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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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내내 모호하게 느껴졌다.

도대체 두 사람의 상황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다가도 들여다보면 헷갈리게 일쑤다.

일단 시작은 성인인 여성과 아직 어린듯한 남자아이와의 대화로 시작되는데 마치 누가 듣기라도 하듯이 속삭이듯 이야기한다.

근데 두 사람의 대화 주제가 다소 이상하다.

벌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것이 생기는 순간이 중요하니 집중하라는 아이의 요구

뭘까? 밖에 누군가 침입자가 있어 두 사람은 큰 소리로 대화하지 못하고 속삭이듯 하는 걸까?

침입자의 정체가 벌레인 걸까? 두 사람이 두려워하는 벌레는 보통의 벌레가 아니라 뭔가 거대하거나 기괴한 생명체를 말하는 걸까?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여다보면 중요하다는 벌레 얘기는 나오지 않고 어떤 상황에 대한 묘사가 대부분이다.

그러면서 같이 있는 두 사람이 마치 한 장면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아니 더 정확하게는 여자가 그 장면을 들여다보고 아이에게 설명하고 있는듯한데... 그런 것치고 시점이 이상하다.

몸은 여기 있는 게 분명한듯한데 아이에게 설명하는 건 마치 지금 현재 시점에 여기가 아닌 그 장소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묘사하는 듯하다.

한가로운 대낮의 풀장에서 이웃집 여자가 자신에게 벌어진 무서운 이야기 즉 자신의 사랑스러웠던 아이가 바뀌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는 데 한낮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기묘함을 풍긴다.

갑작스러운 아이의 질병이 있기 전의 일련의 사건들...

빌려온 종마가 줄을 풀고 냇가로 가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는 장면... 그리고 그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랑스러운 자신의 아들이 물을 묻힌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있는 모습

멀리서 보면 마냥 평화롭게만 보이는 이 장면이 이내 불안과 공포의 장면으로 바뀐다.

아들의 갑작스러운 발작과 고열은 엄마로 하여금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만들고 자신은 그날 이후로 바뀌어 버린 자신의 아들을 찾는다는 이웃집 여자의 설명은 평화롭게 휴가를 즐기던 여자를 두렵게 만든다.

내 딸아이 니나를 어디 갔을까? 어디에 있지?

니나는 어디에 있어?

낯선 곳 남편도 없고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라곤 없는 곳에서 갑작스럽게 마주한 공포는 여자로 하여금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는 욕구를 불러온다.

이렇게 두 사람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그녀가 처한 상황을 알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소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뭐가 뭔지 모르는 긴박감과 긴장감을 더할 뿐...

오히려 더더욱 수수께끼 같은 상황이 독자로 하여금 혼란을 겪게 한다.

이 사람들은 뭘까? 이곳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그녀 아만다와 딸 니나는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 건지 헷갈리고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 것의 원인은 뭔지 종잡을 수 없다.

모른다는 것은 불안과 공포를 불러온다.

그래서일까 뚜렷한 뭔가가 나오지 않으면서도 뭔지 모를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피버 드림

영화화되었다니 그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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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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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심리묘사에 탁월하고 특유의 서간체 형식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 미래 에는 하나같이 어른들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을 안은 채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있다.

어린 나이에 아빠를 잃고 힘든 생활을 하게 되는 아키코를 중심으로 아키코와 연관이 있는 아이들 혹은 어른들의 어린 시절부터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데 각자의 삶이 녹록지 않다.

평범하지 않다는 걸 떠나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비밀들을 안고 있는 아이들은 선택의 순간에 어쩌면 당연하게도 더욱 진흙탕 속으로 끌려가는 안타까운 선택을 해 읽는 내내 불편함을 줄 정도였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매일 인형이 돼버린 엄마를 돌보며 살아가는 아키코에게 20년 후의 자신으로부터 편지가 온다.

지금은 힘들지만 꿋꿋이 버티면 좋은 날이 있을 거니까 조금만 힘내라는 그 편지에는 자신의 말을 믿을 수 있도록 하는 징표도 들어있었는데 그건 바로 도쿄 드림마운틴 30주년을 기념하는 책갈피였다.

