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난 내가 읽은 줄 알았다.
워낙 유명한 책이기도 하고 내용도 알고 있는거 같아서
다시 읽으려고 보니 책이 없어져서 버린줄 알았다.
중고로 다시 사서 읽고 일주일 지나니 한겨레출판으로 있드라
서문도 있고 세세한 제목을 달았고 5800원의 환상적인 가격.
뒤적거려 보니 1996년에 나왔네. 십년전. 그만큼 번역에 차이가 있긴하다.   

 -어린애가 무엇을 묻거든 제발 직접 대답해줘. 대답을 지어내지 말고. 애들은 역시 애들이지만, 답을 회피하는지는 어른들보다도 빨리 알아차리거든. 그리고 답을 회피하면 애들은 혼란에 빠지게 되지

여기에 나오는 아빠는 100점 만점의 부모노릇을 알고 있는 거 같다. 어느상황에서도 적용할수 있는 만점짜리 답지를 엉덩이에 감추고 있는 거 같다. 아 그 마법같은 답지를 내게 주었으면 하고 바랬다 어찌 이렇게 의리있고 인간적이면서 합리적이고 아..요즘 내가 읽는 책들에 나오는 부모들은 어찌 이리 현명하고 야무진지 진짜 의기소침해진다.  

- 손에 총을 들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을 갖는 대신에 , 참으로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를 배우길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새로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낼때 바로 용기가 있는 거다. 승리란 드문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지

진정으로 당신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 나를 나의 가족을 향해 악담을 퍼붓더라도 그 사람의 신념으로 그렇게 행동한다면 그건 내가 간섭할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건가. 그래도 내 가족에게 그렇다면 난 이성을 잃을거 같은데..말이다.

버트란드 러셀이 그랬단다. 왼쪽뺨을 때리거든 오른쪽 뺨을 내밀어라는 예수의 말을 이해할수 없다고. 어찌 인간이 그럴수 있느냐고. 그런 말하는 예수를 믿는다는 건 있을수 없다고. 그는 노벨문학상에 철학, 논리학, 수학의 대가이다. 이런 그의 말에 대꾸할 말을 김성희(한국 최초 정신분석학자라고 합니다) 교수가 " 예수의 오른뺨을 돌려대라는 말씀의 의미는 어른스러운 삶을 살라는 것이었다"

그랬다. 앵무새죽이기의 스카웃과 젬에게 하는 말과 행동은 그것을 말하고 있다. 상대방과 같이 진흙탕에서 뒹구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신념과 의지로 행동하고 생각하라고.

그 아빠는 대로변에서나 집안 침실에서나 똑 같은 사람이라는 말에도 자극이 된다. 난 집에서 후줄근하게 있을때와 밖에 나가서 행동할때의 차이가 좀 많다. 생활에서도 이리 다른데 인격적인 면에서는 무진장하니 차이 난다. 그래서 좀 사람들 집에 들이는데 무척 많은 스트레스 좀 받았다. 지금은 40살 나이를 헛으로 먹지 않고 그냥 무질르고 앉아도 잘 있는다.

- 애티커스 핀치는 이길 수 없어. 그럴 수 없을 거야. 하지만 그는 그런 사건에서 배심원들을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들 수 있는 이 지역에서 유일한 변호사야. 그러면서 나는 또 이렇게 혼자서 생각했단다. 우리는 지금 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거야. 아기 걸음마 같은 것이지만 역시 걸음임에는 틀림없어.

아기 걸음마.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것이 어떤 걸음인지는 잘 모르지만 걸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안다. 물론 오늘처럼 하루종일 티브이 앞에서 리모콘으로 '패떳'을 보며 혼자 디글디글 웃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바로 걸어가려는 그 순간의 숨돌림이라고 혼자 최면거는 날이라고 ^^

머리속을 땡~ 하고 울리며 개안하게 해주는 책이다.

