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괜찮아 - 엄마를 잃고서야 진짜 엄마가 보였다
김도윤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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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라는 말이 가지는 힘은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왠지 울컥하게 하는데 나이 들수록 이런 건 어릴 때 느꼈던 감정보다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지 않는다.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엄마가 생각나고 아프고 슬플 때도 맨 먼저 엄마가 떠오르는 건 비단 나만은 아니리라.

이 책 엄마는 괜찮아 역시 여느 엄마들과 같이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모든 걸 내주면서 정작 당신을 위해선 제대로 된 옷 한 벌 사는 걸 아까워하던 우리의 엄마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며오는 슬픔을 느꼈다.

답답하게 그렇게 자식에게 희생하며 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세대의 부모님은 자신보다 늘 자식을 먼저 하는 걸 당연하다 생각하고 살아온 분들이기에 자신을 아끼고 자신에게 투자하라는 말이 옳다고 느끼시더라도 막상 자식 문제에서는 귀담아듣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엄마가 하는 행동을 보면 낯설지 않게 느껴졌는데 우리 엄마의 모습을 보는듯할 정도로 닮아있어 그녀의 행동이 더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작가가 써 내려간 글은 그런 엄마를 갑자기 떠나보낸 후에 엄마를 그리워하며 쓴 일기이자 절절한 그리움과 회한을 담은 사모곡이다.

그동안 엄마가 해줬던 모든 일들을 회상하면서 왜 한 번 더 엄마를 챙겨주거나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이라도 했더라면 하는 후회를 하는 부분은 여느 자식들도 마찬가지로 느끼는 부분이다.

그래서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저자가 깊은 회환을 가지고 후회하는 부분은 비슷하기에 많은 공감이 갔다.

집집마다 사연이 없는 집이 없다고들 하지만 저자의 집안 사정 역시 녹록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촉망받고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형의 투병은 자식에게 모든 것을 걸었던 엄마에게 천지가 무너지는 것 같은 절망과 슬픔을 안겨줬을 거라는 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부재는 남은 가족에게도 깊은 상처를 안겨 줬을 뿐 아니라 저자 역시 깊은 우울감에 빠져 일상생활이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고 그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불안정함과 병적 고통에 대한 글은 우울증이라는 게 얼마나 무섭고도 뿌리 깊게 자리하는지를 알게 해줬다.

100수 시대를 살면서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데 바쁘다는 이유로 자식들이 돌아보지 않고 홀로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도 주변에 보면 늘어가는 추세다.

언제나 곁에 있을 거라 믿고 늘 미루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자신의 곁에 있는 부모님을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다정한 말 한마디라도 하는 게 부모님이 진정 원하는 게 아닐지... 책 제목처럼 늘 엄마는 괜찮다고 말하는 걸 진짜 괜찮은 걸로 생각해서 당연하게 듣지 말기를...

떠나보낸 엄마에게 못했던 절절한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아 새삼 부모님의 부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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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월
존 란체스터 지음, 서현정 옮김 / 서울문화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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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해안가를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고 밤낮없이 경계를 서는 이곳에 2년간 경계병으로 의무를 다 하기 위해 온 남자 조셉 카바나

벽 위에서의 근무 중 추위를 견뎌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힘든 건 12시간 동안 혼자서 잠시도 한눈을 팔지 않고 경계를 서야 하는 것이다.

만약 끊임없이 벽을 넘어 이곳으로 오기 위해 시도하는 상대를 놓친다면 그곳을 지켜야 했던 경계병들은 벽을 넘어온 상대의 수만큼 이곳에서 상대가 넘어온 바다로 추방되고 그것은 곧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는 걸 의미하기에 한시도 경계의 눈길을 놓쳐선 안된다.

이렇게 음산한 모습을 그리고 있는 더 월의 배경은 섬 전체를 둘러싼 장벽을 두고 지키려는 자와 넘어오고자 하는 사이의 목숨을 건 투쟁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지켜내지 못하면 자신이 쫓겨나야 하는 만큼 서로에게 절실한데도 카바나가 지키는 벽의 모습은 조용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그래서 웃음기 없이 엄격하게 규율을 강조하는 대위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보며 경계를 서는 모습은 긴장감이 별로 없었는데 이런 분위기가 변한 건 카바나가 몇 번의 휴가를 얻고 보초를 서는 것에 익숙해질 즈음 궂은 날씨를 틈타 상대가 침입해오면서이다.

