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드 앤드 버터 3
아시하라 히나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누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을까.
날씨가 선선해지면 책 읽기 딱 좋은 날씨라고 하지만 바람이 불고 걸어다닐만 하니 눈에 들어오는 것은 높아진 하늘 뿐이다.
책을 펴고 있으되 펼쳐진 채로 있고
눈은 책을 보고 있지만 글자라도 읽고 있으면 다행이고
허공을 헤매고 있다.
오늘은 비가 와 흐릿한 하늘에 맘 잡고 읽던 책 마무리나 해볼까 하고 책을 펴지만... 손은 티비 리모콘을 잡고 있다.
본 드라마 또 보고 보고 또 보고
옆에서 징그럽다고 눈총을 줘도 보고 또 보고..

이게 뭐야..
역시 책읽기 딱 좋은 계절은 여름이랑. 겨울이다.
밖으로 나가자고 유혹하지 않으니까..

서너달... 열심히 돌아다녀볼까....

이 세상에 가장 좋은 냄새중 하나가 빵굽는 냄새가 아닐까.. 고소하고 포근한 듯한 냄새. 밥 익는 냄새와는 좀 다른 냄새. 가끔 밥 익는 냄새에서는 비릿한 쌀 비린내갇은 이물적인 냄새를 맡기도 한다.
아직은 빵 굽는 냄새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는 듯하다.
물론 야채빵같은 내용물이 들어간 빵 냄새는 싫다.. 반찬냄새같다.. 순수한 빵. 오로지 밀가루와 이스트로만 발효시킨 빵..

문득... 밥 냄새보다 빵 냄새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빵은 내가 직접 굽지 않아서??



- 유즈키 선생님한테 빵을 왜 굽는 거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어. ` 기다리는 시간이 좋다`고. 열심히 고민하고 시험해 보고 최선을 다한 후에 그저 빵이 `자라나는 것`을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그 시간이 좋다고.

- ˝으음.. 기대하는 것과 믿는 건 조금 다르지 않을까?˝ ˝기대했다가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당연히 실망하게 되잖아. ˝
`˝자신과는 다른 생물 인걸. 컨트롤 할 수 없는 게 당연하지. ˝
˝열심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그 다음은 어떻게 자라는지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거야. ˝
˝그게 지금 나의 최선이야.
담담하게 그걸 되풀이 하는 거야. ˝
˝괜찮아.˝
˝좋건 싫건 변하지 않은 건 없으니까
그 변화가 즐거워˝


이 책을 사 놓고 읽은 줄 알았는데..
심심해 다시 읽으려고 했더니...안 읽었다.
책이 하도 굴러다녀서 읽은 줄 알았다..
근데 4권이 나왔다. 언제 나왔지? 이제는 만화책 챙겨보는 것도 일이다.. 자꾸 까 먹는다.


진짜 정신 놓고 살고 있나보다 ㅎㅎ
다른 곳에서 역시나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다
책들 틈에서.. 또 살 뻔했다..
4권만 보고 3권은 안 본듯..

챙겨!!!!!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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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9-02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전 날 추워지면... 가을인데 비가 와서 비 쫄딱 맞고 집에 가서 뜨듯한 아랫목에 이불 뒤집어쓰고 만화책 읽던 때가 기억납니다. 이 기억 참.. 오랫동안 행복하면 떠오르는 기억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9-02 23:05   좋아요 0 | URL
추워졌다 더워졌어요.. 귤 먹고 싶은데...귤은 추운 날 먹어야 제맛이에요. 아랫목에 앉아서 귤까먹으면서 만화책 보는 그 맛을 곰발님도 아시는 군요..
아파트는 아랫목이 없어요.. 그래서 싫어요.

나와같다면 2016-09-02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지 못하는 것은, 믿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지금행복하자 2016-09-02 23:03   좋아요 0 | URL
믿는다고 하면서 실상 얼마나 믿을까요? 정말 믿는다면 기다린다는 말도 의미없을 것 같아요. 그냥 그게 사는것이니까요.. 각자의 일생 잘 살겠지 하면서요..

cyrus 2016-09-02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여름은 너무 더워서 책에 집중하기 어려웠어요. 주말에는 일부러 에어컨 돌아가는 도서관에서 책 읽었어요. 집 전기세 아낄려고요. 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6-09-02 23:01   좋아요 0 | URL
휴가 안 가고 전기세 내자고 했어요. 에어컨 빵빵 틀어놓고 살았죠 머.. 고등학생들이 있어서 안 틀어줄수도 없었구요~~ 이번달 전기고지서가 무서워요 ㅎㅎ
 

혹시나 해서 그래도 혹시나 해서..
보러갔다.
같이 간 사람들 아니면 보지 않았을 텐데

덕혜옹주

소설은 신파.
영화는 판타지.

