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끌려 구입했다
<말하기엔 사소한>
구구절절히 말하기에는 뭔가 좀스러워 보이기도 할것 같고 굳이 다 말로 해서 좋을 게 뭐가 있을까 싶어 넘어가는 일이 많아진다
이 만화에서는 무엇이 말하기에 사소한걸까?
호기심이 생겼다

시작이 쎄다
사랑에 실패한 후 섹스중독에 걸린 20대의 여자.
그리고 진정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극복하게 되는 일종의 성장스토리이다.

19금인지도 모르고 구입했다 ㅎㅎㅎ
배송된 책을 보고 헐~~ ㅋㅋㅋ

전체적인 그림으로는 그리 나쁘지도 않았지만
아쉬운 점이 많은 작품이었다.
밀도있는 여주인공의 감정표현. 극복과정등..
수박겉핧는 정도였다..
왜 굳이 섹스중독이라는 설정이 이 작품에서 필요한걸까?
그림으로 그런 장면을 보여준다고 해서 성인용이 아니라 좀더 깊은 밀도깊은 성인의 사랑을 보고 싶었는데, .
그래서 성인용 이라는 딱지가 붙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 소재가 아니어도 충분할 것 같았는데..

중독증에 빠지게 되는 과정도 거기에서 나오는 과정도 설득력이 약하고 너무 단순하게 그려진듯하고..
2권이라는 짧은 권수가 문제 였을까?

좀 더 길게 그려 변화 극복과정을 촘촘히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 .
작가의 필력이 많이 아쉬운 작품이었다.
시도와 의도는 좋았는데...

여성용 성인만화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풀어갔은지 기대가 됬었는데 섹스씬만 있을 뿐 여타의 감성적인 만화들과 다를 바 없어 좀 많이 아숴웠다.

하지만 이를 기점으로 성인용 여성관점의 만화들이 나왔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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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02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섹스중독은 상당히 심리적인 상처일텐데,(아닐 수도 있나? 여튼) 좀 더 밀도 높은 분석이 필요한 이유겠지요..책에서는 원인과 치유의 과정은 어떠하던가요?

2016-10-02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0-02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분명 중독이란 하나의 병증일텐데 그에대한 언급이 없는 부분이 다소 아쉽네요 .

지금행복하자 2016-10-02 11:32   좋아요 1 | URL
맞아요. 흔하지 않은 병증인데 생각보다 허술하게 다뤄졌어요.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단순한 소재로만 쓰여진것같아 더 그래요~~ 아마 셰인같은 영화를 기대했었나봐요.

[그장소] 2016-10-02 11:38   좋아요 0 | URL
그래도 지금 행복하자 님 글 때문에 그 부분이 급 호기심이 생겼으니 좋은 거라고 생각하자고요 . 적어도 섹스라는것이 단순한 운동효과만 있는 게 아니라고 환기하는 정도까진 가지 않겠냐 하고요..^^ ( 너무 멀리 보나? )

지금행복하자 2016-10-02 13:36   좋아요 1 | URL
ㅎ 잘 만든 성인만화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그장소] 2016-10-02 13:41   좋아요 0 | URL
네~^^ 어딘가엔 있지 안을까요? 이름이 안 알려져 빛을 못보는 ...ㅎㅎㅎ

컨디션 2016-10-02 1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9금인지 모르고 구입했다,에 저도 ㅎㅎㅎ 합니다. ㅎㅎㅎ
그나저나 일단 만화책이니만큼, 자제 분들의(아직 미성년으로 알고있습니다^^) 호기심 천국은 어떻게 관리하실 것인지 전 그게 궁금하네요^^