작가가 오로지 이 책을 하나만 쓰고 다시는 쓰지 못했다는 말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작가들은  살면서 갖고 있는 질문은 많지 않을것이다. 정말 중요한 하나의 질문에 답을 스스로에게 하기 위해 그 많은 글을 쓰고 있을것이다. 그 점에서  앵무새 죽이기의 하퍼 리는 작가로는 불행이지만 독자로서는 정말 최고의 작품이다.

시간이 흘러 시대가 지나가도 십대에 읽어도 삼십대에 읽어도 그에 대한 감동이 살아 있을 수 있는 책이다. 2008년에 읽은 책 중 내게는 최고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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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흙 2009-01-05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은지 무지 오래됐는데(큰아이 가졌을 때^^), 세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 마디로 '뜨거운 눈물'이었어요. 인생의 책으로 꼽을 만한! 저도 얼마 전에 사놨습니다. 다시 읽으려고.^^

파란 2009-01-06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거운 눈물. 뜨거운 감자. 뜨거운 고구마..라는 농담이 생각나네요. 인생의 책.으로 꼽을 만해요. 가끔 다시 읽어보고 싶을거 같아요.

순오기 2009-01-07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다시 읽으려고 하지만, 늘 뒤로 밀리고 있어요.ㅜㅜ
2009년엔 읽으려나~~
 
여행자의 로망 백서
박사.이명석 지음 / 북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성스러운 물건도 개떼처럼 모아놓으면 이렇게 보이는구나 
 
십여년 전에 오래도록 희망이었던 유럽여행을 갔었다.
그리고 그 희망사항중에 한가지.
아침 일찍 친구와 둘이 숙소를 몰래 빠져나와
길가 정류소라 생각되는 곳에 서서
기다렸다. 이층버스를.
빨간색의 이층버스가 정말 꼭 한번 타고 싶었다.
너무 춥고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
정말 이곳이 정류장 맞나.
버스가 왔는데 이층버스가 아니면 어떻하지?
만약 탔다가 멀리 가버려서 길을 잃으면 어떻하지?
하면서도 돌아가자는 친구를 잡고 조금만 조금만
하고 기다렸었다.

드디어 저기 멀리서 나타나는 빨간 이층버스
흑인기사아저씨의 얼굴을 보며
손가락 하나 세우고 양손을 좌악 벌렸다.
(양손에는 영국 잔돈이 몽땅 )
아저씨 ... 들여다보더니 무엇무엇인가
대여섯개를 집어 들었다.
우리는 신난다고 뒤로 들어가 이층으로 올라갔다
푸...너무 이른 시간이라 못 올라간다구 ..흑흑
벅벅 우겨서 들여다 보고 왔는지 한발짝이라도 떼고 왔는지
못 올라간다고 해서 바로 항복하진 않았을 텐데..
그 다음의 기억은 사악 사라지고..
아무튼 돌아오는 길에 수퍼마켓(?)에 들려 가지고 있는 잔돈만큼
초콜릿을 사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다 먹었다.

정류장의 추웠던 기억, 아저씨께 펼쳐든 손바닥의 동전들
그것이 내 여행중에 가장 큰 로망이었다.

 
이들의 로망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와..하면서 악수하고 싶다.
여행가방을 싸는 로망..거울을 들여다 보고 있나 싶다.
밤이면 밤마다 여행가방을 풀렀다 묶었다.
정말 가슴 설레는 일.
시간에 밀려 곁눈으로 훓어 보면서 바쁘게 걸어다니던 일
잠자는 걸인옆에 쪼그려 앉아 사진찍던일.
별것도 아닌 일을 별일도 만드는 것이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같다.

 
-성스러운 물건도 개떼처럼 모아놓으면...
어찌 저렇게 표현하는지 정말 기막히게 오지다.

