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다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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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모두가 가지고 있는 마음속 공허같은 상실된 마음과 청춘의 방황을 날카롭게 표현해서 내 20대의 불안감을 위로해주던 하루키의 작품들은 이제는 예전같은 날카로움이 아닌 어딘지 여유로움이 묻어나오는 작품으로 또다른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에세이집을 비롯하여 꾸준하게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하루키에게 이 작품 `애프터 다크`는 특히 그의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소설이기에 더 의미가 있지않나 생각한다.

데뷔작인`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나 그의 대표작인 `노르웨이의 숲`에서도 젊은 청년이 주인공이었고 이번 작품에서도 젊은 청춘들이 주인공이긴하지만 역시 작가 자신이 주인공과 같이 젊었을때 같은 세대를 대표하는 화자로서의 글과 달리 이번엔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려서인지 직접적인 화법이 아닌 카메라를 들여다보는듯한 관찰자적 입장에서 그들의 일상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일단 눈에 띈다.

 

 

 

도시는 낮과 밤이 극명하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야누스와 같은데 낮의 밝음과 달리 어둠을 내포한 밤엔 뭔가 은밀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것 같다.

그런 남과밤의 극명한 대립이 여기에서는 어느날 갑자기 잠들어버린 에리와 그런 언니를 이해하지 못하는 마리로 비교되고 있다.

잠든듯 잠들지 않은 에리의 정적인 모습과 모범적인 삶을 살면서 언니에게 외모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마리의 활동적이지 않은듯하면서도 활력이 있는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고 있는데 그 둘의 하루밤의 모습을 에리에게는 카메라로 관찰하는듯 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표현을 하고 있고 마리는 이와 달리 직접적 화법을 통한 표현을 해서 둘의 모습을 대비하고 있다.

하루와 또다른 하루가 연결되는 가장 근접한 시간인 PM 12시를 전후로 자신의 일때문에 혹은 또다른 이유로 잠 못 이루고 거리를 방황하는 사람들 중엔 어느날 갑자기 잠들어버린 언니 에리를 둔 마리가 있다.

그런 그녀에게 알은체 해 온 남자인 다카하시를 통해 갑작스럽게 중국어 통역이 필요한 러브호텔의 매니저인 가오루와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를 조금씩 전개되고 있는데 책속에서 가오루가 근무하고 있는 러브호텔의 이름이 `알파빌`이란 것이 도시의 밤의 모습을 제일 잘 표현한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

애정과 아이러니를 필요로 하지않는 섹스만을 위한 공간인 알파빌과 그런곳을 들락거리며 겉으로는 완벽한 직장인의 모습을 한 채 가족과도 소통하지 못하고 돈으로 섹스를 사는 또다른 남자 시라카와는 밤의 어둠을 닮아있으면서도 그날 그날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무언가로부터 쫏기는듯 늘 바쁜듯이 살아가면서 가족과도 소통하지 못하는...마치 모두가 각각 섬과 같이 감정적 정서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등장인물들 모두를 통해 하루키가 말하고자 한 건 뭘까?

아무리 어둡고 긴 밤이라도 결국 또 다른 날이 오면서 어둠을 물러가고 밝음이 온다는 것처럼 누구나 각자 고통스럽고 어렵더라도 참고 견디면 결국 어둠을 이겨 낼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아님 모두가 각각 떨어진 섬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옆으로 손을 뻗쳐 각자가 체온과 온기를 나누면 어려움을 헤쳐나가기가 조금 더 수월하다고 말하고 싶은걸까?

밤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들의 고독한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 `애프터 다크`는 에리와 마리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라카와와는 다른 결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밤의 어둠과 완벽하게 녹아든 무기질적 인간인 시라카와는 더 이상의 변화가 없을거지만 아직은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에리와 마리의 모습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지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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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최면술사 형사 뤄페이 시리즈
저우하오후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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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의 생사가 내 손에 달려있다!

 

도전적이면서도 강렬한 문장과 함께 나타난 최면술 거장의 출현

최면술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조종하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일을 하게 만든다는 대담한 발상으로 읽으면서 감탄을 하게 만든 이 책의 저자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중국의 작가이지만 중국에서는 중국의 히가시노 게이고라 불리운다는 저우하우후이라는 사람이 쓴 형사 뤄페이 시리즈의 하나이다.