그리고 그런 미래의 자신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를 쓰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키코

언제나 멍하게 인형인 상태로 누워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엄마를 둔 사춘기의 어린 여학생은 누군가의 표적이 되어 괴롭힘을 당하거나 죽을 만큼 힘들어도 손 내밀어 줄 사람도 보호해 줄 어른도 없다.

오히려 자신들 주변을 맴돌면서 무기력한 엄마와 자신을 이용해먹으려고 하는 나쁜 어른들뿐...

그런 사람들로부터 약한 엄마를 보호하고자 노력하지만 처음 만난 할머니라는 존재는 자신의 뜻을 반한다는 이유로 알고 싶지 않았던 엄마의 비밀을 거침없이 폭로해 아키코에게 깊은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아키코의 친구 아리사와 동생 역시 어릴 적부터 부모에게서 제대로 된 보살핌은커녕 폭력에 노출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둘이서 서로를 알아보는 건 당연한 결과

이렇게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어릴 적부터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그리고 성적으로 학대를 당하며 살아오고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어른이란 존재는 보호자가 아니라 아이들을 괴롭히는 학대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 모두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집에서 살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어 누구도 그 집안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일을 눈치채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침묵하는 쪽을 택한다.

집에서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학교에서조차 또래의 아이들에 의한 따돌림에 시달린다.

영악하게도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해도 그 아이들을 도와줄 어른은 없다는 걸 알고 하는 행동이란 게 더 씁쓸하다.

그런 아이들 아키코와 아리사,지애리가 서로를 알아보고 최후의 수단으로 자신들을 괴롭힌 어른들을 없애버리고자 합심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스스로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끼리 뭉쳐 난관을 헤쳐나가고자 노력하는 것에 반해 책 속에 등장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비겁하거나 이기적이고 뒤틀려있다.

도저히 아이들을 키워서는 안 될 모습을 한 채 자신보다 약한 아이들을 힘으로 제압하고 그런 자식들을 돈을 받고 팔아 버리기도 하는 등 해서는 안 될 짓을 거침없이 저지르면서도 죄책감은커녕 얼굴조차 붉히지 않는 몰염치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가장 보호받아야 할 가정 내에서 오히려 위험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어른을 불신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물론 그렇게 된 데에는 누구도 그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거나 도움을 주려 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들 앞에서 거침없이 자행되는 짐승 같은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자신들의 집에 불을 지른 행위는 아마도 부정하고 싶은 자신들의 모습을 정화하고 모든 걸 태워버린 후 새롭게 출발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자신들을 억압한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게 방화라면 드림랜드로 가고자 하는 행위는 더 이상 힘들어하지 말고 밝은 미래를 꿈꾸고 싶은 발상에서 나온 게 아닐까?

에피소드에서 의문점들이 하나둘씩 풀리면서 드러나는 진실은 타르처럼 끈적하다.

손에 들면 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작가 특유의 가독성이 좋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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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주식? 나 혼자 산다! - feat. 어쩌면 모르고
서정아 지음, 정오성 그림, 장우석 감수 / 타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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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이어져 온 주식 열풍은 새해가 되었어도 변함이 없다.

아니 오히려 더더욱 많은 사람이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거나 혹은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는 말에 혼자만 뒤처질까 허겁지겁 뛰어들어 주식장을 돈의 힘으로 떠받치고 있다.

사실 작년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로 인해 몸살을 앓았고 그런 이유로 많은 사업체가 문을 닫고 실업자가 쏟아져 나와 기업 자체의 실적만으로 주식시장이 활황일 이유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몇몇 업종을 제외하고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았을 정도로 기업 실적이 좋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주식시장이 활활 타오른 이유는 각 정부마다 공적자금을 마구 쏟아부은 덕분에 시중에 돈이 엄청나게 풀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갈 곳 없는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움직여 서울의 집값을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평생 월급만으로는 살 수 없을 지경으로 올리고 부동산을 살 정도로 큰 자금이 없었던 사람들은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린 결과가 주식시장의 대 활황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예전에는 미국 주식을 직접적으로 투자한다는 건 그야말로 소수의 사람들만의 일이었지만 이제는 서학 개미라 칭하는 개인 투자자의 행렬이 줄을 이어 미국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그야말로 투자의 대전환 시대를 맞이했다.

