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살기 2 - 그림쟁이 홍시야의 알록달록 싱글 스타일
홍시야 지음 / 브이북(바이널)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눈이 펄펄 날아다니는 날 서점에 갔다. 길바닥 얼어버리기 전에 둘째넘아 생일 선물로 포켓몬스터2를 사러 갔다. 아..진짜 돈 아깝단 생각 든다. 다른책도 아닌 저런책을 줄줄이 사탕처럼 알라딘장바구니에 담아놓고 2편은 엄마가 3편은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하면서 포켓몬스터를 담아놓다니. 근데 그걸 생일선물로 사달라니 조단조단 설득해서 다른것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 굴뚝이 열개다. 근데 말이다 그렇게 경제적으로 교육적으로 부모마음에 드는 선물을 고르는 7살짜리라면 그게 또 과연 내 맘에 들것이냐. 영 입맛 다시며 너무 철이 빨리 들어서 서운해 할것이다. 아무튼 지갑 잊어먹고 서점에서 다시 돌아온 어제 저녁밤 마귀할멈이라는 말도 들었으니 눈이 저리 펄펄 내려도 사러 나가야 했다.
그렇게 포켓몬스터들을 찾아 수배하고 감금시키고 이왕 나선 걸음 책구경 오랫만에 하고 있었다.
그리고 찾았다. 

'혼자살기' 의 홍시야

알라딘의 신봉자(알라딘 외에는 거의 인터넷에 물품 구입 없다!)인 내가 작년 홍지윤의 꽃수첩으로 행복했던 터에 올해 홍시야를 보았다 홍지윤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그녀의 낙서들이 괜찮았었다.그런 그녀의 '혼자살기'라니..어떻게 살까?

별 내용 없을거라는 거 안다. 그냥 마냥 이리사네 저리사네 주절거리면서 자신의 소품들 사진 몇장에 낙서들이며 친구들이며. 대충 살아가는 모습 가끔은 젠척하며 썼을 것이고 가끔은 소탈한척 썼을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저 책이 내 눈에 띄었으니 난 꼭 사야했다.

톡톡한 느낌의 종이로 표지를 만들었다. 그림쟁이라니 아마 그녀의 손길에 선택받은 넘일것이다. 톡톡하면서 미끌하면서 오래된 천같은 느낌이다. 거기에 풀밭위에 널린 낙서들이 표지에 실렸다.

들여다본다. 그녀의 손바닥이 보이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색연필들인형, 고양이, 비타민약, 스냅사진들이 빈벽을 채우고 있는 책상머리들..그림들 낙서들 벽화들. 클레오파트라의 머리형인 그녀까지.들여다보고 있으면서 나와 비슷한 물건들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물건도 찾아보고.  

어린이가 그린듯한 귀여운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저런 그림을 우리집 한 벽면에 넘치지 않게 그려놓고 살수 있다면 삶이 조금 더 재미날텐데..내가 그려볼까  모방해서 그려볼까도 했지만 절대 내 마음에 드는 느낌 안 나올것이고 또 우리집 벽에 빈틈도 없다. 하나 있는 침실방은 여전히 점선아짐이 차지하고 '물을 마시고'있는 중이다.  그래도 그녀의 그림이 사랑스럽다. 작은 곳에라도 하나 그릴것이다.

여행지에서 인형을 사 온다는 말을 기억하고 커피잔옆에 담배가 놓여 있는게 기억하고 인형을 만들고 있는 작업중의 그녀가 기억나고 닭자매인 자매들을 기억하고..
 

40세가 지질구질하게 시작한다.
죽어야 겠다고 생각한 나이 32살. 천재들이 죽어야 할 나이를 훨씬 넘겨 살아남으니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까.인생에 있어 무언가 고민있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싶으나 그런거 없다.
그냥 어떻게 대충대충 평범하게 살아남을까도 그다지 오래 못한다.
멍 때리는 자세로 하루종일 텔레비젼만 보고 싶다.
그렇게 보고 무지막지 내 게으름을 탓하면서 라면에 계란 두개 풀어 찬밥에 말아 트름 나오게 먹고 싶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은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갈증만 난다. 그래서 또 쉬이 늦은밤에 잠들지 못하고 4시 36분을 넘기고 있다.
눈도 거의 게슴츠레 뜨지도 못하고..말이다.

