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한적하고 조용한 휴양지 같은 곳에서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것이다.

천국 같은 섬 보라 보라

우리에게는 비교적 늦게 알려졌지만 유럽에서는 허니문이나 휴양지로 각광받는 곳 중 하나란다.

혼인신고를 하고 그곳으로 떠난 부부의 일상은 일단 조용하고 여유롭다.

물론 처음 도착한 후 적응 기간 동안 이런저런 불편을 겪고 당연하다 여겼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섬의 현실에 당황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그것조차도 아주 흥미롭게 표현하고 있다.

잦은 정전으로 당황하던 모습도 잠시 이제는 그러려니 하면서 정전이 되고 나면 같이 작동이 멈추기 예사인 샤워부터 하고 냉동실의 음식을 전부 끄집어내서 요리를 하는 여유를 보인다.

보라 보라 섬에서의 일상뿐 아니라 곳곳에서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고서야 비로소 보이는 부모의 진심 혹은 삶의 무게 같은 건 나 역시 느꼈던 부분이라 많이 공감이 가고 가슴이 울컥하기도 했다.

특히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컸는데 차를 타고 가다가도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한 모습을 보면 멈춰서 도움이 필요한지를 물어보는 모습이라던가 자신의 피자집에 매일 들르는 노숙자 손님에게도 성심을 다해 피자를 만들어 대접하는 모습은 사뭇 존경스럽기까지 한데 특히 돈도 안 낼 때가 많은 공짜 손님이면서 늘 부루퉁하고 제대로 인사조차 하지 않는 그 손님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는 아내에게 피자 하나를 먹기 위해 친절하기까지 해야 하냐 그의 말은 진심 놀라웠다. 저자의 말처럼 속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쩌면 나보다 못한 형편의 사람을 보고 나도 모르게 우월감을 느꼈던 것 같다.

우리는 늘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사람 혹은 괜찮은 사람이라 보이길 원해 주변을 의식하고 진심과 달리 행동할 때가 많은데 그렇게 매일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스트레스는 마음과 육체에 병으로 되돌아온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남편의 태도는 누군가를 의식해서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서 행동한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런 삶의 태도는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조금은 삶의 여유를 두고 대하는 모습은 늘 경쟁에 시달리고 하루라도 빨리 뭔가를 이루고 싶어 조바심치는 우리의 모습과 대비되는데 이런 사이에 조금은 현실적이면서 세속적인 면도 보이는 저자가 있어 그 갭을 메워주는 게 아닐까 싶다.

섬이다 보니 당연히 물가가 싸지 않고 특히 세금의 부담이 큰데 고지서와 가계부를 보면서 머리 아프게 계산하다가도 시원한 맥주 한 잔에 잠시 시름을 잊기도 하고 마트에 들렀을 때 원하는 물건을 사가지고 오면서 세상 행복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이란 게 이렇게 소소한 데서 느낄 수도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자신이 사는 모습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 위해 행복과 여유로움을 과장하는 것도 없고 어디서든 사람 사는 곳이라면 느끼는 장단점에 대해 진솔하게 표현해서 마냥 그들의 삶이 동화처럼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 것도 좋았던 점이다.

그저 지금의 모습에서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고 주변 시선을 너무 의식해서 살지 않는다면 그곳이 어디든 조금은 만족도가 올라가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뭐... 그녀의 삶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는 건 인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터넷의 숨겨진 얼굴 -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 선거 조작부터 은밀한 섹스 토이까지
라이나 스탐볼리스카 지음, 허린 옮김 / 동아엠앤비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부터 노인까지 인터넷을 쓰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생활화되었지만 사용하면서도 늘 불안한 게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봤을 보안 문제

특히 요즘은 손에 들고 다니기 간편한 스마트폰으로 은행 업무 및 온갖 온라인 쇼핑은 물론 카드 결제까지 이루어지다 보니 편리한 건 좋지만 누군가 나의 정보를 빼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오싹해진다.

이 책에서도 그런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 단순히 정기적으로 바이러스를 검사하고 업데이트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게 더 문제다.

