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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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스릴러다. 모든 과정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다. 재미있으면서도 독자에게 딜레마를 남기는 소설이다. 비스트에 대한 내 느낌은 이랬다. 그 유명한 북유럽계 스릴러에 대한 첫 느낌은 이랬다. 공동 저작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한 가지 주제에 몰입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마음에 들었다. 

 『비스트』는 본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기 약 4년 전에, 벤트 룬드라는 아동성폭행범이 두 소녀를 성폭행하여 살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충격적인 생생한 묘사 이후, 우리는 주인공 프레드리크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는 앙네스와 이혼하고 유일하게 딸 마리에게 자신의 사랑을 쏟는 소설가다. 그에게 마리란 자신의 목숨보다도 소중한 존재이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동시에 성폭행범 벤트 룬드는 정신병원으로 호송되던 중 두 교도관을 폭행하고 탈출한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룬드는 유치원에서 혼자 있던 마리를 발견하고 그녀를 성폭행하여 살해한다. 이 장면은 '나영이 사건'을 연상시킨다. 그 때를 다시 떠올리면 사람들은 이 추악한 성추행범에 대해 분노를 느낄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가 탈출하여 지금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행여나 자신의 아이가 그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 할 것이다. 그 심리는 우리 주변의 아동성폭행 사건이 자주 등장할수록 불안해지는 우리나라의 부모들이 충분히 알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여기서부터, 소설은 '딜레마'를 제공한다. 프레드리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의 딸을 살해한 벤트 룬드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 그리고 결국 그는 두 아이를 성폭행하려던 벤트 룬드를 쏴 죽인다. 비록 모두가 바랬던 그의 죽음이었지만 프레드리크는 살인죄로 체포당한다. 이제 우리는 이 갈등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과연 프레드리크는 무죄인가, 유죄인가? 국민들은 그가 유죄로 선고되길 원치 않는다. 검사 오게스탐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범죄자로도 보지 않는다. 오히려 추악한 범죄자를 죽인 정의의 영웅이자, 두 아이의 부모의 큰 은인이다. 하지만 '법'은 그렇게 스토리를 단순하게 흘러가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린 작가의 뛰어난 솜씨를 통해 또 하나의 딜레마를 얻는다. 바로 벵트 쇠델룬드다. 

 내가 스릴러를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렇게 주제의 제시를 위해 또 하나의 요소를 삽입하는 솜씨가 여태껏 읽어본 스릴러 중 가장 뛰어났다. 나는 처음에 왜 순조롭게 흘러가던 스토리가 탈바카에 사는 벵트에게로 쏠리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곧 그 해답을 제시한다. 자신의 이웃집에 사는 노출광 예란을 끔찍이 싫어하는 그는 프레드리크의 무죄가 인정되면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도 예란을 죽이기로 다짐한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모두가 그토록 원하던 프레드리크의 무죄 선고가 모두에게 기쁘지만은 않는다는 것과, 그것이 또 다른 죽음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결국 소설은 프레드리크에게 유죄 선고를 내리는 것으로 거의 마무리짓는다. 마지막 교도소에 펼쳐지는 반전 아닌 반전은 우리에게 또 다른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준다. 벤트는 작품 중반에 죽었지만, 그 이후에도 우리가 이 소설에 몰입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이 딜레마의 해결 때문이었다. 그리고 힐딩이나 릴마센, 스벤과 에베트 등 『비스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안데슈 루슬룬드와 버리에 헬스트럼은 캐릭터의 성격을 분명하게 제시할 줄 아는 역량을 지닌 작가에 속한다. 적어도 나에겐.  

 많은 사람들이 잔혹한 묘사를 원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그저 한 편의 스릴러를 맛보고 싶었으며 이 소설은 그것을 충족했다. 하지만 숨막히는 추격전이나 액션 같은 것을 이 책에서 기대하지 마라. 비스트는 지극히 일상적이니까. 무엇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그리고 등장하는 사건이 모두 현실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비스트가 지닌 '일상적임'의 가장 큰 두려움이다. 비스트의 등장인물들이 지닌 심리적 갈등을 잘 지켜본다면 소설의 재미는 더욱 더해질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을 직접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두 저자의 콤비의 새로운 작품인 『스리 세컨즈』도 읽고 싶어진다.  

 "공저의 결과물에는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힘이 담겨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왜냐하면 때로는 한데 어우러지기도 하고, 때로는 이질적이기도 한 서로의 경험과 이해를 가지고 하나의 그림을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소설은 치밀한 연구를 통해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신랄하게 들춰내는 기능을 가진 하나의 매체라고 할 수 있다." - '한국 독자를 위한 작가의 특별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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