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감옥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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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항상 환상과 현실의 경계 그 사이를 넘나들며 독자를 매혹시키는 작가 쓰네카와 고타로의 가을의 감옥은 몰랐지만 신간이 아닌 복간 작품이었다.

절판된 지 오래인 책이지만 꾸준하게 재출간 요구가 있었다는 설명이 책을 읽고 나면 납득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3편의 중편을 엮어 만든 가을의 감옥에서는 주인공 모두가 어딘가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묶여있는 상황 설정이다.

누군가는 특정한 날짜에 묶이고 다른 누군가는 집에 묶였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환상에 묶인 사람이다.

문득 눈을 뜨고 보니 같은 날 즉 11월 7일에 갇혀 버린 나

매일 같은 날에 갇혀버린 걸 알게 되면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에는 당황하고 이윽고 문제가 뭔지 해결 방법을 찾다 도저히 그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 자포자기하게 되는데 주인공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자포자기할 때쯤 자신과 같이 시간에 갇힌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자신 혼자만 시간에 갇힌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조금씩 여유를 가지게 되지만 그런 생각을 비웃듯 그들을 쫓는 낯선 존재를 알게 되면서 새삼 죽음과 소멸의 공포를 깨닫는다.

낯선 존재와 마주한 리플레이어는 존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라진 리플레이어들은 죽은 걸까 아니면 그토록 원하던 11월 7일을 넘어 8일의 세계로 넘어간 걸까? 확인하려면 그 괴물과 마주할 수밖에 없고 그 괴물을 만난 사람은 이 세계에 존재할 수 없기에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

매일매일 같은 날을 반목해서 살아가는 소설 속 리플레이어들과 비록 날짜는 바뀌지만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듯해 생각할 바가 많았다.

과연 일상에 갇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3편 중 가장 흥미로웠던 신의 집은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낯선 집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이유로 그 집에 갇히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신이 그 집을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자신처럼 누군가를 이 집에 묶어두는 방법뿐인데 그 집은 모든 사람에게 그 모습이 보이는 곳이 아니라 특징인에게만 보여서 좀처럼 그런 기회는 오지 않은 채 그 집에 익숙해져 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 즉 처자식이 없는 중년의 남자가 그 집에 들어오던 날 마침내 자신의 짐을 그 남자에게 넘겨주고 몰래 그 집에서 벗어나지만 그 남자가 있는 곳 주변에서 영문모를 실종 사건과 살인사건이 연속으로 벌어지면서 자신이 물려준 그 남자가 저지른 짓일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그 집을 쫓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 남자의 행동을 막기 위해 그 집의 행적을 쫓는 게 아니라는걸... 자신 역시 그 집에 대한 미련이 남았고 그 집을 차지한 사람이 살인범이던 아니던 그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남자가 그 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 못 견디게 질투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 남자는 어쩌면 그 집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3편 중 가장 환상에 가까운 내용을 담은 게 바로 환상은 밤에 자란다인데 할머니의 특별한 능력을 보며 살았던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자신을 늘 공주님이라 불렀던 할머니는 없던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그런 할머니를 무한히 우러러보는 소녀지만 사실은 그 소녀는 할머니의 손녀가 아닐뿐 더러 그 할머니로 인해 오히려 인생이 뒤틀려버린 가여운 소녀라는 게 반전의 포인트

그리고 그런 할머니의 뒤를 쫓으며 소녀의 능력을 탐하는 무리가 있었다,

소녀에게 강제적으로 환술을 펼치게 하는 사람들의 명분은 힘든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희망을 찾아준다는 것이지만 사실은 그런 사람들에게서 결국 돈을 뜯어 내기 위한 명목상 소녀의 힘이 필요할 뿐이라는걸... 소녀 역시 알고 있다.

3편 모두 현실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밑에 깔려있는 정서는 지금 우리의 모습 그중에서도 밑바탕에 깔려있는 인간들의 욕심, 질투와 시기 그리고 존재론적 고민에 대한 깊은 고찰이 깔려 있다.

그런 걸 떠나서 소설적으로 봐도 재미있을 뿐 아니라 색다른 소재가 주는 재미 또한 괜찮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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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제작자들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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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일들이 일어나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내거나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이끌어갈 때가 있다.

보통 그런 걸 운명이라고들 하는데 만약 그런 일들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게 아니라 누군가의 의도가 닿았다면?