난 그녀가 부럽다. 나도 그렇게 혼자 살아봤으면 나 스스로 혼자 놀기도 하고 살아도 보았다면 지금 이런 방황 적었을까. (적을거라고 세뇌되어야 하는데 )

곧 설이다. 얽혀있는 끈들을 따라다녀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설겆이 몇번 세배하고 세배돈주고 앉아  연애인들 장기자랑같은 그런거 보고 그러고 몇시간 지나면 금방 돌아오는 설이지만..그냥 쉬고 싶다. 텔레비젼과 함께.

홍시야의 삶이 다 좋은데 텔레비젼이 없다니 그녀에게 한마디 던져주고 싶다. 나이가 젊어서 그런거야. 나이 들어봐. 텔레비젼이 최고의 친구일때가 있어..^^

30분도 걸리지 않아 마지막 페이지까지 휘다닥 넘겨 보고 다시 얼른 알라딘에 들어가 봤다. 홍지윤의 다른건 없는지..내가 모르면 모를까 알게 된 이상 그녀도 수배해서 잡아와야지 한다.
갑자기 이 책의 값이 눈에 보였다. 와 ..비싸네 몰랐는데. 가격을 알았으면 안 샀을까? 아닐거다. 고민만 많구 차라리 맘 편하게 안 보는게 낫다.. 
 
눈 따끔거리게 아프다. 자야할까
 

꼬리 : 몇년전에 '우유곽소녀'의 사차원이거나 차원없는 책이 자꾸 떠오른다. 그녀들이 동일인은 아닐까. 아니면 하다못해 유전자중에 심심증쌍둥이벌레들의 비밀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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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 속의 비밀코드 굿 페어런츠 시리즈 8
하지현 지음 / 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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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전래동화를 별로 안 좋아했다. 공주도 안나오고 왕자도 안 나오고 거기서 거기로 지지리궁상처럼 살아남는 거 같아서 별로 안 좋아했다. 나 어릴적엔

물론 우리집에 전래동화책 비슷한 건 없었긴 하다. 그에 비해 백설공주네 신데렐라 아기사슴밤비 같은 책은 아무것도 읽지 않는 내 동생 세째를 위해 거금을 들여 디즈니에서 제작한 완전칼라 그림책을 울 엄마가 전집(반틈이었나?) 을 사들였다. 지금 생각하면 소박했다. 전집도 잘라서 반틈만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하고. 내가 제일 아쉬워했던 전집이 50권짜리 소년소녀명작동화였을거다. 1편이 그리스.로마신화 마지막이 되어버린 25번이 어린왕자 였다. 세상에서 왕자가 나와서 제일 재미없다고 생각한 어린왕자. 
이러저러 흘러들은 전래이야기들이 내가 아이키울적엔 '전래동화'라고 묶어서 전집으로 나왔다.

이 책은 하지현정신과의사가 자신의 아이키우면서 느낌앤지식을 플러스 해서 정리해 놓은 책이다. 간혹 들어 참고할만한점도 있고 너무 조각조각 파헤쳐서 재미를 알수 없게 만들어버린 부분도 있다.
실은 후자가 더 강하다.