요즘 유행하는 말이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우가 개연성이라는 말.
연출이나 내용은 별로 인데 연기발로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경우에 사용되는 말이다.
덕혜옹주는 손예진이 개연성이었다.
손예진이 아니었다면 이정도의 설득력을 가지고 왔을까 싶다. . 다른 배우들이야 익숙한 역할들이어서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극에서 신뢰감을 주는 배우의 역할을 다시 제대로 느낌..

독립운동씬 -솔직히 독립운동도 아니지만 관계되어있으니까 그런다고 하고 -은 여러번 들어서 그려러니 하고 봐서인지 안타까울뿐이었는데..
제대로 뒤통수를 친것은 내게는 마지막 엔딩이었다.
장한과 덕수궁에 앉아 사이다를 마시면서 자신은 옹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 국민의 희망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회한의 말..
잠깐만... 잠깐만...
독립운동씬보다 더 기분이 쎄해지는 대사..
과연 그들이 왕족으로써 저런 생각을 하기는 했을까?
물론 나도 그들에 대해 아는것이 많지는 않지만..
소위 말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가지고 있었을까?
의문이다.
어지간하면 그들의 비참한 최후에 동정심을 가지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왜 그정도의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동정심. 연민마저 없애려고 하지?
울컥하다가 그 대사듣고 팍 깨져버렸다.
나오면서 정말 엔딩은 아니야.. 진짜 아니야...

영화를 시작할때 덧붙여 줬음 좋을뻔했다.
이 영화는 감독의 희망사항을 영상화한 작품입니다라고... 그때 조선의 왕족들이 저정도는 저정도 역사의식은 가져줬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허진호감독는 생각한걸까?
궁금해지더라는...
그들의 행적에 대해서는 조금만 조사해도 나오는 것인데..

음.....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고 하지만 그들이 저정도만 해 줬어도.. 우리의 현재가 조금이라도 달라졌을까?
드라마 구르미 그리는 달빛을 보면서 효명세자를 알게 되고서 실제 순조보다 효명세자가 조금만 오래 살았다면 이후의 조선이조금은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조. 정조..효명세자...






하지만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
그렇다.
지금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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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8-30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실이 그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민중들과는 철저히 괴리된 별개의 삶이었고..나라가 망해도(정확히는 일본제국과 합병)되었으니 왕실의 권한은 사라져도 신분상의 왕가로 일제의 관리하에 들어갔으니까요.특히 왕가라는 상징성 때문에 신분상의 권한없는 이미지는 이어졌던 역학적 관계에 놓였을 겁니다. 예를들어 러시아경우는 짜르왕가체제가 국민들로 부터 혁명의 숙청대상이 직접되었으니 집안자체가 전부 몰살의 역사를 걸었던 것과는 상당한 대비가 되는 부분입니다.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가 볼세비키 혁명으로 막을 내리죠..그게 1917년인가 1918년인가 그랬을 겁니다.... 역사 판타지는 역사가들에게는 상당히 짜증났을 겁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8-30 12:16   좋아요 0 | URL
왕조에 환상이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완용측에 모든 책임을 몰아주고 왕족들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려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어요. 조선의 왕조몰락은 서양하고는 많이 다른데.. 차라리 우리손으로 왕조를 끌어내리는것이 낫지.. 뭘 기대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왜 지금 이 시점에 저런 영화가 나와야하는지.. 그분께서 이씨왕족들 국내입국을 허용한 씬이 나온던데.. 그래서인가? 하고 잠깐 생각했었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3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라 파는 조건으로 고종이 원한 것은 월급이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금사금인가 뭔가 해서 연봉으로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았던 것으로..

