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도 모르는것이 사람일이라고 했던가
처음으로 마을 선진지 답사라는 캐치를 걸고 마을 사람들과 즐겁게 놀다오자고 몇달전부터 계획했던 통영 연대도행.
10월엔 콜레라로 못가고 연기하고 겨우 잡은 날이 어제 오늘 이었는데.
차를 돌려 서울로 가야하나 고민했다는 담당자의 말이 충분히 수긍이 가고 백남기씨 노제를 가야하는데... 라고 말을 잊지 못하는 분의말도 수긍이 가고..

그냥 이렇게 바람 좋고 햇빛좋은 날을 마냥 편안히 누릴 수 없는 대한민국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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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6-11-06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 바다는 아름답네요.

지금행복하자 2016-11-07 17:07   좋아요 0 | URL
추웠던 날도 따뜻해지고 여행하기에는 좋은 날이었어요~ 파란 바다 아름다웠고요.

samadhi(眞我) 2016-11-0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영 교통이 엉망이어서 다시 갈 마음이 안 들더라구요. 늘 가야지 하면서도. 이번 겨울, 여행길 한번 나서려고 해요.

지금행복하자 2016-11-09 14:15   좋아요 0 | URL
교통.. 멀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단체로 다녀서 구석구석보지 못했어요.. 어디다녀오셨는지 꼭 후기 남겨주세요~ 다시 가 볼려고요~^^

감은빛 2016-11-08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대도 저도 작년에 다녀왔어요. 최근에 듣기로 그 태양광 발전 시설의 인버터가 고장나서 발전을 못하고 있다더라구요.

그 에너지자립 섬을 초기부터 추진해왔던 국장님이 석연찮은 이유로 그만두게 된 후로 그런 일이 생긴거란 얘기도 들었어요

지금행복하자 2016-11-09 14:14   좋아요 0 | URL
지자체장이 바뀌면 정책도 변하는 정말 비생산적인 일만 하는 대한민국인듯 합니다. 앞으로 연대도가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고들 하더군요..
인버터 고쳤는데도.. 다시 고장나서 못 사용한다고 하더군요.. 기계가 오래되 부품도 없다고 하고.. 10년을 못 내다보는 정책들인듯 합니다
 

부질없는 밥상머리 교육

김정원

천천히 먹어라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 때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듯
꼭꼭 여러번 씹어서 삼켜라

고픈 자기 배만 얼른 채우려고
정신없이 먹어대는 밥은
독이나 마찬가지

햇빛과 바람과 물과 흙과
농부가 흘린 비지땀을 생각하면서
생명의 은인을 모시는 마음으로

밥상머리에서는 딴짓하지 말고
음식 맛을 느끼면서
천천히 먹어라

그러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살찔테니
위염에 걸릴 염려도 없고
비만해질 까닭도 없지
아들아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든다는데,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
헐!!
지도 못하면서...

어처구니없다는 듯 꼰대질 말라는 듯
아이는 잠시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단풍 든 아비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완전 우리 둘째다 ㅋㅋ
아비가 아니라 어미라는게 다를 뿐 ㅋ





솔직히 시를 잘 모른다
아예 모른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시도 좋은 지 잘 모른다
좋다니까 좋나보다 라고 보는 시가 더 많은 편이다
좋은 시는 뭘까?
좋은 시는 내 마음을 움직여야 좋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닐수도 있지만...

읽어서 예쁜 시가 있지만
마음을 움직이지 못 하면 좋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시라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이라
독자도 주관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예쁘기만 한 시도
소리높여 외치기만 한 시도
뜬 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 시도
시는 시다
다만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 할 뿐..

오랜만에 좋은 시라고 생각되는 시를 만난 것 같다
여러번 두고 두고 읽게 된다

주위에서도 읽고 싶다는 사람들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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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1-04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는 철저히 자기 기준입니다..
내가 읽어서 느낌이 일렁이면 됩니다.
그러니 시가 좋다 나쁘다는 사실 의미없죠.
궁합이 맞냐 안맞냐..이 맞음과 다름 차이일 뿐이죠.

