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이도 돈 모으는 법 - 돈 습관을 바꾸면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
데이브 램지 지음, 배지혜 옮김 / 시목(始木)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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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난해는 부동산 광풍에 이어 주식 광풍까지... 그야말로 유동성의 대폭발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돈이 있어 투지에 뛰어든 사람이 더 부자가 되었고 기본자본이 부족한 젊은 세대 역시 이른바 영끌이라는 특단의 대책까지 내세워 그 물결에 합류해 투자에 성공한 사람은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투자의 물결에 합류하지 못한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마치 자신만 빼고는 다 돈을 번 것 같고 그런 이유로 패배자가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기본자금이 부족하고 별다른 자산이 없는 사람인 경우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7가지 부의 불변의 법칙을 쓴 저자 데이브 램지는 이 책을 통해 그런 사람들에게도 노력하면 월급만으로도 얼마든지 돈 걱정 없는 여유로운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말로 위로를 해주고 있다.

이 책에선 사실 특별한 비법이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야말로 재테크를 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고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어 누구에게나 유익하지만 특히 갓 취업을 한 20대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선 돈을 모으는 방법에 대해 가장 기본이면서 가장 중요하지만 그만큼 실천하기 쉽지 않은 저축과 비상자금에 대해 왜 힘들더라도 반드시 저축을 해야만 하는지 그 필요성에 대해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언제나 모든 재테크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복리의 중요성... 램지 역시 복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저축하고 투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런 이유로 적은 월급이라도 반드시 저축을 하고 우선 비상자금을 마련해 어떤 상황에서도 빚을 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말하고 있는데 확실히 설득이 되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최소한의 비상자금을 마련한 후 조금씩 그 비상자금을 늘려 놓고 가급적 물건을 구매 시 현금 사용을 추천하고 있는데 요즘 모든 것이 카드나 페이로 해결되는 세상에 역행하는 주장이지만 물건을 구매할 때 자신이 직접 현금으로 지출할 경우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그 금액 역시 카드로 결제할 때보다 적다는 말이 와닿았다.

그리고 부부간 따로 재정관리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 부부가 공동으로 돈을 관리하고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예산을 세워 계획 지출을 해야 한다는 점등 누구나 알고 있었던 사실을 한 번 더 짚어줌으로써 재테크에 대한 결심을 새롭게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부채의 관리에 대한 이야기인데 빚을 지지 않는 게 좋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런 부채에도 예외인 게 주택 마련을 위한 대출 즉 주택 담보대출에 대한 이야기는 솔직히 의외였다.

모든 걸 가급적이면 현금으로 지출하고 그러기 위해 목표를 두고 저축을 하는 것도 좋지만 보통 사람의 월급으로 수억씩 하는 집을 대출 없이 마련한다는 건 요즘 같은 세상에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은데 미국이란 나라는 우리나라의 아파트값과 그 형편이 조금 다르다고 이해하고 넘어갔다.

물론 램지 역시 어쩔 수 없이 집을 살 때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반드시 15년은 넘지 않는 대출을 하라고 충고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조금 의외였다.

다른 재테크 책에선 모두가 레버리지를 이용하라고 권하며 대출 기간은 길수록 유리하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 저자는 반대하는 이유로 원리금의 차이를 수치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사실은 기한이 길면 길수록 갚아야 하는 돈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나는지는 몰랐고 무엇보다 대출기한이 길면 초기 부담금이 적을뿐 아니라 집값 상승으로 얼마든지 그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램지의 충고는 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계기를 주고 있다.

이외에 보험에 대한 충고나 어쩔 수 없이 채무를 갚지 못해 채권추심을 당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요령 등 생활 전반에 많은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부채 즉 빚에 대한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사회에는 갓 성인이 된 사람들뿐 만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들조차 신용카드의 달콤한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소비를 권장하는 사회에 살면서 필요한 물건이 아닌 가지고 싶은 물건을 사기 위해 빚을 지는 걸 당연시하는 등 자신도 모르는 새 기업들의 마케팅에 속아 오늘도 돈을 쓰고 있는데 돈을 쓰지 않을 수 없지만 돈을 쓰는 데 있어서도 우선순위가 있다는 설명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월세나 세금 같은 것보다 신용카드의 변제를 늘 우선순위에 두고 있었는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가진 돈이 부족할 땐 신용카드와 같은 건 우선순위가 아니고 반드시 의, 식, 주, 그리고 교통비를 먼저 제한 후 그다음 필요한 걸 사는 습관을 들여야 하며 은퇴자금을 아이들의 학자금보다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충고는 놀라웠다.