지금행복하자 2016-10-02 13:41   좋아요 1 | URL
우리 애들은 제 책에 관심이 없는것 같아요 ㅎ 서로의 취향도 많이 다르고.. ㅎㅎ
어릴 때 더 야릇한 책 침대위에 며칠을 놔 둬도 쳐다도 안 보던데요 ㅎㅎ 몰래 봤을까요? ㅎㅎ
고등학생인데 저 정도는 알지 않을까 싶기는 하지만 솔직히 다른책들처럼 아무대나 두지는 못하고 책꽂이에 다소곳이 눈에안띄게 꽂아두었어요~ 굳이 일부러 보라고 할 필요는 없을듯 해서요 ㅎㅎ
남자아이들이라 커갈수록 더 소심해지는? 눈치를 봐지는? ㅋ 엄마가 되는듯 해요 ^^

cyrus 2016-10-02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와 제목만 보고 낚이셨군요. 19금 불가 표시가 작게 나와서 이거 못 보면 순정만화처럼 느꼈을 겁니다. ^^

지금행복하자 2016-10-02 20:40   좋아요 0 | URL
ㅋㅋ 완전 낚였어요 ㅋㅋㅋ

지나가다가.. 2016-12-27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으로 접하셨으니 그런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하네요~
저는 연재중일때 웹툰으로 일주일에 한 회씩 봤었거든요.
합치면 2권분량이지만, 비교하자면 연재 웹툰때는 월화드라마였다면
책으로 정발난 건 극장판애니매이션 같달까요
연재중일땐 정말 일주일을 기다리면서 한회한회 소중하게 여러번 봤더니 내용상 부족한 것들은
저 스스로의 생각으로 많이 채워지더라구요 저는 그랬던것 같아요!!
매회마다 독자들이 서로 댓글로 얘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끝난지 얼마 안됐는데 그리워요! 암튼
오랜만에 생각이나서 검색해보다가 댓글 남겨봅니다!!ㅎㅎ
 

ippo 4를 읽으면서 추석때 조카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올 추석은 형님이 여행을 가셔서 준비만 해 두시고 조카와 내가 차례상을 준비하게 되었다.
덕분에 조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 ㅎㅎ
이야기중 집밥 이야기가 나왔다.
무슨이야기를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은데..

내가 문득 그런데 솔직히 엄마가 해준밥 다 맛있는거 아니지 않냐? 나는 우리 엄마 밥 안 좋아하는데.. .
조카도 처음엔 아니라고 했다가 생각해보니 그렇다고 ㅋㅋ
자기는 김치에는 손도 안 된다고 ㅋㅋ
형님네 김치는 맛있다고 나름 소문난 김치임에도 딸인 조카는 김치를 먹지 않는다..ㅋㅋ

나는 집밥이란 결국에는 엄마가 해 준 밥이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위해 차려준 밥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결혼하면서 여자들이 말 하는것이 제일 맛있는 밥이 남이 해준 밥이라고 한다고.. ㅎㅎ

나만을 위해 소박하지만 밥을 짓고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준비해주는 그 것이 대접받는 기분이 들고..
그래서 집밥 집밥 하는 것 같다고..
아직 어린 조카는 잘 이해는 안 가지만 어떤기분인 지 알겠다고.. 좀 더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알게 되거라고 말했다.

수제화를 만드는 사람 이야기인 IPPO를 보면서 집밥이 생각나더라는.. .
그리고 몇년전.. 커피한잔을 사면서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던 그 때가 생각났다.
커피한잔 주세요.. 하고 직원이 내려주는 커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주인이 출근 하면서 커피 맛 어떠세요? 날씨가 습해서 원두를 다시 갈아야 할것 같다고 원두 갈아서 맛을 맞춰 주는데.... 개인 커피숍도 아니고 프렌차이즈커피숍에 별 기대없이 들어간 곳 이었는데..
감동이었다. 한 잔의 커피에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꽉 차 오르는 느낌..

이 기분을 느끼고 싶어 집밥을 먹고 싶어하는것 같다.
실제 식당에서도 이런 느낌을 주는 곳이 있다.
그런 곳은 자주 가게 되는 것 같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올 때인가 보다..
찾는 전화.. 일정들.. 일..



