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1
제니 한 지음, 이지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고교생 라라 진이 벌이는 계약 연애 소동을 그리고 있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사실 내 흥미를 그다지 끌지 못한 책이었는데 일단 제목부터 너무 허세스럽달 지 조금은 유치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거기에다 주인공들이 고등학생이라는 점 때문이었는데 주변에서 먼저 읽어본 사람들의 평이 좋아 궁금증이 생기던 차에 읽을 기회가 생겼다.

읽어보니 별 기대를 안 하고 읽어서인지 상당히 가독성도 좋고 의외로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어린 연인들의 설렘도 그리고 서툰 연애에서 오는 갈등 묘사도 풋풋하고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어 많은 공감을 얻을 것 같다.

게다가 우리에겐 익숙한 로맨스 소설의 공식... 즉 잘 나가는 남자와 조금은 평범한 여자의 로맨스, 여기에다 평범하지 않은 계약 연애로 시작했다 진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을 그리고 있다는 것도 친숙하게 느껴지는데 이것은 마치 배경은 미국이지만 우리나라의 로맨틱 드라마나 소설을 보는 느낌이랄까?

더 기분 좋은 건 이 소설이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언니와 나이차가 좀 나는 여동생 그리고 아빠랑 살고 있는 라라 진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조금은 엉뚱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하고 언니인 마고를 우상처럼 따르는 평범한 여학생이다.

그런 그녀에겐 자신이 한때 좋아했던 남자들에게 보내지 않을 편지를 써서 안녕을 고하는 특이한 나름의 이별 방식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렇게 모아뒀던 편지가 자신도 모르는 새 그 당사자에게 발송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잠시 부끄럽고 말 이 소동이 문제가 되는 건 그 편지 수신인 중에 언니의 전 남자친구인 옆집 오빠 조시가 포함되어있다는 것이다.

절대로 절대로 들켜선 안되는 자신의 감정을 오빠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이 엉뚱한 소녀가 한 짓은 그 오빠가 보는 앞에서 다른 남자에게 키스를 한 것이었고 운 좋게도 그 상대는 학교에서 제일 잘나가는 킹카 조시였다.

영문도 모른 채 키스 테러를 당한 조시는 오랫동안 사귄 여자친구와 막 헤어진 참이라 서로의 필요에 의해 계약 연애를 시작하는 두 사람

하지만 조시는 헤어진 전 여친이자 학교의 퀸카인 제너비브를 잊지 못한 탓인지 그녀 앞에서 늘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그와 가짜 데이트를 하면서 점점 더 조시에게 관심이 생긴 라라 진은 그의 이런 태도 때문에 그에게 온전히 마음을 쏟기가 두렵기만 하다.

이럴 때 늘 곁에서 그녀에게 방향을 제시해주던 엄마 같은 언니 마고는 대학 때문에 멀리 떠나있고 오래 알아서 친오빠 같았던 조시는 그녀의 편지로 인해 갑작스럽게 라라 진을 의식하면서 예전처럼 고민을 상담할 수도 없다.

학교에서 잘 나가는 남자인 피터와의 관계로 인해 갑작스럽게 모두의 주시를 받는 라라 진은 이런 것도 부담스럽고 자신에게 밉보인 친구에게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제너비브의 보복이 더 두렵기만 하다.

학교에서 인기 있는 남자를 남자친구로 둔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 이를테면 그와 비교해서 자신이 너무 초라하지 않을까 혹은 어떤 옷을 입어야 그 아이와 잘 어울릴까 같은 시시콜콜하지만 공감이 가는 고민에서부터 그 나이 때의 아이들이 흔히 할 수 있는 신체접촉 즉 스킨십에 관한 고민 같은 걸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려내고 있는데 그 느낌이 상당히 귀엽기도 하고 통통 튀는 게 이 소설의 매력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혼자서만 좋아했던 적은 있지만 사귀어본 적은 처음인 라라에게는 자신의 마음조차 헷갈리기만 하는데 조시 역시 처음 사귀었던 제너비브에게 자꾸 흔들리는듯한 모습을 보여줘 확신을 갖지 못해 고민하는 라라의 심리묘사가 탁월해서 많은 공감을 얻을 것 같다.

자매들 간의 사소한 말다툼도 그러면서도 온갖 비밀을 서로에게 털어놓는 모습도 여느 자매들과 같아서 더 친밀감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시리즈 2편에선 이 엉뚱하지만 서툰 커플 앞에 새로운 강력한 연적이 등장한다는 걸 보면 점점 더 흥미로워질 것 같다.

