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변주곡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해 여름 손님이라는 전작을 통해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 저자가 이번에는 서로 다른 듯 연결되어 있는 다섯 편의 단편을 묶은 책을 들고 왔다.

이번에도 사랑을 소재로 삼았는데 다섯 편에서 각각의 사랑의 순간을 담고 있다.

첫사랑인 줄도 모르고 불현듯 다가온 사람으로 인해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던 열두 살의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첫사랑은 그야말로 첫사랑의 그 서투름과 떨림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누구에게 들킬세라 몰래몰래 그 사람 주변을 맴돌고 그 사람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도 그가 자신을 만져줬으면 하는 소년의 심정을 참으로 세심하게 묘사해 마치 그 소년의 감정을 들여다보는듯하다.

대부분의 첫사랑이 그렇듯 이런 설렘도 느닷없이 어떤 예고도 없이 끝을 맞게 되고 십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는 진실은 참으로 의외인데도 화가 나거나 허탈해지지 않고 납득을 한 파올로의 고백이 이해가 된다.

첫사랑 이외의 이야기들은 사춘기의 열병을 앓는 아이의 이야기가 아닌 성인들의 사랑 이야기인데 이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음을 한참 읽고서야 이해가 갈 정도로 말하는 화자의 이름도 상황도 모든 것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은유와 두리뭉실한 표현으로 에둘러놔서 쉽게 술술 읽어내려가기는 조금 힘들었다.

낮에 들른 레스토랑에서 아내와 함께 하고 있는 낯선 남자를 보고 남편은 오히려 그들을 못 본 척 외면하고 돌아 나와 깊은 생각과 고민에 빠진다는 설정을 한 봄날의 열병

아내는 그 남자와 언제부터 그런 관계였는지 친밀한 스킨십을 보면 이미 어느 선을 넘은 게 분명한데 왜 자신은 분명한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자책하는 남편의 모습은 배우자의 부정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목격하고 당황한 사람의 모습인 듯 보이지만 가만 보면 의외로 그의 감정에는 질투가 없다는 걸 한참 뒤에야 깨닫게 되면서 이 부부가 평범한 보통의 부부가 아님을 독자들이 스스로 깨닫게 된다.

아내의 변심에 고민하면서도 테니스를 칠 파트너에 대해 생각하는 모습은 분명 일반적이지 않은데 이 부부의 비밀은 확실히 의외였고 그녀의 비밀조차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를 보여준다.

그리고 다른 단편에서도 종종 그 이름을 불리는 만프레드

만프레드는 테니스를 치러 다니면서 누군가를 마음에 품게 되고 그의 주변을 맴돌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와 대화조차 하지 못한다.

자신의 이런 마음을 혹시라도 그가 눈치채고 거부감을 표현하는 걸 두려워하면서도 그의 테니스 시간을 외우고 그가 타는 열차 시간표를 외우고 그의 뒤를 몰래 밟기도 하면서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는 심정을 마치 고백처럼 독백처럼 읊조리듯 써 내려간 만프레드에서는 확실히 동성애적 코드를 드러내고 있다.

별의 사랑에서는 몇 해에 한 번씩 만나 불같이 뜨거워졌다 이내 헤어짐을 반복하는 연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서로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함께 할 수 없는 건 결국 서로를 사랑했다기보다 욕망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 등장하는 사람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이 모든 게 한 사람을 중심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입을 통해서 들려주기도 하는데 이 모두의 중심은 파올로 즉 첫사랑의 설렘을 허무하게 빼앗기고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던 소년이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름이 파올로인 소년과 폴 혹은 폴리와의 연관성을 깨닫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에서 폴은 낯선 남자와도 그리고 오래된 여자친구와 몇 해에 한 번씩 만나 사랑을 나누기도 하는 등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면 동일 인물이라 생각하기가 쉽지 않은데 사랑이란 그 사람이 남자인지 여성인지가 중요하다기 보다 오로지 그 사람이어서 사랑에 빠진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제목처럼 수수께끼 같은 사랑을 하고 상대를 가리지 않는 열정은 복잡하면서도 정석대로가 아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주곡과 닮아 있는 듯하다.

글에서조차 이해가 쉽지 않게 많은 은유와 생략된 감정의 표현은 안 그래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주인공들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해서 몰입을 방해한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