일본이야 우리도 인정할수 밖에 없는 추리소설의 강국이라 할수 있지만 중국에서도 이 같은 대범하기 그지없는 발상과 치밀한 구성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추리소설 작가가 있다는게 그저 놀라울뿐이었고 얼마전에 감탄하면서 읽은 홍콩소설 13.67의 저자인 찬호께이와 함께 앞으로 눈여겨 볼 중국작가라 할수 있겠다.

 

 

 

룽저우의 거리에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대낮에 연쇄적으로 일어난 희대의 사건

좀비처럼 피해자의 얼굴을 뜯어먹은 사람은 경찰이 쏜 총에 맞고서도 범행을 멈추지않았고 또 하나의 사건은 언뜻보면 자살같은 추락사의 형태이나 일반적이지않은 모습으로 마치 자신이 모이를 주던 비둘기처럼 날개를 펴고 날듯이 뛰어내린 사건인데 이렇게 얼핏보면 전혀 다른 사건이고 피해자나 가해자 어디에도 공통점이나 연결점이 없어 각자의 사건으로 조사하던 중 누군가가 인터넷에다 이 사건들이 자신의 최면술을 이용해 일으킨 사람이라는 자가 나타나면서 뤄페이대장은 최면술사를 찾는데 촛점을 맞추게 된다.글을 올린 시간이 두번째 사건이 일어나기도 전에 미리 예고하고 있었기때문 이 글은 곧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게 된다

사람들 뒤에 숨어 최면술을 이용해 사람을 조종하고 자신의 사악한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최면술사를 찾기 위해 최면술의 권위자를 찾아가는 뤄페이는 최면술이란게 최면술사의 의도에 따라 범죄에 도구로 이용될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모종의 의도를 가지고 사람들을 조종하는 그 자를 찾기위해 노력하는데...

 

최면술이라 하면 그저 마술에서 하나의 눈요깃거리처럼 사람을 잠재워 토막을 내거나 혹은 둥둥 떠다니게 하는 것이거나 오락프로 같은곳에서 전생체험같은걸 유흥거리로 이용할때 쓴다고만 생각했는데 책에서의 최면술은 상당히 과학적이면서도 심리치료적인 요소가 강해 다방면으로 이용할수 있는 유익한 것이었는데 이런 유용한 기술을 이용해 자신의 뜻을 관철하고 사람을 조종하는 사악하기 그지없는 최면술사가 희대의 사건을 일으키며 아주 강렬한 등장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최면술을 이용하면 그 사람의 가장 아픈 상처나 트라우마 같은...여기서는 심혈이라 표현한것이 나타나는 데 사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몰래 들여다보고 그곳을 건드려 자신의 원하는 바를 쟁취하도록 유도한다는 설정은 현실에서 가능 한지 여부를 떠나 참으로 신선하고 대담한 발상이라고 볼수 있다.

게다가 그 시작이 좀비의 출현이나 비둘기 인간같은 생각도 못한 사건의 등장에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전 그 사건을 자신이 일으켰으며 자신은 세계 최고의 최면술사이고 너희들의 생사가 내 손에 달려있다는 오만한 주장을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에다 올리면서 모두의 주목을 받고 사건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간다는 점에서 작가가 젊은 세대와 소통할수 있으며 인터넷이란 것의 폐해를 제대로 이용하고 있다고 할수 있겠다.

약간만 화제성을 띠워도 인터넷이란 공간에서는 금방 퍼져나가며 그 정보의 사실 유무의 거름이 없이 그대로 마치 기정사실처럼 전해져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그런 점을 이용한다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수 있을뿐 아니라 정보의 오용은 심각한 사태를 일으킬수도 있으며 마치 집단최면과 같은 효과를 낼 수도 있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최면술을 이용하여 심리적인 치료를 할수 있는 순기능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위한 도구로서도 쓸수 있다는...선한 최면술과 악한 최면술의 대립도 흥미롭지만 범인을 잡아 그들을 벌하고 정의를 실현한다는 경찰로서의 사명을 가진 경찰과 범죄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교화되거나 순화되지않으므로 죄질이 나쁜 범죄자를 없앤다면 그 만큼 피해자의 수와 범죄의 수를 줄일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경찰의 대립은 경찰소설이라면 자주 등장하는 오랜 딜레마인데 여기서도 그 대립이 최면술사와 엮여아주 흥미롭게 그려져있다.