사실 한 번쯤은 이렇게들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운명이란 신이 나 그 무언가의 안배이고 사람의 운명은 미리 결정지어져 있다는 것을...

이 책 우연 제작자들은 누군가에게 섬세한 작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어떤 결과로 이끌어가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전제로 이야기를 그려가고 있다.

물론 여기서 이런 일을 담담하는 사람이 우연 제작자들이고 무엇보다 그들은 사람이 아니다.

아니 사람의 형태를 하면서 사람과 섞여 생활을 할 수도 있지만 은밀하게는 살아있지 않기도 하고 사람이라 규정지을 수도 없는 존재들이다.

사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이런 존재들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이유나 존재 이유에 대해 회의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깊이 생각하거나 철학적인 의미를 담았다기보다 그저 흔한 클리셰 지만 모퉁이에서 부딪친 남녀가 도와주다 사랑에 빠지게 하거나 길거리에서 큰소리로 울며 주저앉는 여자를 보고 지금까지 하던 일을 멈추고 문득 어릴 적 꿈을 찾아 새로운 길을 가는 회계사의 이야기처럼 무겁지 않으면서도 우연의 힘이 어떤 식으로 작용해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결과를 가져오는지와 같은 가벼운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우연 제작자들에게도 여러 가지 자신의 전문 분야가 있을 뿐 아니라 등급이 있다는 사실~

가이는 연인들로 하여금 사랑에 빠지도록 하는 일이 전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을 믿지 않는다.

자신은 아직까지도 예전 상상 속 친구로 활동할 때 만났던 여자만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지만 그녀를 만날 가능성은 제로... 하지만 누구도 그녀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자신의 동기이자 친구인 에밀리의 마음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으면서 받아주지 않자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에밀리는 자신들을 상대로 운명을 제작하지만 사랑에 회의적인 가이는 금세 눈치를 챈다.

그가 그저 오래전 잠시 만났던 여자의 기억만을 안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에밀리는 모든 희망을 잃고 운명 제작자를 그만두고 먼 길을 떠나버린다.

이렇게만 보면 사람이 아닌 존재들의 거창한 이야기이기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남녀 간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저 그들의 직업이 우연을 제작하는 사람인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찾아 날실과 씨실을 엮어 운명을 제작하는 남자가 정작 자신은 사랑을 믿지 않을 뿐 아니라 그 가능성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서로 다른 방향을 보거나 외면에 가려진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살아있는 인간이 아니면서 생각하는 방식이나 행동하는 양식은 사람과 똑같다.

사소한 하나를 움직여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그 과정을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가이와 에밀리의 사랑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를 준다.

그리고 세상 모든 일에 누군가의 의지나 어떤 의도가 숨어 있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좀 더 흥미롭지 않을까?

책을 읡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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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우노메 인형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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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보기 왕이 온다는 전형적인 일본식 호러물이었고 그 맥락 없고 근본도 없는 공포가 독자를 사로잡았다면

후속작인 이 책 즈우노메 인형은 읽으면서 오래전 읽은 공포 소설의 스테디셀러인 링을 많이 연상케했다.

책 속에서도 드러내놓고 작품 링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 있는데 이 즈우노메 인형의 저주 역시 링처럼 저주가 담긴 물건을 본 사람 여기서는 원고가 되겠지만 그 원고를 읽은 사람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저주를 받아 죽는다.

검은 후리소데를 입고 얼굴에 붉은 실을 칭칭 감은 인형이 찾아와 그 사람을 죽이는데 걸린 시간은 원고를 읽고 불과 4일!

원고를 읽고 4일이면 그 사람은 죽는다.

게다가 눈앞에 그 저주의 인형이 시시각각 자신과의 거리를 좁혀오는 게 보이는데 무서운 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 인형이 보이지 않고 오로지 저주의 대상만이 그 인형을 볼 수 있다는 게 공포의 가장 강력한 요소다.

도시에 떠도는 수많은 저주에 대한 기사를 주로 싣고 있는 잡지사 월간 불싯의 작가 중 한 사람이 원고를 마감하지 않은 채 연락이 두절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 작가의 집을 찾아 간 두 사람이 발견한 건 두 눈이 사라진 채 죽어 있는 작가였고 그의 곁에는 불에 타다 만 원고가 있었다.