- 자기한테 철저하게 맞춰서 만들어진 물건은 세상에 그렇게 많지 않거든. 보통 살면서 시야에 들어오는 물건의 대부분은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게 아냐. 주문화는 기술을 연마한 장인이 자신만을 위해 좋은 재료로 손이 많이 가는 구두를 만드는 거지. 그걸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일해서 얻은 돈으로 실현하잖아? 물건이 갖는 가치 이상의 것을 바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수긍이 가 (30p)





4년만에 폰 바꿨는데.. 한달만에 다시 교환해야 하다니., ㅠㅠ 간만에 맘에 드는 폰 만났는데...
버틸까 싶다가도 계속 문자에 .. 폰 켤때 마다 배터리 공지 떠서 귀찮아서귀 라도 바꿔야 하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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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20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에 기름진 음식을 잔뜩 먹고 나면 명절 끝나는 날부터 집밥이 당기지 않아요. 그게 제가 겪은 명절 증후군이에요. 올해 추석은 술과 고기를 멀리해서 집밥을 맛있게 먹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술과 고기의 맛이 그리워졌어요. 평소에 먹기 힘든 맛있는 음식을 안 먹어도 명절 증후군이 생겨요. ^^;;

지금행복하자 2016-09-21 10:38   좋아요 0 | URL
집을 벗어나야 집밥이 그리워지나 봅니다 ㅎㅎ 저도 명절때는 매운 치킨. 삼겹살 요런것이 땡겨요~ ㅎㅎ
 

삶을 갉아 먹는 것은 무엇일까?
예전에 영화제목에도 있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독일영화였던것 같은데
제목에 끌려 봤었던 기억이 난다.

못생긴 여자의 성공기라고 생각만 하고 일종의 성장소설이라고 생각해서 별 기대없이 시작한 소설이다. 시작은 역시나 예쁜 엄마. 멋진 아빠. 괴물같은 주인공.. 그리고 못생김을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의 자존감을 갖고 타인으로 부터 인정받기위해 당연히 가져야하는 재능.. 특별하지만 어떤면에서는 비슷한 친구. 그런 그녀를 지지해주는 몇몇의 마을 어른들. 어찌보면 진부한 내용이고 뻔한 진행이지만
사는 것이 그리 특별한것이 없는 것은 사실이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많이 달라지지 않은 것도 사실인걸 보면
이런 이야기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고 나 또한 계속 읽을 거다.

진부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삶.
진부해지지 않지만 평범한 삶.
못 생긴 여자 에서는 그 삶의 바닥에 두려움이 깔려있다.
집안에 대한 두려움. 과거에 대한 두려움. 비밀에 대한 두려움. 이 두려움들이 삶을 파괴하기도 하고 이 두려움이 삶을 지키기도 한다.
두려움을 극복해나가려는 작은 몸부림들이 결국 진부해지지 않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인듯하다.

책 자체보다 그 제반에 깔린 정서가 더 기억에 남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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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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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귀향을 보면서 아쉬웠던 것들이 소설 <한 명>으로 숨통이 트이는 기분.
근본적인 해결. 가해국의 잘못 인정과 진정한 사과가 없는 상황에.. 당국의 진실규명과 사과를 받아내려는 의지가 없는데 단순히 그들의 아픔을 굿으로 한풀이 해내려는 것이 아쉽고 또 아쉬웠었고.
그들의 모습을 너무 세게 표현하는것을 보고 과연 이렇게 까지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인지 보면서도 보고나와서도 불편했었는데...
그러지 않아도
많은 것들을 구구절절히 보여주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어 개인적으로 고마운 소설이 되었다.

한명이지만 한명이 아니고
한 명의 이야기지만 그 한 명의 이야기가 아님을..
작가의 상상력과 실제 그 분들의 실화가 대화속으로 서사속으로 녹아들어가 한 명이 됨을 보여주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있을법한 모습이
담담해서 건조해서 간결해서
이것이 소설이 아니라 다큐였었나 할 정도로 일상적이어서 더 먹먹해진다.

L의 운동화. 한 명.
작가 김숨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기억의 본질.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까지..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최근의 나온 글들중 가장 공감하면서 읽었다.
이름없이 살던 한 명이 마지막 남은 한 명을 찾아 가면서 풍길이라는 자신을 이름을 찾아 한명을 찾아가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나비로 훨훨 날아가는 것 보다 두 발로.
이름을 가지고 스스로 찾아가는 그 한 걸음. 한 걸음..
한 걸음이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한 걸음이다.

