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즌 아티스트
조너선 무어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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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랑 다투고 같이 살던 집을 뛰쳐나온 날 호텔 주변의 바에 들렀다 한 여인을 만났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영화 속에서 걸어 나온 듯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마저 드는... 한마디로 끝내주게 환상적인

여자

이렇게만 나열하면 왠지 운명의 짝을 만나 한눈에 반한 그렇고 그런 로맨스 소설같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의 장르는 스릴러이고 그렇다면 이 둘의 만남은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볼 수 있겠다.

그가 그녀를 만난 운명적인 그 바에서 그날 한 남자가 사라지고 이어 물에 빠진 채 시신으로 발견된다.

덕분에 그때 있었던 남자 역시 목격자로서 경찰의 탐문을 받지만 여자에 대해선 말하지 않은 채 혼자서 그녀가 갔을 만한 곳을 뒤지며 여자의 행적을 쫓는다. 여기까지도 스릴러라기 보다 로맨스 소설로 볼 수 있을듯하다.

사건과 그녀가 연관된 부분은 전혀 없고 첫눈에 매료된 이름도 알 수 없는 여자를 찾아다니는 남자라니... 조금은 로맨틱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부분

뛰어난 독성물 박사이기도 한 케일럽은 친구 헨리의 부탁으로 물에서 건진 시신을 몰래 조사해본 결과 단순 익사가 아니라 누군가가 강한 독성물질로 오랜 시간 고문하다 살해했음을 밝혀낸다.

그리고 연이어 시체들이 떠오르고 그 시체들 대부분에서 같은 독이 검출되면서 동일범에 의한 범죄임이 드러나지만 수사에 더 이상의 진전은 없다.

단순 목격자중 한 사람인 케일럽의 주변을 맴돌면서 그의 행적을 묻는 경찰들에게 여자의 존재를 숨기려고 하는 그의 태도는 경찰의 의심을 불러오지만 그날 이후 그녀에게 사로잡힌 그는 아무에게도 그녀에 대해 발설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어릴 적부터 가장 친한 친구이자 그의 과거를 알고 있는 헨리에게조차...

마치 전혀 별 개 같지만 사라진 미모의 여자와 미혼 남자들의 연이은 실종 후 발견되는 시신의 관계는 누가 봐도 의심스럽다. 하지만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케일럽의 태도나 행동 역시 어딘가 은밀하고 뭔가 비밀에 쌓인 듯 모호하다.

그리고 그가 같이 동거하던 여자친구 브리짓과 크게 싸우고 헤어진 이유 역시 명확히 밝히지 않는 가운데 밤거리를 헤매고 제대로 된 끼니조차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은 채 연신 독한 술만 마셔대는 그의 모습은 분명 어딘가 이상한데 그가 왜 이렇게 일상생활이 엉망인 채 술에 취해 사는지 그 이유를 뚜렷하게 밝히지 않은 채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어 그의 과거에 뭔가 비밀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전체적인 분위기가 마치 케일럽이 술에 취한 것처럼 모호하고 분명하지 않으면서 마치 뿌연 안개속 풍경을 보듯 흐릿해서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데 여느 스릴러처럼 범인의 정체를 몰라서거나 혹은 범인과 상관없는 곳에서 헤매는 경찰들을 보면서 느끼는 답답함과는 조금 다른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제외하곤 여자친구와도 경찰과의 사이에서도 분명하지 못한 태도를 취하는 그가 가장 뚜렷하게 반응하는 건 그의 환상의 여자 즉 에멀린과의 밀회에서다.

그녀를 위해 그가 마다하지 않는 일들은 분명 일반적인 남자와 다른 모습일 뿐 만 아니라 여자에게 반한 남자의 태도로 보기에도 과하다.

그리고 그녀가 데려간 곳에서 발견된 수상한 약물들과 의심스러운 증거들을 보고서도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케일럽의 태도는 마치 그녀를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도 불사할 듯 보여 위태롭기까지 하다.