이렇게 개인의 정보를 이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인터넷을 이용해서 다른 나라의 문제에 간섭하거나 대중을 기만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이용한다면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책의 부제처럼 미국 대통령선거 막판을 온통 뒤흔들었던 민주당 캠프의 이메일 해킹 문제부터 현 대통령인 트럼프를 돕기 위해 러시아가 은밀히 선거를 조작했다는 스캔들까지 모두가 인터넷을 이용했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문제는 정말 러시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는가인데 전문 해커들이 여러 경로를 이용해서 IP 추적도 쉽지 않고 설령 찾았다 해도 그게 반드시 러시아가 한 짓인지 명확히 밝혀낼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기관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해킹의 배후를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밝혀낸 것이라곤 그 IP 가 가리키는 곳이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의 어느 곳이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국가가 직접 배후를 밝혀내는 데에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개인이 그 배후를 밝힌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그저 우리는 자주 업데이트를 하고 바이러스를 검사하면서 수상한 메일은 열어보지 않고 비밀번호를 자주 바꿔주는 것이라도 해야 그나마 조금은 안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인터넷의 편리함에 비해 무서운 점은 이걸 이용해서 국가가 국민들을 쉽게 조종하는 데 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의 의도적인 확산으로 논조를 바꿔버리고 결국은 처음 제시되었던 문제에서 저만치 멀어져 엉뚱한 일이 도마에 오른다던가 아니면 출처가 의심스러운 정보가 미묘한 시기에 흘러나와 국민들의 관심을 돌려버리게 하는 것들을 보면서 누군가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이용하고자 마음먹는다면 엄청난 일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위기감을 느끼는 건 나 한 사람만은 아니리라.

위키리크스의 고발로 드러난 각국에서 위험인물이 아닌 평범한 자국민을 상대로 엄청난 양의 도청및 감청을 한다는 것도 그렇고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 정보의 방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읽다 보면 온 사방에서 내 정보를 가지고 이용해먹으려는 사냥꾼 같은 놈들 뿐인 것 같아 섬뜩하기도 했지만 문제는 이런 걸 알면서도 개인이 어떻게 해 볼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기술은 나날이 발달했고 더불어 해킹 기술 역시 발달해 그걸로 남의 정보를 훔쳐서 팔아먹고 또 그 기술을 이용해 온갖 정보를 사고파는 시장까지 존재하는 마당에 우리는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그저 눈뜨고 당할 수밖에 없는 건가 답답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뾰족한 수는 없다.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정보의 노출은 감당해야 할 부분일 수밖에 없다.

그저 늘 새로운 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최신 패치 보안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조심하는 것... 그리고 놓인 정보를 무조건 신뢰하지 말고 한 번쯤 그 배경을 의심해보는 것만이 눈뜨고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가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동구매
백선경 지음 / 든해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이야기의 시작은 다소 파격적인 의상을 입은 한 여자로부터 시작한다.

비가 그친 날 목욕가운 위에 바바리코트만 걸친 한 여자는 복장에 어울리지 않게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여자를 많은 사람들이 돌아보고 그중에서도 한 남자가 그녀를 따라 산책로가 아닌 조금 으슥한 곳으로 쫓아갔다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 남자 앞에서 코트를 열어젖히고 남자를 유혹하며 공허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이름은 화영

이 책을 끌고 가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다.

화영이 이렇게 이상한 행동을 하는 데에는 어릴 적에 양부로부터 당한 성폭력의 후유증 때문으로 보이며 그런 그녀를 지켜보면서 안타까워하는 의붓 오빠 기정이 있다.

또 다른 인물은 책의 제목처럼 카페에서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콜린이다.

그녀는 어려운 형편에 제대로 배움을 받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지만 올바른 직업을 갖기 힘들었다.

큰 덩치 탓에 남자들처럼 몸을 쓰는 일을 하다 우연히 누군가의 도움으로 김치를 만들어 팔수 있게 카페를 개설했고 그 카페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처음의 의도와 달리 카페가 유명세를 치르면서 경제적인 목적으로 카페의 성질이 변화되고 이에 발맞춰 카페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는데 살면서 공동구매 한번 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공구가 진행되고 그 과정의 이면에는 우리가 모르는 비밀들이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유명 카페에서 진행한 공동구매에서 제품이 소개한 것과 달라 문제가 되었거나 카페 매니저 및 스텝들이 제품 판매에 전혀 관여를 안 한다는 설명과 달리 제품을 판매한 업체로부터 소개비로 많은 커미션을 받았다든지 하는 건 더 이상 새롭지도 않다.

콜린 역시 그저 배곯지 않는 것이 목적이었던 초반의 마음과 달리 어느새 커져버린 카페에서의 자신의 위상에 취해 누구라도 자신의 카페에 흠집을 내는 것을 용서치 않는다. 카페가 곧 자신이 되어버린 탓이다.