지금행복하자 2016-08-30 12:19   좋아요 0 | URL
절대 백성을 생각하고 나라를 생각한 군주는 아니었던거죠.. 명성왕후도 그렇고..... 특히 우리나라처럼 극에 몰입도가 높은 나라는 정말 조심해야할듯 합니다. 관객수 느는것 보고 더 놀라고 있습니다. 더이상 역사미화 이런 기사도 안 보이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30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다 자기 살 구석 욕심내서 그러다가.... 그리 된 거지, 무슨 애국 따위 그런 것은 쌀 한톨의 크기도 되지 않을겁니다. 전 구한말 왕조를 측은한 마음으로 보는 것에 대해 반대입니다..ㅎㅎ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6-08-30 12:32   좋아요 0 | URL
ㅎ 단호하시군요. 저도 비슷한 입장입니다. 나라를 팔아먹은 책임을 묻는것이 먼저인데.. 동정심부터 유발시키고 이제는 미화까지..
역사공부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멘탈 단디 챙기려면.. ㅎㅎ

yureka01 2016-08-30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위 답글에 보니 명성왕후가 잠깐 보여서,,제가 알기로는 사치가 상당히 심했던 걸로,,,국고 탕진도...그런데 내가 조선의 국모다? 라는 이미지는 덧칠되었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나라가 망하는데 일신의 부귀영화는 조선의 기득권 세력이라면 일부를 제외한 모든 권력자들의 한결같은 모습이었죠.. 어느 역사가이던가요.. 국가의 패망은 내부적으로 망하는 길을 스스로가 제촉되기도 하였다고 서술했거든요. 백성들의 삶이야 뭐 말할 것도 없었겠지요...결국 국가의 부강은 국민들의 부와 직결되는 스위치라서요....

지금행복하자 2016-08-30 12:5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이미연이 잘못한거죠 ㅎㅎ 여기에서도 배우가 개연성을 가져버린겁니다... 일본인의 칼에 맞았다는 사실하나로 모든 패악들이 묻혀버렸고 거기에 한 몫 한것이 드라마이고 뮤지컬인듯 합니다. 냉정해져야 하는데 자꾸 감정적인 부분들만 부추키는것 같아 좀 화가 나는군요~

기억의집 2016-08-30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만이나 고종이나 도찐개찐이네요. 영화는 소설을 그대로 재현한 건 아닌가봐요?

지금행복하자 2016-08-30 21:07   좋아요 0 | URL
더 안좋은 각색인듯해요. 제기준으로 , 소설은 통속소설로 대중소설로 정말 소설처럼 읽히는데.. 영화는 담담하고 나름 진중한 맛을 주고 있어 진실처럼 보여요. 연출의 힘. 연기력이 만나 설득력을 가져버린거죠~~
아마 소설 그대로 하면 kbs1 에서 하는 아침드라마 느낌이 들었을 것 같은데.. 영화는 너무 잘 만들었어요.
 
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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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향해 불어오는 선풍기 바람에서 차가움이 느껴진다
여름내내 끈질기게 들러붙어 있던 폭염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슬슬 들어가려는 듯 하다
비 소식도 있고 아침 저녁으로 느껴지는 공기에 찬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이제 슬슬 몸이 간질간질 해질 때가 오겠지.
놀러다니기 딱 좋은 시기.
가을.
어서 오시게 가을.
올해처럼 그대를 기다려본적이 없는듯 하네...






쏘주 한 병을 옆에 끼고 읽어야 할 소설.
쏘주의 알싸한 향이 그대로 맡아지는 소설.
안녕 주정뱅이.
이 안녕은 어떤 안녕일까?
반가워서 인사하는 걸까? 아님 작별인사?
내가 읽은 안녕은 포차에서 서로 다른 테이블에 앉아 모르는 사이인데도 같은 종류의 술을 마시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평소라면 절대하지 않을
허 안녕~ 당신도 한잔 하러 왔군요 하고 인사를 건넬때의 그때의 안녕이다.
당신도? 네네 저도요?
그럼 건배~

이런 소설을 벌건 대 낮에 그것도 왠지 건전해야할 도서관에서 읽다니.. 이건 왠지 이 소설에 대한 예의가 아닌듯 하다.
인생의 맛을 알게 되면 소주가 맛있어 진다는데
음... 난 아직 인생을 모르는걸까?
화학증류주가 식도를 타고 들어갈 때의 그 싸함을 아직은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니 말이다.
쓰디쓴 쏘주보다는 달콤한 과일소주가 더 좋고 톡 쏘는 탄산이 들어간 술들이 좋으면서 쏘주 운운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이 소설에 대한 모욕일수도...