다소 느슨하고 현실과 케일럽의 생각이 뒤섞여 모호하게 흘러가다 이윽고 하나씩 밝혀지면서 가속이 붙기 시작하고 막판까지 단숨에 치달아가서 폭발하는 힘을 보여준...색다른 매력의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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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 쉽게 읽고 깊게 사유하는 지혜로운 시간 하룻밤 시리즈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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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어렵다. 골치 아프다이다.

나 같은 경우 철학은 학교 다닐 때 윤리과목에서 스쳐 지나가듯이 배운 게 전부고 또 시험문제로 나오면 엄청 헤맸었던 기억이 있는 터라 더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다.

그나마 동양철학은 역사나 국어공부를 할 때 혹은 생활 전반에서 자주 접하고 그 개념 또한 익숙하다 보니 심오하긴 해도 그다지 어렵다고 느껴지지 않지만 서양철학은 일단 용어부터 어려운데 철학자의 이름 또한 어렵기 그지없고 또 세월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누어지는 학파 등등 알아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게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살아가는 모든 것이 철학이고 깊은 사고와 통찰을 위해서라도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서양철학이란 이런 것이라고 맛보기처럼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이 아닐까 싶다.

뭐... 솔직히 하룻밤에 읽는다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리고 여전히 그 개념에 대해 알기는 쉽지 않지만 일단 서양철학의 그 복잡한 계열과 학파를 간단하게 정리해 한눈에 들어오게 했다는 데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사교육과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우리에게 적합한 요점 정리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일단 목차를 보면 고대, 중세와 근대 그리고 현대의 철학으로 큰 파트가 나눠져있다.

고대에는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이름들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 텔레스, 플라톤 등이 있고 이색적이게도 그리스도교와 유대교도 들어가 있다.

고대와 중세가 올바른 것의 기준 즉 도덕이나 선에 대한 깊은 사색을 통해 신에 대한 관념이나 절대적 존재로서의 위치를 철학적으로도 증명했다고 보면 근대에 와서는 이런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파헤치거나 좀 더 인간 중심으로 철학 사상이 흘러갔음을 알 수 있다.

그중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 데카르트는 생각하는 나 즉 정신과 육체 즉 물체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갖고 있는데 정신은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고 물체는 스스로 생각할 수 없어 정신과 물체는 다른 실체라고 결론지었다.

이것이 그가 주장하는 물심 이원론이다.

변하거나 틀리지 않는 절대 확실한 원리를 토대로 연역적인 철학 세계를 구축하고자 한 그는 절대 확실한 원리를 찾기 위해 철저히 의심하는 방법이 바로 방법적 회의이며 그래서 깨달은 사실은 절대로 의심할 수 없는 것, 그것은 바로 지금 나는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서 연역법과 제1원리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진리가 나왔다.

이에 반해 스피노자는 어떤 행위에는 반드시 그에 선행하는 행위가 있으며 그 행위의 발생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생각했다. 이것이 그가 주장하는 결정론... 즉 운명은 이미 정해져있다고 생각한 그의 논리대로라면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는 세계에서는 인간의 자유의지란 없다.

그렇다면 어떤 행위에도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는 걸 간과한 듯...

니체는 자기 안에 존재하는 생성의 원리를 힘에의 의지라고 부르고 존재의 가장 내적인 본질로 간주했다.

힘에의 의지는 자신을 고양시키고 확대시키려는 근원적인 힘이지만 가혹한 현실 앞에서 짓밟히면 현실의 모습을 부정하는 사고가 생기는데 이를 데카당스라 불렀고 이런 데카당스를 당시 그리스도교가 허용하고 있어 니체는 그리스도교를 비판하게 된다.

이런 니체로 인해 과거의 철학이 전면적으로 부정당했다.

그는 존재하지도 않는 허구를 전제로 성립된 플라톤주의도 그리스도교도 無를 토대로 하고 있다 주장했고 이런 그의 주장을 니힐리즘이라 한다.

