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마술사
데이비드 피셔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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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총알이 날아다니고 포탄이 터지는 전장에서 총 한번 쏘지 않고 완벽하게 적군을 속이고 전투를 승리로 이끈 마술사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발상의 전환으로 피 흘리지 않고도 적을 속이고 전투를 승리하도록 도움을 준 마술사가 있단다. 위대한 마술사의 이름은 재스퍼 마스켈린
이 책 `전쟁 마술사`는 그 재스퍼 마스켈린이 2차 대전당시 어떻게 적들을 속일 수 있었는지 당시의 빛나던 활약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긴박했던 당시의 전쟁 상황까지 알 수 있어 더욱 흥미진진했고 지금은 흔히 쓰는 작전 인 위장술이나 여러가지 눈속임 전략들을 그가 이끌던 팀이 처음 만들었다는 사실도 이 책으로 처음 알았다.
할아버지 때부터 과학과 기술을 합친 신개념의 마술쇼로 이름 높았던 마스켈린家는 손자代 인 재스퍼에 이르러 이름을 더욱 높이던 중 유럽 대륙이 히틀러에 의해 전운이 감돌면서 모든 쇼를 중단한 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신의 마술이 전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가지고 전쟁에 참가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이미 청년을 넘긴 나이인데다 전투병이 아닌 마술사인 그가 전쟁에 참가하고자 하는 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해 입대부터 난관에 부딪치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신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굳은 의지로 간신히 전쟁에 참가하게 되나 그의 생각과 달리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 뿐 아니라 그의 참가를 농담처럼 여기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그에 대한 평가를 바꾼 것 역시 탁월한 그의 능력에다 반드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 거기다 그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가능성을 알아본 지휘관들 덕분이기도 하다.그래서 그런 아웃사이더만의 팀인 마술단이 결성된다.
처음 그들에게 내려진 임무라는 건 영국군의 석유 보급로로 가장 중요한 알렉산드리아 항구를 적의 공격으로부터 피하게 하는 것... 누가 봐도 불가능한 업무지만 반드시 적으로부터 항구를 지켜내야만 했기에
지시를 내리는 사람조차도 성공할 것이란 믿지 않았으나 재스퍼를 비롯한 마술단은 인간의 시각의 불완전성을 이용해 근처의 비슷한 곳을 마치 알렉산드리아 항구처럼 꾸며 임무를 완성해내면서 마술단의 능력을 모두에게 입증한다.
그들 팀이 맡은 임무라는 건 눈앞에 있는 거대한 수에즈 운하를 적으로부터 숨기는 것이라든가 혹은 탱크를 몰래 숨겨서 적지에 배치하기 위해 트럭으로 숨기고, 마치 잠수함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철도 차량을 색칠하고 꾸며서 적군으로 하여금 영국의 잠수함이 굳건히 있는 거처럼 보이게 하는 등... 지금 들어도 말도 되지 않을 임무가 대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독일의 무패 팀이자 사막의 여우라 불리던 로멜이 이끄는 군단의 전진을 막고 힘든 승리를 얻기 위해 모두가 필사적이었기에 반드시 해내야만 했고 그런 절실함에다 마스켈린의 창의력이 합쳐져 믿지 못할 업적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전쟁이 치열한 북아프리카 부근에서의 빛나던 전투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고 그들이 어떻게 적군을 속일 수 있었는지를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당시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지금 사람들과 너무나 다르다는 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했다.
살아돌아올지 장담할 수 없는 전장에 어쩔 수 없이 의무로 참가하는 게 아닌 빠져도 되는 상황임에도 굳이 자원하고 몇 번을 퇴짜 맞아도 다시 자원하는 모습이라든가 혹은 마술단에 속해 후방에서 전투를 지원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총알이 빗발치는 전투에 참가하고 싶어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놀랍기도 하다.
모든 작전에서 이제껏 그 누구도 해낼 수 없었던 일을 해낸 마스켈린이 작전이 성공한 후에 느끼는 공허감과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전쟁에 허무함과 염증을 느끼는 모습은 믿을수 없을 만큼 빛나는 활약으로 인해 오히려 거리감이 느껴질수도 있는 캐릭터에 대해 그를 인간적으로 보이게 했다.
