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다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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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모두가 가지고 있는 마음속 공허같은 상실된 마음과 청춘의 방황을 날카롭게 표현해서 내 20대의 불안감을 위로해주던 하루키의 작품들은 이제는 예전같은 날카로움이 아닌 어딘지 여유로움이 묻어나오는 작품으로 또다른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에세이집을 비롯하여 꾸준하게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하루키에게 이 작품 `애프터 다크`는 특히 그의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소설이기에 더 의미가 있지않나 생각한다.

데뷔작인`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나 그의 대표작인 `노르웨이의 숲`에서도 젊은 청년이 주인공이었고 이번 작품에서도 젊은 청춘들이 주인공이긴하지만 역시 작가 자신이 주인공과 같이 젊었을때 같은 세대를 대표하는 화자로서의 글과 달리 이번엔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려서인지 직접적인 화법이 아닌 카메라를 들여다보는듯한 관찰자적 입장에서 그들의 일상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일단 눈에 띈다.

 

 

 

도시는 낮과 밤이 극명하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야누스와 같은데 낮의 밝음과 달리 어둠을 내포한 밤엔 뭔가 은밀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것 같다.

그런 남과밤의 극명한 대립이 여기에서는 어느날 갑자기 잠들어버린 에리와 그런 언니를 이해하지 못하는 마리로 비교되고 있다.

잠든듯 잠들지 않은 에리의 정적인 모습과 모범적인 삶을 살면서 언니에게 외모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마리의 활동적이지 않은듯하면서도 활력이 있는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고 있는데 그 둘의 하루밤의 모습을 에리에게는 카메라로 관찰하는듯 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표현을 하고 있고 마리는 이와 달리 직접적 화법을 통한 표현을 해서 둘의 모습을 대비하고 있다.

하루와 또다른 하루가 연결되는 가장 근접한 시간인 PM 12시를 전후로 자신의 일때문에 혹은 또다른 이유로 잠 못 이루고 거리를 방황하는 사람들 중엔 어느날 갑자기 잠들어버린 언니 에리를 둔 마리가 있다.

그런 그녀에게 알은체 해 온 남자인 다카하시를 통해 갑작스럽게 중국어 통역이 필요한 러브호텔의 매니저인 가오루와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를 조금씩 전개되고 있는데 책속에서 가오루가 근무하고 있는 러브호텔의 이름이 `알파빌`이란 것이 도시의 밤의 모습을 제일 잘 표현한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

애정과 아이러니를 필요로 하지않는 섹스만을 위한 공간인 알파빌과 그런곳을 들락거리며 겉으로는 완벽한 직장인의 모습을 한 채 가족과도 소통하지 못하고 돈으로 섹스를 사는 또다른 남자 시라카와는 밤의 어둠을 닮아있으면서도 그날 그날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무언가로부터 쫏기는듯 늘 바쁜듯이 살아가면서 가족과도 소통하지 못하는...마치 모두가 각각 섬과 같이 감정적 정서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등장인물들 모두를 통해 하루키가 말하고자 한 건 뭘까?

아무리 어둡고 긴 밤이라도 결국 또 다른 날이 오면서 어둠을 물러가고 밝음이 온다는 것처럼 누구나 각자 고통스럽고 어렵더라도 참고 견디면 결국 어둠을 이겨 낼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아님 모두가 각각 떨어진 섬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옆으로 손을 뻗쳐 각자가 체온과 온기를 나누면 어려움을 헤쳐나가기가 조금 더 수월하다고 말하고 싶은걸까?

밤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들의 고독한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 `애프터 다크`는 에리와 마리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라카와와는 다른 결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밤의 어둠과 완벽하게 녹아든 무기질적 인간인 시라카와는 더 이상의 변화가 없을거지만 아직은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에리와 마리의 모습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지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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