강렬하고 인상적인 도입부에다 의외의 결말은 작가의 치밀함을 보여주면서 중국소설에 대한 인식마저도 바꿔놓고 있다.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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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느와르 M 케이스북 - OCN 드라마
이유진 극본, 실종느와르 M 드라마팀.이한명 엮음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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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집에서 TV를 거의 시청하지않는 편이다.

뭐...주말엔 어쩔수 없이 봐야하지만...어느순간부터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고 드라마 역시 불륜에 출생의 비밀 같은 변하지않은 소재의 재탕에 시간을 낭비하기 싫다는 맘도 있었고 굳이 짜증내며 보지않아도 세상에는 더 재밌는 게 많다는걸 알기때문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장르소설을 읽는게 내 가장 큰 취미인데 스릴러나 추리소설 같은 것도 좋아하지만 좀 더 세밀하게 보자면 범죄소설을 가장 좋아하는 편이다.그래서 드라마를 크게 좋아하지않는 나라도 범죄드라마같은건 제법 흥미를 가지고 보는 편이데 그런 내 취향에 이 드라마 `실종 느와르 M`은 제대로 취향저격이라 할수 있겠다.

우리나라에는 8분마다 실종사건이 발생하고 있단다.

자의적이던 타의에 의해서든 실종사건이 이렇게나 많이 발생한다는건 솔직히 놀라운데 문제는 역시 타의에 의한 실종이고 이런건 대체로 사건,사고와 연결되기 때문에 우려하지않을수 없다.

이렇게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실종자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특수전담팀의 이야기가 바로 실종 느와르 M의 주요 모티브이다.

 

 

이 책에는 7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각각 타의에 의한 실종사건으로 단순히 돈을 노린 유괴나 납치가 아닌 실종된 사람들의 이면에는 뜻밖의 진실이 숨겨져있고 범인의 의도가 분명치않아 특수실종전담팀들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그럼에도 늘 범인의 노림수에 밀려 뒷북을 치고 있다.

유괴한 아이를 인질로 다른 아이를 유괴하는 사건이 있는가하면 오래전 사건에서 모든 정황이 맞아떨어지고 증인의 증언이 있음에도 교묘하게 법을 피해간 사람을 향한 복수를 위한 실종사건도 있었고 살인을 예고하며 마치 따라오란듯이 증거를 남기고 사라진 실종사건도 있다.

 

각 챕터마다 사건의 전개와 증인이나 목격자들의 진술, 용의자의 행적등을 마치 사건을 브리핑하는 형사들처럼 간단하면서도 한눈에 사건의 개요를 알아볼수 있게 편집해 놓았을뿐 아니라 사건을 쫏아가는  천재적인 팀장 길수현의 생각의 전개나 실종수사에 남다른 촉을 가진 경찰 경력 20년의 베테랑 경위인 오대영의 생각을 교차로 편집해서 같은듯 다른 그들의 생각을 따라가는 재미도 있었다.

얼핏 단순하게 보이는 사건속에 숨겨진 진실찾기와 왜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쫏아가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같은 팀에서 같은 실종자를 찾는 팀원이면서도 서로를 불신하고 믿지못하는 두 사람을 전면으로 내세워 대립각을 세운것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시너지효과를 가져오는 것도 흥미로웠다.

사회전반에서 늘상 일어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큰관심도 이슈거리도 되지않는 10대 가출 청소년들이 어떻게 범죄자가 되는지...그들이 얼마나 쉽게 범죄에 노출될수 있는 불안정한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준 `HOME`도 너무나 인상적이었고 돈을 가진 사람과 힘을 가진 사람의 결탁으로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으며 늘 서민은 그 사이에서 손해를 볼수 밖에 없는 무기력한 실제의 모습을 보여준 `INJUSTICE`는 그 결말의 강렬함이 더 인상깊었다.