요즘 거의 대부분 이용하는 학자금 대출 또한 반드시 피해야 할 빚이라는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재테크 책이라고 특정 주식을 권하거나 어떤 부동산이 돈이 될지 같은 정보가 아닌 가장 기본이 되는 소비와 지출에 대한 마음가짐과 습관에 관한 충고와 조언이 대부분이어서 어떤 비결이나 비법을 바라고 이 책을 읽었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적은 월급만으로도 제대로 계획성 있게 저축하고 투자한다면 일확천금을 바라고 오늘도 주식시황판이나 들여다보고 로또를 사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여유로운 노후준비를 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어려운 용어나 설명이 나오지 않아 술술 읽혔고 그의 권유대로 해서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실어놓아 좀 더 신뢰가 갔다.

그런 이유로 갓 사회 초년생이 된 우리 딸아이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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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대디
제임스 굴드-본 지음, 정지현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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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족을 잃는 슬픔 앞에 선 담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슬픔의 시기를 예상외의 순간에 남보다 빨리 겪는 이도 있을 것이고 좀 더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약간의 행운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결론은 같다.

늦든 빠르든 이별은 슬프고 아프지만 견뎌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 그것이 남은 자의 의무다.

이 책 댄싱 대디는 느닷없이 엄마이자 아내를 잃은 슬픔을 극복해나가는 父子의 모습을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대니는 1년 전 자동차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홀로 아들 윌을 키우며 고군분투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이 시원치 않다.

월세가 밀려 무서운 집주인으로부터 신체 상해의 위협까지 받고 있지만 특별한 기술도 학력도 변변치않은 그는 오늘도 자신의 일자리인 공사판에서 막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곳에서마저도 잘려 당장 먹고 살 일이 깜깜하지만 사실 그에겐 이것보다 더한 걱정거리가 있다.

아내의 사고 당시 같은 차에 타고 있었던 아들이 사고의 충격으로 말문을 닫아버리고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은 지 1년이 넘어가고 있었던 것

금방 회복되리라던 모두의 희망을 저버린 채 말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아빠인 대니와는 제대로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윌이 왜 그런 선택을 한 건지 그 이유조차 몰라 더 답답하다.

이렇게 한 집안에서 서로가 원하는 걸 몰라 낯선 타인 같았던 두 사람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돈을 벌어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이유로 바쁘게 살다 보면 자식들이 자라는 걸 제대로 지켜보지도 못할 뿐 아니라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하기 어려워하다 결국은 서로가 뭘 원하는지 같은 집에 살면서도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되면 이미 자식은 성장해 부모의 손길이 필요치 않는다.

대니와 윌 또한 다르지 않았다.

서로를 연결해 주던 아내 로즈의 부재는 그래서 더더욱 두드러졌다.

한집에 살면서 서로 대화할 수조차 없었던 부자가 서로 대화를 하고 이해하게 된 데에는 엄마이자 아내였던 리즈가 사랑했던 댄스가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직장을 잃고 더 이상 어찌해볼 수 없었던 대니가 선택한 게 바로 거리에서 팬더의 탈을 쓰고 춤을 추는 것이었던 것

하지만 세상에 둘 도 없는 몸치였던 그가 춤을... 그것도 남들 보는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탈을 쓰고 춤을 춘다는 게 쉽지 않았고 이런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는 그냥 낙오자처럼 좌절해버리고 모든 것을 놔버릴 수도 있었을 거지만 그의 노력과 주위의 도움은 그에게 새로 인생을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준다.

윌 역시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마크 또한 자신처럼 슬픔을 견뎌내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아픔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갈등은 사라진다.

사랑하는 반려자를 잃은 슬픔에도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무게를 견뎌내기 위해 세상의 시선 따위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즐거움을 찾아가는 대니의 모습도... 세상과 벽을 쌓고 혼자서만 묵묵히 슬픔을 견뎌내던 윌이 차츰차츰 세상과 소통하고 아빠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도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그려낸 댄싱 대디

한편의 가족 드라마 같은 내용이었다.

복잡하게 얽힌 관계나 심각한 내용이 없어 단숨에 읽으면서 미소를 짓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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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버드, 블루버드
애티카 로크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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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가 참으로 어울려 더더욱 눈에 띈 이 책은 읽는 내내 제목처럼 나지막하면서도 묵직한 소울과 블루스의 음악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미국 남부의 사막의 열기와 고즈넉한 풍경 그런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남북 전쟁의 원인이었던 흑인 노예들이 가장 많았던 곳... 그래서인지 21세기인 지금도 인종 차별이 여전한 건 어쩌면 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정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건이 벌어진 장소 역시 눈에 보이는 인종차별이 극심한 텍사스의 한적한 카운티의 작은 마을 라크

이곳의 주민은 불과 200여 명 남짓하지만 일주일 동안 무려 2건의 사망사건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부터 벌써 이채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하듯이 적당히 처리하고 넘기려던 찰나 난데없이 한 사람이 사건으로 뛰어든다.