니체의 그 유명한 말 신은 죽었다는 바로 이 니힐리즘의 도래를 알리는 말이 되었다.

당시 시대에선 신의 존재가 삶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세상에선 무엇을 위해라는 목적에 맞는 대답이 존재할 수 없고 이에 니체는 초인의 출현을 기대했다.

초인이란 현실의 고통을 그대로 받아들여 강한 자신을 유지하는 인간, 어떤 일에도 외면하지 않고 견디며 상황을 원망하지 않는 인간 즉 힘에의 의지를 순수하게 받아들여 강하게 살아가는 인간을 초인이라 칭했다.

책 속에 나오는 철학자 중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마르크스였다.

그는 노동을 인간 본성으로 봤으며 모든 노동은 자기실현의 수단인데 왜 노동은 괴로운가라는 의문에 자본주의의 분업화로 인해 자기실현의 기쁨도 개성도 잃게 되고 인간관계도 희박해짐으로써 보람도 일할 기쁨도 얻을 수 없게 된 것에 책임을 묻고 있는데 이렇게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관점이라 신선하게 와닿았다.

이렇게 자본주의에서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보다 물건과 물건의 관계를 중시하고 상품으로서의 물건이 돈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것에 가치를 둠으로 사람들은 상품 자체에 보편적인 가치가 있다 착각하게 되었다고 봤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렇게나 많이 비싸고 희귀한 물건에 열광하는 가 보다.

그런 물건을 소유하면 자신의 가치고 올라간다고 착각해서...

전체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쉽게 표현하고자 했으나 우리나라 사람이 쓴 글이 아니다 보니 그 의미가 쉽게 와닿지 않거나 어색한 용어가 많았다는 게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철학이라는 어려운 개념과 주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정리해서 좀 더 쉽게 철학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선 점수를 주고 싶다.

내겐 좀 어렵지만 읽고 나선 뭔가 해낸듯한 뿌듯함을 안겨준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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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고호관 감수 / 단숨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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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익히 소문은 들었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몰랐던 삼체

이번에 3부 완간 기념으로 다시 나온 삼체 1을 읽었는데 솔직히 쉽지 않은 내용이라 진도가 죽죽 나가지 않았지만 어려운 부분을 대략 이해하고 넘어가면 그 이후는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가 심오한 방식으로 펼쳐진다.

요즘같이 모든 것이 디지털화 기계화가 대세를 이루면 늘 반사적으로 아날로그를 찾고 또 첨단화된 문명을 비판하고 거부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또 문명화의 명목으로 자연을 훼손하는 것을 인간을 위하고 모두가 잘 살기 위함이라는 자본주의의 논리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과 그 외 살아있는 것과 차이가 없음을... 그저 지구라는 환경을 같이 빌려 쓰는 존재들이라 믿는다.

그래서 인간이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하는 모든 자연훼손에 저항하고 거부하며 더 강한 반대를 하는 사람은 인간을 지구라는 환경에 빌붙어 살면서 모든 것을 빼앗는 기생충 같은 존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 책 삼체는 그런 사람들... 즉 인류에게 더 이상 희망을 갖지 않을 뿐 아니라 지구에 사는 다른 모든 생명체를 위해서라도 사라져야 할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구가 아닌 저 먼 우주의 외계에서 온 생명체의 힘을 빌려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하려는 세력과 이들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세력 간의 긴 전쟁을 다루고 있다.

소재만 봐도 평범하지 않지만 1권에서는 그들 즉 반인류파가 인류를 쓸어버리기 위해 오래전부터 만든 치밀한 전략을 이제서야 겨우 그 실체를 파악한 사람들의 경악과 충격 그리고 공포를 느끼며 허둥대는 부분이 대부분이다.