술도 못 마시는 것이 ㅋㅋ

보통 단편들은 읽다보면 띄엄띄엄 읽다가 한 두편씩 빼 먹기 마련인데 이 소설집은 처음부터 다 읽었다.
이런 일은 드문데.

봄밤.
삼인행
이모
카메라
역광
실내화 한켤레


한편한편 그 내용이 떠오르면서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드는 소설들이다.
아름답지않은 녹녹치 않은 삶의 고단함. 거짓말. 혼자서는 도저히 버티지 못할때 친구처럼 그 옆을 지켜주는 술. 벗 삼아 애인삼아 한잔 한잔 목구멍을 넘길 때마다 버석거리는 삶의 조각들도 억지로 삼키는 그래야 살아낼 수 있는 사회의 모습들이다.
이 술을 이해해야만 하는 그 씁쓸함.
삶이 아름답지만은 않고 실제로 그 삶을 버텨주는 것은 사랑같은 순수하고 맑은 것이 아니라
증오나 미움. 욕망같은 감정일 때가 더 많은 경우를 실제로 종종 본다.

다 놓고 싶다가도 그 삶을 끌어올려주는 것은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순진한 사랑이나 희생보다는 누군가에 대한 끈질긴 증오나 미움일지도 모른다.
두고보자..

삶이 10이라고 했을때 사랑 행복 이런 긍정적인 밝음은 1 이나 2 정도가 아닐까
5 정도면 무난하게 잘 살아온 삶이 아닐까
소주를 친구삼지 않아도 유행하는 사케한잔을 마실 수 있는 정도..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유연실의 목로주점의 유쾌함을 떠올릴 정도면 그래도 트렌드에 뒤떨어지지 않게 사는 그럭저럭한 삶일듯하다.

포차에 혼자 앉아 나 한잔 나 두잔.. 그렇게 잔수를 채워가다 취해 테이블에 엎드려 그래.. 그래도 이렇게 라도 사는 것이 또 인생 아니겠어~ 라고 합리화 시킬수 있는 삶에도
취해 테이블에 엎어져 18. 이런것도 사는 거라고 욕설을 내뱉는 삶에도 1 이나 2 정도의 희망과 행복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니 가지고 싶어한다.
그러니 죽지 않고 살것이다.

안녕. 주정뱅이 라는 소설에서 내가 읽은 삶은 혼자 자작하다가 취해 그래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지는 게 삶이지.. 라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마른 세수를 하면서 아니지... 살아봐야지.. 라고 다시 스스로를 다지기도 하고..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더라면서 거짓말도 하고 나 살게 해달라고 매달리기도 하고 나 살자고 두 눈 질끈 감아버리는 질근 삶의 끈도 느껴지는... 구차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라도 살고픈 그 삶의 끈길짐... 그런... 그런... 삶의 냄새가 난다..
그 곁에는 쌉싸름한 소주가 알코올향 찐하고 뿜어내고 있고...
혼자 마시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때 보고싶어 했던 그 사람이 옆에 서 있기를 기대도 하면서 실실 웃기도 하는 삶의 냄새...

바로 내 삶의 냄새...

오늘밤..
비도 오고...
삼겹살에 소주한잔 정말 해야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ㅎㅎㅎ



- 그런식으로 맥주 두캔과 소주 한병을 비우는데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몸은 으슬으슬 떨렸지만 속은 후끈후끈 달아올랐다. 꽉 조였던 나사가 돌돌 풀리면서 유쾌하고 나른한 생명감이 충만해졌다. 이게 모두 중독된 몸이 일으키는 거짓된 반응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까짓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젖을 빠는 허기진 아이처럼 그녀의 몸은 알코올을 쭉쭉 흡수하기를 원했다 ( 봄밤. 33p)




- 아무튼 언니 편지를 읽는데 문체인지 뭣지에 들어있는 마음이나 기운같은게 으스스 느껴지는데, 못된 말을 쓴 것도 아니고 다 평범한 말뿐이었는데, 이상하게 무섭고 서럽더라 (이모. 79p)