지금행복하자 2016-11-05 06:31   좋아요 1 | URL
여러번 손 가는 시가 좋은 시인거죠 ㅎ

cyrus 2016-11-04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교육한답시고 말로만 떠들어대는 어른은 꼰대 소리 듣습니다. 말보다 행동으로 올바른 자세를 보여주는 어른이야말로 훌륭합니다. ^^

지금행복하자 2016-11-05 06:32   좋아요 1 | URL
꼰대 안 하려고 하는데., 참 힘듭니다. 나이들면 꼰대자동장착인지.. 무의식으로 발동하는듯 해요^^
 

국수는 내가 살께

김 정원


말로만 듣던
고 3 생활이 매우 매운 모양이다.

9월 수능 모의고사가 끝나고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진로 고민을 삼키지 못해 속 앓는 아이와
속 풀이 위해 영산강 상류 뚝방에 올라
담양 진우네 국숫집에서
얼얼한 비빔국수를 시켜 먹는다

펄펄 끓는 가마솥에서 갓 꺼낸
삶은 달걀 세 개도 추가한다

아름드리 느티나무 푸조나무 그늘이 식히는
뜨거운 고민을 한 알씩 나눠 먹고
담임 선생 노릇하는 내가 대신 소화해줄 수 없는
그의 몫인 든 남은 한 개를 슬그머니
발 앞어 밀어 굴리니
그가 겸연쩍걱 집어 들면서 말한다

제가 나중에 출세해 돈 벌면
선생님 모시고 국수 사 드리고
관방천도 함께 산책할 게요
그때까지 꼭 우리 학교에 계셔야 해요

졸업하고 17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 학교에 오지 않았다

요즘도, 가끔, 학교생활이 버거운 아이들과
맛도 간판도 변함없는 그 국숫집에서
국수를 후루룩거릴 때면
나는 속으로 이들윽 대 선배에게 묻곤 한다

같이 국수 사 먹고 관방천 걷는 데도
출세까지 해야 하니?
나에겐 출세 못 하고 돈 못 벌어도 너이고
출세하고 떼 돈 벌어도 여전히 너인데

구두약속은 공소시효가 없으니까
혹 24번 국도를 지날 일 있거든
네 모교 한번 들르렴
국수는 내가 살께





춥지도 않고 햇살 화창한
오늘 같은 날.
관방천을 다녀 와야 했었나..
읽으면서 울컥
쓰면서 울컥
마음 아픈 이야기라고 하시던 그 분의 말이 떠 올라
끄덕 끄덕 거리며 읽었다

아침에 이번 기말 성적 안 오르면 미술학원 옮긴다고 협박? 했는데..
다니고 싶은 곳을 가는게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기왕이면....
저 말을 해 놓고 찜찜했었는데.. ㅠㅠ
그래도 난 너의 엄마라고 억지로 합리화시키고 있었는데..
좀 더 두었다 읽었어야 했나?



내일 아침은 아이들 아침식사로 국수말아 줘야겠다
국수는 못 사주고 국수 말아는 줄께..
훌훌 삼키고 넘겨 버려라.







구별하기

김 정원


생선회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언젠가 가자미회를 먹으면서 그가 한 말이 생각나서, 나는 장흥 회진횟집 주인아줌마에게 물었다


제 친구가 그러던데, 광어와 도다리는 눈의 위치로 구별한다지요? 광어는 왼쪽에 눈이 달려있고, 도다리는 오른쪽에 눈이 달려 있다지요? 또, 그 친구가 이런 말도 해서 한 바탕 웃은 적이 있어요. 광어도 두 자, 왼쪽도 두 자, 도다리도 세 자, 오른쪽도 세자.
그건 당최 맞지 않는 소리랑께요. 허허, 살다살다 별소리 다 듣것네. 광어와 도다리를 눈 위치로 구별한다니, 나 원 참, 내가 보는 자리에 따라 이렇게 보면 왼 쪽에 눈이 있고, 저렇게 보면 오른쪽에 눈이 있는 것인디. 광어와 도다리는 그러코롬 나누는 것이 아니고, 주둥이를 보면 그냥 알수 있당께요. 광어는 이빨이 있고, 도다리는 이빨이 읎어. 나도 웃자고 오징어 먹물 같은 말 한 마디 하것소. 광어는 동글뱅이가 있고, 도다리는 동글뱅이가 없지라우, 인자 알것소?