아마도 다음 편에서 더욱 치열해진 그들을 맞아 어떡해서든 인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맞붙어 치열하게 대립하거나 아니면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는 모습이 담겨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나노기술을 연구하는 왕먀오에게 누군가가 방문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들은 그도 알고 있는 과학의 경계라는 학술단체에 대해 묻고는 그 단체에 속한 사람들 중 몇몇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중 그도 알고 있던 양둥이라는 물리학자의 자살은 왕먀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다.

그런 이유로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그 단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접촉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새 거대 전쟁과 음모에 휘말리게 된다.

왕먀오의 눈에는 다른 평범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숫자 즉 카운트다운이 보이기 시작했고 더 이상은 이 세계에서 평안한 잠을 잘 수 없는 처지가 된다. 그는 이제 인류의 사활을 건 전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왕먀오가 만난 양둥의 엄마 예원제는 문화혁명 당시 눈앞에서 아버지가 인민들에 의해 맞아 죽는 것을 봐야만 했고 믿었던 남자의 배신에 의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으며 수백 년을 살아온 수많은 나무가 몇십 분 만에 사람들에 의해 벌채되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현장에 있었다.

그래서 어느덧 인류에게 더 이상 아무런 희망도 존재 의미도 모르는 그녀에게 어느 날 갑자기 외계에서 온 회신은 그녀로 하여금 거대한 계획을 세우게 되는 계기가 된다.

지금의 인류 즉 모두에게 해를 끼치고 심지어 동족에게도 해가 되는 벌레 같은 인류를 우리보다 앞선 문명을 가진 외계인의 도움으로 쓸어버리고 새로운 지구를 만들자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가장 똑똑하다는 사람들 즉 과학자들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어버린다.

그 결과가 연이은 물리학자들의 죽음이었다.

이렇게만 보면 오래전부터 인기를 끌어온 디스토피아를 다룬 여느 영화나 소설이 생각나지만 그런 것과 삼체는 방법 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대부분의 디스토피아를 다룬 작품들이 고도로 발달한 기술로 인해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거나 이에 대적할만한 능력으로 인간 중심 세계를 뒤집거나 혹은 핵의 폭발 혹은 핵 전쟁과 같은 인간의 과도한 욕심이 부른 대참사로 인해 재앙을 맞는다면 삼체에서는 아예 존재하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외계인을 끌어들여 인류와의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일단 다음 편을 읽지 않아서 진짜 외계의 생명체가 지구를 침공할지 그리고 그 존재가 등장할지 궁금하고 뒤편이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이렇게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우주의 온갖 법칙과 현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들에게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논리의 허점을 짚어내 분위기를 바꾸는 능력이 있는 스창이라는 인물의 활약상도 기대된다.

어쩌면 문명과 발달된 과학도 벌레를 퇴치하지 못했다는 스창의 말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복선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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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비치
제니퍼 이건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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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 명의 아웃사이더의 이야기이다.

한 명은 장애아인 아이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정의와 불의의 경계를 걷다 아예 그 선을 벗어나버린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많은 걸 가졌지만 늘 불법과 합법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다 어느 한 쪽을 택한 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 나머지 한 사람은 모든 것이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몸으로 스스로 원하는 걸 갖기 위해 냉대와 무시를 견디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간 사람이다.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이 대공황을 거쳐 2차 대전으로 모든 기존의 판이 흔들리고 뒤집히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기라는 점도 이 들 아웃사이더들로서는 운이 좋은 점일 수도 있다.

대공황이 오기 전 고아의 몸이면서 다른 아이들과 섞일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들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찾은 에디는 그런 기질을 눈여겨본 사람의 눈에 띄어 좋은 출발을 하고 주식으로 돈을 벌면서 아내와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넉넉한 부자의 삶을 살고 있다 자부했지만 그런 그의 자부심은 대공황이 시작되면서 눈처럼 녹아버리고 현실은 가장으로써 생활비를 주지 못할까 걱정이다.