- 당장이라도 과도를 움켜쥐고 무엇을 찌를 듯이, 장갑 속의 언 손가락들을 바르르 떨게 만드는 이 붉고 어두컴컴한 증오는 무엇인가. 그걸 알 수 없어 그녀는 오른속으로 왼손으로 쥐었다 놓고 왼손으로 오른손으로 쥐었다놓았다 (이모. 94p)

- 그 애를 지진 이유는 단순했어. 성가시고 귀찮았던 거지. 단지 그뿐이었어 (이모. 105p)

- 나도 애초에, 이렇게 생겨먹지는 않았겠지. 불가촉천민처럼. 아무에게도, 가닿지 못하게, 내 탓도 아니고, 세상탓도 아니다. 그래도 내가, 성가시고 귀찮다고, 누굴 죽이지 않은 게 어디냐? 그냥 좀, 지진거야. 손바닥이라, 금세 아물었지. 그게 나를, 살게 한거고. (이모. 106p)




- 누나는 나쁜 사람이 될 능력도 없는 사람이야. 하고. 꼭 착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악에 대해서 무능한 사람이야. . (카메라. 133p)

- 그렇게 꽉 쥐지 말아요. 문정씨. 그래야 살 수 있어요 (카메라. 135p)


- 그것은 어쩌면 10년전에 지자체에서 그 길을 다시 포장하면서 돌길을 깔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보다는 1년 9개월 3일전에 문정이 지나가는 말로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일 것이다. 삶에서 취소할 수 있는건 단 한가지도 없딘. 지나가는 말이든 무심코 한 행동이든, 일단 튀어나온 이상 돌처럼 단단한 필연이 된다 (카메라. 136p)



- 나는 점점 비인칭이 되어가고 있어요. 내가 보지 못한다고 아무도 나를 주체로 여기지 않아요. 그걸 받아들이는 게 아직도 때로는 분하고 힘이 들어요. 하지만 가끔은 여전히 명랑한 주체 인 양 거울을 보고 명령합니다. 내 안의 장님이여, 시체여, 진군하라! (역광. 172p)


제일 좋았고 읽으면서 울컥했던 작품은 이모.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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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8-26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낮술 한잔 땡깁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8-26 16:58   좋아요 1 | URL
ㅋ 이제 날이 좀 선선해 지면 낮술 마셔도 좋을 것 같아요. 너무 더워서 확 가버릴까봐 못 마시고 있었는데... ㅋ
가을은 낮술의 계절이 아니겠어요? ^^

후애(厚愛) 2016-08-29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시원해서 참 좋아요~
행복한 한 주 되세요.^^

지금행복하자 2016-08-29 15:10   좋아요 0 | URL
많이 시원해졌어요~ 좋은 한 주 보내세요^^
 

구르미 그린 태양빛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만나게 되는 새로운 시선들.
그냥 볼때와 당겨서 볼때와 멀리 밀어서 볼때 그 시선들의 차이로 만들어지는 왜곡들. 그리고 낯섬들.
그 낯섬이 실제 스스로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당연하기에 더 낯설게 느껴지는 아이러니.

항상 바다는 그 곳에 있고
이곳에 온 것은 나이다. 움직인다는 것은 시선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사는것 또한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삶을 영위하는것은 각자의 프레임대로겠지만
또 그 프레임이란 것을 깨기란 정말 어렵겠지만
가끔은 일부러라도 당겨도 보고 밀어 놔보기도 하고 뒤집어보려고 노력해야한다.
별 이유는 없다.
모든 행동이나 일에 이유가 반드시 있어야할 필요는 없다.

다만
내가 나도 모르게 만들고 있을 프레임들이 나도 모르게 균열나 있고 그래서 언제든지 깨어질 준비가 되어 있기를 원할 뿐이다.
나도 누군가의 프레임에 들어가는 것이 싫지만
누군가가 내 프레임에 갇히는 것도 싫다.
말랑 말랑하거나 미세금들이 많아서 잘 늘어나든지 부서지더라도 다치지 않게 잘 부서지기를 바라면서
나라는 육체는 다만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것이 최선의 노력인듯 하다.

같은 하늘을 보더라도
같은 장소에 있더라도
담아오는것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 다름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사진을 찍으러 다니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다


- 함평 돌머리 해수욕장에서
산이나 들판과는 달리 바다는 많은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인지 바다를 좋아하지 않던 내가 사진을 찍으면서 바다를 자주 찾게 된다.
석양을 보고 와서 일까
좀 감상적이 된듯 하다
석양은 일출과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아무리 붉어도 아무리 예뻐도 베어나오는 쓸쓸함이 있다.
석양을 보고 온 날은 소주 한잔 해야 하는데
요즘은 불러내고 싶은 친구도 없다.
그냥 혼자가 좋다.