아, 그렇군요. 그런데 동글뱅이가 무엇입니까?
반지 끼고 ` 이응`자도 모르니삼!

날카로운 이응에 찔려가면서 피와 땀으로 발견한 탁견이었다.


집을 그릴 때, 어설픈 화가는 지붕부터 그리고, 유능한 건축가는 주춧돌부터 그린다지, 나는 모래 위에 세운 화가, 그는 반석 위에 집을 지은 건축가였던 것


그 뒤로, 나는 한 번도 광어와 도다리를 혼동하지 않았고, 머리보다 손발을 더 믿었다.




재미있는 시다.
방송에서 속지말라면서 구별법 알려주던데
그 리포터는 저 아줌마를 못 만났나 보다 ㅋㅋ

나누고 가르고 구별하고
너와 내가 다르고 내가 너와 다른것이 아니라
틀렸다고 하기위해 나누고 가르고 구별하고..
광어나 도다리나 그냥 물고기일뿐..
안 나누고 살면 안 되나?
살다보니 다 쓸데 없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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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02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수능을 기다리는 수험생들은 심적 부담이 상당히 크고, 뉴스 때문에 무력한 기분을 쉽게 지우기 어려워할 겁니다. 한 두 사람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 마음이 어수선합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11-02 23:10   좋아요 1 | URL
수능이 별 의미가 없다고 하면서도 어수선합니다. 수시쓴 애들도 어수선해보이고..
이 좋은 시절을 걱정하고 초조해하느라 보내야 하는 이런 입시는 언제쯤 없어질까요ㅠㅠ
 

오후의 완연한 햇살 아래 아늑한 의자에 앉아 아끼는 책을 읽을 수 있다면, 무엇을 희생할 수 있겠는가?

남자친구와 싸우고 거리를 배회하다가 우연히 만난 캠핑카.
이안은 도서관이다
익숙한 책들로 가득찬 도서관
일반 도서관과 뭔가 다른 도서관.
처음은 어떨결에 그냥 보내고..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는 지금까지 읽었던 자신의 책들임을 알게 되고 이도서관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일반사서는 될 수 있겠죠라는 답을 듣고 사서가 된다.
많은 책들을 읽어나가고 도서관에서 사람만나고 사서의 일을 하게 된다. 한권 한권 책을 읽을 때마다 순간 순간 떠오르는 이동도서관.. 불어나 있을 이동도서관.

그리고 예기치 않은 순간에 딱히 찾고 있지 않을때 만나는 캠핑카 도서관.
불어난 책들. 따뜻한 차..
선생님과 함께 일하고 싶어요..
도서관에 오시면 좋겠지만 규정에 어긋나 어쩔 수 없군요~

집에 돌아와...

충격!! 상상 1도 하지 못한 결말이다
나른한 오후에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기위해 포기해야할 것이 그것이었단 말인가?

그녀는 심야이동도서관의 사서가 되었다
그 이상의 희생을 바랄 수 없을 희생을 하고서..
그녀는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좋아하고 하고픈 일을 하기위해 모든것을 버리고..

과연 포기할 수 있을까?
내가 책을 읽기위해서 포기한 것은 집안 일밖에 없는데..
나의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 절실한 것이 무엇일까?
있기는 할까?

잊혀지고 있는 나의 기억속에 꿈틀꿈틀 거리고 있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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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3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이동도서관 구경조차 하기 힘들어졌어요. ^^;;

지금행복하자 2016-10-31 19: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도서관이 점점 문화센터같이 변하고 있어 아쉬워요~ 좀 더 도서관스러운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는데...
이동도서관도 정말 좋았었는데 ..
작은도서관하고 또 다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말이에요~~
 

나는 광주에 산다
하지만 광주에만 살지 않았다
어렸을땐 외가인 부산에서 많이 살았고
초등학교때는 서울에서 지냈고
실상 6학년부터 대학까지만 약
10년간을 오롯이 광주에서 살은 듯 하다
대학을 졸업후엔 다시 서울에서 살다
결혼후 이곳으로 와 17년을 광주에서 살고 있다.
짚어보니 지금이 광주에서 제일 오래 살고 있는 셈이다
부산사람인 우리 엄마는 광주에서 이제는 반백년을 살고있다. 그런데도 아직도 그 쪽 말투를 쓴다 대단한 생명력이다 ㅎㅎㅎ
부산으로 이사가자고 해도 안 간단다 여기가 이제는 고향이라고...

