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인간 - 부와 권력을 지배하는 인공지능의 보이지 않는 공포가 온다
해나 프라이 지음, 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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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과 인공지능에 관한 책이라는 소개 글을 보고 솔직히 어렵고 딱딱하며 뭔지 이해하기 쉽지 않을 거라 예상한 내 생각은 여지없이 깨어졌다.

일단 너무나 쉽게 설명한 것에 우선 놀랐고 다음에는 우리도 모르는 새 언제 이렇게까지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사용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면서 깜짝 놀랐다.

어느새 알게 모르게 생활 전반 깊숙이 알고리즘이 관여하고 있다는 걸 왜 그렇게 몰랐던 건지...

그러고 보면 인터넷으로 쇼핑을 즐기는 나에게 편리하다고만 생각되던 기능이 있다.

예전 구매 기록이 화면에 뜨고 나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기능을 그저 편리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는 새 나의 쇼핑 패턴이며 쇼핑 습관 같은 것이 차곡차곡 데이터로 모여 알고리즘화되고 있었다 생각하면 그 편리하다 생각되던 기능에 순간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이런 식으로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사고파는 데이터와 뭔가를 찾은 데이터 같은 게 하나씩 하나씩 모여 그 사람도 모르는 새 알고리즘화되고 있었다니... 생각만 해도 섬뜩하지 않은가?

이 책에서는 어느새 우리 생활 전반 깊숙이 관여하게 된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의 기능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그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거부감을 보인다고 해서 해결된 시점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알고리즘이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곳은 쇼핑 같은 걸 빼면 아마도 의료분야가 아닐까 생각한다.

암 진단을 할 때 병리학자가 그 많은 세포를 들여다보면서 보통 세포 속에 숨은 암세포를 찾아내야 하는데 한 사람의 병리학자가 하루에 몇 건만 본다면 암세포를 찾지 못할 확률은 현저히 줄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람이 봐야 할 게 수백 건에 이른다면 당연하게도 못 보고 지나칠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누군가는 분명 암 검진을 했음에도 안타깝게 암 진단을 놓쳐 병을 완치할 시기를 놓치기도 하는데 만약 사람이 하는 이 일을 기계가 맡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 기계는 지치지도 않고 쉬지도 않으면서 객관화된 데이터로만 환자를 평가함으로 쓸데없는 진료가 줄어들 뿐 아니라 오진이 줄고 보다 빠르게 그 사람의 병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수많은 환자의 질병 기록이나 의무 기록이 노출되고 공유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리기 때문인데 같은 질병을 앓는 사람의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를 해야 하는 부분에서 개인 정보의 노출이라는 민감한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뿐만 아니라 자동주행장치의 발달로 사람이 더 이상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고 범인을 찾는 데에도 데이터화된 알고리즘은 많은 활약을 하고 있는 등 책을 읽으면서 언제 이렇게 우리 주변에 많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하고 있었던 건지 새삼 놀라게 된다.

무엇보다 객관화된 인식과 평가가 우선되어야 하는 곳은 법정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만약 사람이 지은 죄를 알고리즘이 평가한다면 우선은 동일 범죄에 동일 형량이 지켜지는 건 물론이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은 어느 정도 깨지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판타지에 가까운 희망사항이 될 것 같다.

이는 같은 범죄를 저질렀어도 상황에 따른 변수가 존재하고 수많은 예외가 존재할 수 있는데 이런 걸 무시하고 객관화된 수치로만 그 사람을 재판한다면 또 다른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음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느새 알고리즘이며 데이터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일을 하고 있고 또 빠르게 처리하고 있다 보니 전통적인 일자리가 기계에게 빼앗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어느새 사람을 대신하고 있는 기계를 증오하거나 두려워하는 것도 사실인데 그렇다면 앞으로 모든 일을 기계가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을까 묻는다면 그럴 일은 아마도 힘들지 않을까 하고 저자는 예상하고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인공지능이며 데이터, 알고리즘 역시 완벽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잘못된 데이터를 입력하면 도출된 결과 역시 오류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현실 앞으로 다가온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을 거부하거나 맹목적으로 믿을 것이 아니라 공존해야 할 때다.

