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즌 아티스트
조너선 무어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자친구랑 다투고 같이 살던 집을 뛰쳐나온 날 호텔 주변의 바에 들렀다 한 여인을 만났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영화 속에서 걸어 나온 듯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마저 드는... 한마디로 끝내주게 환상적인

여자

이렇게만 나열하면 왠지 운명의 짝을 만나 한눈에 반한 그렇고 그런 로맨스 소설같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의 장르는 스릴러이고 그렇다면 이 둘의 만남은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볼 수 있겠다.

그가 그녀를 만난 운명적인 그 바에서 그날 한 남자가 사라지고 이어 물에 빠진 채 시신으로 발견된다.

덕분에 그때 있었던 남자 역시 목격자로서 경찰의 탐문을 받지만 여자에 대해선 말하지 않은 채 혼자서 그녀가 갔을 만한 곳을 뒤지며 여자의 행적을 쫓는다. 여기까지도 스릴러라기 보다 로맨스 소설로 볼 수 있을듯하다.

사건과 그녀가 연관된 부분은 전혀 없고 첫눈에 매료된 이름도 알 수 없는 여자를 찾아다니는 남자라니... 조금은 로맨틱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부분

뛰어난 독성물 박사이기도 한 케일럽은 친구 헨리의 부탁으로 물에서 건진 시신을 몰래 조사해본 결과 단순 익사가 아니라 누군가가 강한 독성물질로 오랜 시간 고문하다 살해했음을 밝혀낸다.

그리고 연이어 시체들이 떠오르고 그 시체들 대부분에서 같은 독이 검출되면서 동일범에 의한 범죄임이 드러나지만 수사에 더 이상의 진전은 없다.

단순 목격자중 한 사람인 케일럽의 주변을 맴돌면서 그의 행적을 묻는 경찰들에게 여자의 존재를 숨기려고 하는 그의 태도는 경찰의 의심을 불러오지만 그날 이후 그녀에게 사로잡힌 그는 아무에게도 그녀에 대해 발설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어릴 적부터 가장 친한 친구이자 그의 과거를 알고 있는 헨리에게조차...

마치 전혀 별 개 같지만 사라진 미모의 여자와 미혼 남자들의 연이은 실종 후 발견되는 시신의 관계는 누가 봐도 의심스럽다. 하지만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케일럽의 태도나 행동 역시 어딘가 은밀하고 뭔가 비밀에 쌓인 듯 모호하다.

그리고 그가 같이 동거하던 여자친구 브리짓과 크게 싸우고 헤어진 이유 역시 명확히 밝히지 않는 가운데 밤거리를 헤매고 제대로 된 끼니조차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은 채 연신 독한 술만 마셔대는 그의 모습은 분명 어딘가 이상한데 그가 왜 이렇게 일상생활이 엉망인 채 술에 취해 사는지 그 이유를 뚜렷하게 밝히지 않은 채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어 그의 과거에 뭔가 비밀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전체적인 분위기가 마치 케일럽이 술에 취한 것처럼 모호하고 분명하지 않으면서 마치 뿌연 안개속 풍경을 보듯 흐릿해서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데 여느 스릴러처럼 범인의 정체를 몰라서거나 혹은 범인과 상관없는 곳에서 헤매는 경찰들을 보면서 느끼는 답답함과는 조금 다른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제외하곤 여자친구와도 경찰과의 사이에서도 분명하지 못한 태도를 취하는 그가 가장 뚜렷하게 반응하는 건 그의 환상의 여자 즉 에멀린과의 밀회에서다.

그녀를 위해 그가 마다하지 않는 일들은 분명 일반적인 남자와 다른 모습일 뿐 만 아니라 여자에게 반한 남자의 태도로 보기에도 과하다.

그리고 그녀가 데려간 곳에서 발견된 수상한 약물들과 의심스러운 증거들을 보고서도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케일럽의 태도는 마치 그녀를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도 불사할 듯 보여 위태롭기까지 하다.

다소 느슨하고 현실과 케일럽의 생각이 뒤섞여 모호하게 흘러가다 이윽고 하나씩 밝혀지면서 가속이 붙기 시작하고 막판까지 단숨에 치달아가서 폭발하는 힘을 보여준...색다른 매력의 스릴러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