가장 예민하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광주에서 보냈다.
하필 학교도 그런 학교를 갔다. 의지와 상관없어도 그런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접할 수 밖에 없는...
대학을 들어가기도 전부터 데모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으니..
그래서 광주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던건가?
시간으로 보면 광주사람이 아니었던것 같은데도 광주사람이라고 생각을 한것을 보면..

타지에서 살다보면 광주에서 왔어요 라는 말은 광주사태. 그리고 광주 민주화운동. 대학어디 나왔어요라는 말은 운동열심히 하셨겠네요~ 두 이미지였었다
80년 5월엔 나는 광주에 없었고 그 대학을 다녔을 뿐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은 - 숨 쉬기 운동은 열심히 했는데- 나는 그저 슬쩍 웃을 뿐이었다.
아 네~~~~ 다 운동을 하진 않아요 하면서 ㅎㅎ
어째든 나에게 광주라는 도시는 살고 있는 동안에도 편하지 만은 않았고 타지에 살때도 고향이어서 편한 느낌만 드는 곳은 아니었다.
어지간하면 다시 올 생각이 없었는데..
결혼이라는 것이 나를 이곳으로 다시 불러들였으니..
운명인가? ㅋㅋㅋ

이래저래 무거운 도시였던것 같다.
지금은? 글쎄...
이곳이 아니면 안되라는 마음은 없는걸 보면
아직도 광주사람이 아닌가? ㅋㅋㅋ

광주라는 곳이 단순히 행정적인 명칭이 아니라는 것은
사는 사람으로써는 무거운 것은 사실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무겁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왜 나는 이렇게 생겨먹은 것인지...ㅋㅋ

어째든 지금 나는 광주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다.
광주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난다출판사의 걸어본다시리즈를 좋아한다
글 재주가 없어서 나는 엄두를 못 내지만 살고 있는 도시. 좋아했던 도시, 장소를 자신만의 감성으로 써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책이 걸어본다 시리즈인듯 하다.
경주. 용산. 파리 등등 여러곳에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광주를 읽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광주를 쓰는 사람이 생겼다.
광주를 책으로 읽어준다
호기심이 안 일수가 없다.

평론가 K는 광주에서만 살았다

평론가 K가 지나온 발자취는 광주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인듯 하다.
송정리. 광주가 아닌데 광주가 된.. 아직도 광주라는 느낌보다 송정리라는 옛이름이 더 익숙한 곳.
금남로. 양림동. 광주극장. 이제는 챔피언스필드가 되어버린 무등경기장. 우치 동물원. 대인시장. 망월 묘지. 영락공원. 이름만 들어도 아~ 거기..
그러나 이제는 잘 가지 않는 곳..
프로그램으로 방송으로 보여주면 그때서야 가 보는곳.
옛 추억을 곱씹으러 또는 옛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가는 곳들이다.
학부모이자 아줌마이고 엄마라는 직업을 가진 내가 느낀 광주의 그곳들은..

지금 세대들은 아니 대부분의 내 주변의 사람들은 광주를 쓰라고 하면
유스퀘어. 충장로. 전대후문 - 문화를 겪는 곳.
김대중 컨벤션 센터. 비엔날래 -체험학습 소풍가는 곳..아이들의 시선으로..
어른들은 첨단. 상무지구. 여긴 거의 술 마시러들 가는 것 같다. 유흥지이다..

또 어디가 있을까? 기억이 안 난다. 아니 잘 모른다
잘 다니지 않으니 아는 곳이 없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내가 다니는 공간들. 그리고 우리집이 내 활동반경의 다이다.