언제부턴가 집이 보이면 늘 편안했던 자신이 집에 들어가기를 겁내기 시작했고 이런 그의 변화에는 스스로 인정하기 싫지만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둘째 딸 리디아를 인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아이의 장애를 자신의 실패로 받아들이는 마음 때문이란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기에 그가 택한 선택은 회피였다.

그는 보통의 부자들의 삶에 한 발 내밀다 쫓겨난 신세나 다름없다.

그런 에디로 하여금 늘 아들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안타까움과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딸 애너는 영민하고 눈치도 빨랐으며 동생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는... 어리지만 강한 아이였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아빠를 대신해 동생을 돌보고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전쟁을 위한 배를 만드는 공창에서 일을 하면서 보통의 여자들과 달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는데 그건 당시 남자들도 견디기 힘들어하는 다이버가 되는 것이었다.

남자가 들기에도 무거운 무게의 장비를 들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차별과 냉대를 무릅쓰며 하기에는 너무나 거칠고 힘든 일인데다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일임에도 다이버의 모습을 보는 순간 자신이 원하던 일이라는 걸 직감한 애너는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한 노력과는 별도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버지를 찾고 싶어 하던 애너의 눈에 띈 사람은 바로 지하세계에서 엄청난 돈과 힘을 가지고 있는 덱스터였다.

사실 그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둘은 애너의 아버지 에디와 함께 만난 적이 있었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아빠와 그 남자가 모종의 관계가 있었음을 아는 애너는 그가 아버지의 행방을 알 것이라 짐작해 그에게 접근한다.

잘생긴 외모에 많은 돈을 가졌고 또 아름다운 아내를 둔 행복한 가장의 모습을 하고 있는 덱스터는 이제까지 자신의 머리와 빠른 직감으로 신분 세탁을 하고 경제 불황기에서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자본가인 장인의 힘을 등에 업고 날개를 달았지만 그의 뿌리는 폭력과 불법이 판치는 지하세계라는 걸 늘 의식하고 있었다.

이제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고 연합군의 승리이자 미국의 승리가 결정되면 미국은 유일 강국으로 우뚝 솟을 일만 남았다는 걸 예측, 자신의 뒤에서 모든 것을 조정하는 절대 힘을 가진 보스에게 이제 음지에서 합법적인 양지의 세계로 갈 기회임을 어필하지만 단칼에 거절당한다. 음지에서 양지로 가는 건 그들이 아닌 그의 꿈이었다는 걸 깨닫지 못한 그의 판단 착오는 엄청난 대가를 치른다.

늘 지하세계에서 양지의 세계로 가고자 했지만 자신은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이방인의 처지였다는 것을 죽음 앞에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기존의 질서가 뒤집어지고 새로운 판도의 세계가 되기 위한 포석이 된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의 격랑 속에서 부딪치고 깨지면서 자신의 세계에서 나아가고자 했던 세 사람의 운명을 흥미롭고 스펙터클하게 그려 낸 맨해튼 비치에는 인간의 욕망과 내면의 갈등 그리고 미스터리적인 요소까지 잘 섞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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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가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4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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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그들 일행은 해미시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웬만해선 그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겠지만은...

그래서 그들에게 보기만 해도 왠지 우울해지고 어두운 드림 마을을 소개해준 거지만 예상과 달리 그들은 그곳으로 촬영 장소를 정하면서 온 마을 사람들 그중에서도 특히 여자들의 마음을 들쑤셔놓기 충분했다.

매일매일 같은 날 매일 보는 사람에 지치지만 이곳을 오는 낯선 사람이라곤 그저 가끔 오는 시끄러운 관광객을 제외하고 없는 곳이기에 다른 사람도 아닌 TV 제작자와 배우들의 출현은 그들을 들뜨게 했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해미시는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많은 사람이 모이면 사람들 사이에서 다툼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 팀의 공공의 적은 자신이 잘난 각본가인척하는 남자 제이미 갤러거였다.