그다음은 이미 짐작한 대로 그 원고를 사건 현장에서 몰래 가져온 남자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지만 그가 죽기 전 작가의 집에 같이 간 동료이자 작가의 편집자인 후지마에게 원고를 보여주며 읽어보라고 권했을 뿐 아니라 나중에는 어서 빨리 읽으라는 재촉 통화를 하던 중에 이상한 비명과 함께 죽어버렸다.

그제서야 심각성을 인지한 후지마의 눈에도 어느샌가 그 인형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런 그와 같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작가의 후임으로 온 오컬트 작가 노자키와 그의 약혼녀 히가 마코토가 힘을 합해 저주의 시발점이 된 원고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원고에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집에서도 사랑받지 못하고 학교에서는 지독한 왕따에 시달리던 그 아이 기스기 리호

오컬트 소설이나 공포소설을 좋아하던 중학생 여자아이는 또래와 다르다는 이유로 심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을 뿐 만 아니라 당시 유행하던 소설 원작의 영화 링에 나오는 저주의 주인공을 본떠 사다코라 불리고 있었다.

그 아이가 일기처럼 써 내려간 원고에 자신처럼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지만 자신과 마찬가지로 무서운 이야기나 괴담을 좋아해 도서관에 와서 책을 찾아 읽던 아이...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다코라 불리던 아이와의 교류 노트를 통해 도시 전설인 즈우노메 인형에 대해 알게 된다.

즈우노메 인형의 이야기가 도시 전설이 된 과정은 알게 되지만 그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요원한 상태로 점점 더 인형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편집자인 후지마 뿐만 아니라 자신을 돕기 위해 같이 원고를 읽은 노자키와 그 약혼자인 마코토 세 사람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

더 이상 어찌해볼 수 없는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자 하는데 과연 그 게 뜻대로 될까?

원고 속의 소녀 리호가 처한 상황은 누가 봐도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한 부모 가정으로 사는 게 팍팍하고 엄마는 밖으로만 돌며 집을 늘 비우는 상황이라 자신이 학교에서 당하는 따돌림에 대해 의논조차 할 수 없어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만 파고들지만 그것조차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모두에게 외면받는 소녀의 심경이 잘 드러난다.

공포의 밑바닥에는 자신을 공격하는 무엇의 정체를 알 수 없거나 혹은 왜 자신에게 이런 짓을 하는지를 모를 경우 해결책을 찾을 수 없기에 더더욱 두렵고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저자 사와무라 이치는 그런 부분을 잘 건드린다.

보기 왕에서도 그렇고 저주받아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이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건지 뚜렷한 이유가 없어 해결책도 없이 그 대상과 마주해야하는 공포스러운 상황... 그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느끼는 극한의 두려움과 공포를 실감 나게 묘사하고 있다.

자신이 어찌해볼 수 없는 상황에서 시시각각 목을 죄어오고 더욱 두려운 건 그런 두려운 대상이 오로지 자신의 눈에만 보일 뿐 아니라 매일매일 그 거리를 좁혀온다는 걸 자신만 안다는 것

저주의 원인을 알 수 없어 더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고 단순히 원념을 품은 저주가 아니라 대상조차 구분되지 않는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해 온다는 점에서 지극히 일본스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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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1~2 - 전2권
네빌 슈트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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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제목을 들었을 땐 앨리스라는 게 당연하게도 이상한 나라의 그 앨리스를 연상했고 그런 판타지 같은 느낌의 소설일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란다.

하지만 진 패짓이라는 여성이 겪은 일과 그녀가 이룬 일들은 충분히 환상적이었고 그녀의 여정을 따라가는 것이 너무나 흥미진진했다.

진 패짓이라는 영국 여성이 2차 대전이 한창인 아시아의 말레이반도에서 험한 일을 겪고 전후 호주로 넘어가 그곳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초반에는 그녀가 전쟁에서 그것도 약자의 몸인 여성으로 얼마나 지독한 고초와 고난을 겪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사실을 기초로 해서인지 그 참혹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말레이반도에서 자란 진은 영국에서 교육을 받고 선택을 할 수 있게 된 순간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돌아가 생활하던 즈음 예상치 못한 전쟁이 터지면서 전쟁에 휩쓸린다.

