주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여행을 가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상태를 중산층이라고 볼 수 있다. (p437~438)


-랑셴핑, 쑨진 <벼랑 끝에 선 중국 경제> 중-



랑셴핑 교수의 위와 같은 지적은 중국인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교훈과 더불어 질문을 던져준다. 

먼저 부자가 된 사람은 사회의 도움을 조금도 받지 않은 채, 100% 자신만의 노력으로 부를 일군 것이 아니기에 그 부를 아직 부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 부자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용해야 한다. 기부 등과 같은 방법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난한 이를 도와주는 것에 국한될 뿐 궁극적으로 가난한 이가 부자가 되도록 해주지는 못한다. 바로 여기에서 국가의 개입 필요성과 법치 제도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국가는 부자들로부터 합리적으로 세금을 거두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데 예산을 분배하고 집행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좋은 정치와 나쁜 정치 혹은 좋은 정부와 나쁜 정부 더 나아가 좋은 나라와 나쁜 나라를 가르는 기준이 아닐까 싶다.  


과연, 우리나라는 '좋은 정부에 의해 좋은 정치가 실현되는 좋은 나라'일까?



어렵고 힘든 책이다.

그러나 장장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중국을 한번 더 생각하고 아울러서 한국을 한번 더 생각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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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중국경제를 죽이는가 - 경제대국 중국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
랑셴핑 지음, 이지은 옮김 / 다산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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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랑셴핑은 현재 홍콩 중문대학 교수로, 4~5년 전부터 중화권 언론매체에 자주 등장하며 널리 알려진 소위 중국의 '스타교수'다. 


한국에서도 2010년도에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을 비롯하여 저자의 책들이 대형 서점의 매대를 '점령'하면서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그 당시, 나 역시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을 읽으면서 '참신하고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중국에도 있구나' 하고 깊은 인상을 받을 뿐만 아니라 내친김에 량셴핑 교수의 중국어 원서까지 구해 소장하고 있는 터이다.


하여, 우연히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그의 번역서 <누가 중국 경제를 죽이는가>와 <벼랑 끝에 선 중국 경제> 을 발견하곤 바로 빌려왔다. 이 두 권중, 먼저 출간된 <누가 중국 경제를 죽이는가>를 우선 읽었는데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책의 도입부분은  저자의 전매특허라고도 할 수 있는 중국 기업 문화에 대한 질타로 시작한다. 

중 국인이 추앙해마지 않는 삼국지의 제갈량이야말로 저(低)확률 경영의 전형이요, 요행심과 성과주의에 빠져 있는 중국 민족의 특징을 대변한다고 일갈한다. 중국인 못지않게 삼국지 속의 인물과 계락을 추종하는 분위기가 강한 한국 사회 역시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요행심과 경박함 그리고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한다'며 중국의 기업과 기업가들을 '흠'잡던 랑셴핑은 갑자기 중국 정부의 대변인이라도 된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예를 들면, 원촨 대지진이야말로 베이징 올림픽보다 더 중국인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외국인들에게 이기적이고 돈만 아는 민족으로 인식되어 있던 중국인들이 원촨 대지진 구조 과정에서 타인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줄 아는 민족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게 되었단다.


'과연, 그런가...?'싶었다. 사실, 지진을 겪은 중국인들이 보여준 모습은 자연재해를 겪은 다른 민족들의 모습과 별반 큰 차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인이 스스로를 높이 평가한 까닭은 무엇일까? 평소 남의 일에 개입하지 않기로 유명한 중국인들의 특성을 고려해보면 원촨 대지진때 둘 팔 걷고 나선 중국인들의 모습은 이례적이라 할 만하고, 오히려 이 점이 외국인보다는 자국인들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원촨 대지진으로 중국인은 칸 아픔을 치렀지만 이를 겪으며 중국은 원촨 대지진과 진짜 중화 문화, 중국인의 속내, 민족적 개성을 온전히 전 세계인에게 보여주었다. (......) 원촨 대지진 이후에는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서구 언론의 견제가 거의 사라졌다. 심지어 수많은 반(反)중국 단체 조직원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들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 역시 이전과 달라졌다. 이전에 서양인들은 반중국 인사가 중국으로부터 핍박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이 넘치는 중국에 반기를 든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모두 가슴 아파하는 원촨 대지진과 뒤이어 열린 베이징 올림픽은 이처럼 생각지도 못하게 성공적인 무화 전도사로서의 역할을 해냈다.

 

-랑셴핑, <누가 중국 경제를 죽이는가> p148 中-

 

나는 개인적으로 지식인의 역할이란 '파수꾼'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훌륭한 사회 조직일지라도 '그늘'은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항상 자신의 잘못을 찾고 고쳐 나가는 사람이 앞서가듯 국가도 마찬가지다. 발전과 성장의 정점에서 자화자찬에 빠진다면 더 이상의 진보는 기대할 수 없고, 심지어 얼마 못가 후퇴와 몰락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식인의 날카로운 현실 비판 정신이야말로 어둠을 비춰주는 등대처럼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비춰준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의 지식인은 중국의 앞날을 비춰줄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가? 

