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우와노 소라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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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나에게만 이런 특정한 숫자와 함께 의미심장한 글이 보인다면 어떡해야 할까

단편으로 이뤄진 책에는 앞으로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횟수, 거짓말을 들을 횟수, 불행이 찾아올 횟수, 놀 수 있는 횟수, 그리고 가장 무서운 앞으로 살 수 있는 날 수까지 사람이 생각할 수 있을만한 것들의 횟수가 정해진 사람의 이야기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이런 카운터가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단지 책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걸 볼 수 있고 미리 알 수 있다는 점만 다를 뿐... 이런 점을 알아차린 후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어느 날부터 자신이 너무나 좋아하는 엄마가 만든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가 보이기 시작한 남자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어느 날부터 의식을 하고 보니 카운터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고 그제서야 그 카운터의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알아챈다.

카운터가 끝나는 순간이 엄마와의 이별임을 알고부터 남자는 바보스럽지만 당연한 듯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엄마는 영문도 모른 채 어느 날부터 자신이 한 밥을 거부하는 아들에게 뭔가를 하나라도 더 먹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런 엄마의 얼굴을 보는 것도 꺼려 하면서 어느새 십수 년이 흐른다.

카운터 숫자가 주는 걸 보면서 엄마의 밥을 거부하는 아들의 심정도 그런 아들의 마음도 모른 채 그저 따뜻한 밥 한 끼 먹이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의 마음도 다 이해가 가는 부분이라 읽으면서 어느 쪽 손도 들어주지 못하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진정한 그 카운터의 의미를 알아챈 순간 이미 너무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엄마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통화하고 그런 아들을 반가이 맞아주는 대목에서 울컥하게 된다.

또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횟수를 볼 수 있는 남자의 이야기 역시 마음 한구석을 건드려준다.

미래던 과거던 언제 어느 시기의 자신에게 전화를 5번 할 수 있다면 보통 사람은 언제의 자신에게 전화를 할까

아마도 살면서 가장 후회되거나 불행한 일이 생겼을 때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주인공 역시 처음엔 조금 전 자신이 가진 돈 거의 전부를 잃은 경마에서 자신이 선택한 말이 아닌 우승마에 투자하기를 원하지만 당연한 듯 이뤄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한 전화는 자신의 운명이 크게 바뀌게 된 부모님의 사고를 바꿔보고자 하지만 여의치 않는다.

당연하지만 과거의 자신이든 미래의 자신이든 누군가 전화해서 본인이라 말하며 어떤 일을 하라고 요구하면 들어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래서 이 자신에게 전화를 할 수 있는 기회는 기회임에도 웬만해선 쓸 수 없는 기회이고 주인공 역시 이를 깨닫으면서 마지막으로 한 전화가 가슴에 와닿는다.

이렇게 감동적인 내용도 있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는 기회도 있다.

불행이 찾아올 횟수나 놀 수 있는 횟수가 그런데 여러 단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거짓말을 들을 횟수였다.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혹은 알면서도 하는 거짓말이 얼마나 많을까마는 누군가가 그런 거짓말을 알아챌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곁에 있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거짓말까지 알아챌 수 있다면 피곤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믿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주인공의 곁에서 사소한 거짓말을 하지만 본성은 착하고 성실한 남자가 하는 거짓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하얀 거짓말이 대부분이었기에 주인공 역시 남자친구의 사소한 거짓말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지만 그런 그가 하는 결정적인 거짓말은 그래서 더 아프게 느껴진다.

이렇듯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에게 보이는 여러 가지 의미의 카운터는 그 사람의 많은 것을 좌지우지하는 힘이 있지만 아쉽게도 그걸 바꿀 수는 없다.

눈에 뻔히 보이지만 그걸 바꿀 수도 없고 그저 지켜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답답할까만은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은 다 유한하다.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이걸 깨치기 전까지 뭔가 바꿔보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해보지만 결국 깨닫는 건 자신의 힘으로 그 카운터를 멈출 수도 없앨 수도 없다는 사실뿐

그걸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현실을 충실히 살고 열심히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일뿐이란 걸 알게 된다.