전쟁이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예상과 달리 일본군은 그들이 사는 곳까지 쳐들어와 남아있는 사람 모두를 포로로 잡았고 당장 쓸모가 있는 남자들은 끌고 간 후 여자들과 아이들은 포로수용소로 보내기로 한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들을 받아주는 데는 없어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니며 원주민들의 호의로 살아가야 하는 동안 넉넉지 못한 음식과 고난 행군은 아이와 여성이 감당하기엔 너무 힘들어 처음의 인원이 온갖 질병과 전염병으로 반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일 즈음 이 나라 말을 할 수 있었던 진은 어느새 그들을 이끌고 통솔하는 입장이 된다.여자들을 격려하고 일본군과 원주민 사이에서 협상을 하는 등...

그리고 마침내 그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던 호주 청년 조 하먼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녀들을 돌봐주고 도움을 주지만 운 나쁘게도 일본군에 발각되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손바닥에 못이 박히고 채찍으로 맞아 죽는 악몽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 일이 있은 후 겨우 한곳에 정착할 수 있게 된 진 일행은 그곳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직접 논에서 농사를 짓고 일손을 거들며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곳에서 머물게 되는데 당시로는 파격적인 일이라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포로의 몸으로 낯선 곳에서 서양인들이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벼농사를 지어 스스로 먹을거리를 만들어낸 여자들... 그리고 그들을 이끈 진이라는 여성의 면모가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스스로 살 길을 찾는 진의 이런 성격은 훗날 또 다른 낯선 땅인 호주에서도 유감없이 빛난다.

여전히 그때의 악몽 같았던 일을 기억에서 지우지 못한 채 영국으로 돌아와 속기사 일을 하며 무기력하게 보내던 진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생각지도 못했던 외삼촌의 유산이 손에 들어오면서부터이다.

생각보다 큰 액수의 유산을 물려받게 된 진은 그 돈으로 여생을 편안하게 즐기며 보낼 수도 있었지만 다른 선택을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말레이반도로... 자신들이 가장 힘들었을 때 도움을 줬던 곳으로 가 여자들을 위한 우물을 파는 것인데 자신이 머물던 당시 여자들이 스스로 먹고 마실 물을 뜨러 먼 길을 마다않고 다니며 고생하는 모습을 기억해 조금이라도 그런 여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했다.

그런 과정에서 당연히 죽은 걸로 알고 있었던 조가 살아있음을 알게 된 진은 또다시 남과 다른 선택을 하는데 그 사실을 알자마자 호주로 조를 찾아간 것이다.

이런 점을 보면 그녀가 상당히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호주에서 조를 만나기 위한 과정도 쉽지 않았는데 그동안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고 이곳의 문제점... 즉 젊은 여성들이 부족해 남자들이 외로움을 견뎌내지 못하고 이 내 이곳을 떠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자신이 받을 유산의 일부분을 이용해 여자들의 일자릴 만들면 이곳의 경제도 살아나고 많은 문제점이 해결될 수 있다는 걸 파악한 진은 하나둘씩 생각했던 대로 이곳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젊은 사람들이 일자릴 찾아 고향을 떠나 도시로 찾아가는 악순환을 없애고자 노력했고 이런 그녀의 노력은 성과를 내 삭막하고 사람들이 없던 죽어가는 도시를 활기찬 도시 즉 앨리스스프링스처럼 번화한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전쟁에서 돌아와 무기력하고 소극적이기만 했던 진이 점차로 자신감을 얻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가는 모습부터 낯선 땅 호주로 와 삭막하기만 했던 이곳을 사람들이 벅적거리며 활기찬 곳으로 변화시켜가는 과정이 아주 흥미진진하게 그려진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은 한편의 드라마같은 소설이었다.

더불어 진과 조의 설렘 가득한 로맨스까지 곁들여 시간가는 줄 모르는 즐거움을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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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WAR 1
안철주 지음 / 봄봄스토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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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양국 간의 문제는 그 뿌리가 깊고 웬만해선 화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절대로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반성도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모두가 다 아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왜곡하고 있다.

여기에다 여전히 남의 영토를 넘보는 파렴치함까지...

그런 일본과 우리가 대척점에 있는 것이 독도 문제다.

지금까지도 독도를 자신의 땅이라고 우기고 있는 일본... 이것은 단순히 영토 문제만이 아닌 것이 독도 주변에 많은 천연자원이 매장되어 있을 뿐 아니라 미래의 자원이라는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엄청난 양이 매장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져 그들의 검은 속셈이 만 천하에 드러났다.

