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적하고 조용한 휴양지 같은 곳에서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것이다.

천국 같은 섬 보라 보라

우리에게는 비교적 늦게 알려졌지만 유럽에서는 허니문이나 휴양지로 각광받는 곳 중 하나란다.

혼인신고를 하고 그곳으로 떠난 부부의 일상은 일단 조용하고 여유롭다.

물론 처음 도착한 후 적응 기간 동안 이런저런 불편을 겪고 당연하다 여겼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섬의 현실에 당황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그것조차도 아주 흥미롭게 표현하고 있다.

잦은 정전으로 당황하던 모습도 잠시 이제는 그러려니 하면서 정전이 되고 나면 같이 작동이 멈추기 예사인 샤워부터 하고 냉동실의 음식을 전부 끄집어내서 요리를 하는 여유를 보인다.

보라 보라 섬에서의 일상뿐 아니라 곳곳에서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고서야 비로소 보이는 부모의 진심 혹은 삶의 무게 같은 건 나 역시 느꼈던 부분이라 많이 공감이 가고 가슴이 울컥하기도 했다.

특히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컸는데 차를 타고 가다가도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한 모습을 보면 멈춰서 도움이 필요한지를 물어보는 모습이라던가 자신의 피자집에 매일 들르는 노숙자 손님에게도 성심을 다해 피자를 만들어 대접하는 모습은 사뭇 존경스럽기까지 한데 특히 돈도 안 낼 때가 많은 공짜 손님이면서 늘 부루퉁하고 제대로 인사조차 하지 않는 그 손님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는 아내에게 피자 하나를 먹기 위해 친절하기까지 해야 하냐 그의 말은 진심 놀라웠다. 저자의 말처럼 속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쩌면 나보다 못한 형편의 사람을 보고 나도 모르게 우월감을 느꼈던 것 같다.

우리는 늘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사람 혹은 괜찮은 사람이라 보이길 원해 주변을 의식하고 진심과 달리 행동할 때가 많은데 그렇게 매일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스트레스는 마음과 육체에 병으로 되돌아온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남편의 태도는 누군가를 의식해서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서 행동한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런 삶의 태도는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조금은 삶의 여유를 두고 대하는 모습은 늘 경쟁에 시달리고 하루라도 빨리 뭔가를 이루고 싶어 조바심치는 우리의 모습과 대비되는데 이런 사이에 조금은 현실적이면서 세속적인 면도 보이는 저자가 있어 그 갭을 메워주는 게 아닐까 싶다.

섬이다 보니 당연히 물가가 싸지 않고 특히 세금의 부담이 큰데 고지서와 가계부를 보면서 머리 아프게 계산하다가도 시원한 맥주 한 잔에 잠시 시름을 잊기도 하고 마트에 들렀을 때 원하는 물건을 사가지고 오면서 세상 행복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이란 게 이렇게 소소한 데서 느낄 수도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자신이 사는 모습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 위해 행복과 여유로움을 과장하는 것도 없고 어디서든 사람 사는 곳이라면 느끼는 장단점에 대해 진솔하게 표현해서 마냥 그들의 삶이 동화처럼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 것도 좋았던 점이다.

그저 지금의 모습에서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고 주변 시선을 너무 의식해서 살지 않는다면 그곳이 어디든 조금은 만족도가 올라가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뭐... 그녀의 삶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는 건 인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