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리아에서 온 소년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9
캐서린 마시 지음, 전혜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겪어보는 난민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적이 있다.
그들이 특히 유럽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부유한 나라들이 조금 관용을 베풀고 더불어 살수 있도록 좀 해주면 좋을 텐데 하고 막연히 난민의 처지를 동정했다면 이제 그게 우리나라의 내 문제가 되고 보니 생각이 달라지는 걸 깨닫게 된다.
남의 일일 땐 너그러울 수 있어도 그게 나의 안전, 이익과 상충될 땐 사람들은 맹렬하게 반대하게 된다는걸...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 막연히 난민인 한 소년의 안타까운 사연을 그려놓고 인류애를 호소하는 그런 내용일 거라 짐작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한 소년이 난민으로서 온갖 고초를 겪는다는 건 맞지만 눈물에 호소하거나 동정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그들도 테러와 전쟁을 피해 살던 곳을 어쩔 수 없이 떠나온 피난민이자 그들 역시 희생자라는 사실을 어린 소년들의 입을 통해 사람들에게 환기시킬 뿐...
소년 아흐메드는 한날한시 엄마와 동생 등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빠와 고향을 떠나 안전한 유럽으로 피난을 오지만 그 과정에서 아버지 또한 눈앞에서 잃어버리는 아픔을 겪는다.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 아흐메드는 우연히 낯선 곳에서 한 가족이 살던 집 지하실을 발견하고 터를 잡게 되면서 그때부터 숨어지내는 생활을 하게 된다.
이 집의 주인들은 미국에서 온 가족으로 아흐메드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 맥스는 미국을 떠나 낯설고 언어도 통하지 않은 이곳 브뤼셀에 온 것이 불만이다.
사실은 모든 것에 뛰어난 누나에 비해 공부도 그 외에 다른 일도 잘하는 것이 없는 자신을 위해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출발하기 위한 부모의 결단이라는 걸 알면서도 낯선 곳에서 적응하기 쉽지 않은 현실에 좌절하고 있던 맥스는 우연히 자신의 집에서 마주친 아흐메드를 만나면서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맥스 역시 무슬림에 대한 두려움과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꽃을 사랑하고 온화한 성격의 아흐메드와 친해지면서 이런 인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그리고 아흐메드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 조금씩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변하게 되는 맥스는 심지어 자신을 괴롭히기만 하던 오스카조차도 사실은 자신과 친구가 되고 싶은 외로운 소년이었다는 걸 깨닫으면서 서로 힘을 모아 아흐메드를 위한 행동을 취하기 시작한다.
대담하게 아흐메드를 학교로 보내기 위한 작전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또 다른 친구를 설득해서 끌어들이는 등 점점 더 자신이 나아갈 길에 대한 확신을 보이는 맥스와 아이들을 보면서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아이들이기에 가능한 방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 곳곳에서 난민으로 가장한 테러리스트들이 테러를 자행하고 이곳 벨기에에서조차 폭탄 테러가 발생해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하고 서로를 경계하게 되면서 아흐메드는 언제 잡혀갈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며 잠을 설치기 시작한다. 학교 내 분위기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날카로워져 난민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지기만 할 뿐 아흐메드가 설자리는 점점 잃어가기만 한다.
아흐메드는 그저 공부를 하고 싶은 자신과 같은 평범한 소년일 뿐인데 단지 무슬림이고 난민이라는 이유로 언제든 테러를 자행해 주변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보는 시선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하는 맥스는 친구 아흐메드를 위해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난민의 이야기를 아이들의 눈을 통해 그들도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아닌 우리와 다를 바 없이 평범한 행복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들임을 이야기하는 시리아에서 온 소년은 여전히 길을 찾지 못하는 난민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