김 숨이라는 작가에 나의 개인적인 편애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연달아 김숨의 사회참여적인 소설 두권을 읽으면서
기억이라는 것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세월호를 겪으면서 가장 많이 이야기했던 부분이 잊혀진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세월호 슬로건이 기억하자 0146 이었다. 잊지말자가 아니라 기억하자로..
욕하는것 보다 잊혀지는 것이 더 두렵다는 말이 생각난다.
어떤 일이든 잊혀지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잊지 않으려고 아니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는 기억시키기 위해.. 또는 스스로 기억하기 위해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동안 계속 순례를 할것이고
또는 그들과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 해야할 일을 하면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기억해야만 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언젠가 이 기억해야만 하는 일들이 기념하는 일들이 되는 날이 올거라 희망한다.
그리고 기대한다.



- 그녀의 집이 아니지만, 그녀가 사는 집이다. 그녀가 태어난 집이 아니지만, 그녀가 죽음을 맞을 수도 있는 집이다.
그녀는 아침 저녁으로 양옥집을 제 몸뚱이처럼 쓸고 닦고 돌보지만, 자신이 살았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각별히 조심한다
그녀는 벽에 못 하나 박지 않는다 (196p)

그녀에게 바람이 있다면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사는 것이다. 남에게 아무 폐도 끼치지 않고 조용히 살다가 죽는 것이다 (197p)

- 신에게 소원을 빈다면 그녀는 하나만 빌것이다. 고향 마을 강가로 자신을 데려다 달라고. 열 세살 그때로.
인간이 마침내 달나라에 가게 되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그녀는 속으로 비웃었다. 과학이 발달해 인간을 달나라에까지 보내게 되었을지는 몰라도, 그녀를 고향 마을 강가에 도로 데려다 놓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녀의 고향 마을 강은 달보다 더 먼곳에서 흐르고 있었다 (210p)

- 그녀는 평택 조카가 `원망스럽지만 원망하고 싶지 않다.` `세상 그 누구도 원망하거나 증오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용서할 수 없다. `

그 한 마디를 들으면 용서가 되려나?
신도 대신해줄 수 없는 그 한마디를. (248p)


- 그녀는 그이를 만나러 가는 것이 금복언니를 만나러 가는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금을. 동숙언니를. 한옥 언니를, 후남 언니를. 기숙 언니를...
그녀는 마침내 그이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이를 만나는 게 평생을 벼르던 일 같다.... 그녀는 그 이가 자신과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 줄 알았다. 그 이가 입원한 병원 또한 다른 도시에 있는 줄 알았다. 그렇게 가까이에 그이가 살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던 탓에 허탈감마저 들었다. 그렇게나 만나고 싶어 했으면서도 막상 그이를 만날 생각을 하자 그녀는 두렵고 떨린다...

세상으로 눈길을 주면서 그녀는 새삼스레 깨닫는다.
`여전히 무섭다`는 걸.

`열 세살의 자신이 아직 만주 막사에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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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05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글을 보고 난 후에 도서관에 들렀는데 마침 이 책을 발견했어요. ^^

지금행복하자 2016-09-05 20:57   좋아요 0 | URL
읽어보라는 계시일까요? ㅎㅎ

커피한잔 2016-09-06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맘이 아플거같아 읽을 용기가 안났는데 읽어봐야 겠어요 그래야할꺼같네요..

지금행복하자 2016-09-06 14:0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마음이 아플것 같아 이런 류의 채ㅣ 잘 안 읽는데.. 읽기를 잘 했다 싶었어요.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기는 소위 민주화운동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수업하고 있는 학교 안까지 최루탄과 소위 지랄탄이 돌아다니고 간간히 검문을 당하면서 학교를 다녔었던 기억이 있다. 수업교재였던 프린트물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로- 그 프린트가 불법유인물인지 누가 아냐고- 경찰서에 끌려간 친구도 있었고 검문을 피해 모르는 남학생을 데리고 학교로 들어가던 시기였었다.

