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비치
제니퍼 이건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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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 명의 아웃사이더의 이야기이다.

한 명은 장애아인 아이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정의와 불의의 경계를 걷다 아예 그 선을 벗어나버린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많은 걸 가졌지만 늘 불법과 합법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다 어느 한 쪽을 택한 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 나머지 한 사람은 모든 것이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몸으로 스스로 원하는 걸 갖기 위해 냉대와 무시를 견디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간 사람이다.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이 대공황을 거쳐 2차 대전으로 모든 기존의 판이 흔들리고 뒤집히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기라는 점도 이 들 아웃사이더들로서는 운이 좋은 점일 수도 있다.

대공황이 오기 전 고아의 몸이면서 다른 아이들과 섞일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들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찾은 에디는 그런 기질을 눈여겨본 사람의 눈에 띄어 좋은 출발을 하고 주식으로 돈을 벌면서 아내와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넉넉한 부자의 삶을 살고 있다 자부했지만 그런 그의 자부심은 대공황이 시작되면서 눈처럼 녹아버리고 현실은 가장으로써 생활비를 주지 못할까 걱정이다.

언제부턴가 집이 보이면 늘 편안했던 자신이 집에 들어가기를 겁내기 시작했고 이런 그의 변화에는 스스로 인정하기 싫지만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둘째 딸 리디아를 인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아이의 장애를 자신의 실패로 받아들이는 마음 때문이란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기에 그가 택한 선택은 회피였다.

그는 보통의 부자들의 삶에 한 발 내밀다 쫓겨난 신세나 다름없다.

그런 에디로 하여금 늘 아들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안타까움과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딸 애너는 영민하고 눈치도 빨랐으며 동생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는... 어리지만 강한 아이였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아빠를 대신해 동생을 돌보고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전쟁을 위한 배를 만드는 공창에서 일을 하면서 보통의 여자들과 달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는데 그건 당시 남자들도 견디기 힘들어하는 다이버가 되는 것이었다.

남자가 들기에도 무거운 무게의 장비를 들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차별과 냉대를 무릅쓰며 하기에는 너무나 거칠고 힘든 일인데다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일임에도 다이버의 모습을 보는 순간 자신이 원하던 일이라는 걸 직감한 애너는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한 노력과는 별도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버지를 찾고 싶어 하던 애너의 눈에 띈 사람은 바로 지하세계에서 엄청난 돈과 힘을 가지고 있는 덱스터였다.

사실 그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둘은 애너의 아버지 에디와 함께 만난 적이 있었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아빠와 그 남자가 모종의 관계가 있었음을 아는 애너는 그가 아버지의 행방을 알 것이라 짐작해 그에게 접근한다.

잘생긴 외모에 많은 돈을 가졌고 또 아름다운 아내를 둔 행복한 가장의 모습을 하고 있는 덱스터는 이제까지 자신의 머리와 빠른 직감으로 신분 세탁을 하고 경제 불황기에서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자본가인 장인의 힘을 등에 업고 날개를 달았지만 그의 뿌리는 폭력과 불법이 판치는 지하세계라는 걸 늘 의식하고 있었다.

이제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고 연합군의 승리이자 미국의 승리가 결정되면 미국은 유일 강국으로 우뚝 솟을 일만 남았다는 걸 예측, 자신의 뒤에서 모든 것을 조정하는 절대 힘을 가진 보스에게 이제 음지에서 합법적인 양지의 세계로 갈 기회임을 어필하지만 단칼에 거절당한다. 음지에서 양지로 가는 건 그들이 아닌 그의 꿈이었다는 걸 깨닫지 못한 그의 판단 착오는 엄청난 대가를 치른다.

늘 지하세계에서 양지의 세계로 가고자 했지만 자신은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이방인의 처지였다는 것을 죽음 앞에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기존의 질서가 뒤집어지고 새로운 판도의 세계가 되기 위한 포석이 된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의 격랑 속에서 부딪치고 깨지면서 자신의 세계에서 나아가고자 했던 세 사람의 운명을 흥미롭고 스펙터클하게 그려 낸 맨해튼 비치에는 인간의 욕망과 내면의 갈등 그리고 미스터리적인 요소까지 잘 섞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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