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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조명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의 주인공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코의 길이가 늘어난다고 한다. 그는 나무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처럼 행동하고 말한다. 사람처럼 꾐에 빠져 나쁜 짓을 하다가도, 나중엔 그 죄를 반성한다. 그리고 마침내 피노키오는 진짜 사람이 된다. 여기에 한 가지 가설을 더하자. 만약 모든 사람이 거짓말쟁이라면? 분명 그들은 길다란 코 소세지를 만들 것이다. 사람으로 살면서 거짓말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없다. 그래서 알베르토 망구엘의 소설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는 너무나 당연하고, 피할 수 없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막 유명해지려는 찰나,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린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천재 작가'로 인정되던 알레한드로 베빌라쿠아.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한다. "왜! 그는 앞으로 얻을 명예를 마다하고 자살을 한 것일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자 테라디요스가 여러 사람들에게 생전의 그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한다. 네 명의 인물들은 각각 인터뷰, 편지, 꿈 등을 통해 그에게 살아 있었던 시절의 베빌라쿠아(알레한드로, 그)를 그려나간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일치하지 않고, 무엇이 진실인지 혼동하게 된다.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말을 하는가?"의 문제다. 이 때 모든 사람이 거짓말쟁이라는 가정이 들어선다면 어떻게 될까? 머리가 복잡해질 것이다. 이건 마치 중·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우리를 괴롭힌 '명제의 참과 거짓'을 가리는 듯 하다.  

 그러나 베빌라쿠아의 진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이 증언에 의해 만들어진 베빌라쿠아는, 알베르토 망구엘(첫 장에 나오는)이 말했듯이, "그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사람"도, "그의 여정에 의미를 부여하게 될 사람"도 결국, 증언자의 "취향과 기분에 맞"게 바뀌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 증언만을 통해서는 베빌라쿠아가 진실로 어떠한 사람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결국 테라디요스는 마지막 장을 빌려 고백한다. 결국 포기했노라고.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기에, 더 이상의 사람에게 물어보아도 결국 거짓이 전달되니까. 오직 '신'만이 절대적 진실을 안다. 그것을 모르는 인간에겐, 이미 죽어버린 그를 다시 퍼즐 조각처럼 짜 맞출 수 없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 속에 파고들어가면, 우리는 이 소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다루고 있다는 걸 느낄 것이다. 350쪽이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에 압축적으로 이야기들이 녹아들었다고 할까. 과연 세계 최고의 독서가 중 한 명인 알베르토 망구엘의 책이다. 그의 엄청난 지식에 감탄한다. 

 "예술가와 그의 작품을 상상력을 발휘해서 일치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이오. 한편으로는 문학적 창작물이 우리가 읽고 또다시 읽는 과정을 거치면서 꾸준히 변모하기 때문이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작가는 그만의 육체적 특색들, 유전적 광기들과 약점들, 사소한 결함들을 지닌 인간이기때문이오. 외팔이었던 세르반테스, 근시였던 조이스, 매독에 걸렸던 스트린트버그……. 당신은 내 말을 이해할 거요." 

 이 소설에서 주로 등장하는 책의 이름은 『거짓말 예찬』이다. 이 소설이야말로 이 변호의 장의 주요 논란이다. 모든 사람이 그것이 걸작이라 말한다. 하지만 4장에서는 그 견해가 다르다(물론 그 말이 거짓말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린 소설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베빌라쿠아가 쓴 줄로 알았던 『거짓말 예찬』이, 사실은 그와 함께 감방을 썼던 쿠바인의 대필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처럼 '거짓말쟁이'가 쓴 이 책은 끝까지 읽지 않는 한 그 묘미를 알 수 없다. 추리소설처럼 사건을 추적해나가면서도 지극히 평범히 흘러가지만 재미있다. 각 인물의 삶과 사상이 녹아 있어서, 그들의 개인 개인 삶을 아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테라디요스. 비록 추리는 포기했더라도, 그럼으로써 자신은 사라지게 되더라도, 그대는 남게 되리라. 이 살아 있는 세상에. 

