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클립 한 개
카일 맥도널드 지음, 안진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다보니 우리 옛이야기 중에 '좁쌀 한 알'이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한 총각이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다가 주막에 묵게 되었는데 주인에게 특별히 좁쌀 한 알을 보관해 달라고 요청한다. 주인은 어이가 없어 생각 할 것도 없이 담 너머로 던져 버렸는데 다음날 총각이 좁쌀을 내 놓으라고 하고, 주인은 쥐가 먹었다면서 둘러대고는 총각의 요구대로 쥐를 잡아준다. 이 쥐는 고양이, 말, 황소를 거쳐 정승댁 사위가 되는 영광으로 이어지게 된다. 전래동화의 '좁쌀 한 알'은 현실에서 '빨간 클립'이 되었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마침내 실현되었다. 이 얼마나 놀랍고도 신기한 일인가.  

 

카일 맥도널드는 약 1년간 총 열네 번의 거래를 통해 집을 장만한다. 처음 시작은 빨간 클립이었고 다음은 물고기 펜 한 개, 문손잡이 한 개, 캠핑 스토브 한개, 빨간 발전기 한 개, 즉석 파티 세트, 스노모빌 한 대, 야크 여행권, 큐브밴 한 대, 음반 취입 계약서 한 장, 피닉스의 일 년 무료 임대권, 앨리스 쿠퍼와의 오후, 키스 스노 클로브 한 개, 영화 출연권 그리고 다음이 키플링의 집 한 채가 되었다. 위의 순서를 보면 뭐랄까...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숫자가 연상된다. 시작부터 몇단계가 지날때까지도 클립 한 개의 가치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물론 클립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저 거래를 성사시킨 것 자체로 만족스러운 상황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정말 '크고 좋은 것'이 그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여기에는 사소한듯 보이지만 중요한 것이 있다. 매번 거래 때마다 같은 셔츠를 입는다든지 당사자가 만나서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는등의 어떤 형식을 갖추어야만 거래가 성립된다는 점등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는 것도 그렇고 서너번째 거래부터 개인블로그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거래 상황을 업데이트하고 컨트롤하면서 자신이 이 일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를 알렸던 것이 언론의 관심을 끌게된 이유가 아닐가 싶다.  지역신문이나 라디오 방송등에 조금씩 알려지면서 그와 거래를 원하는 사람들이 폭팔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는 억세게 운도 좋은 사람이었다.

 

 성공한 사람들에겐 운도 따라야 하고, 인복도 있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들은 무언가 남과는 다른 사고를 하고, 냉철하면서도 결단력 있는 사람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도 그 만의 특별함이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가진 것보다 '크고 나은 것'과 교환해야 하지만 그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 자체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어느 순간 카일은 이미 유명인사가 되어 각종 언론에 알려지게 된다. '피닉스의 일년 무료 이용권'을 거래할 쯤에 일부 사람들은 그를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기를 원했고 최종 목표인 '집'을 제안했다. 하지만 카일은 철저하게 자신이 가진 것을 진심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 유용하게 쓸 사람과 상대가 가진 것을 교환하고자 하는 원칙이 있었고 이는 최종 거래시까지 지켜졌다.   

 

픽션과 논픽션의 차이... 참으로 엄청나다. 책 표지를 처음 보았을 때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에게 전하는, 많고 많은 '자기계발서' 중 한 권이겠지 했는데 실화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갑자기 읽고 싶다는 생각이 솟아나는 것이었다. 몇번의 거래후에 그만둘법도 하구만 자칫 비웃음을 살지도 모를 일을 끝까지 해낸 끈기도 대단하고, 구두로 성사된 거래를 매듭짓기 위해 먼 거리를 달려간 정성도 대단하다. 물론 먼 거리의 경우 교환만을 위해 이동한 적은 없다. 그는 매사에 치밀하고도 신중했다.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흘리면 허리 굽혀 줍지도 않을 보잘것 없는 클립하나로 꿈을 이루다니... 정말 대단한 청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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