그래서 클레임을 거는 회원 누구에게라도 은밀한 작업을 통해 축출하거나 거짓말쟁이 혹은 블랙 컨슈머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등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콜린 뿐만 아니라 카페 스텝 역시 자신들에게 떨어지는 판매수당의 달콤한 맛에 취해 자신들의 이익에 해가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폭언과 거짓말을 일삼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마치 힘없는 한 사람을 두고 무리 지어 떼로 덤비는 하이에나를 담은 모습이다.

이렇게 거리에서 남자를 향해 벗은 몸을 열어 보이는 일명 바바리 걸 화영과 콜린의 이야기는 전혀 교차점이 없는 듯 중반까지 흘러간다.

그러다 이 두 사람의 교차점이 보이고 비밀이 드러나면서부터 이야기도 혼돈스럽게 변하고 어린 시절 당한 일에 의한 충격으로 이상 증세를 보이는 화영의 정신 상태처럼 뒤죽박죽 섞여서 헷갈린다.

이렇게 이야기가 섞인 데에는 기정이라는 캐릭터의 성격이 분명하지 않고 모호한 탓도 있다.

양부의 이야기가 진실인지 아니면 화영과 기정의 착란에 의한 거짓인지 모든 것이 불분명하게 흘러가다 급하게 마무리 지어 시원한 반전이나 통쾌한 복수도 없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것 같지 않은 마무리는 허탈함을 느끼게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와이하다
선현경 지음, 이우일 그림 / 비채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용하고 한적한 포틀랜드에서 살다 드디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그곳 하와이로 간 부부

오래전 결혼하면서 하와이에서 살아보기로 서로 약속했던 터라 자연스럽게 포틀랜드에서 다음 살 곳으로 하와이가 결정되었다는데 이렇게 가보고 싶은 곳 살고 싶은 곳으로 훌쩍 떠날 수 있는 그들의 용기와 자유로움이 어쩌면 가장 부러운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일 년이 그려져있는데 섬의 분위기 탓도 있고 해서인지 글에서조차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오래된 중고차를 느낌이 온다는 이유로 구매해서 쇼핑에 나섰다가 산 지 하루 만에 정비소로 가 비싼 수리비를 물리면서도 드디어 내 차같이 느껴진다는 남편의 변

나 같으면 하필 재수 없게 이런 차를 사서 사자마자 비싼 돈을 들이게 생겼다고 짜증을 넘어 화가 끓어넘쳤을 텐데...

그저 한번 웃고 마는 부부의 모습은 자못 신기하기까지 했다.

어쩌면 이런 태도가 그들이 여러 곳을 전전하며 그곳에 녹아들어 살아갈 수 있는 원천일지도 모르겠구나 생각했다.

서퍼들의 천국으로 알려진 하와이에서 서핑이 아닌 바디보드를 택한 것부터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이 부부

하지만 바디보드를 배우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냥 편편한 보드 위에 누워 파도를 타면 되는...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의 생각에는 그저 튜브랑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난이도가 있는 물놀이쯤으로 인식했던 바디보드가 파도를 가려야 되고 방향도 고려해야 되고 그것 외에도 이것저것 알아야 하고 익혀야 할 것이 많았는데 그 과정을 스케치하듯 재미나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가볍게 즐기는 바디보드를 즐기면서 보드 타기 좋은 아까운 파도를 놓쳤다고 속상해할 필요가 없는 것이 기다리고 있으면 다음에 또 좋은 파도가 온다는 걸 깨달으며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느낀 바를 적은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그러고 보면 이 부부의 유쾌한 하와이 살이는 바디보드로 시작해서 바디보드로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흠뻑 빠져들었다는 게 글 곳곳에서 느껴졌다.

글을 읽노라면 나도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그곳 하와이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점을 보면 그들의 삶이 여유롭고 낙천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역시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인지라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관광산업 외에는 뚜렷한 산업기반이 없어서인지 일자리가 적고 임금 역시 본토보다 적은데 비해 생활물가는 비싸다.

이런 환경이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걱정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다른 살길을 찾아 본토로 가거나 등등 어떤 대책을 강구하기 바빴을 터인데 이곳 사람들은 걱정을 하면서도 조금은 여유롭다.

그들의 그런 태도에서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보여 부러웠다.

언제나 늘 주변을 의식해야 하고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기를 쓰고 무리에 들어가야 하고 엄청난 노동시간을 견뎌야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나 불쌍하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 부부가 이곳 하와이에서 뭔가 거창한 일을 하거나 부자로 여유롭게 살아가는 럭셔리한 모습이 아니라 단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배우고 싶은 걸 배우기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삶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모습이 한없이 부럽기만 한데 가만 보면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뿐인데도 그렇게 느껴지는 건 우리의 모습과 달리 안달하거나 쫓기듯 경쟁하는 것이 아닌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가지게 된 자유로움과 느긋함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도 이 부부의 삶처럼 욕심과 조급함을 조금 버린다면 좀 더 자유롭고 느긋해질 수 있지 않을까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자유롭게 삶을 즐기는 이 부부가 다음엔 또 어디로 갈지 궁금해진다.