 "나는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우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즉 책 속의 인물들이 바로 그런 일들을 하고 그런 방식으로 행동하는 우리라는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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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동양고전 슬기바다 1
공자 지음, 김형찬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구판절판


효도와 공경이라는 것은 바로 인을 실천하는 근본이니라!-28쪽

젊은이들은 집에 들어가서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나가서는 어른들을 공경하며, 말과 행동을 삼가하고 신의를 지키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어진 사람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 이렇게 행하고 남은 힘이 있으면 그 힘으로 글을 배우는 것이다.-30쪽

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31쪽

군자는 먹는 것에 대해 배부름을 추구하지 않고, 거처하는 데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또한 일하는 데 민첩하고 말하는 데는 신중하며, 도의를 아는 사람에게 나아가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는다.-33쪽

남이 자신을 알아줄까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제대로 알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34쪽

백성들을 정치로 인도하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들은 형벌을 면하고도 부끄러워함이 없다. 그러나 덕으로 인도하고 예로써 다스리면, 백성들은 부끄러워할 줄도 알고 또한 잘못을 바로잡게 된다.-36쪽

맹의자가 효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긋남이 없는 것이다."
(…) 살아계실 때는 예의를 갖추어 섬기고, 돌아가신 후에는 예법에 따라 장례를 치르고 제사를 지내라는 것이다.-37쪽

요즘의 효라는 것은 부모를 물질적으로 봉양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개나 말조차도 모두 먹여 살리기는 하는 것이니, 공경하지 않는다면 짐승과 무엇으로 구별하겠는가? -38쪽

내가 안회와 함께 하루종일 이야기를 해도 그는 어리석은 사람처럼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뒤에 그가 생활하는 것을 보니, 또한 그 내용을 충분히 실천한다. 안회는 어리석은 것이 아니다.-38~39쪽

그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그 동기를 살펴보고, 그가 편안하게 여기는 것을 잘 관찰해 보아라.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숨기겠는가? -39쪽

군자는 그릇처럼 한 가지 기능에만 한정된 사람이 아니다.
(…) 군자란 말보다 앞서 행동을 하고, 그 다음에 그에 따라 말을 한다.-40쪽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막연하고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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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 - 전문가 46인이 뽑은 이 시대의 숨은 명저들 아까운 책 시리즈 1
강수돌.강신익.강신주 등저 / 부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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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은 글공부를 오래 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글이라는 게 사람의 뜻대로 써지는 게 아니고 진화하는 과정이 인생과 너무나도 흡사해서 웬만한 인내심으로는 견디기 어렵다.-21쪽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특정 분야의 심오한 문학이 아니라 모든 것이 하나로 합성되고 수용되어 인간과 인생을 재해석하고 재인식하는 데 필요한 통섭의 그릇이다. -21쪽

다음 요건은 사유(독서, 사유, 창작 중). 관심 분야를 관찰하고 생각하고 메모하는 과정이다. 소설의 세포가 되고 줄기가 될 재료다. 사유의 깊이가 깊을수록 인생관과 세계관이 뚜렷해지고 문제의식이 심화된다. 남과 다른 개성과 독자성을 확보할 수 있다. -22쪽

창작은 '즐거운 고통'을 수반한다. 쓰고 싶어 안달하고, 쓰는 동안 행복하며, 쓰고 난 후에 다시 쓰고 싶어지는 창작의 용광로! 그것이 가동되어야 앉아 있을 수 있고 써낼 수 있다. 세 요건을 갖추었다고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삶을 대하는 자세다. -22쪽

문학을 산다는 것, 그것은 대단히 근면 성실한 자세를 요구한다. 문학은 오래 가고 멀리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습작 시절의 조바심에 시달리지 말고 소설을 기술(technic)로 배우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을 욕망의 노예로 만들지 말고 근면 성실한 노동의 대가로 얻은 결실을 담는 그릇으로 만들어야 한다.-22쪽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기에 스스로에게 엄격해져야 하는 작가. 그 삶을 살아가려면 시간 관리에 능해야 한다. 생활은 단조로워야 하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창작. 그 고독을 즐기는 사람만이 작가가 될 수 있다.-22~23쪽

의미가 모호한 어휘는 무조건 사전을 찾아 정확한 의미를 확인해야 한다. 적확한 어휘, 정확한 문장의 생명은 당연히 객관적 전달성이다. 추상적이고 주관적이고 관념적인 표현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아울러 지나친 미문과 시적 표현을 경계해야 한다. 요컨대 문장은 객관성을 바탕으로 군더더기 없이 압축 절제되어야 한다. 그물에 갓 잡힌 생선처럼 역동적이고 갓 튕긴 공처럼 탄력적이어야 한다.-23쪽

자신이 창작한 소설을 남에게 보여주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자폐적 창작 태도다. -23쪽

진정한 작가가 되려면 문학을 하지 말고 문학을 '살아야' 한다. 진정한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문학을 살되 성실하게 노동하며 살아야 한다. 문학은 그것 자체로 완성된 세계가 아니라 인간과 인생을 개간하는 호미 한 자루에 불과하니 단지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으로 얼마나 성실하게 늘 농사를 짓는가 하는 건 전적으로 작가의 몫이다.-24쪽

