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답게 산다는 것
안대회 지음 / 푸른역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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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답다'는 말이 칭찬으로 와닿지 않는 시대다.  벼슬에 연연하지 않고 학문에 심취했던 '선비'의 진정한 의미 보다는 의리와 원칙만을 따지는 유통성 없는 사람, 현실에 어두운 사람으로 더 많이 쓰인다.  나 또한 '선비'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괜시리 숨이 막힌다.  선비들이 주로 활동했던 조선시대를 떠올리면 관직에 집착하고, 당쟁을 일삼고, 체면만 차리는 부정적인 모습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우연한 기회에 읽었던 '조선의 선비'의 모습을 담은 책에서 느꼈던 것은 청렴함이 곧 궁상스러움으로 다가왔고, 무언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그때의 우연한 기회는 내게 '선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에 충분했고 다시한번 인문학 서적을 기웃거리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신윤복의 미인도를 감상하면서 정말 미인답다고 생각하는 현대인은 드물것이다.  한껏 기대하고 검색해 보았던 중국의 양귀비나 조선의 황진이도 마찬가지다. 옛사람들의 미적 감각이 현대인에 비해 수준이 낮았기 때문일까?  사실이 그러하다면 그 시대의 문화유산들이 오늘날에 이르러서까지  높은 예술성을 인정받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옛것을 대하고자 할때는, 사물이나 사람을 대하는 가치의 기준은 시대마다 같을 수도 혹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내용면에서 크게 네파트로 나뉘는데 인생과 내면, 취미와 열정, 글과 영혼, 공부와 서책으로 분류되어 있고, 각 파트별로  많은  선비들이 등장한다.  우선은 저자가 선비들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방식이 맘에 들었다.  선비들을 한명씩 소개할 때마다  현재 이슈화 되고 있는 사회문제나 저자의 취미, 습관등을  화두로 던지고 자연스럽게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다. 자신의 묘비명을 직접 썼던 선비, 애서광들의 이야기,  수집 마니아, 풍류를 즐겼던 모습,  지식인으로서의 선비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나로 하여금 '선비'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책의 곳곳에 등장하는 시조와 글,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때론 미소 짓기도 하고, 때론 키득거리기도 했으며, 무릎을 쳐가며 읽은 대목도 있다. 무엇보다 과거시험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던 선비들 이야기, 조선시대 3대, 4대 베스트셀러 서책에 대한 이야기와  당시의 출판현실등 오늘날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내용이라서  관심이 갔다. 

 

 '진정한 선비'들은 팔방미인 이어야 했다.  어려서 부터 글을 읽고, 서예를 배우고, 그림을 그렸다. 음악,미술,문학등 각 분야에 대해 고루 조예가 깊어야 했고 작품을 가리는 눈을 가져야만 했다. 직접 시를 짓고 글을 쓰면서 자신의 이름을 건 문집을 내는 것을 일생동안 가치있는 일중 하나로 꼽았다. <선비답게 산다는 것>  책과의 만남을 통해 비로소 '참된 선비' 들의 세계를 알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창시절 옛시조를 읊으면서 작가와 시대적 배경, 시조의 의미를 외우느라 머리를 쥐어짜던 그 때는 옛것에 대해 이토록 친밀함을 느끼는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하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였다.  요즘들어 그말의 의미가 조금씩 깨달아지니 어쩜 내가 나이먹는 티를 내고 있음이리라.  시대가 변한다는 것은 '강산도' 변하게 하고, 사람도 변하게 하고, 대중적 가치관도 변하게 한다는 것이다.  옛사람들의 숨결을 느끼고자 하는 마음 자세와  옛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이 책에 흠뻑 취할 준비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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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에 속지 마라>를 리뷰해주세요.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 - 과학과 역사를 통해 파헤친 1,500년 기후 변동주기론
프레드 싱거.데니스 에이버리 지음, 김민정 옮김 / 동아시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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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북극을 방문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관련 기사에 의하면 이번 방문은 12월에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 회의를 앞두고 지구온난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북극의 빙하와 중심부의 얼음 두께, 온도 상승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대하니 그 심각성이 보다 현실적으로 와 닿는 것 같았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이야기한 언론 보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사프로, 환경다큐 등을 통해 구멍뚫린 하늘 파괴된 오존층에 관한 기사도 읽었고, 호주의 살인적인 가뭄에 대해서도 들었으며,  높아진 해수면으로 인해 가라 앉고 있는 남태평의 섬 투발루도 직접 보았다. 남해안에 나타난 심해성 해양생물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느꼈지만 잘게 부셔진 유빙들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는 북극의 곰들과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남극의 펭귄들을 보면서 인간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 그런데 이 책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 한마디로 '뻥쟁이들' 이란다. 우리가 알고있던, 혹은 염려하던 모든 문제들은 사실상 지구온난화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이렇다. 지표의 온도를 지구 온도와 혼란해서는 안되며, 과학자들이 제시하는 가상의 시나리오 즉, 몇년 후에는 지구 온도가 어떻게 되고 지구가 이렇게 변할 것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이다.