그러나 여름바다바람은 여전히 뜨겁고 끈적끈적 소금기를 담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여름바다는 좋아지지 않는다.
온 몸에 소금이 버석거리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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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6-08-26 0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사진이 사진이 대박이에요!!!!

지금행복하자 2016-08-26 09:21   좋아요 0 | URL
대박까지는;; (삐질삐질~) 멋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yureka01 2016-08-26 0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낯섬이 익숙해질때까지...익숙함이 낯설때까지...그 속에 빛이 있었네.(크아...좋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8-26 09:20   좋아요 1 | URL
크아~~ 소주 한잔 생각나게 하시는 데요~ ㅋ

단발머리 2016-08-26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양빛과 바다의 어울림이 너무 멋지네요~~ 정말 근사해요~~

지금행복하자 2016-08-26 09:19   좋아요 0 | URL
하나보다는 둘이. 셋이 함께 어울리는게 더 멋져요~ 자연의 조화겠지요?

보슬비 2016-08-26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보니 제가 다 두근거려요.
사진도 멋진데, 직접보면 더 멋졌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8-27 01:03   좋아요 0 | URL
황홀이요. 좋은 날씨는 아니었는데도 석양은 황홀이요~~
 

지난 주 해마다 하는 평화.통일 행사를 마쳤다.
도서관 시작하자 마자 시작한 통일행사였는데 벌써 4회다. 첫해를 제외하고는 마을에서 동네에서 스스로 치룬 행사이다.
˝마을 에서 부는 통일바람˝

올해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모습으로 만들어가자는 취지에 우리 도서관은 도서관 앞 홀에서 4회 평화 통일 행사를 진행하였다.

˝불어라 통일바람~~ ˝

평화통일 음료나눠 마시기. 평화통일에 관한 책전시. 책 읽어주기. 태극기 만들기. 영화감상. 그리고 통일수다방등등

정신없이 행사를 치르다 보면 가끔 본질적인 내용은 묻힌채 현상만을 쫒는 경우가 종종 있다. 참여인원이 얼마였는지등등..하던 행사이기때문에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고..
결국 행사의 본질적인 부분이 고민되지 않은 채 행사를 위한 행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평화 통일를 주제로 올해 행사를 평상시처럼 치뤘지만 행사를 치르는 동안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얼마나 했는지 목적했던 의도를 잘 전달했는지에 대한 부분은 빠져버리고 만다.
실례로 통일에 대해 이야기해자는 자리를 만들어놓고 사람을 동원하지 않고 도서관내의 동아리 자원사서들의 참여를 기본으로 하고 그 시간에 도서관을 이용하는 있는 이용객들을 자연스럽게 참여할수 있도록 유도하자고 만든 자리였는데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을 일부러라도 잡아야하나? 하는 생각을 순간하게 된다 ㅋㅋ
정말 그 순간 원래의 의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생각이 사라지는 것이다..
행사를 마친 후 평가자리에서도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은 행사규모인듯 하다. 물론 함께 하는 참여인원이 중요하다. 함께 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들만의 잔치가 되고 그러다보면 일하는 사람들은 맥 빠지기 마련이니까..
와글와글 북적북적한 행사장은 보기에도 좋고 뭔가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끝낸 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허전한 기분이 드는것은 어떤 의미일까?
왜 이걸 하고 있지? 나 또한 어떤 당위성으로 이 행사를 치르것은 아닐까? 너에게 남은것은 뭐니?

묻고 묻고 또 묻는다.
나 스스로에게.

끝난지 며칠이 지나고 좀 차분해 지는 지금, .또.. 자문하고 있다.
과연 올해는 이것을 계기로 평화통일 이야기가 얼마나 되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마음을 담아 치룬 행사였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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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5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5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8-25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프로필 사진 바꾸셨네요.
보검이가 왕자님 됐어요. 으하핫!!!

지금행복하자 2016-08-25 16:00   좋아요 0 | URL
ㅋ 지랄까칠 왕세자 얼굴이 개연성이 가진 왕세자가 되어버렸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