심지어는 시위하다가 쫒기는데 골목골목을 다니고 담을 넘고 모르는 집에 들어가기도 하는 그런 꿈을 꾼적도 있었다. 열혈 운동권도 아니었는데.. 왜 그런 꿈들을 꿨는지...

 

L의 일이 있었던 87년은 고2였던 것 같다.

솔직히 학교 다니느라 바쁘고 사회에 관심도 없었던 고등학생이었다.

물론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아니었는데 사회보다는 나 자신에 더 열심이었던것 같다

그래도 야자시간에 밖에 나가지 말라는 선생님의 말은 기억이 난다.

특히 시내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간간히 몰래 학교를 빠져나가 시위현장에 다녀온 친구들이 있었다.

몸 가득히 최루탄 냄새를 풍기면서 두 눈이 빨개져 야자가 끝나기 전에 들어온 친구들이었다.

그냥 그려러니.. 하고 저런 학생도 있구나 했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된건 대학가서였다.

책읽고 토론하고 그러면서 대학시절을 보내고 시위현장에 나갔던 적도 있다.

그러나.. 과연 내가 뭘 알고 했던 일일까 하는 것에는 지금도 의심스럽다.

그 당시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었을까?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들과 함께할 수 밖에 없는 현상...

과연 그 행동을 이끌어낸 의식이 자발적인지는 과연...

물론 그 때의 소위 학습과 토론으로 지금의 나를 만드는데 조금은 영향을 줬을 수도 있지만..

한 사람의 의식을 만드는 것은 개인의 노력뿐만이 아니라 집단의식이라는 것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만약 내가 그때 그 시대를 아니 그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면 그런 책을 접했을 까 싶기도 하고 그런 행동을 함께 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

 

현재 그 때 그 사람들을 만나면서 - 물론 의식적으로 만나지는 않는다. 나는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 과거이야기를 하는 것이 별로 안 좋아한다- 그들과 함께 있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

과거가 소환되고 추억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과장되고 미화되고.. 그런 느낌이 든다.

그때는 그 분위기 안에서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것도 있었다고 생각드는데..

그들은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에 대해서도 과장되게 기억하고 있는 것도 불편하고..

일일히 나는 그런 사람 아니었거든요... 라고 말하고 다닐 수도 없고~

그때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같이 하게 된 것일 뿐이에요.

그정도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에요..  그러니까 제발 과거를 불러오지 마세요..

잊고 있었던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그 모든 것들을 기억하기를 바라지 말라구요. ㅎㅎㅎ

기억도 안나고 굳이 기억하고 있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 학교 학생이었다는 것을 정말 많이 느끼게 해준 것은 학교를 다닐 때가 아니라 지금 현재이다. 아~~~ 내가 그 학교를 다녔었구나.. 그런데 왜 나는 그들이 말하는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지?? ㅎㅎㅎㅎㅎ  왜 저 사람들은 내가 그 사람들을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하지? ㅎㅎㅎㅎㅎㅎ  출신학교에 대한 오해이고 나에 대한 오해이다 ㅋㅋㅋㅋㅋ

 

물론 이후 그 세대들이 보여주는 실망스러운 모습이 더 그렇게 느끼게 했었을 수도 있고..

실제 그 떄 학교를 다닌던 선배들.. 정계에 진출을 많이 했다.

프로필을 보면 **대학 학생회장 출신. 이라는 어구를 보면 좀.. 그렇다.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하고 좀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게 자랑스러운 과거를 가진 사람들이 어른이 된 이 사회에 대해 이야기할때는 본인은 그런 어른이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고...

 

말이 길어졌다..

내가 하고픈 이야기는 과거는 미화될 수 밖에 없고 사람은 영웅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그 당시의 이슈를 몰고 왔던 사람들에 이야기는 더욱더 그렇다.

가끔 그들의 평전을 읽어볼 기회가 있어 읽어 보는데.. 대부분이 그렇다.

어느면에서는 영웅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수가 없다.

 

이 책을 선택하면서 여러 번 갈등을 겪었다.