그런 걸 다 떠나서 나도 하와이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가해자들에게 - 학교 폭력의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그들과의 인터뷰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서 전해주는 바가 큰 이 책은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힌 가해자들의 행동을 고발하는 책이 아니라 자신이 왕따였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모은 인터뷰집이다.

당연히 실제 있었던 일을 피해자 본인의 입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어조가 흥분되거나 엄청난 분노가 폭발하기보다 조금은 덤덤하고 과장이 없어 더 와닿기도 하고 지금 현재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왕따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본다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런 일을 당해보지 않은 내가 그 심정을 어찌 알 까만 은 인터뷰이들이 이 인터뷰를 마치고 난 후의 감상을 보면 자신이 겪었던...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들었던 그 일을 본인 스스로 입에 담은 것만으로도 마음의 짐이 조금 가벼워진 걸 느꼈다는 글을 보면 시작은 힘들어도 지금 현재의 일을 본인이 인정하는 단계부터 치유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뷰를 여자와 남자로 나눠 진행했지만 같은 질문에 답은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여자들이 언어폭력이나 집단으로 따돌리는 등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남자들의 경우는 말보다 폭력이 더 많고 시간이 갈수록 그 폭력의 정도가 점점 더 심해져 엄청난 육체적 고통을 준 걸 알 수 있었는데 요즘은 이것도 조금은 바뀌어 남자 여자와 상관없이 말이든 물리적 폭력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점점 더 아이들의 폭력이 잔인해지고 교묘해져 위험수위에 다다랐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주변의 따돌림이나 왕따의 시작은 다르지만 대부분은 그런 일을 앞장선 주동자와 그 무리 그리고 이를 보면서도 자신도 그런 일을 당할까 두려워 혹은 마치 연극을 보듯 관람하며 모른 척 외면하는 방관자로 나눌 수 있는데 인터뷰이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아쉽거나 원망을 느끼는 부분은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귀찮거나 자신의 경력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모른 척 외면했던 선생님들에 대한 마음이다.

물론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피해를 입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 선생님도 분명 있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 아이들이 소극적이고 소심하다는 이유를 들어 마치 그 아이들 자신의 문제로 돌려버리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런 보호자의 태도는 아이들이 더욱 발 디딜 곳이 없어 고통을 겪거나 방황하는 데 일조를 하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인터뷰이들이 몇 년 전 혹은 수십 년 전에 겪었을 때의 태도나 요즘 여전히 왕따나 집단 괴롭힘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대하는 학교의 방관적인 태도는 변화된 것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한창 예민하고 자신의 자아가 성립될 시기인 사춘기 아이들이 이런 식의 집단 폭력에 노출되면 그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고 자존감이 떨어져 심할 경우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부정으로 힘들어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다행히 그런 불행까지는 가지 않고 어떻게 세월이 흘러 사회에 진출하게 된다 해도 그런 자신감과 자존감의 결여는 사회에 나가서도 자신의 의견을 쉽게 말하기 어려워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힘들어하는 걸 보면 이런 집단 폭력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주변 어른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폭력에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가해자 역시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그 아이들 역시 보호해야 한다는 미명 아래 피해자와 가해자를 같은 공간에 둔다는 것도 미미한 처벌을 하거나 단순히 아이들끼리의 조금 짓궂은 장난처럼 치부해 가볍게 여겨선 절대로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인터뷰를 한 인터뷰이들 역시 크든 작든 후유증을 가지고 있고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때를 회상하면 힘들어하기는 마찬가지인 걸 보면 그런 폭력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남기는지 알 수 있다.

가해자들에겐 단순히 장난이거나 한때의 재미였을지 모르지만 그래서 그들은 이후 그때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즐겁게 잘 살아갈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피해를 본 당사자들은 절대로 잊을 수도 잊히지도 않는 큰 상처라는 걸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이 책이 가해자의 폭력을 고발하는 글이 아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있는 이유가 아닐지...

자신의 말이 행동이 누군가에게 평생을 지울수 없는 상처가 될수도 있다는 걸 아이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요즘도 언론에 자주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같은 학부모의 입장에서 이 문제는 반드시 공론화되어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학교도 더 이상 몸을 사리기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위해 혼자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고통받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