하지만 이 책 독도 WAR는 1994년 대국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발간된 적이 있는 연재물로 이번에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그래서 지금 현재의 상황과 다른 것이 많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호시탐탐 우리의 영토를 노리는 일본의 야욕을 담았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독도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읽어도 충분히 흥미로울 뿐 아니라 피를 끓게 했다.

때는 1994년 한일 공동으로 독도 앞바다에서 2년째 석유 시추작업을 하지만 처음 예측과 달리 별다른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추석을 맞이해 한국의 기술자들은 한 사람만 남겨두고 모두 휴가를 떠난 날 하필이면 그날 모두가 그렇게 기다리던 유전이 터지지만 일본은 엄청난 양의 석유를 혼자서만 독차지 하기로 결심... 유일한 한국인이자 목격자를 살해한다.                            

처음엔 기업 간의 문제였지만 일본의 우익을 비롯해 정치계에서 은밀하게 이 모든 것을 은폐 조작하기로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죽은 한국인의 시신이 떠오르고 부검을 통해 사고사가 아닌 누군가로 인한 살해 사건이며 이 사건에는 뭔가 음모가 있음을 깨닫는 한국인들

그리고 그날 한국 영해상에는 지진이 없었지만 시추선에서 지진이 있었다는 사실을 들어 그날 드디어 석유가 터졌으며 일본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자 한 거라는 걸 깨닫고 발 빠르게 조치를 취하지만 일본은 더더욱 노골적인 행보를 취한다.마치 을사늑약때처럼 당당하고도 뻔뻔하게...

그리고 우리 정부는 그런 일본에 맞서기엔 여전히 힘이 부족하다.

이 모든 과정을 흥미로우면서도 치밀한 시나리오를 앞세우고 있는데 일본의 정치적 성향이나 우익들의 사상 그리고 그들의 야욕에 대해 많은 조사를 거친듯하다.

그래서인지 내용이 충실할 뿐 아니라 국제정세 즉 실제로 이렇게 일본과 우리나라가 전면전을 펼칠 경우 우리 편을 들어 줄 국가가 과연 얼마나 될지에 대한 깊은 통찰은 뼈아프게 다가왔다.

우리가 목 터지게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친들 그들에게는 그저 남의 나라 일일뿐이라는걸...

각국이 정치적 이념에 따라 움직이던 시기는 이미 지나 돈과 자국의 이해타산으로 움직이는 그들의 논리를 누구보다 약삭빠르게 캐치하고 있는 일본은 UN 상임이사국들과 접촉을 해 그들이 원하는 바를 손에 쥐여주고서 상상만해도 피를 토하게 하는 일...즉 독도를 자신의 영토로 귀속시켜 이 모든 논란에서 우위를 차지한다.

발 빠른 그들의 대체에 정부와 권력자들은 무기력하기만 할 뿐...

읽으면서 어찌나 분통이 터지고 화가 나던지...

하지만 1994년만 해도 우리나라 경제나 국가 위상이 지금과 달리 일본에 많이 뒤처져있었을 뿐 아니라 군사력이나 기술마저 뒤떨어져있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속수무책인 정부와 달리 민간과 우리의 주인공을 주축으로 젊은 군인들 그리고 꿈같은 희망사항인 북한군과의 연합작전으로 뒤집기를 시도하는데 그 과정이 앞에서의 답답했던 감정을 속 시원하게 해소해 준다.

임진왜란 당시 12척의 배로 수백의 일본 배를 격침하고 승리로 이끈 이순신의 후애답게 모두가 모른척하는 백척 간두에서 단숨에 모든 것을 뒤집어 승리를 잡아채는 과정이 뿌듯하게 그려진 독도 WAR                               

북한과 통일은 아니지만 교류를 하고 당연한 듯 서로 왕래하고 우방이라 믿었던 나라들마저 외면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보다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앞선 일본과 전면전을... 그것도 정부 주도가 아닌 국민들의 힘으로 전세를 뒤집어 우리 땅을 지키고 우리의 권리를 지키는 모습은 확실히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현재 또다시 일본의 억지 주장으로 양국 간 냉전 중이지만 우리가 조금만 느슨하거나 틈이 보이면 언제든지 그들은 또다시 야욕을 앞세울 수 있다는 걸 절대로 잊으면 안 될 것이라는 걸 만화를 통해 새삼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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