이전의 그런 책들과 별 차이가 없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김숨작가니까 좀 다를거야. 하다가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싶기도 하고..

실제 L이 살아있다면 지금의 그 세대들과 달랐을까? 스스로 변질되었다고 인정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기도 하고.. 여러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책 한권 고르면서 이렇게 까지 고민해본적이 최근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작가에 대해 실망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고 이런 류의 책에 대해 신뢰가 없어서이기도 했었던 것 같다.

정말 작가가 김숨이 아니었다면 절대 고르지 않았을 것이다.

반신반의하면서 작가 믿고 가보자 하고 고르고

정말 숨 골라 가면서  읽었다.

 

역시 김숨이었다.

김숨은 영리했다.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과거가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L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해 아니 그가 남긴 아니 누군가에 의해 남겨진 운동화에 그의 가치를 담아가고 있다. 잊고 있었고 완성되었다고 착각했던 우리들의 오만을 불러일으키고 그러는 도중에 지워졌던 진정한 가치를 운동화를 통해. 그의 운동화의 복원을 통해 우리의 의식속에서 바스라져가던 그 기억과 그것에 대한 가치들을 복원해내고 있었다.

우리나라 복원 현실에 대해 알고 있다면 소설속의 복원과정이 이상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복원에는 시간이 들수 밖에 없고 시간을 충분히 들인다면 이성은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감정적으로 독자들에게 가치를 들여미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것을 매개로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지금쯤은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었다. 내가 <L의 운동화>를 통해 읽은 것은 운동화의 복원이 아니라 김숨이라는 작가의 기억에 대한 복원이었고 이는 결국 그 시대를 거쳐 성장했던 우리들의 기억을 복원하는 것이었고 그 이후의 세대들에게는 새로울 수 있는 그때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었다.

 

내가 느끼는 과거에 대한 불편함이 문제가 아니라 내 안에서 그것들을 정리하고 다시 복원시켰어야하는데 그대로 묻어버리려고 했었던 것 같다. 그들을 기억하는 후대들의 모습때문에 그들의 지정한 의의마저 눈감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들도 저들과 다르지 않았을 거야. 지금 이곳에 없기 때문에 저런 평가를 받을 수 있어라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지금의 감정을 이입해 그들을 폄하할 필요는 없었는데...

 

그 기억의 가치. 복원의 가치. 잊지 말아야 할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 책이다.  

낮지만, 작지만, 차갑지만, 담담한 목소리가 더 뜨겁고 더 크게 울리는 책이다.

 

 

 

 

-속삭임은 물질이 아니라 비물질이다. 실재하지 않은 데다 구체적인 형상을 띠지 않은 비물질은 인간의 의식과 오감을 자극한다. ( 34p)

 

-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L의 운동화를 제대로 보았다고 말 할 수 없었다. 내가 본 것은 L의 운동화 전체가 아니라 일부분이다. 굽이 절단 난 밑창, 굽에서 떨어진 조각들, 부스러기들이 내가 본 전부다. (79p)

 

-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은 그 개인의 기록물이기도 하다는 걸. (81p)

 

- " 저 운동화가, 우리 아들이 신었던 운동화라고 하니까, 우리 아들의 운동화인가 보다 해요.... 우리 아들의 운동화 인가 보다.... 나는 솔직히 저 운동화가 우리 아들이 신었던 운동화인지 잘 모르겠어요..... 해야 할 말을 하기 위해서, 해야 할 말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침묵하는 것보다 침묵하지 않은 것이 때로 얼마나 가혹한 일인지를, 그녀는 자기 자신에게 말을 하듯, 모두에게 말하고 있다. 그녀의 목소리는 크지 않으면서 크고, 낮지 않으면서 낮고, 느리지 않으면서 느리다. (125p)

 

- 그런데 신기하게도, 완전히 다른 기억들의 경우 오히려 일치를 보는 것이 쉬웠어요. 어느 한 쪽이 자신의 기억이 아무래도 틀린 것 같다고 지레 포기를 하거나, 어느 한 쪽이 강력하게 자신의 기억이 맞다고 우기거나 했으니까요. 문제는 아주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기억들이었어요. 그런 경우는 어긋난 부분들을 맞추기가 어려웠어요. (132P)