아는것이 힘이다 라고 하지만 우리가 콜버그의 도덕발달단계나 인간 뇌구조의 전두엽까지 데리고 와서 전래가 좋다 아이 정서에나 아이큐에 좋다 그러니 읽혀라. 하면서 온갖 과학적인 지식까지 끌어와야 할까.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독서치료공부를 하고 있다 하니 누군가들은 말한다. 그렇게 조각조각내서 책을 분석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완곡하게 표현하신다. 그때는 서운했다. 책 읽는 즐거움을 없애는것이 아니라 한가지 책을 수십수백번씩 읽어달라는 그 마음을 알고 싶었다.
조금은 알아가고 있다. 조금 알아가면서 더 마음이 무겁고 갈등이 많아지고 있다.
절반은 읽을만 하고 절반은 지루하다. 골고루 양념처럼 지식들이 뿌려져 있는 책. 하나만 얻어가기도 성공이야 라고 한다면

-"싫어요!" 라는 말을 할 때 아이는 다시 태어난다.

하나만 얻어가는 게 아니라 여러개 얻어가지만 지은이가 너무 욕심 부린 어깨가 느껴진다. 과해서 지루해졌다. 
나무꾼과 선녀. 아들가진 엄마의 심정으로 읽을까 아니면 며느리만 둘이 될 시어머니 입장에서 읽을까 .. 그런 차이를 몰랐다면 다를까?

책으로 아이를 교묘하게 조종하고 싶은 사람을 정독에 숙독에 밑줄그어가면 달달 외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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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보물창고 - 공상 소년소녀가 떠나는 파리 뒷골목 탐험-보물창고 시리즈 보물창고 시리즈
박은희 글, 이경인·박은희 사진 / 브이북(바이널)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파리의 보물창고
- 공상소년소녀가 떠나는 파리 뒷골목 탐험.
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판형에 구름이 드리운 파리의 하늘이 표지 그림이다.  이건 파리에 사는 유학생부부? 가 어디어디 가서 무어무어 보고 무어무어 먹었고 누구누구랑 놀면서 싸돌아다니는 기록이다.

마음에 드는 가게는 꼼꼼히 사진 찍어서 작은 사진들 엉덩이에 숫자 붙여놓고 그 숫자들 한쪽 귀퉁이에서 설명 들어간다. 자신들의 눈길을 끌었던 모든 것들의 기록이다. 

지금 중간쯤 읽고 있는데 그냥 아무때나 그냥 저냥 손에 꼽히는 가까운 곳에 두고 읽고 있다. 실은 보고 있다. 아무 생각없이 그림 따라가고 아무 생각없이 그림보다 따뜻한 색감들이 어울러진 장면장면들을 보고 있다.

손 가까운데 두고서 쉬고 싶을때 멍하니 텔레비젼 때리는 거보다 이것을 들여다 보는게 낫겠다 싶어 샀다. 그래도 여전히 텔레비젼 때리는 것이 훨썩 재미나긴 하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취향을 뭔 생각으로 들여다 보느냐 하는 질문 가끔 받으면  그럼 나는 뭐라 대답할까..다른 사람 섹스하는 거 구경하는 거보다 건강하지 않느냐..라고 답해야지 했다.

들여다보기 한다. 다른 인간들 사는 거.

그렇지만 내 취향은 알록이달록이들 모여 있는건 뭐든지 한번은 들여다보는 게 내 취향이다. 종이가 되었든 색연필, 색종이. 인형들, 사탕들.. 특히 막대사탕. 기다란 지팡이 모양으로 달린 애들. 참 좋다 거의 사 먹은 적은 없지만 그 막대사탕을 보노라면 그냥 혼자 기분이 좋아지면서 '와..이쁘다' 한다. 