 

그들이 내놓은 가설은 '1,500년 기후 변동주기론'인데 현재의 기온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지구가 더워지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소빙하기'를 염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발루 같은 남태평양 섬의 주민들은 인근 나라로의 망명을 위해 쇼를 하는 것이고, 지구온난화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근거도 없고 답도 없는 기후예측을 위해 예산을 배정받기 원하는 얄팍한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빙산이 녹으면 물의 순환에 의해 어딘가에 만년설이 쌓일 것이며, 해수가 다소 높아지더라도 육지는 가벼워진 무게로 상승하므로 결코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다.

 

 '교토의정서'에 관한 언급도 있는데 개도국등의 부담을 줄이는 이유 때문에 유럽과 선진국 특히 미국의 에너지 절감을 과하게 요구하고 있어 경제발전에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식물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며 200여년은 거뜬히 쓸 수 있는 석탄 자원을 아끼기보다는 열심히 활용하여 경제를 발전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합리적 사고라는 주장이다.  

 

 모두가 지구온난화를 말할 때, 오히려 뻥치지 말라며 꿋꿋하게 주장을 펼치는 당신~ 안타깝게도 지금은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가 없다. 한 때 지구가 편평하다고 믿었던 고대인들을 비롯해서 갈릴레이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 라고 말했던 때가 불과 수세기 전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떠올릴 때, 오늘날의 과학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현재의 기후 변화가 자연스런 현상이므로 손 놓고 있어도 좋다는 식의 주장에는 도저히 공감이 안된다.

 

 분명한 것은 이상기온, 쓰나미, 허리케인, 사막화 등의 자연현상과 지구상의 생명체들이 앞다투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고, 우린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설사 후대 사람들이 '지구온난화' 문제를 21세기의 헤프닝으로 여기는 날이 올지라도 지구환경을 위해 노력했던 열정 만큼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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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듯 시크하게 Nobless Club 17
한상운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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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때 우리 문화산업을 이끌어왔던 키워드가 '깡패'였던 때가 있었다. 엄연한 범죄자들을 마치 의리로 똘똘뭉친 이상적인 집단인것 처럼 포장하고 때론 그들에 의해 상도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던 위험한 발상들, 시대의 유행이라고 하기에는 참으로 위태하고 걱정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사는 것이 힘들수록 세상을 삐딱하게 보거나 폭력적인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지 말고, 차라리 정의감에 불타는 다소 과격한 형사들의 이야기에 빠져들 것을 추천하고 싶다. 어떻게 빠지면 되냐구? 바로 무심한 듯 시크하게... ^^   

 

 주인공 정태석은 훤칠한 외모에 나름 정의감 넘치는 강력계 형사다. 태석이 불물 안가리는 열혈형사라면 그의 파트터 병철은 적당히 타협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소심해지는 캐릭터다. 함께 마약 사범을 쫓던 두 사람은 엄청난 분량의 마약 거래가 있을 것이란 정보를 입수하고 사건의 중심에 있는 변성수라는 인물을 추적한다. 싸움 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고 생각했던 태석은 변성수와의 맞짱에서 어이없이 연패하자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고, 잠적한 변성수를 끌어내기 위해 그의 연인 오선미를 주시하던 팀원들은 태석에게 특별한 임무를 맡기게 된다. 