 

- L의 운동화는 그러나 L이 아니다. L의 운동화가 신화화 되어서는 안된다. L이 그의 유품인 운동화에 집어삼켜져서는. (145P)

 

-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고 결정짓는 것은 시차를 두고 일어나는 여러 우연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조화가 아닐까. 그 조화에 달려 있는게.  ( 156P)

 

- "많은 이들이 이 사진때문에 나를 비난하리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것이 뭐 어떤가요. 학살이 벌어진 지 70년이 흘러 만난 두 인간일 뿐이에요. 선의의 행위를 어째서 분노 때문에 거부해야만 하는지, 나는 살아 오는 동안 이해 할 수 없었어요."

생존자는 그러면서도 그를 거대한 살인 기계의 작은 나사로 보았고, 기계는 작은 나사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헀다. 나치 전범인 그가 홀로 코스트에서 벌인 짓들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그로닝은 그동안 아우슈비츠에 근무하면서 유대한 학살을 목격했다고 여러 차례 증언했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이들에게 내가 목격한 가스시리과 소각장을 증언 하는 게 내 책임"이 라고 밝히기도 했다....

 

죗값 보존의 법칙이 있는 것 같아.... 치러야할 죄값이 100그램인 경우, 100그램에서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는 생각이 말이야. 단지 죗값을 치러야 하는 기간이 연장되는 것 뿐이지, 줄어들지는 않는 것 같거든..... 당장은 아니더라도 죗값을 치러야 하는 때가 언젠가는 오는 것 같아. 죗값이 100그램일 경우 20그램밖에 치르지 않았다면 언제가 80그램을 치러야 하는 때가 반드시 오는 게 아닌가 싶어. (166~167P)

 

-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더 어려울 때가 있다. 뭔가를 할 때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197P)

 

- L의 운동화는 저의 운동화이기도 하면서 M과 J의 운동화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운동화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그 시절 L의 운동화와 똑같은 운동화가 몇켤레나 만들어지고 팔려 나갔을까요? 얼마나 많은 이들이 L의 운동화를 신고 다녔을까요? 그 운동화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요?   (216~217P)

 

- 제가 신발을 버린것은, 신발장에 빈자리를 마련해 좋기 위해서엿습니다. 28년 만에 복원되는 운동화를, L의 운동화이자 저의 운동화이기도 했던 운동화를 놓아 둘 빈자리를요. (220P)

 

- 기억은 신발에서 시작된다. (223P)

 

- 밑창 굽 부분에서 탈락한 조각들을 맞추는 것은, 상실된 조각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완성해야만 하는 퍼즐 맞추기기와 같다. 설사 모든 조각이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리고 그 조각들을 완벽하게 맞춘다 하더라도, L의 운동화 밑창에는 복원이 불가능한 지점들이 존재한다. 모세혈관처럼 미세한 금들뿐 아니라 땀 구멍처럼 미미한 구멍들이 규칙없이, 마치 망각의 지점들처럼. (256P)

 

 - L의 운동화 밑창에 존재하는 구멍들이, 떨어져 나간 시선들 같다. 떨어져 나간 목소리들 같다. (258P)

 

- 사진은 내게 잊고 있던 신발들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 워싱턴의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산더미처럼 쌓인 신발들 중에 똑같은 신발은 없었다. 원래는 똑같았던 신발들은, 똑같은 신발이 아니었다. 그것을 신었던 사람들에 의해 전혀 다른 신발이 되어 있었다. 신발들은 다 다른데도, 3톤 분량은 족히 될 것 같은 신발들은 한점의 신발처럼 보였다. 거대한 한 점의 신발처럼 (269P)

 

- 하루종일 나는 L의 운동화 곁에 머문다. 머물기만 할 뿐 L의 운동화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다만 지켜볼 뿐이다. 

여전히 작업하는 시간보다 지켜보는 시간이,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다.

그리고 여전히 L의 운동화는 내게 말을 걸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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