그 남자의 이름은 대런 매슈스였고 그는 흑인이면서 텍사스의 레인저였다.

레인저라는 게 그저 영화 속에서 악당을 무찌르는 히어로 정도로만 알았었는데 엄청난 명예와 자부심을 가질만한 위치를 지닌 존경 받는 특수 경찰 비슷한 뭐 그런 정도였고 그런 이유로 그가 처음 이 사건을 맡았을 땐 여느 형사물처럼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이면에 숨은 진실을 찾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질 거라는 예상은 당연하지만 빗나갔다.

일단 대런은 레인저이면서 한 사건에 연루되어 자신의 위치가 불안한 상태였고 라크의 사건을 맡았을 땐 상부의 명령에 의해서가 아닌 다른 동료로부터 이 사건을 의뢰받아서였기에 시작부터 위치가 어중간했었다.

게다가 그가 온 이곳은 겉으로는 21세기의 문명인들이 사는 조용한 마을이지만 오랫동안 인종 간 서로 같이 어울려 술 한 잔도 같이 하지 않을 정도로 극심히 편이 갈린 곳이었고 그런 곳에서 일주일 사이에 인종 간의 살인사건이 벌어져 긴장이 고조되던 찰나였다.

처음 타지에서 온 흑인 변호사의 죽음은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은 채 단순 사고사로 처리했지만 불과 며칠 후 이번엔 백인 여성이 죽었을 땐 명백히 분위기가 달라져 라크가 보는 앞에서도 당연하다는 듯이 마을의 술집이자 흑인들의 아지트를 뒤집어 놓았을 뿐 아니라 모든 포커스를 그들에게 맞춘 편법 수사가 자행되었다.

그가 레인지임을 밝혔음에도 어디 가서든 그들에게 향하는 존중은 보이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그가 수사에 참여하는 걸 방해하기까지 하는 라크의 보안관과 지역 경찰들...

사실 그들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레인저인 그를 수사에서 배재 시키고 따돌리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같은 인종인 흑인들조차 자신들을 돕기 위해 온 대런을 피할 뿐 아니라 진술조차 거부하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는데 어찌 보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대런조차도 자신들에게서는 타인이자 제3자일 뿐 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 납득이 갔다.

사건만 해결하면 떠날 사람을 위해 진술을 하고 돕는다는 건 뒤에 남아 같이 살아갈 사람들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는 행위임을 이해하면 그들의 답답할 정도로 폐쇄적인 행동은 십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살인사건과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은 범죄소설이기는 하지만 범인을 찾는 것보다 그들 사이에 흐르는 인종 간의 갈등에 더 무게중심을 뒀고 그런 이유로 전개가 다소 답답하게 흘러 빠른 전개와 장면전환을 선호하는 사람에겐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 전반을 흐르는 인종 간의 갈등과 차별에서 오는 서로를 향한 명백한 적의와 증오의 묘사는 너무 생생해서 때론 숨 막혔고 답답하게 느껴졌을 정도로 빼어났다.

오랜 세월 차별과 서로를 향한 적의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누군가에겐 아름답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가슴 아픈 상처이자 회한이기도 하다는 건 불변인 듯... 단순한 살인사건 밑에 흐르는 사랑과 질투, 증오와 복수의 감정은 인종을 넘고 세월을 뛰어넘어 변함없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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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 쿤룬 삼부곡 1
쿤룬 지음, 진실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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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도 그렇고 표지도 그래서 가벼운 일본식 블랙 유머가 가미된 소설이려니 생각했었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도 제법 있지 않을까?

사실 도입부에서 눈 깜짝할 새 납치와 감금이 벌어지고 연이어 살인사건이 벌어지는데도 잔인하다거나 무섭다는 생각보다 살인사건을 저지르고도 주변을 청소하는 데 더 열중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처음 생각이 맞구나 싶었었다.

일단 살인이라는 비정상적인 일을 벌여놓은 사람의 행동이라 하기엔 주인공 스녠의 행동은 일반적이지 않다.

그가 살인 현장을 청소하는 게 보통의 상식과 달리 증거를 인멸하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핏자국이 난자한 곳을 청소하면서 이런저런 흔적을 지울 수도 있지만 스녠의 청소에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 즉, 그는 무엇보다도 더럽고 지저분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중증의 결벽증을 가지고 있다.

늘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살인마가 심각한 결벽증을 가지고 있어 살인보다 청소에 더 공을 들인다는 설정만 보면 어처구니없는 부조화에 웃음이 나오지만 이야기가 점점 더 진행되고 그가 강박적일 정도로 결벽증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밝혀지면서부터는 나도 모르게 애처로운 이 소년 같은 청년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10년이라는 뜻을 가진 스녠이라는 이름부터 그가 가지고 있는 비극을 증명하고 있다.