그렇다면 지금 주식투자를 시작해도 늦지 않았을까? 특히 미국 주식투자는 지금 해도 되는 걸까?

솔직히 정답은 없겠지만 앞으로의 시대는 월급만으로는 안된다는 건 분명하다.

그런 이유로 나 역시 오래전부터 투자에 관심이 있었지만 미국 주식은 아직까지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일단은 영어라는 언어 장벽이 있었고 우리 시장과 달리 상 하한가의 제한이 없어 만약 떨어진다면 그야말로 속절없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도 그렇고 달러로 투자하기에 환율의 등락에 따른 위험성도 무시하지 못한다.

여기에다 미국의 주식시장은 우리가 취침할 시간이 밤 11시 이후에 연다는 점도 진입장벽인데 게다가 사고 싶은 주식의 주당 단가가 어마어마하다는 것 역시 미국 주식을 사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주식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많은 자금이 오고 가며 세계 일류 기업이 포진해있는 미국 주식은 반드시 포트폴리오 안에 넣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만약 자신이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면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들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초보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이라고 보면 될듯하다.

어떻게 주식계좌를 개설하고 어디에 투자하면 좋다거나 하는 식의 가이드가 아닌... 왜 그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서라는 게 맞는 듯하다.

일단 언어의 장벽 문제는 요즘 웬만한 증권사나 심지어 포털에서 제공하는 주식증권 파트에서 한글로도 접근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에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제일 중요한 건 그 기업에 왜 투자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이 어떤 기업이며 어떤 미래 지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보고 공부를 한 후 투자한다는 나름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은 꼭 미국 주식에만 통용되는 건 아니다.

사실 어떤 기업에 투자하면서도 우리는 제대로 그 기업에 대해 조사하거나 알아볼 생각조차 않고 누군가가 그 주식이 좋다는 말이나 자칭 주식투자의 고수라는 유튜버의 추천에 묻지도 않고 무작정 사서 매일 시세만 바라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래서 주가의 등락에 일희일비하고 빌려서 투자한 사람은 주가가 오를 때까지 피가 마르게 기다리면서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게 된다. 게다가 투자한 주식이 미국 주식이라면 그야말로 뜬 눈으로 밤잠을 설치고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일쑤... 직장 생활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이 책에서도 말하지만 투자는 자기 책임하에 하는 거고 빚내서 투자할 거는 아니라는 사실

그렇다면 어떤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 걸까?

일단은 자신이 잘 아는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것 중에 관심이 가는 것을 잘 지켜본다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개별 종목을 찾기 어렵다면 저자의 말처럼 모든 지수에 투자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특히 미국은 시장이 방대한 만큼 업종별로 된 지수가 많은 데 스스로 미래가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종목의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 즉 ETF도 괜찮은 대안이라 제시하고 있다.

솔직히 원하는 만큼 미국 주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책은 아니었고 오히려 어떤 마음가짐으로 투자에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럼에도 곳곳에 어렵다고 생각하는 용어나 투자에 대한 쉬운 설명으로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춘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읽고 나니 왠지 든든한 기분이 들면서 미국 주식투자에 도전해 볼 용기가 생겼다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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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하우스 - 드론 택배 제국의 비밀 스토리콜렉터 92
롭 하트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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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늘 아침에도 난 어제저녁에 아침거리로 주문한 것들을 배달 받아 가볍게 해결하고 출근을 했다.

언제부턴가 시작된 새벽 배송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아직 한 번도 안 시켜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시킨 사람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서비스이다.

그래서 주문 한 물건을 한 시간 내 드론이 배달해드린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 클라우드의 이야기가 허무맹랑하게 들리지 않고 현실 가능한 이야기라고 믿는다.