상대 역시 생존이 달린 문제다 보니 그만큼 절박하기 마련이고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지만 상대의 침입을 눈치챈 카바나의 빠른 판단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이로 인해 팀은 훈장을 받게 되지만 당연하게도 카바나 일행의 불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드러나는 벽이 가진 의미와 진실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언젠가부터 줄어든 한정된 자원을 두고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 이로 인해 섬 전체를 둘러싼 벽이 생겼으며 이런 환경을 만든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은 부모 자식 간을 멀어지게 만들었고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출산을 기피했으며 2년간 벽에서 보초를 서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지키려는 자도 벽을 넘어서려는 자도 기성세대도 현재의 세대도 모두가 벽을 세우고 서로를 향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은 암울하기 그지 않지만 지금의 우리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언젠가부터 자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국제사회가 서로를 향해 무역의 벽을 높이 세우기 시작했고 빈부의 차이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으며 빨리 변해가는 세상으로 인해 세대 간의 벽도 두꺼워져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인지 섬 전체를 둘러싸 콘크리트로 벽을 세워 바다로부터 오는 상대를 목숨 걸고 지키는 모습이 난민이나 이민자를 향해 세운 날카로운 경계 같기도 하고 고갈된 자원으로 인해 추위에 떨고 지금까지와 다른 생활을 해야 하는 모습은 한정된 자원과 자연을 아낄 줄 모르고 함부로 사용하는 우리의 미래를 향한 경고로 보인다.

카바나 일행이 추방되어 상대의 입장에 설 것이라는 건 당연히 예상한 결과였기에 놀랍지는 않았다.

하지만 석유가 없고 전기가 없어 어둠과 추위 속에 떨면서 바다를 떠도는 모습도 그렇고 그런 이유로 음식조차 익혀 먹지 못해 아주 오래전 원시시대를 사는 사람처럼 날 것으로 먹어야 하는 모습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낯설게 느껴졌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늘 우리 곁에 있어 소중함을 몰랐던 전기나 불이 없다면 이런 방식의 음식 섭취는 당연하다. 그렇게 보면 카바나 일행이 처한 상황이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그나마 남은 걸 차지하기 위해 서슴없이 총을 겨누고 약탈하는 해적의 등장은 작게 남은 희망의 불씨마저 꺼트릴 정도로 암울하게 느껴지는데 단순히 그들이 처한 모습을 그린 것만으로도 소설 속 미래의 모습이 얼마나 어두운지 알 수 있다.

소설에서는 물리적으로 콘크리트로 벽을 세워 외부로부터의 모든 접근을 막는다는 설정이지만 지금 현재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그렸다는 걸 알 수 있기에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카바나처럼 언제든 내가 상대가 될 수도 있음을...작가가 말하고자하는 건 이런게 아니였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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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씨 허니컷 구하기
베스 호프먼 지음, 윤미나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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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한창 빛날 때의 모습만을 기억하고 모든 것을 놔버린 엄마와 밝고 건강할 때의 아내 모습과 너무 달라진 지금의 모습을 참고 봐줄 수 없어 언제나 일을 핑계로 밖으로만 도는 아빠를 둔 어린 소녀 씨씨

나고 자라면서 제대로 된 부모의 보살핌을 받은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언제나 주변 사람들을 당황시키다 못해 구경거리로 전락한 엄마로 인해 수치심을 품고 살았던 씨씨는 그런 엄마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그렇게 갑작스럽게 실현될 거라는 걸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에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죄의식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엄마 없이 홀로된 딸아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아빠마저 씨씨를 남부의 친척에게 보내겠다는 말은 씨씨로 하여금 버림받았다 느껴진 것과 동시에 아빠마저 포기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렇게 고아가 아니면서 고아가 된 씨씨는 마음속 상처를 안고 남부의 엄마 친척인 투티 할머니 집으로 오게 되고 그곳에서 처음 받아보는 환대와 제대로 된 식사는 얼어붙었던 씨씨의 마음을 조금씩 녹여주지만 너무 오랫동안 보살핌을 받아본 적 없어 투티 할머니와 올레타에게 자신의 마음을 열어 보이는 게 쉽지 않다.

이렇게 씨씨 허니컷 구하기는 보이지 않는 상처로 가득했던 소녀가 자신의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의 호의와 사랑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내보이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는 가슴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사랑 하나를 믿고 자란 고향을 떠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북부로 왔지만 늘 일 때문에 외부를 떠돌아야 했던 남편으로 인해 외로움에 지쳐 정신을 놔버린 엄마가 일으키는 소동은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 너무 힘들고 무거운 짐이었기에 어른이면서 자신의 짐을 어린 딸에게 떠맡겼던 아빠에게 소녀가 보내는 경멸은 타당했다 생각한다.