삶의 한가운데 있는 것, 결핍과 고통 속에서 피는 것이야말로 진짜 문학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문학을 살기 위해선 삶에 치열해야 한다. 쉽게 만족하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삶 앞에 겸손해져야 한다.-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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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 - 전문가 46인이 뽑은 이 시대의 숨은 명저들 아까운 책 시리즈 1
강수돌.강신익.강신주 등저 / 부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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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계에는 매년 약 4만 권의 책들이 출간된다고 한다. 여기서 약 2만 권의 참고서들을 제외한 나머지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또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간다. 한 마디로,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들은 모두 '절판'이라는 이름으로 죽음을 맞을 운명인 것이다. 물론 정말 뛰어난 책들은 개정판을 통해 '부활'하고,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수명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에 묻혀버린 '아까운 책'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은 이런 목적으로 쓰여졌다. 지난 10년 동안 사람들의 관심 속에 묻혀버린 '아까운 책'들을 발굴하고, 소개하자는 것이 이 책의 취지인 것이다. 아까운 책을 발굴하자는 소식에, 각 분야의 46명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여기에는 강신주, 정혜윤 등 꽤 낯익은 인물들도 있다. 이들의 글을 읽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산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마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읽고 싶어하는 저자의 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글도 주목할 것이다. 내가 보기에, 여기에 올려진 46편의 서평은 모두 뛰어나다. 그러니 목차만 보고 이 책을 판단하지 마시길.

 이 책은 문학, 인문, 사회, 경제·경영, 과학, 문화·예술, 총 여섯 가지의 장르로 나누어 그 분야의 아까운 책들에 대한 서평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지난 10년 간의 '아까운 책'들을 위한 오마주라고도 할 수 있겠다. 여기에 올려진 책들은 대부분 이름조차 생소한, 또는 식상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알라딘에서만 세었을 때) 소개된 책들은 대부분 세일즈포인즈가 1만부 내외이거나 절판되었다. 애초에 '아까운 책'이었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혀졌던 책들이니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책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아까운 책'의 발굴만을 목적으로 하여 그 책의 단점은 지적하지 않고 호평만 계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아까운 책'이라 소개한 책이 누군가에겐 결코 '아까운 책'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의 눈과 일반인들의 눈은 다른 법이다. 서평을 보고 마음에 들어 책을 읽었는데 내용이 너무 따분하고 어려운 경우엔, 되려 그 서평꾼을 원망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46권 외에도 아까운 책이 너무나 많다는 것. 서평 끝에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 소개되긴 하지만 한 책을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묘사한 것에 비해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에 대한 설명은 아예 없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라는 말은, 서평을 한 책만큼의 읽을 가치가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이런 아쉬움이 내 머리를 스쳐 갔다.  

 결국 『아까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소개된 책을 한 번 읽어보라는 것이다. 진심을 담아서 쓰여진 글도 있고, 약간 성의 없어 보이는 글도 있다. 하지만 모든 서평이 소개된 책의 특징을 선명하게 묘사했다. 덕분에 독자들은 아까운 책을 읽기 전에 입문서로 사용할 수도 있다. 또 처음 보는 사람들은 소개된 책이 어떤 책인지, 무슨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까운 책』을 통해 숨겨져 있던 귀한 책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책은 박상우의 『작가』였다. 이 책의 서평을 쓴 사람도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의 저자인 김민영이었다. 만약 이 책이 의미가 없었다 해도, 유일하게 의미가 있는 책이 있었다면, 바로 이 책이었을 것이다. 서평꾼이 인용하신 구절을 나는 여기에 또 다시 인용해 본다.   

 "문학을 산다는 것, 그것은 대단히 근면 성실한 자세를 요구한다. 문학은 오래 가고 멀리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습작 시절의 조바심에 시달리지 말고 소설을 기술로 배우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을 욕망의 노예로 만들지 말고 근면 성실한 노동의 대가로 얻은 결실을 담는 그릇으로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기호 소장의 추천사를 눈여겨 보라고 말하겠다. 아까운 책이 나온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슬픈 현실을 잘 지적하고 있다. 또, 개인적으로 2012년에 나오는 '2011년의 아까운 책'도 내심 기대되는 바이다. 지금도, 아까운 책은 나오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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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까운 책'에 대한 부록
    from 이프리트의 서재입니다 2011-09-17 19:45 
    (이 페이퍼는 리뷰 '아까운 책에 대한 오마주이자 입문서(http://blog.aladin.co.kr/755125167/5082937)'에 대한 부록임을 밝힙니다)1. 아까운 책들여기에 소개될 리스트는 『아까운 책』 396쪽부터 398쪽까지를 인용한 것이다. 책에서 그랬던 것처럼 가나다 순으로 배열했음을 밝힌다.『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마을 혁명』 강수돌 지음│산지니│2010년 5월『개성의 탄생』 주디스 리치 해리스 지음│곽미경 옮김│동녘사이언스│2007
 
 
 
비스트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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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스릴러다. 모든 과정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다. 재미있으면서도 독자에게 딜레마를 남기는 소설이다. 비스트에 대한 내 느낌은 이랬다. 그 유명한 북유럽계 스릴러에 대한 첫 느낌은 이랬다. 공동 저작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한 가지 주제에 몰입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마음에 들었다. 