어쩌면 땅이 넓어 택배 물건을 배송받기까지 몇 날 며칠이 걸리고 우리만큼 편리하면서도 최첨단의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 사람들에게는 다소 과장된 걸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웨어하우스는 이런 편리함 속에 숨은 위험을 보여주고 있다.

클라우드 기업이 등장하면서 지구 온난화의 문제라든가 어느 대통령도 해내지 못해 늘 총기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던 국민들을 그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주면서 각광받게 됨과 동시에 주문한 물건을 언제든지 배송받을 수 있는 편리함으로 그리고 수천 명의 사람을 고용함으로 실업난 해소에 앞장서게 된다.

고용을 창출하고 탄소 배출량을 극도로 줄여 지구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기업이 바로 클라우드이고 당연히 이런 이유들로 인해 클라우드는 나날이 커져가 마치 하나의 나라처럼 그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런 빛이 있으면 그림자는 존재하는 법

보다 싸고 편리함을 내세운 클라우드는 나날이 몸집이 커져가고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다른 기업들은 무너지고 도산해버린다.

덕분에 클라우드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아 또다시 주변 상권을 무너뜨리고...

결국은 새로운 실업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인데... 가만 보면 오래전 대형마트가 주변 상권을 다 잠식하며 몸집을 키워오던 과정과 흡사하다.

클라우드의 가격 인하 압박으로 인해 자신이 온 힘과 정성을 다해 만들었던 회사가 무너지고 끝내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클라우드에 취업을 해야만 했던 팩스턴이 그런 케이스이다.

그래서 팩스턴과 산업 스파이로 클라우드에 잠입한 지니아는 다른 취업자들과 달리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클라우드에 취업을 했지만 난공불락 같은 클라우드에서 원하는 바를 얻기가 쉽지 않다.

마치 하나의 공장처럼 사람들마다 티셔츠의 색깔로 나눠져 각 자가 맡은 일이 다를 뿐 만 아니라 빡빡하게 짜인 일정은 숨 돌릴 시간, 물 마실 시간까지 정해져 있을 정도로 노동강도가 심하고 거기다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잠잘 때 외에는 손목에서 뗄 수 없는 시계에는 GPS 기능이 갖춰져 있어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고 노출된다.

엄청난 강도의 노동과 억압된 자유지만 사람들은 좀처럼 반항하거나 의문을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채점을 매겨 조금만 등한시해도 관리 대상이 되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시스템은 이런 반항을 할 여지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사람조차 잘 짜인 시스템의 일부가 된 것처럼...

이런 환경은 지니아로 하여금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하기 힘들게 하고 그런 지니아에게 예전 교도관으로서의 커리어를 인정받아 이곳에서 보안과에 근무하는 팩스턴의 대시는 도움이 되었다.

처음부터 일련의 목적 즉 자신이 기업체 기업의 입장이었을 때 자신의 회사에 가한 클라우드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했던 팩스턴이었지만 차츰 이곳 환경에 적응을 하면서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이면서 융화되어간다.

다른 곳에선 지금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많고 그들은 오늘 하루 잠자리와 식사를 걱정해야 하지만 자신은 쾌적한 곳에서 생활할 뿐 아니라 지금 하는 일로 성공하면 관리자가 될 수 있다고... 그런 이유로 그토록 자신이 싫어했던 교도관으로서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한 지금의 일이 싫으면서도 어느새 이곳에서 보안 책임자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고 심지어 그로부터 칭찬받고 싶어 하는 모습은 시스템이 사람을 어떻게 길들이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는 언젠가부터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도 그리고 누군가를 감시하는 감시자의 일원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에도 익숙해져서 자유가 통제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 채 시스템에 스스로 동화되어가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이제는 클라우드가 아니어도 자신의 사업은 잘 되지 못했을 거라고 합리화를 시작한다.

그런 팩스턴에게 지니아와의 외출에서 마주친 저항군들과의 대화는 작은 의심을 심어주고 그로 하여금 처음 이곳으로 온 목적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속도를 낸다.

