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살기 2 - 그림쟁이 홍시야의 알록달록 싱글 스타일
홍시야 지음 / 브이북(바이널)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눈이 펄펄 날아다니는 날 서점에 갔다. 길바닥 얼어버리기 전에 둘째넘아 생일 선물로 포켓몬스터2를 사러 갔다. 아..진짜 돈 아깝단 생각 든다. 다른책도 아닌 저런책을 줄줄이 사탕처럼 알라딘장바구니에 담아놓고 2편은 엄마가 3편은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하면서 포켓몬스터를 담아놓다니. 근데 그걸 생일선물로 사달라니 조단조단 설득해서 다른것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 굴뚝이 열개다. 근데 말이다 그렇게 경제적으로 교육적으로 부모마음에 드는 선물을 고르는 7살짜리라면 그게 또 과연 내 맘에 들것이냐. 영 입맛 다시며 너무 철이 빨리 들어서 서운해 할것이다. 아무튼 지갑 잊어먹고 서점에서 다시 돌아온 어제 저녁밤 마귀할멈이라는 말도 들었으니 눈이 저리 펄펄 내려도 사러 나가야 했다.
그렇게 포켓몬스터들을 찾아 수배하고 감금시키고 이왕 나선 걸음 책구경 오랫만에 하고 있었다.
그리고 찾았다. 

'혼자살기' 의 홍시야

알라딘의 신봉자(알라딘 외에는 거의 인터넷에 물품 구입 없다!)인 내가 작년 홍지윤의 꽃수첩으로 행복했던 터에 올해 홍시야를 보았다 홍지윤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그녀의 낙서들이 괜찮았었다.그런 그녀의 '혼자살기'라니..어떻게 살까?

별 내용 없을거라는 거 안다. 그냥 마냥 이리사네 저리사네 주절거리면서 자신의 소품들 사진 몇장에 낙서들이며 친구들이며. 대충 살아가는 모습 가끔은 젠척하며 썼을 것이고 가끔은 소탈한척 썼을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저 책이 내 눈에 띄었으니 난 꼭 사야했다.

톡톡한 느낌의 종이로 표지를 만들었다. 그림쟁이라니 아마 그녀의 손길에 선택받은 넘일것이다. 톡톡하면서 미끌하면서 오래된 천같은 느낌이다. 거기에 풀밭위에 널린 낙서들이 표지에 실렸다.

들여다본다. 그녀의 손바닥이 보이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색연필들인형, 고양이, 비타민약, 스냅사진들이 빈벽을 채우고 있는 책상머리들..그림들 낙서들 벽화들. 클레오파트라의 머리형인 그녀까지.들여다보고 있으면서 나와 비슷한 물건들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물건도 찾아보고.  

어린이가 그린듯한 귀여운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저런 그림을 우리집 한 벽면에 넘치지 않게 그려놓고 살수 있다면 삶이 조금 더 재미날텐데..내가 그려볼까  모방해서 그려볼까도 했지만 절대 내 마음에 드는 느낌 안 나올것이고 또 우리집 벽에 빈틈도 없다. 하나 있는 침실방은 여전히 점선아짐이 차지하고 '물을 마시고'있는 중이다.  그래도 그녀의 그림이 사랑스럽다. 작은 곳에라도 하나 그릴것이다.

여행지에서 인형을 사 온다는 말을 기억하고 커피잔옆에 담배가 놓여 있는게 기억하고 인형을 만들고 있는 작업중의 그녀가 기억나고 닭자매인 자매들을 기억하고..
 

40세가 지질구질하게 시작한다.
죽어야 겠다고 생각한 나이 32살. 천재들이 죽어야 할 나이를 훨씬 넘겨 살아남으니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까.인생에 있어 무언가 고민있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싶으나 그런거 없다.
그냥 어떻게 대충대충 평범하게 살아남을까도 그다지 오래 못한다.
멍 때리는 자세로 하루종일 텔레비젼만 보고 싶다.
그렇게 보고 무지막지 내 게으름을 탓하면서 라면에 계란 두개 풀어 찬밥에 말아 트름 나오게 먹고 싶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은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갈증만 난다. 그래서 또 쉬이 늦은밤에 잠들지 못하고 4시 36분을 넘기고 있다.
눈도 거의 게슴츠레 뜨지도 못하고..말이다.

난 그녀가 부럽다. 나도 그렇게 혼자 살아봤으면 나 스스로 혼자 놀기도 하고 살아도 보았다면 지금 이런 방황 적었을까. (적을거라고 세뇌되어야 하는데 )

곧 설이다. 얽혀있는 끈들을 따라다녀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설겆이 몇번 세배하고 세배돈주고 앉아  연애인들 장기자랑같은 그런거 보고 그러고 몇시간 지나면 금방 돌아오는 설이지만..그냥 쉬고 싶다. 텔레비젼과 함께.

홍시야의 삶이 다 좋은데 텔레비젼이 없다니 그녀에게 한마디 던져주고 싶다. 나이가 젊어서 그런거야. 나이 들어봐. 텔레비젼이 최고의 친구일때가 있어..^^

30분도 걸리지 않아 마지막 페이지까지 휘다닥 넘겨 보고 다시 얼른 알라딘에 들어가 봤다. 홍지윤의 다른건 없는지..내가 모르면 모를까 알게 된 이상 그녀도 수배해서 잡아와야지 한다.
갑자기 이 책의 값이 눈에 보였다. 와 ..비싸네 몰랐는데. 가격을 알았으면 안 샀을까? 아닐거다. 고민만 많구 차라리 맘 편하게 안 보는게 낫다.. 
 
눈 따끔거리게 아프다. 자야할까
 

꼬리 : 몇년전에 '우유곽소녀'의 사차원이거나 차원없는 책이 자꾸 떠오른다. 그녀들이 동일인은 아닐까. 아니면 하다못해 유전자중에 심심증쌍둥이벌레들의 비밀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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