역시 진도가 잘 안 나가는 연애에는 초강력 라이벌의 등장만큼 강력한 처방도 없을 터...

조용하지만 엉뚱한 데서 강한 라라 진의 연애가 앞으로 순조로울지.. 귀여운 허세 덩어리 피터가 라이벌 등장에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사랑을 뺏기지 않고 지킬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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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테러리스트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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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폐허에서 일어선 일본에서 올림픽이 개최된다.

이는 모든 일본 사람에게 가슴 뿌듯한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대사건으로 무사히 올림픽을 치르는 것만이 유일한 사명인 것처럼 온 나라가 한마음으로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합심하는 게 당연시되는 이때 누군가가 올림픽 개최를 반대한다는 협박편지를 보내고 곳곳에서 폭발사건이 발생한다.

당연하게도 경시청은 비상이 내려지지만 올림픽 개최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이유로 언론을 통제해 일반 사람들 누구도 이런 사실을 모르는 채 그들은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드디어 용의자가 떠오른다.

그의 이름은 시마자키 구니오

일본 최고의 대학이라는 도쿄대의 경제학부 대학원생이자 시골마을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인 그가 왜 이런 행위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올림픽을 방해는 그의 행위를 용납할 수 없는 경시청은 그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는 양들의 테러리스트는 두 가지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뛰어난 머리를 가진 조용하고 튀지 않는 성품의 평범한 대학원생이 왜 모두를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는 이런 테러리스트의 길을 가게 되었나 하는 그가 이런 범죄행위를 하게 되는 필연의 과정을 담은 과거 시점과 지금 현재 그가 벌이고 있는 폭탄 테러를 막고 무사히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그를 검거하고자 노력하는 경찰들의 행동을 담고 있는 현재 시점으로 나눠 진행해 그의 범죄 동기에 대해선 공감하게 하게 그를 잡고자 하는 경찰의 모습을 통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입장과 공권력의 입장을 보여준다.

책을 읽다 보면 구니오가 왜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었는지 십분 이해가 간다.

올림픽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가장 밑바닥에 있는 육체노동자에게 가장 많은 희생을 요구하고 또 그런 희생을 당연하다 여기면서 거기서 나오는 부와 영광은 그들에게 돌아오지 않고 부유하거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독차지하는 현실은 충분히 부조리하다 분노할 수밖에 없다.

모든 혜택이 올림픽을 여는 도쿄에 집중되고 자신이 사는 곳에서는 이런 부의 작은 혜택조차 받지 못할 뿐 아니라 풍요가 넘치는 도쿄에 비해 죽도록 일을 하면서도 먹을거리를 걱정하고 어떤 문화적인 혜택을 받지 못한 채 가난이 대물림되는 게 당연시되는 현실을 죽은 형을 대신해 일을 하게 된 건설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깨달아가는 구니오가 분노와 더불어 점차 허무함을 느끼는 모습은 고뇌하는 젊은 지식인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게다가 하필 그가 대학원에서 공부한 과목이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공산주의 이론이었다니...

어쩌면 그가 테러리스트의 길을 걷게 되는 건 필연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어쭙잖은 공명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만이 모든 걸 변화시킬 수 있다는... 한 창 피 끓는 엘리트 젊은이가 가지는 오만한 열정이 아닌 순수한 분노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게다가 그가 있는 위치도 이런 결정을 하는 데 한몫을 했다.

타고난 머리로 우수한 대학을 나온 재원으로 그가 원한다면 사회에 나가 어디서든 높은 지위에 쉽게 오를 수 있지만 그는 가난한 마을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프롤레타리아로서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아웃사이더로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보아 넘기지 못하는 여린 심성을 지녔다.

그래서 서른이 넘도록 일만 하다 죽은 형의 죽음을 모른 척 외면할 수 없어 마치 죄를 고해하듯 형을 대신해 평생을 해보지 못한 육체노동을 하면서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늘 당하고 겪는 부조리함과 노동착취에 분노하며 분연히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더불어 그가 앞으로 행 할 행동에 대한 동기를 얻게 되는 것 같다.

그의 동기가 순수했고 그가 분노하는 심정 또한 십분 이해 가능했기에 그가 걷는 행보가 더욱 위태롭고 안타깝게 느껴져 그의 행위와는 별개로 그가 무사하기를 바라게 된다.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수없이 자행되는 폭력의 모습과 도시의 뒤편에 가려진 어둠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구니오의 짙은 허무가 왜 이렇게 가슴 아프게 느껴지는지...