이 책은 그런 막대사탕같다. 
얼핏 보고 있으면 아무 것도 없이 그냥 그네들이 좋아하는 것들 늘어 놓은 것들인데 내가 지쳐있을때 몇장씩 들여다보면  위로가 된다. 
작은 사진안에 들어있는 큰 아이스크림, 치즈 범벅으로 보이는 스파게티, 안개가 끼어있는 듯한 카페전경들, 꽃무늬 화사한 블라우스들,노란 봉투의 장바구니들, 미니카, 오토바이들..사진 사진 사진

내 머리만큼 큰 막대사탕같으면서 달콤한 치즈케잌 같은 책이다.
고양이처럼 늘어져 막대사탕 혀바닥으로  끝까지 다 녹여서 먹을수 있는 게으른 행복을 갖을수 있을까. 내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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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동물원 범우희곡선 8
테네시 윌리엄스 지음, 신정옥 옮김 / 범우사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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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 읽어보는 시나리오인데 술술 잘 넘어가더라. 인간들 대사들로 이루어져서 그런가' 라고 했다
그랫더니 내게 '세익스피어거 안 읽었어? 그것도 시나리온데'
그렇네. 어린이용 세익스피어였더라도 그것도 시나리오네
어릴적에 샤일록의 이름이 참 인상적이었는데..그 사람 이름 뒤에 따라오는 점 두개에 대사들이 신기했었는데 까많게 잊었다
세익스피어의 희비극들이 시나리오였던것을..
이런 경우 전에는 ' 도체 내가 기억하는 것은 뭐냐' 했다
지금은 .. 그렇구나 그럴수도 있지 뭐. 한다

토론 도서로 선정해 놓았지만 일들이 많아서인지 읽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가 안 읽은 사람들이 역활 하나씩 맡아서 어느 부분 읽어보자.
아만다, 톰, 로라, 짐. 이렇게 해서 앞 부분과 중간 부분을 읽어보자 했다.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책 안 읽은 사람 위주로 골랐다

막상 대사글을 따라가보니 그냥 혼자 머리속으로 읽을때와 느낌이 색달랐다. 어..저런 목소리의 톤이 아닌데 , 로라는 저렇게 씩씩하면 안되는데..아만다의 목소리가 조금 더 들떠야 하는데. 톰은 더 무거워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유리동물원의 인물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순전히 내 개인의 느낌만 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읽어오길 잘했다. 저렇게 읽어가라고 했으면 뒷골이 간지럽다. 
대사 위주로 들어오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생각들이 손에 잡히게 다가왔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거야 라고 추측하면서 읽다가 그 사람의 생각을 바로 듣는 것은 속도감이나 현실감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 더구나 그것을 즉석에서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로 들으니 또 달랐다. 아..안 어울리네 ^^ 하면서.

허영심 많고 과거에 사는 이기적인 아만다. 연극으로 옮긴다면. 박해미가 딱 어울리겠다. 그럼 로라는? 윤정희. 짐 역활은 정준호(왜 난 이 사람이 가벼움이 대명사처럼 느껴질까. 대발이아재라서 그런가 왠지 그 사람이 진지하게 각을 잡아도 영..솜털처럼 가벼운 존재감이라니) 톰은 못 골랐다. 섬세하기도 하면서 고통도 아는데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은 믿음직 스럽지 못한..그러면서 뭔가 아는 톰. 못 골랐다.

난 아만다와 같은 부류가 싫다. 그녀의 허영심 많은 이기심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절제못하고 읽지도 않은 책을 이리 사 대는 것을 보면 말이다. ^^  그렇긴 해도 로라와 같은 부류도 싫다. 순수하다는 것은 그 만큼 다른 이들에게 세상 살면서 이루어지는 진흙밭에서 굴러야 하는 일들을 다른 이들이 대신 해야 한다. 그 순수함을 지켜주기 위해서. 깨질까 부서질까. 그랬다 로라가 짐의 문을 열어주지 못하겠다는 그 부분을 넘어가면서 어둠속에서 촛불에 의지해 짐과 이야기 하면서. 내 마음이 조마조마 하면서 짜증스러웠다. 깨질게 분명한데..그녀의 유리동물원이 내가 꿈꾸는 삶의 세계와 통하는 면이 있어서 조마조마했다. 

누군가 돈이 진짜 진짜 많으면 무엇을 할거냐고 물었다.
' 썸머힐 학교(십여년 전에 티브이에서 보았던 여름 학교) 같은 그런 학교를 만들고 싶다'   지금의 대안학교 이리라. 나의 생각과  멀리 가고 있는 대안학교.

