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하우스 - 드론 택배 제국의 비밀 스토리콜렉터 92
롭 하트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오늘 아침에도 난 어제저녁에 아침거리로 주문한 것들을 배달 받아 가볍게 해결하고 출근을 했다.

언제부턴가 시작된 새벽 배송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아직 한 번도 안 시켜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시킨 사람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서비스이다.

그래서 주문 한 물건을 한 시간 내 드론이 배달해드린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 클라우드의 이야기가 허무맹랑하게 들리지 않고 현실 가능한 이야기라고 믿는다.

어쩌면 땅이 넓어 택배 물건을 배송받기까지 몇 날 며칠이 걸리고 우리만큼 편리하면서도 최첨단의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 사람들에게는 다소 과장된 걸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웨어하우스는 이런 편리함 속에 숨은 위험을 보여주고 있다.

클라우드 기업이 등장하면서 지구 온난화의 문제라든가 어느 대통령도 해내지 못해 늘 총기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던 국민들을 그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주면서 각광받게 됨과 동시에 주문한 물건을 언제든지 배송받을 수 있는 편리함으로 그리고 수천 명의 사람을 고용함으로 실업난 해소에 앞장서게 된다.

고용을 창출하고 탄소 배출량을 극도로 줄여 지구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기업이 바로 클라우드이고 당연히 이런 이유들로 인해 클라우드는 나날이 커져가 마치 하나의 나라처럼 그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런 빛이 있으면 그림자는 존재하는 법

보다 싸고 편리함을 내세운 클라우드는 나날이 몸집이 커져가고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다른 기업들은 무너지고 도산해버린다.

덕분에 클라우드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아 또다시 주변 상권을 무너뜨리고...

결국은 새로운 실업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인데... 가만 보면 오래전 대형마트가 주변 상권을 다 잠식하며 몸집을 키워오던 과정과 흡사하다.

클라우드의 가격 인하 압박으로 인해 자신이 온 힘과 정성을 다해 만들었던 회사가 무너지고 끝내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클라우드에 취업을 해야만 했던 팩스턴이 그런 케이스이다.

그래서 팩스턴과 산업 스파이로 클라우드에 잠입한 지니아는 다른 취업자들과 달리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클라우드에 취업을 했지만 난공불락 같은 클라우드에서 원하는 바를 얻기가 쉽지 않다.

마치 하나의 공장처럼 사람들마다 티셔츠의 색깔로 나눠져 각 자가 맡은 일이 다를 뿐 만 아니라 빡빡하게 짜인 일정은 숨 돌릴 시간, 물 마실 시간까지 정해져 있을 정도로 노동강도가 심하고 거기다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잠잘 때 외에는 손목에서 뗄 수 없는 시계에는 GPS 기능이 갖춰져 있어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고 노출된다.

엄청난 강도의 노동과 억압된 자유지만 사람들은 좀처럼 반항하거나 의문을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채점을 매겨 조금만 등한시해도 관리 대상이 되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시스템은 이런 반항을 할 여지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사람조차 잘 짜인 시스템의 일부가 된 것처럼...

이런 환경은 지니아로 하여금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하기 힘들게 하고 그런 지니아에게 예전 교도관으로서의 커리어를 인정받아 이곳에서 보안과에 근무하는 팩스턴의 대시는 도움이 되었다.

처음부터 일련의 목적 즉 자신이 기업체 기업의 입장이었을 때 자신의 회사에 가한 클라우드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했던 팩스턴이었지만 차츰 이곳 환경에 적응을 하면서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이면서 융화되어간다.

다른 곳에선 지금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많고 그들은 오늘 하루 잠자리와 식사를 걱정해야 하지만 자신은 쾌적한 곳에서 생활할 뿐 아니라 지금 하는 일로 성공하면 관리자가 될 수 있다고... 그런 이유로 그토록 자신이 싫어했던 교도관으로서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한 지금의 일이 싫으면서도 어느새 이곳에서 보안 책임자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고 심지어 그로부터 칭찬받고 싶어 하는 모습은 시스템이 사람을 어떻게 길들이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는 언젠가부터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도 그리고 누군가를 감시하는 감시자의 일원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에도 익숙해져서 자유가 통제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 채 시스템에 스스로 동화되어가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이제는 클라우드가 아니어도 자신의 사업은 잘 되지 못했을 거라고 합리화를 시작한다.

그런 팩스턴에게 지니아와의 외출에서 마주친 저항군들과의 대화는 작은 의심을 심어주고 그로 하여금 처음 이곳으로 온 목적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속도를 낸다.

게다가 지니아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이곳의 작은 틈 즉 자신의 시계를 차지 않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란 게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쉽다는 건 어쩌면 복잡하기 그지없는 시스템의 맹점이란 이처럼 단순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편리함을 앞세운 미래 기업 클라우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 모습의 한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웨어하우스는 독점기업의 병폐와 편리함에만 익숙해져서 그곳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의 인권이나 권리 등의 불편한 진실에 눈 감으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그 허와 실을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소재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는 웨어하우스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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