 그들의 사사로운 로망이 읽으면서 세운 나의 계획
- 텐트와 코펠을 산다.
-한달에 한번은 집에서 잠 자지 말자

한달에 한번은 집에서 안자고 싶은데 잘 잔다. 텐트와 코펠. 텐트를 사고 코펠도 샀다. .근데 잠이 와서 쓰러지겠다. 이렇게 밤문화가 점점 멀어지면 나이가 들어가는 건데..잠이 무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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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씹어먹고 싶었다.
이 책에 언급하고 인간들이며 이 책을 부린 작가를.
도대체 언제 이 많은 책을 읽고 느끼고 생각하고 가슴에 새겨두고
아..멀다

초반에는 기름을 바른거처럼 미끄러지기만 했다.
목수정의 글을 읽다가 바로 읽은 탓이다. 그녀가 쓴글에서 헤어나오질 못한책 이 책을 받아들이려 하니 그네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버겁기도 하고 느끼하기도 했다. 진중권 정이현..김탁환 임순례..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언가를 읽었다기 보다는 목수정의 글에서 빠져나오게 한 버터기름바른종이들이 되어버렸다.
그러다가 어느순간부터 그 종이들에 흡수되면서 잡아먹고 싶어진거다. 이 많은 순간들의 감각들을 나도 가져보고 싶어서 그네들이 그 글들에서 느꼈던 깨달음들을, 세상 살아가는 리듬의 힘을 갖고 싶었서 잡아먹고 싶었다.
한줄에서 바로 다음줄 다음줄 다음 단락하면서 순식간에 책을 넘겨가고 있었다. 글이 글로만 남기고 느낌은 사라지고 그저 나의 서두름만 남았다. 
밑줄긋고 싶은 부분 너무 많아서 색연필을 손에 들고 있었음에도 비어 있는 채로 남았다. 너무 많은 부분에 그어야 할거 같아서 지나가고 한줄을 읽으면서 다음줄에 욕심이 가서 제대로 음미하지도 못하면서 마지막장을 넘기기 위해 줄달음질만 치고 있다.

 
"천천히 가자"
" 못가. 어서 빨리 해치워야 해. 그러니까 어서 빨리 다음줄로 넘어가"

 
내용이며 기억하고 싶은 글귀며..딱 하나 남기고 있다.
< 책이 넘실넘실 대고 있다>
그 넘실거리는 틈 속에서 내가 읽고 싶은책 목록에 추가하며 오늘도 알라딘으로 산책하러 간다.
가끔 이 눔의 산책. 우리 집 경제를 말아먹는 일등공신이라는 말이 맞다. 산책길에서 벗어나고 있던 지난 몇달이 아무 필요없게 되었다. 나의 지름신이 깨어난것같다. 여름잠을 자고. 겨울밤은 길기도 한데 그 밤동안 지름신과 같이 행동하면 손가락 빨아야 하는데.

이 정도로 현실에 무지하고 무관심한건 책에 대한 후유증이다.

 

책이 책을 부르는 책읽기를 이번 가을에도 할수 있는데까지 가봐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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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파기의 즐거움 - 손가락 하나로 만나는 해방감
롤랜드 플리켓 지음, 박선령 옮김, 존 하이햄 그림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우선 제목이 맘에 든다.
코를 판다는 것에 대해 드러내고 말한다는 거.
그런 내용의 책을 만들고 출판하고 거기다가
수입하는 출판사와 번역하는 사람들과 도서관에
비치하는 사람들. 손에서 손으로 넘어오는 그 과정에
만났던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황당하기만 했을까?
살다가 이런 책도 있을까 하면서 웃었을까
것도 아니면 아무생각없이 돈이 될까 하고 생각했을까?
암튼 도서관이 아니면 이런 책을 어디서 보고 읽었으랴
아니지. 나같은 인간이 알라딘에서 발견했음..?  들여다보기가 없었으면 샀을지도 모른다.  

 차례를 들여다보면
1.코파기의 간략한 역사
2.코 파기의 실제
3.재미로 보는 코 파기

1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코파기를 금지했던 왕이나 정치가들과 서민들 사이의 알력다툼을 말하는데 재미 하나도 없다.

2장은 이 책의 엑기스이자 우리가 진짜로 코파기에 대해 갖는 온갖 추첩스런 상상을 그리고 있다.  그림?  별로 못그렸다.  그래도 그 그림이 주는 카타르시스..쪼금 있다.

