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가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4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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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그들 일행은 해미시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웬만해선 그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겠지만은...

그래서 그들에게 보기만 해도 왠지 우울해지고 어두운 드림 마을을 소개해준 거지만 예상과 달리 그들은 그곳으로 촬영 장소를 정하면서 온 마을 사람들 그중에서도 특히 여자들의 마음을 들쑤셔놓기 충분했다.

매일매일 같은 날 매일 보는 사람에 지치지만 이곳을 오는 낯선 사람이라곤 그저 가끔 오는 시끄러운 관광객을 제외하고 없는 곳이기에 다른 사람도 아닌 TV 제작자와 배우들의 출현은 그들을 들뜨게 했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해미시는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많은 사람이 모이면 사람들 사이에서 다툼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 팀의 공공의 적은 자신이 잘난 각본가인척하는 남자 제이미 갤러거였다.

그는 원작 소설 속의 귀족 숙녀를 헐벗은 채 남자들과 방탕한 모습을 하는 히피로 바꿔 원작자 퍼트리샤 마틴브로이드를 대경실색하게 만들어 놓는 걸로 모자라 제작자인 피오나의 의견을 묵살하고 여자 스태프인 실라에게 잔심부름을 시키면서 틈만 나면 그녀의 속살을 노리고 매일 밤 술에 취해 말하지 말아야 할 것도 여과 없이 사람들에게 말하는 골칫거리였고 모두에게서 미움받는 남자였다.

그런 그가 누군가에 의해 죽고 촬영팀 모두가 용의선상에 올랐지만 아내가 매번 옷을 거의 벗고 출연해 다른 남자들에게 속살을 노출하는 것을 죽도록 싫어하던 여배우의 남편이 양손에 피를 묻히고 죽은 채로 발견, 모든 혐의는 그에게로 돌아간 덕분에 모두가 평온을 되찾는다.

그렇게 쉽게 사건이 처리되는 것에 의문을 가지는 해미시지만 그는 그의 소원대로 일개 한 동네의 순경일 뿐이라 더 이상의 권한은 없다.

모두에게 군림해 잔소리를 하던 연출가가 죽고 새로운 연출가로 새롭게 촬영을 시작하지만 이번에 또 다른 내부의 적이 출현해 모두의 분노와 원망을 사게 된다.

그 사람은 바로 여배우 퍼넬러피

그녀의 신경질과 짜증, 잘난 체는 도를 넘었고 자신의 비위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거리낌 없이 해고하겠다는 말을 하는 독불장군이 되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떨어진 그녀, 당연히 사고사라 생각했던 그 일이 살인사건임을 해미시에 의해 밝혀지면서 그녀를 미워했던 많은 사람들이 용의선상에 오르고 그전 각본가의 죽음도 새롭게 의심스러워진 상황

이제 조용하던 마을은 온갖 소문과 시기로 들끓고 사건 내부에 있지만 용의선상에는 오르지 않는 마을 사람들은 여기저기 소문을 퍼트리기 바쁜데 하필이면 이번 사건에 새로 온 경감이 해미시를 제외한다.

그도 첫눈에 해미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걸 보면 아무래도 해미시가 은근히 사람들의 복장을 뒤집거나 비위를 틀어지게 하는 뭔가가 있는 건 확실한 듯...

이제 용의자와 접촉을 금지당한 해미시는 그야말로 손발이 묶인 거나 마찬가지 처지가 되고 구두쇠에 요령이 좀 부족해 싫어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보다 많지만 언제나 새로운 여자들로부터 호감을 사 그녀들로부터 도움도 받고 짧은 연애도 하는 알고 보면 은근히 바람둥이 기질이 있던 그가 이번 편에선 매력 발휘에 실패해 매번 여기저기서 바람을 맞고 사건 추리도 평소의 실력에 못 미치는 수난을 보인다.

그런 해미시의 부진을 이번 편에선 등장하는 여자들이 메워주는데 늘 남편에게 억압받고 간섭받으면서 어느새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렸던 목사의 아내, 그리고 앞으로 연출할 기회를 준다는 말에 속아 몇 년째 잔심부름이나 하면서 은근한 손길을 뿌리치기 바빴던 실라와 같은 여자들이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변해가는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져있다.

또 원작자인 퍼트리샤의 불만을 잠재우고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도록 실력 발휘를 하는 피오나도 그렇고 이번 편에서는 고지식하고 강압적인 남자들 밑에서 나름대로의 기지를 발휘해 활약하는 여자들의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생생하게 그려져 다소 부진한 해미시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과연 모두가 싫어할 만한 퍼넬러피를 죽일 정도로 미워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번 편에서도 역시 그 사람의 본질을 간파하고 살짝 비트는 유머와 냉소 그리고 고지 마을 사람들의 타인을 향한 심술궂은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시리즈 특유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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