생생한 전투의 현장 묘사와 당시 작전 상황을 그려놓아서 마치 눈앞에서 전투를 하는 듯 느껴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런 작품은 역시 영상화해서 보는 게 더욱 흥미로울듯하다고 생각했는데 2018년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에 역시!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 남자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으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니 탁월한 캐스팅이자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더 높아질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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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되었습니다 - 영화 [희생부활자] 원작 소설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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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처참하게 살해당했던 엄마가 7년 만에 다시 살아돌아왔다.
그리고 평소에 자신을 그렇게나 아끼고 사랑했던 엄마는 마치 다른 사람 같은 눈빛을 한 채 자신에게 칼을 휘둘렀고 사람들은 그를 엄마를 죽인 범인으로 의심하는 눈초리 보낸다.
주말 연휴가 시작되기 전 개봉을 앞둔 영화 예고편을 보고 상당히 끌리는 소재라 관심을 가졌는데 알고 보니 영화에는 원작이 있었고 그 제목이 바로 `종료되었습니다`였다.
뭐.. 영화적 재미를 위해 조금씩 바뀐 부분도 있는듯하지만 전체적인 포맷은 유지한듯하다.
일단 죽은 사람이 돌아와 억울한 자신의 죽음을 직접 해결한다는 소재는 신선했고 내용 역시 복잡하거나 마지막 반전을 노리고 마구 뒤섞어 놓지 않아 단숨에 술술 읽혀서 좋았다.
어느 날부턴가 돌아가셨던 분이 세계 곳곳에서 다시 살아돌아와 자신을 죽였던 사람을 직접 처단하듯 해치우곤 마치 빛처럼 소멸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들을 일컬어 RV라고 하고 그들은 반드시 자신의 죽음에 직접적인 가해자만을 처리한다는 게 모두에게 알려진 사실이기도 해 그들을 보는 시선은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다.
게다가 그들을 정당한 집행자로 보는 시각도 있어 진홍이 아무리 자신은 엄마의 죽음과 상관없다고 목소릴 높여도 이제껏 RV가 엉뚱한 사람에게 해를 가하거나 실수를 한 적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아무도 그의 무죄를 믿지 않는다. 산 사람의 말보다 오히려 죽었다 살아난 사람의 말을 더 믿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지만 자신의 죽음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 역시 죽은 피해자라는 점에선 진홍을 믿지 않는 게 어쩌면 더 설득력이 있기는 하다.
거기에다 지금은 잘 나가는 사업체의 공동대표이지만 엄마의 죽음 이전엔 돈 때문에 사업이 위태롭던 처지였고 엄마의 보험금으로 위기를 넘기면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이 역시 진홍이었기에 세간의 의심은 어쩌면 당연하고 의혹을 피해 가기 힘들기도 하다.
그렇다면 진홍은 진짜 돈을 노리고 엄마를 죽인 존속살해범일까?
돌아온 엄마는 진홍과 눈을 마주치지 않을 때면 살아생전의 그 모습 그대로 진홍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인데 눈만 마주치면 돌변해서 아들을 죽이기 위해 안긴 힘을 쓰고 발작까지 일으키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 수사관을 비롯해 진홍의 주변 사람마저 헷갈리게 한다.
이렇게 단순히 진홍이 진짜 엄마를 죽인 범인일까 아닐까 하는 조금은 단순한 문제에서 또 다른 이들이 등장해 약간의 긴장감을 높인다.
전 세계에서 속속 등장하는 RV라는 존재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극비리에 연구 중이던 연구의 하나이고 이 연구를 위해 소멸되지 않고 살아있는 유일 체인 진홍의 엄마가 필요하다고 눈앞에서 엄마를 데려가려는 사람들... 이제 진홍이 상대해야 하는 건 실체를 모르는 진범뿐이 아닌 국가적 권력을 등에 업은 FBI 마저 적으로 봐야 한다. 게다가 엄마는 이미 죽었던 사람으로 현실 속에선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 그들을 상대로 지켜주기도 힘들다.