 

 사실 태석은 불규칙적이고 사생활 유지가 힘든 형사 생활을 하면서도 많은 여자들과 가벼운 연애를 해왔던 전형적인 '나쁜 남자' 캐릭터였다. 태석은 첫만남에서 부터 자신을 밀어내려고만 하는 오선미에게 지금까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한마디로 오선미의 시크함에 끌리게 된 것이다. 그녀에게 끌릴수록 지금까지 자신에게 매달렸던 여자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가장 최근에 만나 헌신적으로 옆에 있어준 현경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열혈형사 정태석은 과연 범인과 사랑 두 가지 모두 잡을 수 있을런지. ^^

 

 법이란 99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피해자의 인권보다 범죄자의 인권이 우선시 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도대체 세상이 어찌돌아가는 것인지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범죄자들은 검거 직후부터 인권을 들먹이며 인권위에 진정을 넣어대고 해당부서는 이에 대응하느라 본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정말 기가 막힌다. 연쇄살인범이나 성범죄자의 경우 초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으며 특히 유아, 어린이를 상대로한 범죄의 경우 재발을 막기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책의 내용에도 마약사범 잡아봤자 딜러아니면 구속 영장도 안나온다 라는 대사부터, 시내에서는 교통문제 때문에 범죄자를 추격해서는 안되며, 잦은 잠복근무로 인해 위장이 멀쩡한 형사들이 없다는 하소연, 경찰이 총을 겨누어도 쏘지 못할거라며 우습게 여기는 범죄자들이 등장하는데 이것이 현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태석의 파트너인 병철의 경우도 몇년 전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큰 부상을 당한 후로 매사에 소심해진 캐릭터다.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며 밤낮으로 뛰어다니지만 정작 자신의 아내와 딸에게는 무심한 남편, 존재감 없는 아빠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안타까움에 공감이 갔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젊은 작가의 책이어서 그런지 톡톡 튀는 느낌이랄까. 깊은 감동을 주기보다는 소소한 공감과 재미를 주는 책이었다. 보통은 이런류의 책을 읽으면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이 책은 영화보다 드라마 그러니까 16부작쯤 되는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성에 있어서의 치밀함은 떨어지지만 내용 전개가 거침 없고 간간히 삽입된 격투씬 하며 특히, 각각의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어서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 무엇보다 강력계 형사들의 이야기인 만큼 막힌 속을 뻥 뚫어주는 것 같아 시원하다.   

 

 어떤 직업이든 마찬가지 겠지만 특정 직업의 경우는 남다른 각오와 사명감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다. 의료인은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법조인은 정의를 실현한다는 책임감을, 교육자는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일꾼들을 키워낸다는 소명 의식을, 언론인은 국민의 알권리 사수와 공정성 확보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경찰도 빼놓을 수 없는데 법질서를 수호하고 민생치안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투철한 사명감이 요구된다. 자신의 안전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경찰, 그들이 진정으로 존경받는 사회가 되기를... 그리고 많은 어린이들이 경찰을 꿈꾸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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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전쟁 - 세계 최강 해군국 조선과 세계 최강 육군국 일본의 격돌 우리역사 진실 찾기 2
백지원 지음 / 진명출판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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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에 관심이 많다. ^^ 역사는 그저 지나가버린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곤 한다. 같은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대할 때면, 혼란스럽다기 보다 오히려 역사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특정 인물이나 사건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재평가 되었다가 후대에 또다시 재평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역사는 시대에 따라,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역사는 카메라에 찍힌 피사체처럼 고정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에 따라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는 것이다. 
 