 『비스트』는 본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기 약 4년 전에, 벤트 룬드라는 아동성폭행범이 두 소녀를 성폭행하여 살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충격적인 생생한 묘사 이후, 우리는 주인공 프레드리크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는 앙네스와 이혼하고 유일하게 딸 마리에게 자신의 사랑을 쏟는 소설가다. 그에게 마리란 자신의 목숨보다도 소중한 존재이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동시에 성폭행범 벤트 룬드는 정신병원으로 호송되던 중 두 교도관을 폭행하고 탈출한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룬드는 유치원에서 혼자 있던 마리를 발견하고 그녀를 성폭행하여 살해한다. 이 장면은 '나영이 사건'을 연상시킨다. 그 때를 다시 떠올리면 사람들은 이 추악한 성추행범에 대해 분노를 느낄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가 탈출하여 지금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행여나 자신의 아이가 그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 할 것이다. 그 심리는 우리 주변의 아동성폭행 사건이 자주 등장할수록 불안해지는 우리나라의 부모들이 충분히 알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여기서부터, 소설은 '딜레마'를 제공한다. 프레드리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의 딸을 살해한 벤트 룬드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 그리고 결국 그는 두 아이를 성폭행하려던 벤트 룬드를 쏴 죽인다. 비록 모두가 바랬던 그의 죽음이었지만 프레드리크는 살인죄로 체포당한다. 이제 우리는 이 갈등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과연 프레드리크는 무죄인가, 유죄인가? 국민들은 그가 유죄로 선고되길 원치 않는다. 검사 오게스탐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범죄자로도 보지 않는다. 오히려 추악한 범죄자를 죽인 정의의 영웅이자, 두 아이의 부모의 큰 은인이다. 하지만 '법'은 그렇게 스토리를 단순하게 흘러가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린 작가의 뛰어난 솜씨를 통해 또 하나의 딜레마를 얻는다. 바로 벵트 쇠델룬드다. 

 내가 스릴러를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렇게 주제의 제시를 위해 또 하나의 요소를 삽입하는 솜씨가 여태껏 읽어본 스릴러 중 가장 뛰어났다. 나는 처음에 왜 순조롭게 흘러가던 스토리가 탈바카에 사는 벵트에게로 쏠리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곧 그 해답을 제시한다. 자신의 이웃집에 사는 노출광 예란을 끔찍이 싫어하는 그는 프레드리크의 무죄가 인정되면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도 예란을 죽이기로 다짐한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모두가 그토록 원하던 프레드리크의 무죄 선고가 모두에게 기쁘지만은 않는다는 것과, 그것이 또 다른 죽음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결국 소설은 프레드리크에게 유죄 선고를 내리는 것으로 거의 마무리짓는다. 마지막 교도소에 펼쳐지는 반전 아닌 반전은 우리에게 또 다른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준다. 벤트는 작품 중반에 죽었지만, 그 이후에도 우리가 이 소설에 몰입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이 딜레마의 해결 때문이었다. 그리고 힐딩이나 릴마센, 스벤과 에베트 등 『비스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안데슈 루슬룬드와 버리에 헬스트럼은 캐릭터의 성격을 분명하게 제시할 줄 아는 역량을 지닌 작가에 속한다. 적어도 나에겐.  

 많은 사람들이 잔혹한 묘사를 원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그저 한 편의 스릴러를 맛보고 싶었으며 이 소설은 그것을 충족했다. 하지만 숨막히는 추격전이나 액션 같은 것을 이 책에서 기대하지 마라. 비스트는 지극히 일상적이니까. 무엇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그리고 등장하는 사건이 모두 현실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비스트가 지닌 '일상적임'의 가장 큰 두려움이다. 비스트의 등장인물들이 지닌 심리적 갈등을 잘 지켜본다면 소설의 재미는 더욱 더해질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을 직접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두 저자의 콤비의 새로운 작품인 『스리 세컨즈』도 읽고 싶어진다.  

 "공저의 결과물에는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힘이 담겨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왜냐하면 때로는 한데 어우러지기도 하고, 때로는 이질적이기도 한 서로의 경험과 이해를 가지고 하나의 그림을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소설은 치밀한 연구를 통해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신랄하게 들춰내는 기능을 가진 하나의 매체라고 할 수 있다." - '한국 독자를 위한 작가의 특별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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