`감옥에서 온 퍼즐`이나 `청순한 마음`같은 에피소드는 확실히 드라마적 볼거리를 보여주며 그 복잡하지만 그래서 더 매혹적인 트릭과 복합적인 요소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확실히 어필할 만한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소설로 보여지는게 아닌 드라마를 재구성한 책이었든 만큼 간결하게 요약한 사건 개요나 주요 장면의 스틸사진은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으며 드라마를 안본 사람이라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수 있게 편집한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책은 또 책대로 매력이 충분한 케이스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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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견인의 여자
오데고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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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어떤 내용일지 어느정도 짐작이 간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다 시놉이 상당히 흥미롭고 끌리면서도 자극적이라 관심이 많았기에 기대치가 컸던것도 사실이다.

차갑고 카리스마 있으며 능력있고 외모도 출중한 남자와 가녀린 꽃같은 외모에 불우한 환경의 여자의 조합

로맨스소설의 전형을 벗어나지않은 내용이긴한데...결정적으로 남자 주인공인 민환의 마음속 갈등과 변화가 크게 두드러지지않아 후회남의 모습을 제대로 살리지못한것이 아쉽다.

젊은 시절 자신의 그룹 이미지에 도움이 되고 나중에 그녀를 통해 다른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결정 한 입양은 그녀 정연의 모든것을 지배하고 하나하나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여자로 키우면서도 같이 밥 한끼조차 먹지않음으로써 그는 분명하게 그의 의도와 그녀의 위치를 알려주는 냉정하고 무정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랬든 그들의 관계가 변화를 갖게 된 계기 역시 그녀의 의지나 의도가 아닌 민환의 의도된 계획에서부터인데 그의 사업에 도움이 될 거란 생각으로 정략결혼을 추진하게 되고 어릴적부터 늘 순종하고 복종만 하던 정연이 그의 결정에 일순 반기를 들면서부터 관계의 변화는 시작된것 같다.

그녀의 변화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던 민환이 정연과 그 남자 인후의 만남이 껄끄럽고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서 늘 착한 동생으로만 여기던 그녀에게서 여자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관계는 변화가 시작되지만 오랜세월 오빠 동생으로만 생각했던 관계가 변화하기엔 그 시간이 너무 촉박한데다 그녀의 눈빛에서 자신과 닮은 부분을 발견하고 그들을 자극하는 인후의 역활이 처음 예상과 달리 별다른 시너지를 못내고 있어 역시 아쉬운 부분이었다.

차갑고 냉정하기만 하던 민환은 정연을 여자로 자각하면서부터 거칠것 없이 그녀를 취하고자 다가가기만 하고 소유욕을 보여주지만 약혼을 취하하는것 외엔 별다른 노력을 보여주지도...그녀에게 정성과 공을 들이지도 않고 그저 가지려고만 들었고

정연 역시 아름답고 청순하면서도 단아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마치 정물화속의 꽃같이 생명감이 느껴지지않았다.

자신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도 애정없는 결혼에 반대하는 모습도 그다지 보여주지않고 남자가 하라는 대로 의견이라곤 없이 끌려가기만 하는 모습은 답답하기만 하고 입체감이 없이 느껴져 여자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을 반감하고 있다.

이들의 답답하기만 한 관계에 변화를 줄 핵같은 존재인 인후 역시 사랑에 실패하고 아픔을 지닌 인물로 묘사되고 있기는 한데 정연을 끌어당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들의 사랑에 큐피드의 화살을 쏘지도 않는...그저 방관자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가 정연에게 사랑을 느끼거나 강력한 사랑의 라이벌로서 존재감을 보여줬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끌리는 시놉임에도 캐릭터가 입체적이지도 않고 내용자체도 뭔가 확 끌리는 매력이 부족하지않았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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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 다이어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캐롤 쉴즈 지음, 한기찬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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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문학상을 수상했다거나 명작으로 유명한 작품들은 재미없을거란 선입견이 많다.

특히 고전문학은 더 그런데 우리완 많이 다른 정서와 문화에다 그 당시 사람들이 가진 가치관 같은게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기준으로 볼때 어처구니없거나 터무니 없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해가 쉽지않은것 같다.

이와 비교하면 현대문학은 우리와 좀 더 가까운 세대이거나 지금 현재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 상식의 비교기준이 달라 이해가 어려울 일은 없지만 그럼에도 주재의식의 딱딱함 혹은 무거운 소재를 다룬 작품같은건 요즘 같이 가볍고 패스트문학에 익숙한 나같은 사람에겐 역시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런점에서 볼때 이 책 `스톤 다이어리`는 그 유명한 퓰리처상도 수상하고 각종 상을 받은 명작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읽는데 부담이 없어 좋았다.