 <조일전쟁>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도 '다양성'이라는 부분과 연결된다. 우선은 임진왜란을 조일전쟁이라 불러야 한다는 것을 제목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맘에 들었다. 7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국토는 황폐해 지고 왕궁은 불탔으며 수많은 백성들이 죽임을 당했다. 더구나 명군이 출병했고 조선에서도 의병을 비롯해 수많은 영웅을 낳았던 사건을 단순히 왜란이라고 주장하다니 이것은 분명 역사적 오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감과 기대로 시작했던 책 읽기는 시작과 동시에 암초에 부딪혔다. 책읽다가 던져버리고 싶었다, 라는 경험을 들은 적이 있는데 기분이 딱 그랬다. --;; 차례에서 부터 '거지 같은 공신 책봉', 이거 왠 막말이지? 라고 했는데 갈수록 가관이다. 본문 첫페이지부터 '등신 같은 선조 임금', '일본애들은, '애새끼라도 오기가 있으면', '쳐먹고 놀다가', '개같은 서인'(p.25-27) 등등 표현이 너무 거칠다. 술 한잔 걸치고 까마득한 후배들에게나 할말이지(현실에서 이런 선배 만나면 다시는 안볼거지만) 대중서에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A가 B에게 억울한 일을 당하여 C한테와서 육두문자 섞어가며 B욕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C는 B에게 향할 것이기는 하나 면전에서 욕을 들어야만 한다. 개인적으로 그런 상황 매우 싫어한다. 그냥 자초지종과 억울한 일만 전달하고 공감을 호소할 것이지 왜 욕까지 해대냐는 것이다. 더구나 역사학자라면서 이토록 감정적인 표현을 쓴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 주장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냉철하게 판단하고 증거 자료를 제시하면 될 것을... 이렇게 막나가니 객관성이 떨어지고 횡설수설하는 것 처럼 보인다. 

     

 일단은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임진왜란 보다 조일전쟁' 이라는 주장에 공감하고, 당시 선조의 무능함과 썩어빠진 조정 신료들에 관한 부분도 인정한다. 솔직히 신라나 고려에 대한 사료가 워낙에 부족한 이유도 있고, 근대와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보니 조선시대가 많이 비춰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교니 성리학이니 저자가 흥분하는 것 만큼이나 싫어하는 독자들 많으리라 생각한다. 나라가 위급한 상황이나 천민들은 군에 지원할수도 의병으로 활동할 수도 없어 그들끼리 뭉쳐서 싸워야만 했다. 전쟁 후 논공행상의 부당함은 말할 것도 없고 억울하게 끌려간 백성들을 향한 차가운 시선은 그 시대를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겪어야 하는 아픔이었다. 

 

 우리 역사 바로 알기에 대한 의견은 좋은데 이순신 장군의 키가 실제보다 부풀려 졌다든지 해전의 승패에 연연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저자 스스로도 밝혔듯이 '해전다운 해전'의 기준과 승과 패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 하는 것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말이다. 이순신 장군의 최후에 대한 자살설, 은둔설과 원균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서 거북선의 실제 모습까지도 수년전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 나왔던 이야기라서 새로울 것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이순신이라는 영웅과 거북선은 역사의 한 부분에 머물지 않고 애국심을 상징하는 '신화적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유별나서가 아니라 세계 어느라든지 마찬가지다. 역사의 왜곡이 아닌, 역사의 진화인 것이다.    

  

 끝으로 한 마디만, 초장에 머리말에서 역사 왜곡의 심각성은 '수많은 멍청한 독자들이 조작된 역사에 만족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 부분에서 하도 어이가 없어서 소리 내어 웃었다. 역사 왜곡이란 그 시대의 정치가들과 그에 부응하는 역사학자들 때문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독자는 학자들이 쓴 글을 통해서 지식을 습득하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전문가들 보다 더 역사를 왜곡한다는 말인가? 대중들이 잘못된 역사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느낀다면 학자로서의 게으름을 먼저 탓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의 전적가지고 딴지 걸 여력이 있다면 동북공정과 독도 문제에 열정을 쏟으라고 말하고 싶다. 대신 욕은 하지 말고. 이런 문체로 중국이나 일본에 대응한다고 생각하면 그들이 우리 수준을 어찌 볼지 생각만해도 낯이 뜨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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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09-09-04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백지원씨의 책은 왕을 참하라를 읽었는데요. 상하로 된 두권의 책을 읽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정말 돈이 아까워 오기로 읽었던 기억이. 그 후 두번 다시 이분의 책은.ㄷㄷㄷ