게다가 지니아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이곳의 작은 틈 즉 자신의 시계를 차지 않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란 게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쉽다는 건 어쩌면 복잡하기 그지없는 시스템의 맹점이란 이처럼 단순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편리함을 앞세운 미래 기업 클라우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 모습의 한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웨어하우스는 독점기업의 병폐와 편리함에만 익숙해져서 그곳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의 인권이나 권리 등의 불편한 진실에 눈 감으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그 허와 실을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소재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는 웨어하우스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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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 인류의 재앙과 코로나를 경고한 소설, 요즘책방 책읽어드립니다
알베르 카뮈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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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읽은 책을 다시 읽을 때면 예전에 읽었을 때와 그 느낌이 사뭇 다를 때가 많다.

특히 고전문학이 그럴 때가 많은데 아마도 예전의 감성이랑 한창 세월의 때가 묻은 상태에서 읽은 감성과의 차이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 페스트 역시 예전에 읽었을 때와 그 느낌이 사뭇 달랐는데 특히 지금 코로나 시대와 맞물려 더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

예전에는 그저 페스트 혹은 흑사병으로 불린 전염병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었구나 하는 느낌과 함께 그 전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에 대해 연민을 가지기만 한 채 읽었다면 이번에 읽었을 때는 휠씬 더 그 사람들이 느꼈을 공포와 무력감이 와닿았던 것 같다.

속절없이 퍼져가는 전염병 그리고 뚜렷한 치료 약이 없어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아이가 쓰러져가는 걸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무력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카뮈는 이런 사람들의 심리와 그들이 느꼈던 공포와 무력감을 제3자의 시선으로 덤덤하게 그리고 있다.

게다가 지금의 우리 상황과 오버랩되어서인지 그들이 느낀 절망감과 무력감, 공포 같은 게 훨씬 더 와닿는 느낌이었다.

어느 날 문득 우리 곁으로 다가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코로나처럼 페스트 역시 시작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였다.

알제리의 오랑시에 살고 있는 의사 리 외는 자신의 집 앞에서 비틀거리며 쓰러지는 쥐를 발견하게 된다.

처음부터 심상치 않았던 쥐의 행태는 이내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사람들이 수군거릴 즈음 온 거리는 죽은 쥐의 사체로 덮이지만 누구도 페스트라는 걸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 치부하고 싶어 하나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는 곧 현실이 되어 사람들마저 하나둘씩 쓰러지고 사망자가 급증하자 시 당국은 오랑시를 전면적으로 봉쇄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지난 1년간 우리가 겪은 모습과 거의 흡사해서 왜 지금 이때 다시 이 책이 주목받게 된 건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처음 쥐들이 죽어나가고 사람들 사이에서 전염병이 돌지만 이를 책임지는 사람은 없을 뿐 아니라 눈앞에 뻔해 보이는 진실마저 덮고자 소극적인 자세로 대처하다 끝내 자신들이 감당하기 어렵다 느낄 즈음 손쉽게 봉쇄령을 내려 오랑시의 사람들을 공포로 몰고 가는 작태가 21세기의 우리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처음 봉쇄령이 내려졌을 때 사람들의 태도 변화 역시 흥미롭다.

의연하고 침착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다 점점 더 늘어가는 사망자 수에 공포를 느끼며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어떤 사람은 이 모든 것이 신이 내리는 벌이라 생각하고 종교에 몰두하고 어떤 사람은 이곳에서 탈출하고자 모든 노력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공포와 두려움이 잠식하고 있는 이 도시에서 의연하게 맞서 싸우고자 노력한다.

의사 리 외와 신문기자 랑베르가 후자의 경우지만 공포로 잠식해버린 이성 앞에서 의연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혼란이 계속되고 눈앞에서 새로운 혈청의 실험대상인 어린아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흩어졌던 사람들이 합심하고 이 고난을 넘고자 노력하면서 점점 희망의 빛이 보이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엄청난 비극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공포와 절망 그리고 무력감에 대한 묘사를 통해 죽음 앞에 한없이 약한 존재가 인간임을 표현하고자 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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