거창한 주제나 목적의식같은게 안보여서 (안보인건지 혹은 내가 못찾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생각이나 사상을 강요하지않고 그저 스톤가의 딸로 태어난 데이지 굿윌의 일생을 덤덤하게 그려놓아 그녀의 일생을 따라가며 그녀의 생각이나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준 책이었다.

 

 

 

데이지굿윌은 자신이 임신한지도 몰랐던 엄마의 무지로 인해 태어나면서부터 어미를 죽이고 태어난 아이란 굴레를 쓰고 자랐으나 그런 엄마를 딸처럼 여겼던 이웃집 플렛부인의 친절로 사랑을 받으며 양육되지만 이런것도 잠시 그녀가 열한살 되던 즈음 부인의 죽음으로 태어나자마자 떠나있던 아버지와 조후하게 된다.

갑작스럽게 잃은 아내와의 사랑을 잊지못한 채 그녀의 무덤 주위로 탑을 쌓고 조각을 하던 아버지 카일러 역시 어린딸의 양육을 맡게 됨과 동시에 그에게 인생의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되고 삶의 전환점이 된다.

그리고 데이지 자신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관심과 시선을 버리고 오래전 자신을 양육해준 아저씨 바커가 있는 곳으로 떠나면서 그녀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되는데...

 

한 사람의 인생전체를 보여주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려면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과 그 사람을 있게 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설명해줘야 왜 그 사람이 그런 성격을 갖게 되었는지 혹은 왜 이런 길을 걷게 되었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수 있다.

그녀의 말이 없던 채석공 아버지와 그런 남편을 둔 소심하지만 섬세했던 엄마와의 짧은 결혼생활이 모두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음을 책을 읽어갈수록 명확하게 드러난다.

말이 없던 아버지 카일러는 아내를 잃은 공허함을 조각으로 달래게 되고 그런 그의 노력은 각지에서 그의 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늘어남과 동시에 그에게 채석공으로서 도약의 기회를 주게 되지만 이웃에 살던 플랫부인은 인색하고 무정한 남편에 조금씩 실망하던 차에 아내에게 온 마음을 다해 뜨거운 사랑을 속삭이던 카일러와 머시스톤부부를 보며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 회의를 하게 되고 마침내 스스로 깨고 나와 독립된 삶을 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얼핏보면 침잠한듯 고요하고 변화라곤 없던 마을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이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혹은 서로간의 일기나 편지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그 미묘한 차이를 알아채 가는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였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인 사람이 바로 데이지의 아빠인 카일러인데 이 사람의 캐릭터의 변화가 상당히 흥미롭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집안에 생활비를 대주는 일만곤 가정에 별다른 관심도 대화도 없던 집안에서 태어나 열악한 신체적조건을 가진채 소심하게만 살아가던 그에게 남들이 비웃든 욕하든 머시는 빛나는 존재요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였기에 뜨겁게 속삭이며 사랑을 표현하는 그는 그 당시의 남자들의 전형에서 벗어난 인물이었다.

그런 이와 대조적으로 꼿꼿하고 융통성이 없는 바른 학자의 모습을 보여준 바커와 부지런하지만 인색한 이웃집 플랫은 또다른 그 시대의 대표적 남성상을 보여준다.남편으로서의 역활을 하지만 대화라곤 없고 무뚝둑하기만 했던 전형적인 가부장적 남성상..

순종적으로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림을 잘하는 것이 아내의 역활이란 당시의 상식을 깬 플랫부인이 데이지를 양육한것이 데이지의 독립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걸 보면 데이지의 출생의 비극은 결국 그녀에게 또 다른 삶을 걸어갈 용기를 주는 포석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결국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란 말이 생각난다.

그녀와 카일러에게 엄청난 상처를 준 엄마의 죽음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걸 보면...

술술 읽히지는 않지만 적어도 어렵거나 이해가 안되 중간에서 흐름을 잃고 헤메게 하지는 않았고 굴곡이 많았던것 같은 데이지의 인생도 길게 보면 다른 사람과 그다지 다르지않은 결과를 가져온걸 보면서 역시 인생은 끝까지 다 살고 봐야 안다는 말이 진리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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