그 안의 세계를 이상적으로 꿈꾸는 내 세계도 로라의 유리동물원과 다를게 뭔가 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있는가 문 열어주는 것에조차도 겁을 집어 먹는 로라. 그녀에게 짜증내고 있는 내가 실은 내게 짜증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글 남기면서 정말 이렇게 생각하고 있나? 하고 다시 되묻는다. 뭔가 끄적거려야 하니까 말을 만드는데 아닌가 할때도 있다. 또 가끔은 아..그렇구나 하면서 다시 책을 이해하기도 한다. 올해는 후자가 많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 기억하고 싶은 부분만 보는 버릇도 조금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도.

희곡이 생각보다 매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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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휴식 - 마음의 평안과 자유를 얻은
이무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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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정신분석에로의 초대]를 샀었다. 어떤 계기로 샀는지는 모르지만 암튼 내 책꽂이에 꽂여 있는걸 보니 그의 이름을 어디에선가 들었을것이다 했다. 5.18도서관에서 그 사람 강의가 있다니 한번 들어볼까 무료로 한다니 더 좋구나 하고 들었다

약력이라고 부르는 그 사람의 과거 전력 화려하더라. 그에 비해 그 사람이 강의하는 스타일은 깔끔+ 소탈 + 편안함 + 몰입= 팬!

동그란 얼굴에 웃는 표정이 편안한 옆집 할아버지 같은데 (나이에 비해 분위기가 할아버지 분위기다. 아마 70이 되어도 저 분위기 80도 그다지 다를거 같지 않다) 강의 시작 첫마디부터 바로 본론이다. 인사말같은거 생략하고 1시간 30분 내내 단 한마디도 허튼 말없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귀에 쏙쏙 박히게 강의를 하고 계신다. 수많은 방청객들 앞에서나 동네 아줌마들 몇몇 놓고 강의를 하나 아이들 몇몇에게나 엘리트사원들 앞에서나 같을거 같다. 누구한테 잘 보이려거나 무언가 열심히 이 사람들한테 전달해줘야지 하는 열의보다 무언가 더 큰 묵직한 에너지를 그냥 느끼게 한다. 듣는 사람의 수준에 맞게 강의를 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과 함께 알라딘에서 그 사람과 관련된 책을 네권을 질렀다. 다행히 누군가 중고로 모두 내놨더라. 고맙십니다 하고 받았다.

그 첫번째 책. 강의중에 우리에게 말했던 책. 그래서 그 책에 들어있는 내용과 강의내용이 비슷한것이 많았다. 책보다 강의가 더 좋네 하면서 읽어내려가면서 마지막에 이르러..

버트란트 러셀 " 예수는 오른 뺨을 때리는 자에게 왼 뺨을 돌려대라고 했다. 이것은 너무나 비인간적이고 자학적인 요구다. 어떻게 사람이 그런 일을 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나는 이런 요구를 하는 예수를 믿을 수가 없다." (그는 노벨문학상에 철학 논리학 수학의 대가란다)  이에 대해 그의 논리를 반박할 말이 없어 이무석교수는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그러다 김성희 교수가 " 예수의 오른 뺨을 돌려대라는 말씀의 의미는 어른스러운 삶을 살라는 것이었다"  앵무새죽이기의 '아빠'의 행동이 떠오르면서 그 사람이 살았던 방식이 이런 거였다. 그 삶의 방식이 작은 진동으로 들어왔다. 그 진동을 계속 울리게 하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할까.

그 방법을 뒤에 6단계에 걸쳐 가볍게 설명해준다.