따듯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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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우 미 백
A.V. 가이거 지음, 김주희 옮김 / 파피펍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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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개인 sns계정 보안이 뚫어 개인 소장용 사진이나 지인들과 주고받은 메시지 등이 모든 이들에게 공개되는 사건은 잊을만하면 벌어지는 일인데 그걸 볼 때마다 늘 생각하곤 했다.

개인 sns를 하지 않으면 안 되나?

나 같은 경우는 나이가 어느 정도 있고 이런 개인의 사생활을 누구와 공유한다는 게 익숙하지 않아 늘 뭔가를 하던 뭔가를 먹던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이런 곳에 올리는 걸 당연시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사실인데 주변을 보면 어디에서나 이런 사진을 찍는 사람이 흔한 광경이 되었을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여러 부작용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이 놓지 못하는 이유인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하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마음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자신이 그들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본인이 밝히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어 몰래 사진을 찍거나 그들의 개인 계정까지 해킹하는 건 본인들은 관심이고 사랑이라 말하고 싶은지 몰라도 그건 애정을 빙자한 폭력이라 생각한다.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 에릭 숀이 그런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자신이 올린 트윗에 순식간에 읽지도 못할 속도로 댓글이 달리고 어딜가든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어대는....그야말로 사생활이라곤 없는 처지다.

하지만 정작 에릭은 10대 소녀들에게 열광적인 지지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이긴하지만 몇 달 전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한 연예인이 그를 좋아하는 광팬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고 난 후 팬들의 사랑이 두렵고 무섭다.

더 답답한 것은 자신의 이런 불안함과 두려움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고 케어를 해줘야 할 소속사와 매니저까지도 이런 그의 반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뿐 아니라 오히려 소녀팬들이 관심을 더 끌 수 있도록 자신의 트윗에 올리는 댓글이나 사진도 관리하려 한다.

자신이 원한 건 이런 게 아닌데... 그는 그저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하고 싶었을 뿐 할 수만 있다면 소속사와 계약을 맺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래서 매니저와 소속사 몰래 새로운 계정을 하나 더 만들어 그곳에다 자신이 아닌척하고 에릭 숀을 싫어하는 척하다 한 소녀팬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테사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난 6개월간 자신의 방을 벗어날 수 없는 심한 광장공포증에 걸린 소녀

그리고 그녀의 유일한 취미생활은 에릭의 공연 중계를 보고 에릭의 음악을 듣는 것이다.

그랬던 테사가 우연히 올린 팬픽을 본 에릭의 열혈팬이자 수많은 팔로우를 거느린 사람이 맞팔을 신청하고 그녀가 쓴 글을 퍼나르면서 순식간에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해 에릭과 소속사의 눈에 띈다.

그녀 역시 소속사가 만들어낸 섹시한 이미지만 보고 좋아하는 거라 여긴 에릭은 그녀에게 시비조로 말을 걸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예상하지 못한 글들이었고 그렇게 몇 번의 글이 오가면서 서로 팔로우하고 개인적인 디엠으로 서로의 생각을 묻기 시작한다.

이제껏 자신이 연예인으로서 느꼈던 불안과 공포를 한눈에 알아본 그녀와 깊이 공감하게 되었지만 테사는 그를 에릭 숀이 아닌 그가 만든 가상의 인물 테일러로 안다는 게 문제이기는 하나 그녀와 나누는 대화는 숨 쉴 곳 하나 없던 그에게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비록 글이긴 하지만 밤새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게 깊이 공감하며 십 대의 청춘들답게 금방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당연하게 서로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데 이 책이 로맨스 소설이었다면 여러 가지 난관을 뚫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면서 행복한 결말을 맺는 걸로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지만 이 책은 시작부터 경찰이 두 사람을 따로 심문하면서 시작했던 만큼 두 사람의 만남에 사건이 연관되어 있다.

과연 두 사람은 어떤 일에 휘말려서 조서를 꾸민 걸까 궁금해하면서 읽다 보면 두 사람이 각자 가지고 있는 문제와 고민부터 시작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사랑에 빠지는 모습까지를 볼 수 있는데 십 대들이 주인공인 만큼 글자체도 감각적이고 단순 명쾌해 막힘없이 읽혔다.