그의 도피에 많은 도움을 준 여자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할 정도로 그는 마치 위태롭기 그지없는 고독한 한 마리의 늑대 같다.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가 이 작품으로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상을 받고 현시점에서 나의 최고 도달점이라 생각한다는 말을 한 게 이해가 될 정도로 내가 읽은 그의 작품 중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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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살인사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3
에드거 월리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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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을 소유하고 있는 부자 손튼 라인이 가슴에 수선화를 든 채 살해당해 공원에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는 죽기 전 누군가 백화점의 공금을 횡령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고 또 다른 직원과는 싸움을 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용의자는 쉽게 추려지는 듯하지만 용의자로 의심받던 직원인 오데트는 어디론가 사라져 행방이 묘연하다.

중국에서 유능한 경찰로 이름을 떨쳤던 탈링은 손튼이 죽기 전 사건을 의뢰받았다는 이유로 이번 사건에도 참여할 수 있었는데 그는 사실 오데트에게 첫눈에 반했던 상태라 그녀가 범인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녀의 집을 수색하면서 사건이 그녀의 방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녀에 대한 의혹이 깊어지는 즈음에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하는 탈링은 자신을 덮친 사람이 백화점 공금을 횡령한 걸로 유력시되던 밀버그가 벌인 일이라는 걸 직감하지만 교활하고 속임수에 능한 밀버그는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용의자가 두 사람으로 좁혀지는 가운데 여기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

손튼의 유일한 상속자가 탈링이라는 게 알려지면 서 그에게 의혹이 드리워지고 또 그와 중국에서 같이 건너온 조수인 링추가 손튼으로 인해 억울하게 죽은 여동생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그 역시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된다.

모두가 살인사건에서 무관할 수 없는 가운데 오데트가 손튼에게 자신의 집으로 와달라고 한 편지가 발견되면서 그가 왜 그녀의 집에서 살해당한 건지 이유가 밝혀지고 백화점의 경리부 직원으로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보였던 그녀가 사실은 부유한 집의 딸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점점 더 그녀에게 의혹이 쏠리지만 그녀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지 행방을 알 수 없어 탈링의 속을 태운다.

오랫동안 형사로 살아오면서 수많은 범죄자와 만났던 탈링이 한눈에 누군가에게 빠져 여러가지 증거와 증황증거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가장 강력한 용의자라는 걸 믿고 싶어 하지 않는 걸로 모자라 오히려 그녀의 범죄사실을 덮고 싶어 한다는 설정은 오늘날의 범죄소설과 조금은 다른 점이다.

물론 미모의 용의자에게 빠진다는 설정은 오늘날에도 쓰이는 설정이긴 하지만 탈링과 오데트는 몇 번 마주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별다른 대화를 하거나 스킨십을 했다거나 한 게 아니라 그저 첫눈에 서로 호감을 가진 이후로 그녀에게서 용의점에 발견되었는데 그런 사실을 무시하는 걸로 모자라 모른 척 덮어주려 애쓰는 점에서 그는 일단 형사로서의 자질은 부족한 로맨티시스트임에 틀림없고 그런 그의 모습은 오늘의 형사나 혹은 탐정들과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시대적 배경이 여자들의 사회적활동이 많지 않았던 때고 특히 살인사건 같은 강력 살인사건의 범인이 여자일 리 없다는 믿음이 깔려있는 탓이기도 하리라.

그래서 결혼도 안한 미혼의 여성이자 청초하고 아름다운 외모의 오데트는 비록 용의자가 되지만 그녀는 살인사건에 우연히 엮인 가녀린 희생자일 뿐이라는... 여자들이 이런 험악하고 잔인한 범죄를 저지를 리 없다는 작가의 평소의 신념이 강하게 묻어난다.

어쩌면 작가의 다른 작품이자 가장 잘 알려진 킹콩에서도 그의 이런 관점은 두드러진다.

괴수의 왕인 킹콩이 아름다운 여자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모습은 자신의 암컷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수컷의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고 누구도 생각지 못한... 그저 거칠고 야수성만이 존재할 것 같은 괴수에게도 사랑이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극찬을 받았는데 그런 걸 보면 작가는 아무래도 여자는 지켜줘야 하는 연약한 존재라는 인식이 강한 로맨티시스트가 아닐지...

여기서도 그런 느낌이 강하다.

