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해자들에게 - 학교 폭력의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그들과의 인터뷰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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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전해주는 바가 큰 이 책은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힌 가해자들의 행동을 고발하는 책이 아니라 자신이 왕따였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모은 인터뷰집이다.

당연히 실제 있었던 일을 피해자 본인의 입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어조가 흥분되거나 엄청난 분노가 폭발하기보다 조금은 덤덤하고 과장이 없어 더 와닿기도 하고 지금 현재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왕따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본다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런 일을 당해보지 않은 내가 그 심정을 어찌 알 까만 은 인터뷰이들이 이 인터뷰를 마치고 난 후의 감상을 보면 자신이 겪었던...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들었던 그 일을 본인 스스로 입에 담은 것만으로도 마음의 짐이 조금 가벼워진 걸 느꼈다는 글을 보면 시작은 힘들어도 지금 현재의 일을 본인이 인정하는 단계부터 치유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뷰를 여자와 남자로 나눠 진행했지만 같은 질문에 답은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여자들이 언어폭력이나 집단으로 따돌리는 등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남자들의 경우는 말보다 폭력이 더 많고 시간이 갈수록 그 폭력의 정도가 점점 더 심해져 엄청난 육체적 고통을 준 걸 알 수 있었는데 요즘은 이것도 조금은 바뀌어 남자 여자와 상관없이 말이든 물리적 폭력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점점 더 아이들의 폭력이 잔인해지고 교묘해져 위험수위에 다다랐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주변의 따돌림이나 왕따의 시작은 다르지만 대부분은 그런 일을 앞장선 주동자와 그 무리 그리고 이를 보면서도 자신도 그런 일을 당할까 두려워 혹은 마치 연극을 보듯 관람하며 모른 척 외면하는 방관자로 나눌 수 있는데 인터뷰이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아쉽거나 원망을 느끼는 부분은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귀찮거나 자신의 경력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모른 척 외면했던 선생님들에 대한 마음이다.

물론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피해를 입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 선생님도 분명 있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 아이들이 소극적이고 소심하다는 이유를 들어 마치 그 아이들 자신의 문제로 돌려버리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런 보호자의 태도는 아이들이 더욱 발 디딜 곳이 없어 고통을 겪거나 방황하는 데 일조를 하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인터뷰이들이 몇 년 전 혹은 수십 년 전에 겪었을 때의 태도나 요즘 여전히 왕따나 집단 괴롭힘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대하는 학교의 방관적인 태도는 변화된 것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한창 예민하고 자신의 자아가 성립될 시기인 사춘기 아이들이 이런 식의 집단 폭력에 노출되면 그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고 자존감이 떨어져 심할 경우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부정으로 힘들어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다행히 그런 불행까지는 가지 않고 어떻게 세월이 흘러 사회에 진출하게 된다 해도 그런 자신감과 자존감의 결여는 사회에 나가서도 자신의 의견을 쉽게 말하기 어려워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힘들어하는 걸 보면 이런 집단 폭력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주변 어른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폭력에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가해자 역시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그 아이들 역시 보호해야 한다는 미명 아래 피해자와 가해자를 같은 공간에 둔다는 것도 미미한 처벌을 하거나 단순히 아이들끼리의 조금 짓궂은 장난처럼 치부해 가볍게 여겨선 절대로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인터뷰를 한 인터뷰이들 역시 크든 작든 후유증을 가지고 있고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때를 회상하면 힘들어하기는 마찬가지인 걸 보면 그런 폭력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남기는지 알 수 있다.

가해자들에겐 단순히 장난이거나 한때의 재미였을지 모르지만 그래서 그들은 이후 그때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즐겁게 잘 살아갈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피해를 본 당사자들은 절대로 잊을 수도 잊히지도 않는 큰 상처라는 걸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이 책이 가해자의 폭력을 고발하는 글이 아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있는 이유가 아닐지...

자신의 말이 행동이 누군가에게 평생을 지울수 없는 상처가 될수도 있다는 걸 아이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요즘도 언론에 자주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같은 학부모의 입장에서 이 문제는 반드시 공론화되어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학교도 더 이상 몸을 사리기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위해 혼자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고통받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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