게다가 우리도 익히 그 악명을 들은바 있는 일명 사생팬들이 하는 행태와 그런 것에 노출된 연예인들의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도 조금 알게 되었지만 여느 스릴러와 달리 범죄사실이나 범죄자의 행위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열고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에 더 초점을 맞춰 부담 없이 읽기에 좋을 뿐 아니라 요즘 트렌드에 맞는 소재라는 점도 점수를 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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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웨이 다운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황석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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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형이 살해당했다.

강렬한 글로 시작하는 이 책은 상당히 독특하다.

일단 문장이 이어져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여느 소설과 달리 마치 시나 아이들 간의 대화처럼 짧은 글귀로 이루어져 있고 복잡하거나 어려운 문장은 어디에도 없다.

짧고 간결한 문장을 보면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힙합이나 랩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안에 쓰여있는 내용은 가볍지 않다.

눈앞에서 사랑하는 형이 총에 맞아 쓰러진 걸 본 10대 동생

동생은 이 동네 아이들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자 한다.

첫째 울지 않고 둘째 경찰에 밀고하지 않고 셋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이 부분 반드시 복수할 것

동생은 밤새워 우는 엄마의 울음을 듣고 자신 역시 형의 복수를 할 것이라 다짐하며 형이 숨겨 둔 총을 찾아 비장하게 엘리베이터를 탄다.

그리고 8층 자신의 집에서 1층 로비까지 내려오는 동안에 있었던 일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은 슬픔과 분노에 젖어 있는 동생을 위로하지도 그런 일을 하지 말라고 충고하지도 설득하지도 않는다.

단지 그 60초.. 엘리베이터가 로비까지 내려올 시간 동안 여러 사람을 만날 뿐이다.

그 사람들은 어린 시절 처음으로 입 맞췄던 소녀에서부터 삼촌, 아빠, 형의 친구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총을 맞고 죽은 사람들이라는 거

단지 층마다 죽은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 타서 몇 마디 하는 걸로 소년이 처한 상황과 이 사람들이 살아왔던 환경에 대해 말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어제는 친구처럼 같이 어울렸던 사람이 나의 뒤에서 총을 쏘고 단 돈 몇 달러에 목숨을 걸기도 할 뿐 아니라 뭔가를 하려면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총알을 조심해야 하는 삶

그리고 그런 이들 사이에서 암묵처럼 따르는 룰은 이런 악순환이 끊어지지 않게 하는 토양이 된다.

영화감독이 꿈이었지만 카메라를 살 돈이 없어 약을 팔다 쉽게 돈을 버는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끝내 다른 누군가의 손에 죽어버린 삼촌처럼... 그리고 그런 형제의 복수를 한 후 누군가의 형제의 복수를 위해 죽은 아빠처럼... 끝없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악몽 같은 현실

엘리베이터 안의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하듯 대화하는 속에서 이들이 살고 있는 곳의 열악한 환경을 고발하고 있다.

왜 어린 청소년들이 쉽게 범죄의 길로 접어드는지 왜 그들 간에 끝없이 총질을 하는지...

아마도 저자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가 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가족이 죽으면 참지 말고 울고 스스로 하려는 복수 따윈 잊어버리라고...

참으로 이상하게도 충고도 위로도 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과 대화를 보면서 오히려 소년이 느꼈을 큰 슬픔과 절망이 느껴졌고 죽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신 해서 소년의 발걸음을 막고 싶어졌다.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이 처한 상황이 이 정도로 절망적이고 비극적일 거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 충격적이고 안타깝게 다가왔고 유니크하고 감각적인 작가의 재능에 감탄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은 어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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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퍼링 룸 스토리콜렉터 80
딘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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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딘 쿤츠의 작품은 소재는 독특하고 소설적 재미는 좋지만 뭔가 살짝 아쉬운...이라고 할까

초반의 몰입도는 뛰어난데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조금 떨어지고 결말은 조금 애매할 때가 많아 좋아하는 스릴러 작가로 꼽기엔 부족했다.