기계에도 오류와 결함이 있음을 인정하고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결점과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이용한다면 앞으로도 더 편리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알고리즘에 대해 너무 두려워하지도 그렇다고 그 편리함에만 빠져들어서도 안된다는 걸 깨달았고 오늘도 쇼핑을 하면서 누군가가 나에 대해 많은 걸 알 수도 있다는 것에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주변에도 한 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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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변주곡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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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손님이라는 전작을 통해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 저자가 이번에는 서로 다른 듯 연결되어 있는 다섯 편의 단편을 묶은 책을 들고 왔다.

이번에도 사랑을 소재로 삼았는데 다섯 편에서 각각의 사랑의 순간을 담고 있다.

첫사랑인 줄도 모르고 불현듯 다가온 사람으로 인해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던 열두 살의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첫사랑은 그야말로 첫사랑의 그 서투름과 떨림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누구에게 들킬세라 몰래몰래 그 사람 주변을 맴돌고 그 사람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도 그가 자신을 만져줬으면 하는 소년의 심정을 참으로 세심하게 묘사해 마치 그 소년의 감정을 들여다보는듯하다.

대부분의 첫사랑이 그렇듯 이런 설렘도 느닷없이 어떤 예고도 없이 끝을 맞게 되고 십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는 진실은 참으로 의외인데도 화가 나거나 허탈해지지 않고 납득을 한 파올로의 고백이 이해가 된다.

첫사랑 이외의 이야기들은 사춘기의 열병을 앓는 아이의 이야기가 아닌 성인들의 사랑 이야기인데 이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음을 한참 읽고서야 이해가 갈 정도로 말하는 화자의 이름도 상황도 모든 것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은유와 두리뭉실한 표현으로 에둘러놔서 쉽게 술술 읽어내려가기는 조금 힘들었다.

낮에 들른 레스토랑에서 아내와 함께 하고 있는 낯선 남자를 보고 남편은 오히려 그들을 못 본 척 외면하고 돌아 나와 깊은 생각과 고민에 빠진다는 설정을 한 봄날의 열병

아내는 그 남자와 언제부터 그런 관계였는지 친밀한 스킨십을 보면 이미 어느 선을 넘은 게 분명한데 왜 자신은 분명한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자책하는 남편의 모습은 배우자의 부정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목격하고 당황한 사람의 모습인 듯 보이지만 가만 보면 의외로 그의 감정에는 질투가 없다는 걸 한참 뒤에야 깨닫게 되면서 이 부부가 평범한 보통의 부부가 아님을 독자들이 스스로 깨닫게 된다.

아내의 변심에 고민하면서도 테니스를 칠 파트너에 대해 생각하는 모습은 분명 일반적이지 않은데 이 부부의 비밀은 확실히 의외였고 그녀의 비밀조차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를 보여준다.

그리고 다른 단편에서도 종종 그 이름을 불리는 만프레드

만프레드는 테니스를 치러 다니면서 누군가를 마음에 품게 되고 그의 주변을 맴돌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와 대화조차 하지 못한다.

자신의 이런 마음을 혹시라도 그가 눈치채고 거부감을 표현하는 걸 두려워하면서도 그의 테니스 시간을 외우고 그가 타는 열차 시간표를 외우고 그의 뒤를 몰래 밟기도 하면서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는 심정을 마치 고백처럼 독백처럼 읊조리듯 써 내려간 만프레드에서는 확실히 동성애적 코드를 드러내고 있다.

