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 쿤룬 삼부곡 1
쿤룬 지음, 진실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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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도 그렇고 표지도 그래서 가벼운 일본식 블랙 유머가 가미된 소설이려니 생각했었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도 제법 있지 않을까?

사실 도입부에서 눈 깜짝할 새 납치와 감금이 벌어지고 연이어 살인사건이 벌어지는데도 잔인하다거나 무섭다는 생각보다 살인사건을 저지르고도 주변을 청소하는 데 더 열중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처음 생각이 맞구나 싶었었다.

일단 살인이라는 비정상적인 일을 벌여놓은 사람의 행동이라 하기엔 주인공 스녠의 행동은 일반적이지 않다.

그가 살인 현장을 청소하는 게 보통의 상식과 달리 증거를 인멸하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핏자국이 난자한 곳을 청소하면서 이런저런 흔적을 지울 수도 있지만 스녠의 청소에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 즉, 그는 무엇보다도 더럽고 지저분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중증의 결벽증을 가지고 있다.

늘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살인마가 심각한 결벽증을 가지고 있어 살인보다 청소에 더 공을 들인다는 설정만 보면 어처구니없는 부조화에 웃음이 나오지만 이야기가 점점 더 진행되고 그가 강박적일 정도로 결벽증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밝혀지면서부터는 나도 모르게 애처로운 이 소년 같은 청년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10년이라는 뜻을 가진 스녠이라는 이름부터 그가 가지고 있는 비극을 증명하고 있다.

나면서부터 버려져 보육원에서 자랐지만 그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그는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한 가지 목적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재미로 사람들을 납치해 살인을 일삼고 자신의 행위를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 영상으로 업로드하는... 살인마 잭을 숭배하는 집단 J의 일원을 자신의 손으로 하나씩 처단하는 것

그가 죽인 사람들은 단지 나쁜 놈이라거나 하는 단순한 이유에서가 아니라 쾌락을 위해 살인을 하고 심지어는 인육을 먹기도 하는 미친 살인마 집단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런 그들을 찾아내 처리하는 그에게 동조하고 응원하게 된다.

아마도 그의 이런 면 때문에 뒤에서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스녠이 찾은 목표물에 대한 정보를 주며 그의 행위를 구경하던 구경꾼 다비도프나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자리에서 오로지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할 목적으로 살인을 방관해 스녠으로 하여금 영원히 지워지지않을 트라우마를 남겨줬던 닥터 야오 같은 사람들마저도 그를 도와주게 하는 스녠의 힘은 아마도 자신의 욕망이나 욕심 때문이 아닌 오로지 살인마 집단을 처리하겠다는... 어쩌면 숭고하기까지 한 그의 집념에 매료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뒤로 갈수록 가벼운 문체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울림을 준다.

어쩌면 이 팀을 소재로 다음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예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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