푸른바다 2009-09-07 11:43   좋아요 0 | URL
제가 평소에는 긍정적인 책읽기와 서평을 자부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다소 격한 표현을 쓰게 되었답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독자들에게 어떤식으로 다가가느냐도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책인 것 같아요. 서평 올려놓고도 괜시리 마음이 불편했었는데...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빨간 클립 한 개
카일 맥도널드 지음, 안진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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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니 우리 옛이야기 중에 '좁쌀 한 알'이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한 총각이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다가 주막에 묵게 되었는데 주인에게 특별히 좁쌀 한 알을 보관해 달라고 요청한다. 주인은 어이가 없어 생각 할 것도 없이 담 너머로 던져 버렸는데 다음날 총각이 좁쌀을 내 놓으라고 하고, 주인은 쥐가 먹었다면서 둘러대고는 총각의 요구대로 쥐를 잡아준다. 이 쥐는 고양이, 말, 황소를 거쳐 정승댁 사위가 되는 영광으로 이어지게 된다. 전래동화의 '좁쌀 한 알'은 현실에서 '빨간 클립'이 되었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마침내 실현되었다. 이 얼마나 놀랍고도 신기한 일인가.  

 

카일 맥도널드는 약 1년간 총 열네 번의 거래를 통해 집을 장만한다. 처음 시작은 빨간 클립이었고 다음은 물고기 펜 한 개, 문손잡이 한 개, 캠핑 스토브 한개, 빨간 발전기 한 개, 즉석 파티 세트, 스노모빌 한 대, 야크 여행권, 큐브밴 한 대, 음반 취입 계약서 한 장, 피닉스의 일 년 무료 임대권, 앨리스 쿠퍼와의 오후, 키스 스노 클로브 한 개, 영화 출연권 그리고 다음이 키플링의 집 한 채가 되었다. 위의 순서를 보면 뭐랄까...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숫자가 연상된다. 시작부터 몇단계가 지날때까지도 클립 한 개의 가치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물론 클립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저 거래를 성사시킨 것 자체로 만족스러운 상황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정말 '크고 좋은 것'이 그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여기에는 사소한듯 보이지만 중요한 것이 있다. 매번 거래 때마다 같은 셔츠를 입는다든지 당사자가 만나서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는등의 어떤 형식을 갖추어야만 거래가 성립된다는 점등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는 것도 그렇고 서너번째 거래부터 개인블로그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거래 상황을 업데이트하고 컨트롤하면서 자신이 이 일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를 알렸던 것이 언론의 관심을 끌게된 이유가 아닐가 싶다.  지역신문이나 라디오 방송등에 조금씩 알려지면서 그와 거래를 원하는 사람들이 폭팔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는 억세게 운도 좋은 사람이었다.

 

 성공한 사람들에겐 운도 따라야 하고, 인복도 있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들은 무언가 남과는 다른 사고를 하고, 냉철하면서도 결단력 있는 사람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도 그 만의 특별함이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가진 것보다 '크고 나은 것'과 교환해야 하지만 그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 자체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어느 순간 카일은 이미 유명인사가 되어 각종 언론에 알려지게 된다. '피닉스의 일년 무료 이용권'을 거래할 쯤에 일부 사람들은 그를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기를 원했고 최종 목표인 '집'을 제안했다. 하지만 카일은 철저하게 자신이 가진 것을 진심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 유용하게 쓸 사람과 상대가 가진 것을 교환하고자 하는 원칙이 있었고 이는 최종 거래시까지 지켜졌다.   

 

픽션과 논픽션의 차이... 참으로 엄청나다. 책 표지를 처음 보았을 때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에게 전하는, 많고 많은 '자기계발서' 중 한 권이겠지 했는데 실화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갑자기 읽고 싶다는 생각이 솟아나는 것이었다. 몇번의 거래후에 그만둘법도 하구만 자칫 비웃음을 살지도 모를 일을 끝까지 해낸 끈기도 대단하고, 구두로 성사된 거래를 매듭짓기 위해 먼 거리를 달려간 정성도 대단하다. 물론 먼 거리의 경우 교환만을 위해 이동한 적은 없다. 그는 매사에 치밀하고도 신중했다.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흘리면 허리 굽혀 줍지도 않을 보잘것 없는 클립하나로 꿈을 이루다니... 정말 대단한 청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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