어느 도시든 마찬가지일듯하다
낡아가는 건물. 한산해지는 거리에. 점점 줄어드는 사람들..
그리고
새로 들어오는 건물. 화려한 네온사인에 복작거리는 신시가지..
변하는 것은 어쩔수 없다. 변해야 한다.
그런데 변화가 안타깝다. 변질이 되는것 같아서.
문화를 담고 철학을 담고 사람을 담아서 변했으면 좋겠는데 겉만 번지르하고 사람냄새가 안나는 변화만 있다.
명분만이 전부가 아니지만 명분도 중요하고 경제적이익을 무시할 순 없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키고 가야하는 그것은 좀 지키고 가야하는데..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타이들이 창피하고 부끄러울 정도로 문화는 없어지고 있는도시가 여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 쓰는 사람들까지 무시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이런 사람들보다 더 많으니 하는 말이다.
책속의 평론가K가 다닌 곳들 역시 관광지화 되고 있어서 TV에 광고도 하고 예쁜 명소로 소문이 나서
예전을 기억하고 있는 - 그리 먼 기억도 아니다- 개발이 덜 되었던 그 때.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고 옛날의 가치를 기억했던 그 때를 기억하고 있는 나로는 아쉬워 할 뿐이다.

어째든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을 기억하기도 하고 저자가 시니컬해서 다행이라고도 생각도 하고- 미화하고 찬양일색인 지역책보다는 나은듯 해서 -
좀 너무 뻔한 곳들을 보여줘서 아쉬운 점도 있다
이건 아마 내가 이곳에 살고 있어서 느끼는 점인듯 하다.

지리책이 아닌 도시소개책자가 아닌 책을
그것도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책을 읽게 되어 좋은것은 사실이다.
더 많이 광주를 이야기하고 광주를 읽히고 광주를 보여줬으면 한다.80년 5월의 광주만이 아니라 다른 광주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지금 세대들이 지나가면 다음 세대들은 광주라는 도시를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해진다. .


나는 평론가 K를 기억한다
아니 그가 부른 노래를 기억한다. 그 노래의 이미지를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신입생때 예비대학이니 수련회니 많은 행사들이 있을때
그때는 대세가 민중가요였고 학생회가 대부분 운동권들이 하고 있을 때라 분위기는 상상그대로였다.
그때 높은 학번의 선배라고 군대가려고 휴학중이라면서 신입생을 위해 노래한다고 했던것 같다.
듀엣으로 한 명은 기타들고.. 한 명은 노래하고..
그 때 노래가 존 덴버. 플라시도 도밍고의 Perhaps Love였다. 대학시절이 그리 기억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데 이 노래는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잊혀졌다가도 문득 기억이 나고..
그 선배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데..평론가 K는 이름이 비슷했던것 같아서... 혹시 그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이름이 여러개는 아니었을 테니까.. 그 때 그 사람이 아니면 말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던 노래가 뇌리에 박힌 이유가 뭘까? 노래부른 사람도 기억도 안나는 이 노래..
맞는 기억일지도 모르는 이 노래..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이유가 내가 이 책을 읽은 다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 책속에서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절대공동체는 그것이 `절대적`인 것이라는 바로 그 이유때문에,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유물론으로는 설명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강렬함. 그러나 다시 체험할 수 없는 우발성과 일회성, 그 사이에 이제 틈이 생긴다. 그리고 바로 그 틈, 짧은 충만과 그 후의 아주 긴 상실 사이에서 발생한 그 틈이 1980년 이후 우리에게 전수된 기호로서의 `광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는 틈이다... 순간적이었던 절대공동체의 경험과 이후의 긴 상실감 사이에 벌어진 틈, 그것이 `광주`라는 기호의 의미라고...
광주는 끝내 금남로가 뿜어내는 저 `절대 공동체`의 자장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광주사람들이 보여주는 다소 집요하고 배타적이고 고립적인 정치감각, 머리보다 가슴에 휘둘리는 삶의 태도, 자주 분노하고 쉽게 울어버리는 성향들은 다 금남로에서 비롯되었다고 K는 믿고 있다. 설사 어느 순간 그 경험을 의식하지 못하게 되거나, 광주를 떠나 살게 되거나, 심지어 1980년 5월에 광주에 있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는데, 그날들 이후 `금남로`라는 거리의 명칭은 실제 거리를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말로 일종의 `실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죄책감과 분노와 우울과 원한등등의 어마어마한 감정지출을 요구하므로 대면하기 매우 두렵지만, 그렇다고 결코 떨처버릴 수도 없는 실재..
(53~ 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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