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네 네 형제 오치근 그림책 컬렉션 시리즈
백석 글, 오치근 그림 / 소년한길 / 200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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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를 배 안에 두고 읽었었다.
그때만 해도 백석이 유명세를 타기 전이라 그의 동시집을 집어 든것은 순전 그의 잘생긴 외모덕분이다. 백석의 시집 전면에 그의 얼굴을 표지로 한 출판사의 판매전략이 아주 그만이다.
잘 생긴 남자가 쓴 동시집이라 해서 하루에 한번씩 읽어줘야지 하면서 그의 시집을 읽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생각.
무슨 동시가 이리 길어?
와..말 씀씀이가 무진장 새롭다. 진짜 대단하네.
동시가 그냥 마냥 환하고 즐겁고 사랑스럽게가 아니네.
그때만 해도 동시라는 것을 교과서에서 배운(기억하는 게 있나?)스타일대로 짧고 쉽고 즐겁고 명랑하고 사랑스럽고 뭐 그런 식에 것들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근데 그의 시는 아무것도 틀에 맞지 않았다.
보통의 동시가 네형제가 힘을 합하여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류여야 하는데 네 형제중 막내만 살아남는다니 강단있는 데..^^

그리고 몇년이 지났다. 낱권으로 그림이 근사하게 그려져서 나왔다.
엄마인 내가 읽은 동시집은 네편이 묶인 그림이 소박한 책이었다.
두 아들이 태어나고 십년이 지나 나온 이 책은 무척이나 세련된 그림책이었다.
우리 둘째 아들이 좋아라 한다
다른 껍질 뒤집어 쓴것도 재미있고 다르게 죽는것도 재미있단다
막내는 껍질을 뒤집어 쓰지 않는 다는 것이 달라서 좋단다.
이렇게 죽었네 저렇게 죽었네 하면서 정리 좌악~해버린다.
오싹바싹 쪼박내고 오지끈 오지끈 부서쳤네.
말들이 재미난단다.
그래서 물었다
뿌구국 우는 개구리가 나오는 개구리네 한솥밥은 어떠니?
싫단다. 도와줘야 하고 도와주는 것도 똑같다고.
엄마인 나는 의성어나 의태어도 많고 도와주는 맘씨같은 교훈같은 거^^ 생각해서 개구리네를 좋아하는데..아들은 아니다

제 모습으로 살지 않아 다른 이들의 너울 속에 들어간 형제들이 죽고 제 모습으로 살아 가는 막내의 모습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슬프다 기쁘다 라는 것보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내 모습으로 내 목소리를 내며 산다는 것이 쉽지 않다.
내 목소리로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거 나이 들면서 안다.  다른 사람들이 살면서 터득한 깨달음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내것인양 우쭐대었던 때 아주 많았고 앞으로도 없다고 자신 못한다.

무척이나 매력적인 그림으로 홀로 선 집게네 형제그림책
아들과 같이 들여다보면서 또 하나 배운다.
하고 싶은 대로 사는 막내집게의 모습이 내 아들이 살고 싶은 모습이라는 것을 배운다.
큰 아이에게 치어있는 둘째의 모습이 조금 보인다.
 

시간을 들여 오래동안 우리와 같이 있게 되는 집게네 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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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1-27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정도서관에서 찾았는데 없어서 못 봤어요.
잘생긴 백석~ 동감이에요.^^

파란 2009-11-28 04:05   좋아요 0 | URL
저는 우연히 빌려서 봤어요. 지금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기다리는 중이랍니다.
잘생긴 백석아저씨..거기에서도 오래오래 잘 살았다니 인물이긴 합니다

순오기 2010-01-05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송정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는데 다른 책에 밀려서 또 빠졌어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