자신이 반한 여자 오데트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탈링은 이미 형사라기보다 그녀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랑에 빠진 남자일 뿐...

그렇다면 과연 그의 이런 진심에 부응해서 오데트의 무죄가 증명될 것인가? 아니면 이런 그의 진심에 강력한 뒤통수를 칠 것인가?

오늘날의 추리나 스릴러소설에 비해 사건이 복잡하거나 아주 강력한 범죄의 동기 같은 게 나오거나 하지 않아 다소 밋밋하다 느낄 수 있지만 결국 모든 동기의 기본인 인간의 탐욕과 욕심 그리고 애증이 밑바탕에 깔린 것은 오늘날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 비교해가며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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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조앤
제니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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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분명 옳다고 믿었던 일이 지나고 나서 보면 착오였고 잘못된 판단으로 드러나는 일이 많다.

사람의 일이다 보니 세월이 지나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가치관도 신념도 시대적 상황도 바뀔 수밖에 없는데 변화된 상황에 따라 옳고 그름 혹은 선택의 잘잘못이 가려지게 된다.

레드 조앤은 그런 선택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든이 넘은 조앤의 집으로 MI5 요원들이 들이닥치고 그녀를 심문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죄는 국가기밀을 적국에 넘긴 것으로 그녀가 너무나 사랑하는 아들 닉조차 그녀가 왜 그렇게 엄청난 짓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조앤은 자신이 옳은 일을 한다는 신념하에 저지른 일이라고 고백한다.

이야기는 현재 MI5 요원들 앞에서 심문을 받는 시점과 그녀가 과거 스파이를 했을 당시의 시점으로 번갈아 가며 보여주면서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그녀가 왜 그런 선택을 했어야만 했는지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집에서 나와 당시의 여성으로선 드물게 대학 그것도 자연과학을 전공하기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한 조앤은 그곳에서 그녀의 운명을 바꿀 두 사람을 만난다.

바로 그녀의 첫사랑이자 잊을 수 없는 연인 레오와 그의 사촌인 소냐

러시아에서 건너온 두 사람 중 특히 레오는 공산주의 사상에 강렬하게 매료되어있을 뿐 아니라 조국 러시아를 위해서 공산주의 사상이 반드시 뿌리내려야 한다는 강한 열망에 사로잡혀있는 이상주의자였다.

그런 그를 사랑한 조앤에게 그녀가 있는 연구소에서 비밀리에 추진되었던 프로젝트 정보를 넘겨달라는 레오

당연히 그녀가 그의 요구를 들어주고 사랑 때문에 스파이의 길로 접어들었을 거란 예상을 깨고 그녀는 단호히 이를 거부하는 강단을 보인다.

그녀는 레오를 사랑하지만 그가 요구하는 것은 그녀의 신념과 정의에 반할 뿐 아니라 처음에는 그의 사상에 매료되었으나 그녀가 그의 공산주의 사상에 빠져들기에는 너무나 냉철했다는 것이 레오의 폐단이 된다.

그렇다면 연인의 요구마저 거부했던 그녀가 왜 스파이가 된 걸까?

조앤이 러시아에 넘긴 기밀문서는 핵폭탄 제조와 관련된 것으로 그녀의 이런 선택은 결국 국제정세를 뒤흔들 너무나 큰일이었지만 그녀는 단지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우는 힘은 또 다른 파국을 맞게 된다는 걸 알기에 힘의 균형을 위한 결정이라고 한다.

그녀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계기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는데 자신과 연구소가 만든 핵폭탄이 단순히 독일을 견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누군가 죄 없는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자각은 그녀로 하여금 조국을 배반하는 결심을 굳히게 한다.

물론 당시의 그녀는 자신이 조국을 배반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고 단지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훔친다기 보다 서로 공유한다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실행한 것일 뿐 이후 벌어지는 사태의 진전에 대해서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다.

아들 닉과 MI5 요원들의 입장에선 나라 간 힘의 균형을 위해 실행했다는 그녀의 말이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발상이지만 그녀가 스파이를 했을 당시인 1930년대 후반과 2차 대전이 발발하던 때는 이러한 생각이 터무니없다기 보다 그럴 수도 있다는... 아니 독일의 나치즘이 한창일 때는 정치인들조차 러시아를 적국이 아닌 독일에 대항해 싸우는 우방국으로 여겨서 정보의 공유가 불법이 아니었다는 걸 감안하면 조앤에게 약간의 면죄부를 줄 수도 있을듯하다.