별의 사랑에서는 몇 해에 한 번씩 만나 불같이 뜨거워졌다 이내 헤어짐을 반복하는 연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서로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함께 할 수 없는 건 결국 서로를 사랑했다기보다 욕망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 등장하는 사람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이 모든 게 한 사람을 중심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입을 통해서 들려주기도 하는데 이 모두의 중심은 파올로 즉 첫사랑의 설렘을 허무하게 빼앗기고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던 소년이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름이 파올로인 소년과 폴 혹은 폴리와의 연관성을 깨닫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에서 폴은 낯선 남자와도 그리고 오래된 여자친구와 몇 해에 한 번씩 만나 사랑을 나누기도 하는 등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면 동일 인물이라 생각하기가 쉽지 않은데 사랑이란 그 사람이 남자인지 여성인지가 중요하다기 보다 오로지 그 사람이어서 사랑에 빠진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제목처럼 수수께끼 같은 사랑을 하고 상대를 가리지 않는 열정은 복잡하면서도 정석대로가 아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주곡과 닮아 있는 듯하다.

글에서조차 이해가 쉽지 않게 많은 은유와 생략된 감정의 표현은 안 그래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주인공들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해서 몰입을 방해한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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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0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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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에서 아주 강렬한 엔딩을 장식했던 해리가 돌아왔다.

탁월한 능력과 뛰어난 영감, 누구를 막론하고 죄를 지은 사람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던. .. 경찰로서의 자질을 모두 제대로 갖춘 그에게 인생 최대의 위기가 닥쳤고 그는 경찰직을 포기하는 걸로 위기를 극복했다.

하지만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은 그에게 세상은 조용히 놔두지 않는다.

아니 세상이라기보다는 같은 동료 경찰들이 그를 필요로 하는 일이 발생, 경찰을 그만둔 그에게 간절히 도움을 요청한다.

게다가 이번의 살인사건은 모든 경찰들이 힘을 합쳐 범인을 검거해야 할 이유가 있다.

범인이 전현직 경찰을 목표로 삼고 하나둘씩 잔인하게 처리해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더군다나 살해된 장소는 그 경찰이 참여했던 사건 중 여성을 강간하고 잔인하게 살해했지만 경찰들이 그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던 미제 사건의 현장에서 마치 사건 해결을 못한 벌을 주듯 미제 사건 속의 피해자와 같은 방법으로 살해했고 연이은 경찰 살해 사건에도 범인은 어떤 흔적 하나 남겨두지 않았다.

경찰에서 물러나 경찰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던 해리에게 그들이 도움을 청해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지만 해리의 오랜 연인 라켈과 새롭게 출발하려는 해리는 반갑지 않다.

다시 사건을 맡으면 사건과 현실의 구분이 흐트러지고 또다시 알코올의 유혹에 빠져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요청을 모른척하지만 그는 천상 경찰이었기에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고 그는 짧은 의견으로 경찰들이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을 단숨에 찔러 수사의 방향을 바꿔버린다.

그는 이 잔인한 살인사건의 바탕에는 증오나 분노가 아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랑이 깔려있음을 알아본 것이다.

하지만 새롭게 경찰청장이 된 신임 경찰청장 미카엘 벨 만은 오슬로 전역의 마약 공급책과의 유착으로 서로에게 도움을 줬던 자신의 과거가 드러나기를 꺼려 해리의 경찰 복귀가 반드시 필요함에도 그의 등장을 반기지 않는다. 아니 반기지 않는 걸로 모자라 그가 영영 경찰에 복귀하지 않았으면 하는 속내를 가지고 있다.

이에 경찰철장 몰래 그들끼리 팀을 만들어 수사를 진행하지만 범인의 흔적은 좀체 잡히지 않고 오히려 팀원이자 오랫동안 해리와 함께 팀을 이뤄 수사했던 사람마저 희생당하고 만다.

이제 살인마의 칼날은 해리 팀에게로 향하고 해리는 스노맨에서와 마찬가지로 살인마와의 대결을 피할 수 없다.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의 특성 그대로 이번에도 좀처럼 범인의 윤곽을 잡을 수 없는 가운데 범인일 거라 짐작되는 수상한 용의자는 여럿 등장한다.