- 코 파기란 정확히 무엇인가?   코 파기란 간단히 말해 콧구멍에서 코딱지를 꺼낸 후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작은 공 모양으로 뭉쳐서 문지르거나 튕기거나 먹는 기술이다. 

그림은 튕기기까지만 나왔다.  먹는 기술?  나는 수없이 집에서 보고 있다.  거기 보면서 우리 둘째아들넘이 따악 보이면서 규진이같은 넘들이 많군 했다.
푹푹거리는 웃음 나오면서도 얼굴 표정은  찌르러진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이상스럽게 그 코딱지의 '맛'이 충분히 상상이 되는거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일은 상상할수 없을만큼 나는 둔하다. 그런데 혀 끝에서 먼가 짭쪼름한 맛의 기억이 슬그머니 기억이 나는거다.  그렇다면...머언 옛날 나도 그 코딱지를 먹었던 말인가?  

- 다른 사람의 코를 파줄 수도 있나?
자기 코를 마음대로 파는 것은 괜찮다.
자기 친구를 마음대로 고르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친구의 코를 마음대로 파서는 절대 안된다.
라고 쓰여졌다.  진짜다.  귀에 분비물이 쌓인 덩어리들은 귀지라해서 어떤 이들은 드러내놓고 '귀 파고 싶어'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그리고 그다지 더럽다고 느끼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코에 쌓인 분비물에는 그리 호들갑을 떠는지 .. 조용 생각해보면 코에 쌓인 분비물에는 습기가 동반할지도 모르는 위험부담때문일까?  아무래도 건조한 귀지보다 습기가 있는 코분비물이 훨씬 찌껍하다는 생각이 드나보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누군가가 내 코딱지를 파준다거나 내가 다른 사람 코딱지를 파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다? 아니야..손에 가느다란 도구만 있으면 가득 쌓여있는 다른 이의 코딱지 파는 것을 어느정도 즐길지도 모른다.  적당한 도구와 장소만 있다면..그리고 코분비물이 품고 있는 습기가 아주 낮다면!

아기가 정말 사랑스러운 이유는 아기코딱지는 더럽다는 생각이 별로 안들기 때문일까? 어지간해서는 아기 코에 있는 딱지를 별 생각없이 어떻게 하면 저걸 파낼까 궁리한다.  그러면서 내가 시원해지는 그 상쾌함 아주 좋다.  그 상쾌함을 주는 유일한 다른 생명체이기 때문에 아기들이 사랑스러울지도 모른다. 진짜루우

그 밖에 코를 파는 갖가지 방법과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닭발찌르기,  옆 돌리기, 십자기 찌르기, 맴맴하강법, 코르시카식 찌르기 등등
별자리로 본 코파는 선수들의 특징과 이름들이 3장에 나왔다.

이 책은 화장실에서 힘줄때 보기에 적당하다.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이 동시에 이루어질수 있는 아주 은밀하면서 정말 중요한 일을 그리 간단히 처리할수 있는 최선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걸 읽고 코딱지를 판다면 그 인간은 아주 정직한 인간이다.  안 판다면 고상한척 하지 맙시다다.

꼬리에 따라오는 말들...
낚여서 이 책을 보고 싶은 사람은 없으시길
그래도 이런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세상이 이런
쓸데없다 생각되는 일에도 쏟을만큼 에너지가 많은 인간들이 가득하다는 것이 정말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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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9-25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재밌는 세상이에요. 미처 돌아가는 세상이기도 하지만요.^^
 
스페인, 너는 자유다 -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고 떠난 낯선 땅에서 나를 다시 채우고 돌아오다, 개정판
손미나 글.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미각을 즐기는 사람들
맛을 음미하면서 먹는 사람은 아무래도 오래 살것 같다.
그들은 삶을 좀더 끈질기게  살아
어디엔가 내가 먹어보지 못한 그 맛을 찾아다니면서 살것 같다
봄이 오면 봄나물에..여름에는 풋풋함에 가을은 깊은 맛을 겨울은 시원한 맛을..찾으며 새로움을 찾을것 같다.
그러다보면 사는 게 그다지 지루하거나 어느날 헛헛하지 않을것 같다.  그럴 시간이 적을거 같다. 

