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 - 전문가 46인이 뽑은 이 시대의 숨은 명저들 아까운 책 시리즈 1
강수돌.강신익.강신주 등저 / 부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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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계에는 매년 약 4만 권의 책들이 출간된다고 한다. 여기서 약 2만 권의 참고서들을 제외한 나머지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또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간다. 한 마디로,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들은 모두 '절판'이라는 이름으로 죽음을 맞을 운명인 것이다. 물론 정말 뛰어난 책들은 개정판을 통해 '부활'하고,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수명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에 묻혀버린 '아까운 책'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은 이런 목적으로 쓰여졌다. 지난 10년 동안 사람들의 관심 속에 묻혀버린 '아까운 책'들을 발굴하고, 소개하자는 것이 이 책의 취지인 것이다. 아까운 책을 발굴하자는 소식에, 각 분야의 46명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여기에는 강신주, 정혜윤 등 꽤 낯익은 인물들도 있다. 이들의 글을 읽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산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마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읽고 싶어하는 저자의 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글도 주목할 것이다. 내가 보기에, 여기에 올려진 46편의 서평은 모두 뛰어나다. 그러니 목차만 보고 이 책을 판단하지 마시길.

 이 책은 문학, 인문, 사회, 경제·경영, 과학, 문화·예술, 총 여섯 가지의 장르로 나누어 그 분야의 아까운 책들에 대한 서평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지난 10년 간의 '아까운 책'들을 위한 오마주라고도 할 수 있겠다. 여기에 올려진 책들은 대부분 이름조차 생소한, 또는 식상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알라딘에서만 세었을 때) 소개된 책들은 대부분 세일즈포인즈가 1만부 내외이거나 절판되었다. 애초에 '아까운 책'이었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혀졌던 책들이니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책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아까운 책'의 발굴만을 목적으로 하여 그 책의 단점은 지적하지 않고 호평만 계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아까운 책'이라 소개한 책이 누군가에겐 결코 '아까운 책'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의 눈과 일반인들의 눈은 다른 법이다. 서평을 보고 마음에 들어 책을 읽었는데 내용이 너무 따분하고 어려운 경우엔, 되려 그 서평꾼을 원망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46권 외에도 아까운 책이 너무나 많다는 것. 서평 끝에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 소개되긴 하지만 한 책을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묘사한 것에 비해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에 대한 설명은 아예 없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라는 말은, 서평을 한 책만큼의 읽을 가치가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이런 아쉬움이 내 머리를 스쳐 갔다.  

 결국 『아까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소개된 책을 한 번 읽어보라는 것이다. 진심을 담아서 쓰여진 글도 있고, 약간 성의 없어 보이는 글도 있다. 하지만 모든 서평이 소개된 책의 특징을 선명하게 묘사했다. 덕분에 독자들은 아까운 책을 읽기 전에 입문서로 사용할 수도 있다. 또 처음 보는 사람들은 소개된 책이 어떤 책인지, 무슨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까운 책』을 통해 숨겨져 있던 귀한 책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책은 박상우의 『작가』였다. 이 책의 서평을 쓴 사람도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의 저자인 김민영이었다. 만약 이 책이 의미가 없었다 해도, 유일하게 의미가 있는 책이 있었다면, 바로 이 책이었을 것이다. 서평꾼이 인용하신 구절을 나는 여기에 또 다시 인용해 본다.   

 "문학을 산다는 것, 그것은 대단히 근면 성실한 자세를 요구한다. 문학은 오래 가고 멀리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습작 시절의 조바심에 시달리지 말고 소설을 기술로 배우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을 욕망의 노예로 만들지 말고 근면 성실한 노동의 대가로 얻은 결실을 담는 그릇으로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기호 소장의 추천사를 눈여겨 보라고 말하겠다. 아까운 책이 나온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슬픈 현실을 잘 지적하고 있다. 또, 개인적으로 2012년에 나오는 '2011년의 아까운 책'도 내심 기대되는 바이다. 지금도, 아까운 책은 나오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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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까운 책'에 대한 부록
    from 이프리트의 서재입니다 2011-09-17 19:45 
    (이 페이퍼는 리뷰 '아까운 책에 대한 오마주이자 입문서(http://blog.aladin.co.kr/755125167/5082937)'에 대한 부록임을 밝힙니다)1. 아까운 책들여기에 소개될 리스트는 『아까운 책』 396쪽부터 398쪽까지를 인용한 것이다. 책에서 그랬던 것처럼 가나다 순으로 배열했음을 밝힌다.『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마을 혁명』 강수돌 지음│산지니│2010년 5월『개성의 탄생』 주디스 리치 해리스 지음│곽미경 옮김│동녘사이언스│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