이번의 작품도 큰 기대 없이 읽었는데 역시 초반부터 몰아붙이는 힘이 장난이 아니었지만 기존 다른 작품과 달리 끝까지 긴장감을 팽팽히 유지했을 뿐 아니라 스토리라인이 촘촘해 눈을 뗄수 없었다.새로운 딘 쿤츠였다.

제인 호크라는 전직 FBI 요원이 남편의 자살 사건을 쫓다 사람들에게 어떤 약물을 주사해서 그 사람을 조정하고 마치 살아있는 좀비 같은 상태로 만들어 원하는 바를 이루는데 이용하는 무리가 있음을 알고 그 무리의 핵심을 깨부수려 하는 고군분투의 과정을 담고 있는 게 제인 호크 시리즈의 주요 골자다.

물론 사랑하는 남편의 죽음 역시 이들의 짓일뿐 아니라 그들은 어린 아들의 목숨을 걸고 위협하지만 제인은 그들을 추적하는 일을 중단하지 않는다.

자신이 중단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언제 어디서 자신 역시 세뇌당한 채 자신의 의지라곤 없이 마치 좀비떼처럼 그들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당할지 모르는 삶을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뒤를 쫓는 제인을 전국에 위험 수배자로 알려 본인의 얼굴로는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지만 그런 제인을 돕는 사람도 있어 오늘도 제인은 그들 무리의 수장 격인 DJ의 행방을 쫓는다.

한편 지역 보안관인 루서 틸먼은 한 사건을 맡으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

호텔 레스토랑에 폭발물을 실은 채 불붙은 차로 뛰어들어 그곳에 모여있던 하원 의원이나 주요 인사들을 비롯해 무고한 시민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낸 피의자가 그가 평생을 알아왔던 사람이 한 짓이란 걸 믿지 않았고 그녀의 집을 찾아가서 발견한 그녀의 소설을 보면서 더욱 이런 의심이 커졌을 때 마치 누군가 그녀의 흔적을 지우듯 그녀의 집이 전소되어버린다.

그리고 찾아온 연방수사국의 태도는 더욱 이런 의심을 키우게 한다.

평생을 장애 아동을 교육하는데 헌신했던 그녀가 왜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까 하는 의문의 답을 찾다 그녀가 아이언 퍼니스라는 일급 휴양지 마을에 다녀오고 나서부터 달라졌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곳으로 향하지만 그는 감시당하고 있었다.

제인 호크 역시 DJ의 측근 한 사람을 고문한 후 알아낸 사실을 근거로 역시 그곳 아이언 퍼니스로 향하지만 그녀를 쫓는 사람들 역시 만만치 않다.

그녀의 뒤를 쫓는 사람들은 돈과 권력 모두 가지고 있어 어디서든 원하는 걸 취할 수 있다.

제인을 전국 수배자로 할 수도 있고 도로 위의 CCTV며 안면인식 프로그램까지...생각지도 못했던 걸 이용해 그녀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찰이나 FBI, 연방 수사국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기에 제인이 움직일 수 있는 반경이 좁고 제약이 따른다.

사방에서 촘촘하게 수사망이 좁혀오는 상황이지만 이런 핸디캡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FBI 전직 요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 사람이 아무리 주의를 기울이고 신중을 가해도 할 수 없는 부분까지 거침없이 찌르고 파헤쳐 들어가는 제인의 모습은 위태로우면서도 여전사답고 아슬아슬하면서도 서슴이 없다.

여전사답게 나쁜 놈을 처리하는 데 있어 거침이 없지만 한시라도 빨리 추적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위기에 처한 사람들 그중에서도 특히 아이들이나 여자들을 보면 모른 척 외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그들을 구출하는 모습에서 제인이라는 캐릭터의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준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모르고 살지만 얼마나 제한된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거리에만 나가면 여기저기 사방에서 찍는 CCTV며 내 모든 정보가 노출되어 있을 뿐 아니라 데이터베이스화된 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는 정부로 인해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정보 조작을 통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걸 깨달으면 답답해진다.