책을 읽으면서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 이보다는 말이다.
머리속에서 상상하며 내가 하고 싶었던 느낌들을 써 내린 글을 볼때행복하다. 그렇지만 가끔은 다 귀찮기만 하고 이게 무슨 소용이야
할때가 종종 온다.
그럴때는 아무대책이 없다. 그냥 무기력하게 늘어져 버린다.
그런 오후..옆집 아줌마가 열무김치와 익은 김치 한다발을 주었다.
열무김치..향이 국수에 비벼먹고 싶게 침이 고이게 하면서 정신을 깨게 했다.  김치. 그 익은김치..아주 오래전에 엄마가 땅속 항아리에서 꺼낸 김치향이다.  내가 정말 좋아했는데 어느새 잊어버리고 있던 향이다.  갑자기 살고 싶어지는 향이다.

머리보다 내 몸이 알고 있는 즐거움이 사는 것을 더 질기게 더 행복하게 만든다.

손미나의 책을 읽으면서 한참 지겨웠다.
도대체 그 여자는 이 책을 왜 썼을까? 무엇때문에.
아나운서였다는 그 여자의 경력이 아무 필요없는 책이다.
그냥 일반사람이 쓴 글과 다름이 하나 없다.
기대했었다. 아무래도 우리와 보는 시각차이가 있지 않을까 해서
기대했는데 조금 실망했었다.
그냥 이쁘장한 동양여자가 여기저기에서 사랑받고 이쁨받고 그 안에서 공부하고 놀다 왔다는 이야기다.
어디에서나 환영받았다는 이야기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자기자랑만 늘어놓아서..솔직히 '아 재수없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사진도 그냥저냥 볼만하고 나도 한번 스페인에 가보고 싶은 생각도 조금 들긴 했다.
그래도 실망스러웠는데..김치를 받고 거기에 밥 한술 뜨고생각했다.
그녀도 자신이 지냈던 스페인의 시간을 이렇게 머리보다 손으로 적어놓고 그것을 활자해놓고..그렇게 현실적으로 무언가 보듬고 싶었나 보다..싶었다. 단순히 사진몇장과 기억과 사람으로만 남기지 않고 공적인 기록으로 남기면 자신에게 좀더 오래오래 그 느낌이 새겨져 있을듯 했나 보다.

그렇다면 잘했다.
누가 뭐라고 하나..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살면 된다.
다른 시각을 기대한 나?  그건 내 탓이다.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
읽고 나서..그래  사랑받아 부럽소..나는 그렇게 사랑못받을텐데 하는 질투심도 조금 섞였있었으니..내 탓이지 뭔가.
사랑받고 주목받는 것을 당연으로 여기는 그녀의 오만함이 전염되어 나에게도 나누어지는 걸 기다릴란다

근데..스페인의 그 바다가..정말 한번 보고 싶다.
하루내내 아무것도 안하면서..
그게 제일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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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9-2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님도 역시!ㅎㅎㅎ
나도 이거 읽다가 재미 없어서 몇 군데 골라 읽고 말았어요~ 재작년인가 독서회 토론도서로 할까 싶어 먼저 구입해서 보는데 별로더라고요. 그래서 접어두고 잊고 있었네요. 그래도 우리 막내가 읽었으니 책값은 했지요.^^

파란 2008-09-26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값이 아까워야 했는데 누가 선물한 책이라 가슴은 덜 아팠습니다. 내돈주고 샀더라면 마무리 위안멘트 못씁니다. 가슴아파서~~ 근데 손미나양이 책을 또 냈드라구요. 주변에 갈치떼들만 있나 싶어요. 정직한 인간들 하나 없이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애들만 있는지. 손미나양 깨달음이 새로와졌는지 새로운 곳에 놀러간건지.. 찾아보니 이번엔 도쿄네요. 저러게 쓰다가 쓰다가 생각이 깊어지던가 새로운 놀이를 만들던가 뭐 하나라도 해야할텐데.. 책쓰는 용기가 가상하게 느끼게 해주었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