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버드, 블루버드
애티카 로크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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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가 참으로 어울려 더더욱 눈에 띈 이 책은 읽는 내내 제목처럼 나지막하면서도 묵직한 소울과 블루스의 음악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미국 남부의 사막의 열기와 고즈넉한 풍경 그런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남북 전쟁의 원인이었던 흑인 노예들이 가장 많았던 곳... 그래서인지 21세기인 지금도 인종 차별이 여전한 건 어쩌면 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정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건이 벌어진 장소 역시 눈에 보이는 인종차별이 극심한 텍사스의 한적한 카운티의 작은 마을 라크

이곳의 주민은 불과 200여 명 남짓하지만 일주일 동안 무려 2건의 사망사건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부터 벌써 이채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하듯이 적당히 처리하고 넘기려던 찰나 난데없이 한 사람이 사건으로 뛰어든다.

그 남자의 이름은 대런 매슈스였고 그는 흑인이면서 텍사스의 레인저였다.

레인저라는 게 그저 영화 속에서 악당을 무찌르는 히어로 정도로만 알았었는데 엄청난 명예와 자부심을 가질만한 위치를 지닌 존경 받는 특수 경찰 비슷한 뭐 그런 정도였고 그런 이유로 그가 처음 이 사건을 맡았을 땐 여느 형사물처럼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이면에 숨은 진실을 찾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질 거라는 예상은 당연하지만 빗나갔다.

일단 대런은 레인저이면서 한 사건에 연루되어 자신의 위치가 불안한 상태였고 라크의 사건을 맡았을 땐 상부의 명령에 의해서가 아닌 다른 동료로부터 이 사건을 의뢰받아서였기에 시작부터 위치가 어중간했었다.

게다가 그가 온 이곳은 겉으로는 21세기의 문명인들이 사는 조용한 마을이지만 오랫동안 인종 간 서로 같이 어울려 술 한 잔도 같이 하지 않을 정도로 극심히 편이 갈린 곳이었고 그런 곳에서 일주일 사이에 인종 간의 살인사건이 벌어져 긴장이 고조되던 찰나였다.

처음 타지에서 온 흑인 변호사의 죽음은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은 채 단순 사고사로 처리했지만 불과 며칠 후 이번엔 백인 여성이 죽었을 땐 명백히 분위기가 달라져 라크가 보는 앞에서도 당연하다는 듯이 마을의 술집이자 흑인들의 아지트를 뒤집어 놓았을 뿐 아니라 모든 포커스를 그들에게 맞춘 편법 수사가 자행되었다.

그가 레인지임을 밝혔음에도 어디 가서든 그들에게 향하는 존중은 보이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그가 수사에 참여하는 걸 방해하기까지 하는 라크의 보안관과 지역 경찰들...

사실 그들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레인저인 그를 수사에서 배재 시키고 따돌리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같은 인종인 흑인들조차 자신들을 돕기 위해 온 대런을 피할 뿐 아니라 진술조차 거부하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는데 어찌 보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대런조차도 자신들에게서는 타인이자 제3자일 뿐 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 납득이 갔다.

사건만 해결하면 떠날 사람을 위해 진술을 하고 돕는다는 건 뒤에 남아 같이 살아갈 사람들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는 행위임을 이해하면 그들의 답답할 정도로 폐쇄적인 행동은 십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살인사건과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은 범죄소설이기는 하지만 범인을 찾는 것보다 그들 사이에 흐르는 인종 간의 갈등에 더 무게중심을 뒀고 그런 이유로 전개가 다소 답답하게 흘러 빠른 전개와 장면전환을 선호하는 사람에겐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 전반을 흐르는 인종 간의 갈등과 차별에서 오는 서로를 향한 명백한 적의와 증오의 묘사는 너무 생생해서 때론 숨 막혔고 답답하게 느껴졌을 정도로 빼어났다.

오랜 세월 차별과 서로를 향한 적의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누군가에겐 아름답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가슴 아픈 상처이자 회한이기도 하다는 건 불변인 듯... 단순한 살인사건 밑에 흐르는 사랑과 질투, 증오와 복수의 감정은 인종을 넘고 세월을 뛰어넘어 변함없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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