한 번씩 누군가로 인해 내 계정이 노출되었다는 경고 메일을 받을 때마다 섬뜩하고 불안감에 시달리는데 딘 쿤츠가 그린 세계는 이런 걱정보다 훨씬 더 무섭고 섬뜩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힘이 있는 어떤 집단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접근할려고 마음 먹으면 얼마나 쉽게 해치울수 있는지...게다가 여느 책의 결말처럼 나쁜 놈을 처리하고 어떡하든 희망적인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아무래도 시리즈의 끝에 가서야 어떤 결말을 얻게 될듯하지만 제인이 싸워야 할 대상의 힘이 너무나 거대하고 끝이 없어 쉽게 끝을 맺기 힘들 것도 같고 그 결말 역시 완벽한 결말을 하기 힘들지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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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라이어
니컬러스 설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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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처음 만나기 위해 꽃단장을 하는 남자

혼잣말을 하는 걸 들어보면 이 남자 단순히 데이트를 하려는 게 아닌 뭔가 꿍꿍이가 있다.

여자를 만나는 데 뭔가 꿍꿍이가 있다면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이 남자의 목적도 돈인 것 같은데 여기서 의외의 변수가 튀어나온다.

돈을 목적으로 여자를 만나려고 하는 이 남자의 나이는 70대의 할아버지라는 것

큰 키에 쭉 곧은 몸 금발에 푸른 눈이라는 외모는 합격점이지만 아무리 젊게 살려고 운동을 하고 노력을 했다지만 나이가 예상을 벗어나는데 의외로 이 남자의 작업 솜씨는 뛰어난 듯하다.

게다가 눈도 높아 아무 여자나 만나지 않는다는 것도 의외이긴 하다.

그런 로이가 60대의 베티를 만나 작업을 걸고 이내 친밀한 관계가 된다.

당연하게도 베티는 혼자의 몸이지만 재산도 풍족하고 잘 가꾼 몸에 평생 고생이라곤 해 본 적이 없는 귀부인

이쯤 되면 모든 재산을 꿀꺽 삼키려는 로이로부터 베티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과정을 그리거나 의외의 반전이 있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아니면 무겁지 않은 스릴러라고 예상할 수 있는데 책은 이 모든 예상을 뒤엎는다.

일단 가볍지 않다.

로이라는 인물이 가진 복합성... 예를 들면 오래전부터 이런 사기극을 벌려온 덕분에 제법 재산이 모여 편안한 노후를 즐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또다시 이런 사기극을 벌려 누군가를 말년에 구렁텅이에 빠트리고자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모습에서 그의 악의를 볼 수 있는 반면 사기를 벌려도 신사처럼 세련되고 폭력 같은 저급함이 동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 의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책은 로이가 이제껏 걸어왔던 과거를 현재와 가까운 과거부터 점차 시간의 역순으로 교차해서 보여주는데 그가 왜 이런 길을 걷게 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식의 전개는 누군가의 재산을 빼앗음으로 해서 여러 명의 사람을 지옥으로 빠뜨리는 인물인 로이에게 약간의 정당성을 부여하는듯하다.

그가 2차 대전으로 인해 부모를 잃고 혼자 살아남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한 노력이며 전후의 불안한 정치 상황에서 혈혈단신의 몸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치고 살아왔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그에게 약간의 동정심을 가지도록 한다.

또한 로이의 작업대상인 베티가 겉보기와 달리 완벽한 피해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 또한 가해자 격인 로이에게 유리하게 작용되는듯하다.

로이가 세상 물정 모르고 순진한 부인이라 알고 있는 베티는 뭔가 꿍꿍이가 있을 뿐 아니라 로이의 속셈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어 이 계획이 로이의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음을 알 수 있는데 뒤로 갈수록 두 사람이 숨기고 있는 비밀과 거짓말이 어떤 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가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띠게 된다.

끝까지 읽고 난 뒤 느끼는 감정은 로이는 왜 이런 선택을 한 걸까 다른 길을 선택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느껴졌고 그래서인지 반전이 통쾌하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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