1.마음이 나에게 말을 건다-그 말을 들어 보자
( 고통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그러나아무도 그것을 원치 않는다)

2.사실 나도 나를 잘 모른다 - 나를 이해하자

3.현실을 인정할때 오는 평화로움 - 그 힘을 느껴보자    ( 주여. 제가 '꿀 수 있는 일'은 바꿀 수 있도록 힘을 주옵소서. 그러나 제가 '바꿀 수 없는 일'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내심을 주옵소서. 그리고 제게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별할 줄 아는 지혜를 주옵소서."-기도문)

4.좋아도 내가 좋아하고 미워도 내가 미워한다-내가 내 마음의 주인다.

5."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좋은 반사 대상을 만들자

6.내가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내가 먼저 손 내밀자
  (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이다)

큰 제목만 보면 그 말이 그 말같다. 이런 말들도 처음 들을때보다 자꾸 듣다 보면,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잘 들어다 보려고 해야 알수가 있는 거 같다.

내게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어.라고 머리에서 논리적으로 풀어서 알아진 지식은 도움이 안된다. 그것을 감정적으로 충분히 반복해서 스스로 알아채어지는 순간부터 변화가 시작된다다. 

난 지각을 아주 잘 한다. 약속에 지각하지 않는 법이 없다. 늘상 지각하면서 남들이 지각할때 정말 화가 난다. 그렇지만 화를 잘 못낸다.평소에 내가 했던 생활이 있어서.  지각하는 것을 왜 그럴까 하고 곰곰 생각했었다. 아주 과거에 돌아가서.

아빠가 내게 동생들 둘을 빵집에 맡기고 잠시 일보러 가셨었다. 그때 내 나이가 아마도 초등 1년 여름정도 일것이다. 에어콘이 틀어져있는 바로 앞 자리에 앉아 사라진지 2-3시간 후에 나타나셨다. 그 시간동안 에어콘 바람의 한기, 지나다니는 점원언니들의 눈총. 주인이 와서 '아빠가 언제 오는지.' 물어보는거. 빵을 하나씩 하나씩 시키면서 자리잡고 있는거에 대해 자리값, 빵을 너무 많이 먹으면 아빠한테 꾸중들까 하는 두려움에 조각조각 내어 빵 먹던 거.아무것도 모르는 동생들이 나를 바라보던 눈동자, 그런 기억이 떠올랐다. 그 빵집의 모습이 아주 생생하게 에어콘 바람까지도 느껴지게 생생했다. 문 열릴적마다 누굴까 아빠일까 하고 쳐다보는 내 마음들이 선명하게 남아 아프게 하고 있었다. 아빠의 그 일이 바둑두는 거라는 것을 안다. 중요한 일도 아니고 바둑이라니.. 아빠가 우리를 데리러 오지 않으면 어떻하나 하는 불안감이 컸었다. 그런데 정작 아빠가 우리를 데리러 왔을때 그거에 대한 불안감이나 서운함을 전혀 말하지 않고 데리러 와준거에만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었다.부모가 자식에게 당연 했어야 하는 일에 아직도 '감사'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니..만약 내 남편이 우리 애들에게 그런 일을 했다면..용서하기 힘들었을거다. 실은 내 아빠가 우리에게 잘못했는데 내 아빠라..그렇게 표현을 못하고 있었다. 아빠가 나빴다. 정말 나빴다..

늦게 가야 내가 그 약속에서 바람맞지 않을거라는 안심을 하나보다. 먼저 가서 기다리면 수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다. 혹 무슨 일 있어서 안 나오는거 아니야. 약속장소나 시간이 변경됬는데 나만 모르고 나온거아니야.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좌절감 서운함 배신감..별별 느낌들이 스쳐지나갔었다.  버림받을지 모르는 어릴적에 공포심이 커서 약속시간에 늦게 나가게 만드는 원인이 된게 아닌가..

수 많은 생각들이 왔다 갔다 한다. 피곤하다. 이렇게 쓰고 나니까 많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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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07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약속에 먼저 못 나가는 맘, 이해할 것 같아요.
내 아빠라서 말할 수 없었던 아픈 기억~~~
아버지 살아 계시면 얘기하면서 상처가 치유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