그들에게는 충분히 의심스러운 전적이 있었고 또한 뭔가 감춰둔 비밀들이 숨겨져있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비리일 수도 있고 어두운 과거일 수도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어둡고 눅눅한 질투의 감정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평범한듯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요 네스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인정사정 볼 것 없고 자신에게조차 예외 없이 지나치게 엄격하기만 했던 해리가 팬텀에서의 일격 이후 조금은 달라지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 앞으로 더 궁금해지는 해리 홀레 시리즈

너무 좋아서 오히려 쓸 말이 없는...

그나저나 해리는 앞으로 경찰에 복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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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소설 - 당신의 이야기가 소설입니다
마리애비 외 지음, 바이트 기획 / 에이치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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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가끔씩 하는 말이 있다.

내가 살아온 걸 소설로 쓰면 한질은 될 거라는...그만큼 많은 사연과 나름의 곡절이 있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이야기는 있어도 그걸 글로 풀어내는 건 재능을 요하는 일... 그런 각자의 사연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문 작가들이 듣고서 짧은 소설로 써준 책이 바로 이 책 3분 소설이다.

3분 소설이라는 제목처럼 살아온 이야기를 넋두리처럼 길게 쓴 게 아닌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짧게 그야말로 3분이면 한편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분량으로 표현해놓은 이 소설은 우리의 이야기라서 일까 확실히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일단 주제를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고민 혹은 위로, 미래 혹은 꿈, 사랑 혹은 이별, 일 혹은 직장으로 나눠 다루고 있다.

사랑 혹은 이별 파트는 가장 현실적으로 그려놓았는데 대부분이 상상이라기보다 자신들이 현재 혹은 과거에 했던 사랑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 가장 재밌게 읽은 부분이기도 하다.

역시 남의 사랑이야기만큼 흥미로운것도 없는듯...

오래된 연인과 더 이상 설렘이 없는 만남에 대한 고민도,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과의 처음 만났던 순간의 이야기도 혹은 현재의 연인과의 조금은 뜨거운 로맨스를 꿈꾸며 하는 상상을 곁들인 이야기도 누구나 한 번쯤 해본 듯한 사랑과 고민이랑 닮아 있어 마치 내가 주인공인 달콤한 로맨스 소설을 보는듯한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남들도 나와 별로 다르지 않은 사랑을 하는구나 싶은 동질감도 느끼게 되고...

파트 중 가장 소설에 가까운 부분은 1장 고민 혹은 위로에서 많이 나오는데 지금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많은 생각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서인지 상상과 판타지를 섞어 고민을 단박에 해결한다거나 혹은 아예 지금의 고민 따위 날려버릴 수 있게 속 시원한 액션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무거운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해주기 위해 작가들이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각자의 사연을 듣고 그걸 바탕으로 기발한 이야기로 만들어 낸 작가들이 참으로 대단하다 느껴지기도 했다.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서 벗어날려는 시도조차 않는 엄마로 인해 마음과 몸이 지쳐버린 사람의 이야기처럼 무거운 사연도 혹은 낯선 나라에서 설레는 프러포즈를 받은 달콤한 사연도 원하는 꿈 대신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을 하지만 어느새 스스로 잃어버린 꿈에 대한 사연도 모두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공감도 되고 위로가 되기도 했다.

나만 이렇게 힘들고 나만 이런 걸로 고민하고 있는 건 아니구나 하는 위안이 되기도 하고...

마음속 깊이 숨겨뒀던 걱정거리나 고민 같은 걸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이미 치료가 시작된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끄집어 내서 이야기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진심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데서 많은 위로와 위안을 받기도 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 책 3분 소설은 그런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조금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위로가 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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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받으라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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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살: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라는 책을 아무런 정보 없이 읽고는 후덜덜했던 기억이 있어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이번엔 또 얼마나 무서울까 하는 기대가 컸다.