그는 원작 소설 속의 귀족 숙녀를 헐벗은 채 남자들과 방탕한 모습을 하는 히피로 바꿔 원작자 퍼트리샤 마틴브로이드를 대경실색하게 만들어 놓는 걸로 모자라 제작자인 피오나의 의견을 묵살하고 여자 스태프인 실라에게 잔심부름을 시키면서 틈만 나면 그녀의 속살을 노리고 매일 밤 술에 취해 말하지 말아야 할 것도 여과 없이 사람들에게 말하는 골칫거리였고 모두에게서 미움받는 남자였다.

그런 그가 누군가에 의해 죽고 촬영팀 모두가 용의선상에 올랐지만 아내가 매번 옷을 거의 벗고 출연해 다른 남자들에게 속살을 노출하는 것을 죽도록 싫어하던 여배우의 남편이 양손에 피를 묻히고 죽은 채로 발견, 모든 혐의는 그에게로 돌아간 덕분에 모두가 평온을 되찾는다.

그렇게 쉽게 사건이 처리되는 것에 의문을 가지는 해미시지만 그는 그의 소원대로 일개 한 동네의 순경일 뿐이라 더 이상의 권한은 없다.

모두에게 군림해 잔소리를 하던 연출가가 죽고 새로운 연출가로 새롭게 촬영을 시작하지만 이번에 또 다른 내부의 적이 출현해 모두의 분노와 원망을 사게 된다.

그 사람은 바로 여배우 퍼넬러피

그녀의 신경질과 짜증, 잘난 체는 도를 넘었고 자신의 비위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거리낌 없이 해고하겠다는 말을 하는 독불장군이 되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떨어진 그녀, 당연히 사고사라 생각했던 그 일이 살인사건임을 해미시에 의해 밝혀지면서 그녀를 미워했던 많은 사람들이 용의선상에 오르고 그전 각본가의 죽음도 새롭게 의심스러워진 상황

이제 조용하던 마을은 온갖 소문과 시기로 들끓고 사건 내부에 있지만 용의선상에는 오르지 않는 마을 사람들은 여기저기 소문을 퍼트리기 바쁜데 하필이면 이번 사건에 새로 온 경감이 해미시를 제외한다.

그도 첫눈에 해미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걸 보면 아무래도 해미시가 은근히 사람들의 복장을 뒤집거나 비위를 틀어지게 하는 뭔가가 있는 건 확실한 듯...

이제 용의자와 접촉을 금지당한 해미시는 그야말로 손발이 묶인 거나 마찬가지 처지가 되고 구두쇠에 요령이 좀 부족해 싫어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보다 많지만 언제나 새로운 여자들로부터 호감을 사 그녀들로부터 도움도 받고 짧은 연애도 하는 알고 보면 은근히 바람둥이 기질이 있던 그가 이번 편에선 매력 발휘에 실패해 매번 여기저기서 바람을 맞고 사건 추리도 평소의 실력에 못 미치는 수난을 보인다.

그런 해미시의 부진을 이번 편에선 등장하는 여자들이 메워주는데 늘 남편에게 억압받고 간섭받으면서 어느새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렸던 목사의 아내, 그리고 앞으로 연출할 기회를 준다는 말에 속아 몇 년째 잔심부름이나 하면서 은근한 손길을 뿌리치기 바빴던 실라와 같은 여자들이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변해가는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져있다.

또 원작자인 퍼트리샤의 불만을 잠재우고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도록 실력 발휘를 하는 피오나도 그렇고 이번 편에서는 고지식하고 강압적인 남자들 밑에서 나름대로의 기지를 발휘해 활약하는 여자들의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생생하게 그려져 다소 부진한 해미시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과연 모두가 싫어할 만한 퍼넬러피를 죽일 정도로 미워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번 편에서도 역시 그 사람의 본질을 간파하고 살짝 비트는 유머와 냉소 그리고 고지 마을 사람들의 타인을 향한 심술궂은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시리즈 특유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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