나면서부터 버려져 보육원에서 자랐지만 그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그는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한 가지 목적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재미로 사람들을 납치해 살인을 일삼고 자신의 행위를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 영상으로 업로드하는... 살인마 잭을 숭배하는 집단 J의 일원을 자신의 손으로 하나씩 처단하는 것

그가 죽인 사람들은 단지 나쁜 놈이라거나 하는 단순한 이유에서가 아니라 쾌락을 위해 살인을 하고 심지어는 인육을 먹기도 하는 미친 살인마 집단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런 그들을 찾아내 처리하는 그에게 동조하고 응원하게 된다.

아마도 그의 이런 면 때문에 뒤에서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스녠이 찾은 목표물에 대한 정보를 주며 그의 행위를 구경하던 구경꾼 다비도프나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자리에서 오로지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할 목적으로 살인을 방관해 스녠으로 하여금 영원히 지워지지않을 트라우마를 남겨줬던 닥터 야오 같은 사람들마저도 그를 도와주게 하는 스녠의 힘은 아마도 자신의 욕망이나 욕심 때문이 아닌 오로지 살인마 집단을 처리하겠다는... 어쩌면 숭고하기까지 한 그의 집념에 매료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뒤로 갈수록 가벼운 문체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울림을 준다.

어쩌면 이 팀을 소재로 다음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예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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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끄는 건 나야
조야 피르자드 지음, 김현수 옮김 / 로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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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인이지만 남편의 직장을 따라 이란 아바단에서 아들과 쌍둥이 딸들 그리고 다른 집에서 살지만 늘 같이 사는 듯한 친정엄마와 미혼인 여동생과 살아가는 주부 클래리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는 여느 가정주부처럼 집안일을 소홀함 없이 꾸려나가는 부지런한 주부지만 어느 누구도 그녀가 해주는 일에 대해 감사하거나 고마워할 줄 모른다.

늘 자신이 한 일에 부족한 점을 끄집어내어 잔소리하는 엄마와 미혼인 남자라면 누구나 자신과 사랑에 빠졌다 주장하며 누구의 말도 귀담아듣지 않는 자기애로 똘똘 뭉친 것 같은 동생... 심지어 동생은 언니를 은근히 깔보고 있음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족을 위해 매일매일 새로운 식사를 차리고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들이닥쳐서 손님 대접을 바라는 모두를 위해 헌신하지만 누구도 그녀의 끼니를 챙겨주거나 일을 도우려 하지 않는다.

어쩌면 새로운 이웃이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그저 자신만 참고 좀 더 노력하면 되리라 생각하며 불만을 꾹꾹 눌러 참으며 보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웃집의 등장 그중에서도 에밀의 등장은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볼 계기를 만들어준다.

자신처럼 시와 문학을 사랑하고 더운 이곳에서 열심히 정원을 가꾸는 자신의 정성을 한눈에 알아봐 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 스타티스를 돌봐준 남자

에밀은 누구도 그녀에게 물어보지 않았던 그녀의 저녁을 챙겨준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당연하지만 그녀는 에밀에게 흔들린다.

자신을 늘 집에 있는 가구처럼 대하는 남편과 어느새 자신의 사랑을 찾아 부모의 영역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자신의 첫아이 그리고 끊임없는 잔소리로 늘 자신을 부족한 사람처럼 느끼게 만드는 엄마와 동생과 달리 지신이 좋아하는 책을 선물하고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에밀에게 흔들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에밀 또한 그녀를 대하는 모습이 진지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그는 상처한 지 오래여서 새로운 사랑을 찾는 데 걸림돌이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다음 순서는 서서히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질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이야기는 당연한 순서로 풀어가지 않는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 때문에 더더욱 자신이 위치와 현재 자신의 모습에 대해 자각하게 되는 클라래스

그녀는 조금씩 일탈하지만 자신이 궤도를 벗어나고 일상에서 변화를 가져와도 자신의 가족에는 큰 문제가 없음을... 자신이 이 모든 책임을 굳이 다 떠안고 있지 않아도 일상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책을 읽으면서 왜 하필 제목을 불을 끄는 건 나야라고 지었을까 생각해 봤다.

잠자리에 들었을 때 누군가는 반드시 불을 끄러 일어나거나 혹은 불을 끈 뒤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데 그런 귀찮을 수 있는 행위 즉 별 생색이 나거나 하는 일이 아니면서 수고스러운 일을 하는 건 언제나 클래리스라는 사실을 비틀어주는 제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귀찮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 열심히 하지만 아무도 고마워해 주지 않는 존재

언제나 희생만 하던 우리의 엄마 모습을 연상케하는 클래리스가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져 더욱 공감이 갔던 책이었고 실제로 아르메니아인들의 생활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과 닮은 점이 많아 재밌었다.

시끌벅적하면서도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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