그래서 용서를 구하는 아빠를 쉽게 용서해 주지 않는 씨씨의 마음이 이해가 갔을 뿐 아니라 혼자 아픈 엄마를 돌보면서 씨씨가 느꼈을 외로움과 슬픔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제대로 된 친구를 사귄 적이 없고 오로지 책만 팠던 책벌레 씨씨가 남부로 와서 맛있는 롤빵과 음식을 만드는 롤레타 아줌마와 한없는 사랑을 주는 투티 할머니의 환대와 애정 속에 조금씩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그려지는 씨씨 허니컷 구하기는 빨강 머리 앤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리고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여자들이 상처 가득한 씨씨에게 해주는 말들은 꼭 씨씨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데 있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길잡이가 되는 말들이 많다.

아픈 엄마를 대신해 곁에 있어 주었던 오델 할머니가 헤어지기 싫어하는 씨씨에게 인생은 변화로 가득 차 있고 사람마다 인생 책을 하나씩 가지고 태어나 책이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인생을 배운다며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하지 말 것을 조언해 주는 대목도 그렇고 인생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용기를 내어 인생에 뛰어 들것을 조언하는 롤레타 아줌마의 말도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사랑이 넘치고 위트 있는 여자들에 둘러싸여 씨씨가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과정이 그려진 씨씨 허니컷 구하기는 표지만큼 사랑스러운 소설이었고 읽는 내내 남부의 따뜻한 정취와 맛있는 롤빵과 케익의 냄새가 맴도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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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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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100 단어만 말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세상에 산다는 건 얼마나 답답할까

게다가 처음부터 그런 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제재를 가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여자들의 팔에 족쇄를 채우고 100 단어 이상의 말을 하면 전기 충격이라는 강제적 수단을 동원해서 여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한다.

그런 강요된 여자들의 침묵으로 그들은 뭘 얻고자 하는 걸까 들여다보면 아주 오래전처럼 여자들은 집에서 집안일을 도맡아 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여자들에게서 자긍심을 뺏고 일자릴 뺏음으로 해서 경제적 자유를 박탈당하고 그저 남자들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생활하기를 바란다.아주 오래전의 중세처럼...

그러기 위해선 여자들이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고 자기주장을 할 수 없도록 단어를 제약하면서 남자들이 상대적 우월감을 가지게 한다.

이 모든 게획을 추진한 사람들은 교활하게도 남녀가 서로 편을 갈라 싸우도록 만들었다.

자신이 맡은 언어인지 프로젝트의 커다란 성과를 동료들 앞에서 발표하던 날 갑자기 들이닥친 사람들로 인해 하루아침에 손목에 그날 쓸 수 있는 단어의 양이 정해진 족쇄 즉 카운터를 차고 모든 연구에서 손을 떼고 강제적으로 가정주부로서의 삶만 살 수 있게 된 진 맥클렐런 은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걸 한동안 믿을 수 없었다.

그전부터 이렇게 과거의 순수했던 시절로의 회귀 즉 남자는 바깥에서 일을 하고 여자들은 집을 가꾸고 요리를 하고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장만하는 일만 허락받았던 그 오랜 옛날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는 종교지도자와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듣기엔 터무니없는 소리라 생각해 귀담아듣지 않았을 뿐 아니라 페미니스트 친구 재키의 경고를 무시한 대가로 보기엔 그 결과가 너무 참담했다.

십대의 아들인 스티븐이 언젠가부터 학교 과목에서 배우기 시작한 종교과목은 그 내용이 진이 보기엔 심하게 남녀 불평등적인 내용일 뿐 아니라 성의 역할이 왜곡된 형태였지만 그 수업을 선택하지 않으면 될 거라고 쉽게 무시했었고 어느새 스티븐은 그 내용에 심하게 몰입되고 세뇌된 상태가 되어 돌이키기가 쉽지 않다.

친구 재키가 수차례 한 경고대로 그들은 처음엔 학생들의 수업에 조금씩 그런 내용을 가르치기 시작하다 이에 반응하고 호응하는 남자들이 많아지자 단숨에 여자들의 모든 것에 간섭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입까지 막아버렸다.

자신도 자신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딸아이마저 제대로 말을 배우기 전부터 침묵하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못 견딜 즈음 이 모든 사태를 불러일으킨 대통령의 형이 쓰러져 말을 못 하는 상황이 되고 언어인지 전문가인 진의 도움이 필요해진 정부는 그녀에게 조건을 들어 프로젝트를 완성시켜주길 원한다.

하루아침에 여자들을 강제로 침묵시키고 중세 시대에 살았던 것처럼 일도 자유도 심지어 선거권도 아무런 권리는 없는 상태로 만들어 남자들의 말에 복종하도록 만든 세상이라는 설정은 확실히 신선할 뿐 아니라 도발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여자들에게 많은 제약을 하고 남자들의 소유물처럼 취급하는 여느 종교가 생각난 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의 주장 역시 남자와 여자는 태초부터 다르게 태어났기에 맡은 역할도 다르다는 것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여자들의 눈에 그들의 주장은 그저 남자들을 위한 헛소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책 초반은 당당하고 똑똑했던 진이 지금 상황에 얼마나 좌절하고 힘들어하는지를 보여줬다면 중간으로 갈수록 왜 이런 상황이 초래하게 된 건지 그 이유에 대한 고찰과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뭘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단지 진의 고민이 너무 길었던 것인지 제목에서 보여준 여자들의 강력한 반격이나 의지가 생각보다 소소할 뿐 아니라 너무 뒤에 가서 발현되었다는 것이다.심지어는 여자들의 힘이 아닌 많은 부분을 남자들의 도움을 얻어서 이룬 성과라는 부분도 맘에 걸렸다.