하나둘씩 드러나는 정보 앞에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회상에 젖는 조앤은 과연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궁금한 가운데 그녀에게 다가온 운명적 사랑의 결말과 그때 당시에는 몰랐지만 이제서야 드러나는 진실이 안타까움과 함께 연민을 불러온다.

여자 스파이라면 떠오르는 이미지인 섹시하고 매력적인 팜 파탈이 아니라 사랑 앞에 흔들리고 이념보다 정의를 위해 결단을 내릴 줄 아는 과감성에 누구도 여자인 그녀가 한 짓이라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허를 찌른 평범하면서도 똑똑했던 조앤의 이야기는 실제 KGB를 위해 가장 오랫동안 스파이로 활동했던 스파이 멜리타 노우드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매력적이고 스릴도 있으며 가독성도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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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에서 온 소년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9
캐서린 마시 지음, 전혜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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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겪어보는 난민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적이 있다.

그들이 특히 유럽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부유한 나라들이 조금 관용을 베풀고 더불어 살수 있도록 좀 해주면 좋을 텐데 하고 막연히 난민의 처지를 동정했다면 이제 그게 우리나라의 내 문제가 되고 보니 생각이 달라지는 걸 깨닫게 된다.

남의 일일 땐 너그러울 수 있어도 그게 나의 안전, 이익과 상충될 땐 사람들은 맹렬하게 반대하게 된다는걸...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 막연히 난민인 한 소년의 안타까운 사연을 그려놓고 인류애를 호소하는 그런 내용일 거라 짐작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한 소년이 난민으로서 온갖 고초를 겪는다는 건 맞지만 눈물에 호소하거나 동정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그들도 테러와 전쟁을 피해 살던 곳을 어쩔 수 없이 떠나온 피난민이자 그들 역시 희생자라는 사실을 어린 소년들의 입을 통해 사람들에게 환기시킬 뿐...

소년 아흐메드는 한날한시 엄마와 동생 등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빠와 고향을 떠나 안전한 유럽으로 피난을 오지만 그 과정에서 아버지 또한 눈앞에서 잃어버리는 아픔을 겪는다.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 아흐메드는 우연히 낯선 곳에서 한 가족이 살던 집 지하실을 발견하고 터를 잡게 되면서 그때부터 숨어지내는 생활을 하게 된다.

이 집의 주인들은 미국에서 온 가족으로 아흐메드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 맥스는 미국을 떠나 낯설고 언어도 통하지 않은 이곳 브뤼셀에 온 것이 불만이다.

사실은 모든 것에 뛰어난 누나에 비해 공부도 그 외에 다른 일도 잘하는 것이 없는 자신을 위해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출발하기 위한 부모의 결단이라는 걸 알면서도 낯선 곳에서 적응하기 쉽지 않은 현실에 좌절하고 있던 맥스는 우연히 자신의 집에서 마주친 아흐메드를 만나면서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맥스 역시 무슬림에 대한 두려움과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꽃을 사랑하고 온화한 성격의 아흐메드와 친해지면서 이런 인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그리고 아흐메드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 조금씩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변하게 되는 맥스는 심지어 자신을 괴롭히기만 하던 오스카조차도 사실은 자신과 친구가 되고 싶은 외로운 소년이었다는 걸 깨닫으면서 서로 힘을 모아 아흐메드를 위한 행동을 취하기 시작한다.

대담하게 아흐메드를 학교로 보내기 위한 작전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또 다른 친구를 설득해서 끌어들이는 등 점점 더 자신이 나아갈 길에 대한 확신을 보이는 맥스와 아이들을 보면서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아이들이기에 가능한 방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 곳곳에서 난민으로 가장한 테러리스트들이 테러를 자행하고 이곳 벨기에에서조차 폭탄 테러가 발생해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하고 서로를 경계하게 되면서 아흐메드는 언제 잡혀갈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며 잠을 설치기 시작한다. 학교 내 분위기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날카로워져 난민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지기만 할 뿐 아흐메드가 설자리는 점점 잃어가기만 한다.

아흐메드는 그저 공부를 하고 싶은 자신과 같은 평범한 소년일 뿐인데 단지 무슬림이고 난민이라는 이유로 언제든 테러를 자행해 주변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보는 시선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하는 맥스는 친구 아흐메드를 위해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난민의 이야기를 아이들의 눈을 통해 그들도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아닌 우리와 다를 바 없이 평범한 행복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들임을 이야기하는 시리아에서 온 소년은 여전히 길을 찾지 못하는 난민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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