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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씨 허니컷 구하기
베스 호프먼 지음, 윤미나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자신이 한창 빛날 때의 모습만을 기억하고 모든 것을 놔버린 엄마와 밝고 건강할 때의 아내 모습과 너무 달라진 지금의 모습을 참고 봐줄 수 없어 언제나 일을 핑계로 밖으로만 도는 아빠를 둔 어린 소녀 씨씨
나고 자라면서 제대로 된 부모의 보살핌을 받은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언제나 주변 사람들을 당황시키다 못해 구경거리로 전락한 엄마로 인해 수치심을 품고 살았던 씨씨는 그런 엄마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그렇게 갑작스럽게 실현될 거라는 걸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에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죄의식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엄마 없이 홀로된 딸아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아빠마저 씨씨를 남부의 친척에게 보내겠다는 말은 씨씨로 하여금 버림받았다 느껴진 것과 동시에 아빠마저 포기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렇게 고아가 아니면서 고아가 된 씨씨는 마음속 상처를 안고 남부의 엄마 친척인 투티 할머니 집으로 오게 되고 그곳에서 처음 받아보는 환대와 제대로 된 식사는 얼어붙었던 씨씨의 마음을 조금씩 녹여주지만 너무 오랫동안 보살핌을 받아본 적 없어 투티 할머니와 올레타에게 자신의 마음을 열어 보이는 게 쉽지 않다.
이렇게 씨씨 허니컷 구하기는 보이지 않는 상처로 가득했던 소녀가 자신의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의 호의와 사랑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내보이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는 가슴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사랑 하나를 믿고 자란 고향을 떠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북부로 왔지만 늘 일 때문에 외부를 떠돌아야 했던 남편으로 인해 외로움에 지쳐 정신을 놔버린 엄마가 일으키는 소동은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 너무 힘들고 무거운 짐이었기에 어른이면서 자신의 짐을 어린 딸에게 떠맡겼던 아빠에게 소녀가 보내는 경멸은 타당했다 생각한다.
그래서 용서를 구하는 아빠를 쉽게 용서해 주지 않는 씨씨의 마음이 이해가 갔을 뿐 아니라 혼자 아픈 엄마를 돌보면서 씨씨가 느꼈을 외로움과 슬픔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제대로 된 친구를 사귄 적이 없고 오로지 책만 팠던 책벌레 씨씨가 남부로 와서 맛있는 롤빵과 음식을 만드는 롤레타 아줌마와 한없는 사랑을 주는 투티 할머니의 환대와 애정 속에 조금씩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그려지는 씨씨 허니컷 구하기는 빨강 머리 앤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리고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여자들이 상처 가득한 씨씨에게 해주는 말들은 꼭 씨씨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데 있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길잡이가 되는 말들이 많다.
아픈 엄마를 대신해 곁에 있어 주었던 오델 할머니가 헤어지기 싫어하는 씨씨에게 인생은 변화로 가득 차 있고 사람마다 인생 책을 하나씩 가지고 태어나 책이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인생을 배운다며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하지 말 것을 조언해 주는 대목도 그렇고 인생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용기를 내어 인생에 뛰어 들것을 조언하는 롤레타 아줌마의 말도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사랑이 넘치고 위트 있는 여자들에 둘러싸여 씨씨가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과정이 그려진 씨씨 허니컷 구하기는 표지만큼 사랑스러운 소설이었고 읽는 내내 남부의 따뜻한 정취와 맛있는 롤빵과 케익의 냄새가 맴도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