그런 이유로 책 초반부는 신선한 소재로 단숨에 책에 몰입하게 했고 진이 협상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었던 중반부에서는 그녀가 곧 뭔가 방법을 찾아내 반격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면 그 이후에는 별다른 한 방이 없이 다소 늘어지다 마지막의 결과 역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치밀한 작전으로 완벽한 뒤집기를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울 책이지만 신선한 소재와 색다른 관점을 제시한 책으로만 본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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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가는 유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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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다소 엉뚱한 상상력과 현실의 문제를 결합시켜 새로우면서도 어딘가 씁쓸하고 그러면서도 가슴 따뜻해지는 소설을 쓰는 이사카 코타로가 이번에도 예전 작품처럼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했다.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후가와 유가는 쌍둥이이자 서로가 곧 서로이기도 한 사람들이었다.

여느 쌍둥이와 같이 평범한 환경에서 자랐다면 서로 누구보다 친밀하면서도 치열하게 다투기도 하면서 자랐겠지만 둘이 살아왔던 환경은 늘 사소한 이유를 들어 폭력을 행사하면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결핍된 가정에서 자랐기에 서로에게 서로가 의지하는 상황이었다.

즉 다른 형제자매나 쌍둥이보다 더 서로 친밀한 상태인데 여기에다 이 둘은 어떤 순간이면 서로의 몸이 뒤바뀌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사카 코타로식의 상상력이 가미된 부분이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우연히 두 사람이 서로 바뀌는 순간이 촬영된 영상을 가지고 자신들을 만나러 온 남자 다카스기에게 털어놓으면서도 순순히 털어놓지 않고 코타로식의 장난과 유머를 첨가한다.

쌍둥이 대표로 온 유가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줄곧 자신의 말에는 착각과 각색을 섞기도 하고 거짓말을 하는 부분도 있으니 모든 것을 곧이듣지 않는 편이 좋다는 말을 하는 식으로 지금 하는 말이 진실인지 아니면 적당히 허구가 섞인 말인지 다카스기뿐만 아니라 독자도 헷갈리게 한다.

어릴 때 우연히 자신들의 몸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그 나이의 아이들이라면 당연한 것처럼 그 능력을 가지고 장난처럼 즐기고 재밌어했지만 안타깝게도 이 능력은 일 년에 단 하루 즉 서로의 생일에만 발현된다는 것이었다.

자라면서 그런 것을 감안하고 자신들의 능력으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걸 깨닫으면서 자신들처럼 누구에겐가 억압된 상황이라든가 혹은 폭력에 노출된 힘없는 사람들을 도와 잠시라도 그 순간을 모면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무엇보다 두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일은 철없을 때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가출 소녀에게 장난처럼 자신들이 처분할 피 묻은듯한 백곰 인형을 건네주고는 나쁜 일을 막아주는 부적이라 말한 것이다.

그리고 우연처럼 그 다음날 소녀는 10대의 청소년이 장난처럼 몬 차에 치여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소녀가 그 백곰 인형을 정말 부적처럼 죽는 순간까지 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에게 죄책감을 깊이 심어준다.

그날 이후부터 쌍둥이의 인식은 조금씩 변한 건지 모르겠다. 왕따를 당하는 동급생의 처지를 모른척하지 않고 도와준다거나 하는 등... 어쨌든 이후의 사건들은 그 사건으로 인해 파생된 결과인 것은 분명하다.

우연히 능력을 얻게 된 쌍둥이가 자신들의 능력을 이용해 학교폭력처럼 작은 것부터 시작해 점차로 사회악과 대결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후가는 유가는 두 사람이 가진 능력이 엄청난 힘을 가진 초능력도 아니고 그저 어느 날 어느 일정 시간이 되면 서로의 의사와 상관없이 몸이 바뀐다는 별거 아닐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부터 이사카 코타로스러운 설정이다.

사회 곳곳에 있는 부조리와 악에 대항해 싸우고 바꿔나가는 것은 큰 능력과 힘을 가진 사람이 아닌 인간적인 마음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평범한 소시민으로부터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유쾌함과 진지함 그리고 밝음과 어둠을 잘 섞은 이사카 코다로 다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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