전작이 워낙 강해서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예상을 한 덕인지 생각보다 무섭지는 않았는데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인 빙의니 신들린 이야기 같은 소재를 이용해 작가 나름대로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앞으로도 작가의 이름을 들으면 오컬트적인 소재나 빙의같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속신앙에서 말하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소재로 다루는 작가라는 기억은 하게 될듯하다.

상갓집에 가서 재수 없게 살을 맞은 후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다룬 살과 달리 이번에는 대를 이어오는 저주에 대한 이야기여서 닮은 듯 다른 이야기이다.

1836년 섭주에서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처형이 결행된다.

처형당한 이는 장일손이라는 이름의 남자로 그의 죄명은 나라에서 금한 천주교를 믿은 죄라 하지만 진실은 그가 사술을 행해 원하는 사람과 영혼을 바꿀 수 있다는 사교의 교주이고 이를 아는 마을의 현령 김광신이 그를 즉결 처형한 것인데 장일손이 죽으며 그에게 어마어마한 저주를 내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지금 현재 1976년 섭주에는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마을 사람들에게 교리를 전해주려 열심히 포교활동 중인 김정균 목사가 마을 사람들과 겪는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이야기의 중심은 마을 무당의 딸 묘화가 성령을 받았다 주장하면서부터 벌어지는 일이다.

그전까지는 모든 마을 사람들로부터 따돌림과 외면을 받는 걸로 모자라 묘화가 교회에 오고 싶어도 들어올 수조차 없도록 막았던 마을 사람들이 그녀에게서 아픈 사람들을 낫게 하는 기적을 본 후로는 맹목적으로 그녀를 믿고 받들려는 사람과 이제까지 그녀를 꺼렸던 그대로 그녀의 기적을 절대로 믿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로 나뉘면서 마을 사람들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한다.

이런 와중에 마을에서 신임이 두텁던 목사 정균이 갈등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나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녀 묘화와의 만남을 꺼리는 이상한 태도는 그들의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것으로 작용하는데 그가 이렇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동안 묘화는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들의 꿈에 나타나 저주를 퍼붓고 그 꿈이 실현되어 한 아이가 죽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갈등은 폭발하기에 이른다.

묘화가 그 아이 즉 이미 죽었던 아이를 눈앞에서 살려내는 걸 본 사람들은 두려움과 함께 묘화를 신처럼 받들기에 이르렀고 정균은 더 이상 모른 척 외면 하수 없는 처지에 몰려서야 그녀와의 만남을 허락하지만 하필이면 그와의 만남이 그녀의 마지막이 되면서 마을 사람들은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면서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과정이 숨 가쁘다.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극단적인 편가름과 갈등의 중심에 무당의 딸 묘화와 신의 아들이라 칭하는 목사 정균이 있는데 마치 신 구간의 종교갈등으로도 보일수 있지만 서로 극단적인 두 사람의 처지는 알고 보면 같은 처지나 다름없다는 게 이 이야기의 퍼즐의 한 부분이다.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조정되는 삶을 살고 있거나 살았던 경험이 있는...

서로 극단적으로 대치하고 마치 양진영에 우두머리를 모셔두고 패가 갈려 전쟁하는 것처럼 묘화와 정균을 중심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왜 같은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았던 자신들이 이렇게 분노하고 서로를 증오하며 분열하게 된 건지 연유도 제대로 모른 채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그들이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이야기하는 화자로 소설가를 등장시켜 이 마을에 내려오는 장일손의 저주와 그가 가졌던 악마적인 힘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원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시대적 배경이 막 선진화가 되고 있지만 시골에까지 미치지는 않았던 1970년대라는 점, 즉 아직까지는 마을 곳곳에서 토속 신앙의 힘이 작용하고 사람들 마음속에 무속신앙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하고 있을 때라는 걸 생각하면 지금과 달리 충분히 있을 수 있었던 일이라는 게 더 무섭게 느껴졌다.

한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설명이 불가능한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공포를 슬쩍 건드려준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서 역시 여름밤엔 공포물이 더위를 잊게 하는 데 최고라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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