 

저자인 랑셴핑 교수는 5000살이나 나이를 먹은 거대한 늙은 노인이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크게 기지개를 켜는 모습으로 현재 중국의 모습을 비유하고 있고, 더 나아가 이런 점들이 전세계인들에게는 '놀라움'과 함께 크나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확하게 지적할 수 있는 안목과 용기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마저도 티베트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균형을 잃어 버렸다. 아니 균형을 잃어버린 '척'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의 많은 유명인이 유독 티베트에 많은 관심을 두는 까닭에 대해 많은 독자가 어리둥절해한다. 역사적인 사건을 통해 이들 유명인의 생각을 파헤쳐보겠다.

할 리우드가 제작한 <티베트에서의 칠 년(Seven Years in Tibet)>(영화 <잃어버린 지평선>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1997년에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으로 참여했다_옮김이)의 남자 주인공은 하인리히 하러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독일 나치군이다. 영화에서 하러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당시엔느 어린 소년이었다)를 만나 그의 소중한 친구이자 제자가 된다.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어떻게 위대한 달라이 라마가 잔혹하기 이를 데없는 나치와 친구가 된단 말인가?

이 상한 문제에 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 상당히 흥미로운 신화를 소개하려고 한다. 아주 아주 오랜 옛날에 아틀란티스라는 당에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민족이 살고 있었다. 풍요로운 이 땅은 앞선 문영을 배출했지만 대지진을 겪은 후 아틀란티스 대륙은 바다 미틍로 가라앉았고 시퍼런 바닷물은 그들이 창조한 문명을 집어삼켰다. 당시 대지진과 해일의 손아귀에서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아틀란티스인은 노아의 방주를 타고 세상 곳곳으로 흩어졌는데 한 무리는 오늘날의 유럽으로 향해 독일인이 되었고 나머지는 동야으로 가 티베트인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독일의 인종주의자 사이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다.

(......)

독일인의 혈통주의는 유대인에 대한 나치의 홀로코스트라는 인류 최대의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영화 <잃어버린 지평선>을 통해 퍼져나간 혈통주의는 서양 각국에 강력한 티베트 콤플렉스를 심어주었다. 노아의 방주를 타고 동쪽과 서쪽으로 흩어진 아틀란티스인이 각각 지금의 티베트인, 그리고 독일인이라는 이야기가 서양 사회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달라이 라마가 서양을 방문할 때마다 각국의 지도자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이것이 바로 서양의 티베트 콤플렉스다.

(......)

기본적으로 나는 티베트 문제를 다루는 현 중국 정부의 태도에 찬성한다. 위에서 설명한 이유를 핑계로 중국을 분열시키는 이들을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샤론 스톤 사태에서 중국 국민과 중국 정부가 보여준 행동을 기쁘게 생각한다. 중국이 하나로 단결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랑셴핑, <누가 중국 경제를 죽이는가> p200~206 中-

 

중국은 티베트 문제에 있어서 항상 주장하는 것이 중국을 분열시키려는 음모라고 한다.

누가 분열을 조장하는가? 샤론스톤과 리차드 기어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 등 유명인사들인가?

티베트인들에게 물어봐야 하리라. 

 

2008 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일어난 티베트 시위에 대한 진실이 원촨 대지진에 파묻혀버렸다는 사실은 언급하지도 않은 채, 샤론스톤이나 스티븐 스필버그 등 유명인사들의 '반중국적 발언'을 강하게 비난한 점은 형평성도 논거도 잃어버린 것으로 수출용이라기보다는 중국 국내용 '멘트'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저자가 홍콩인으로 일찍이 미국에서 유학을 했기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지나치게 모든 것들을 미국과 단순 비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과 비교하여 더 나으면 진짜 좋은 것이요 더 나쁘면 정말 나쁜 것이라는 이원적 발상은 우리나라의 식자층에게만 있는 줄 알았는데 다른 아시아 국가의 내노라하는 식자층에게서도 똑같이 나타나는 것을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끝으로, 중국의 각 지역을 대표하는 상인집단의 역사를 간추린 마지막 부분은 흥미로웠다. 이 부분만 따로 분리하여 한권의 책으로 엮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특히, 소금판매로 부를 거머쥔 산시의 '진상(晉商)'과 안휘이의 '휘상(徽商)', 그리고 일찍부터 해상무역으로 상인(商人)의 반열에 오른 저장의 '호주방(湖州幇)'과 '영파방(寧波幇)'의 흥망성쇠는 마치 우리나라의 대하역사소설인 '상도(商道)'의 어느 한 페이지를 읽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그러나 한때 천하를 주름 잡았던 이들 거상(巨商)들은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오면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의 길로 사라져갔다면, 월상(粤商)인 '조주방(潮州幇)'과 '광주방(廣州幇)'은 개혁개방의 물결을 타고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로 넘어온 진정한 승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지금 세계 각국으로 뻗어나가 있는 화교의 대부분 이들 월상의 후예들이지 않은가.

 

 

비록,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 자체 역시 작금의 중국과 중국인을 이해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 하겠다.  중국에 대한 장밋빛 환상이 금물인 것처럼 무분별한 거부감 역시 금물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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