어머니의 처지를 보고 괴로워하는 진홍을 보면 그가 범인이 아닌듯한데 그렇다면 누가 그의 엄마를 죽인 범인일까?
아니면 진홍의 눈앞에서 강도에게 돈을 뺏기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다 공교롭게도 칼에 찔려 죽은 단순 강도 사건인데 다른 RV와 달리 오류로 되살아난 케이스인 걸까?
것도 아니면 모두를 속인 진홍의 자작극인 걸까?
확실히 영화로 만들면 더 매력적일 소재임에 틀림없다.
자신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되살아난 희생 부활제,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주인공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
엄청난 반전이 있고 숨겨둔 국가적 음모가 있는... 뭐 그런 스케일이 큰 작품은 아니지만 장르적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고 가독성 역시 좋아서 부담 없이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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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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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미니어처 리스트를 재미나게 읽어서 더욱 기대가 되었던 책 `뮤즈`
뮤즈라는 제목을 보곤 음악에 관한 이야기인가 보다 하고 짐작했지만 누군가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사람을 통칭하는 말인 뮤즈였고 내용 역시 사랑과 그림그리고 서로 얽힌 운명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영국으로 넘어온 여자 오델은 고등교육을 받은 인텔리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피부색 때문에 면접마다 떨어져 처음 영국에 왔을 때 꿨던 작가가 되겠다는 꿈과 달리 지금은 그저 생활을 위해 하루 종일 발냄새를 맡으며 여자들에게 신발을 팔고 있는 처지다.
1967년의 영국 런던에서는 표시나 게 인종차별이나 유색인종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지 않지만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거리감을 느낄 수 있어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고 있던 아델은 어느 날 생각도 못한 미술관에 채용이 되고 우연히 간 파티에서 한 남자가 그녀가 쓴 시를 듣고 호감을 표시하며 접근해오지만 아델은 맘껏 호감을 표시하기보다 오히려 백인 남자가 왜 자신에게 하는 의심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고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그 사람의 마음이 진심일지 의심스레 지켜보게 했다. 게다가 그는 처음 보는 그녀에게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끼던 그림의 조언을 부탁하기까지 한다. 그녀는 그림전문가도 아닌데 왜?
그런 그가 오델이 다니는 미술관에 그림을 가지고 그녀가 출근할 때까지 몇 시간씩 기다리고 있는 모습은 충분히 의심스러운 정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그림을 본 사람들의 태도는 이상하기 그지없다.
한 사람은 뛰쳐나가버리고 또 한 사람은 그림에 적극적인 관심이 지나쳐 자신이 그림에 대해 모든 걸 조사하고자 한다. 그림의 화가가 아깝게 단명한 스페인의 미남 화가라는 설명과 함께...
하지만 누구도 뒤돌아보지 않던 오델에게 처음부터 호감을 가지고 미술관 취업에 도움을 주고 그녀가 글을 쓴다는 걸 알고 적극적으로 응원하던 마저리 퀵은 그림에 대해 반감을 표시한다. 왜 그런 걸까?
이렇게 한 그림을 둘러싼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왜 같은 그림으로 서로 정반대의 의견이 나오게 되는지...
1967년 런던과 1936년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작은 도시 말라가를 배경으로 두 소녀의 사랑과 서로 간에 그림으로 얽히게 되는 사연을 그리고 있는 뮤즈는 전작인 미니어처 리스트와 같이 여자들 특히 여자라는 굴레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을 속박하는 굴레를 벗고 싶어 괴로워하던 자유로운 영혼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부유한 엄마의 재산 덕분에 풍요로운 생활을 하지만 아름다운 엄마는 늘 아프고 아버지는 사업에만 몰두하면서 여자는 남자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지극히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 자신이 가장 잘하고 또 하고 싶어 하는 그림을 그리는 걸 계속 숨겨야만 했던 소녀 올리브는 유명한 미술학교에 입학 편지를 받았음에도 이런 집안 분위기 때문에 말도 하지 못하고 입학을 포기한 채 부모를 따라 런던을 떠나 아무것도 없는 조용한 산골 말라가로 오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자릴 구하러 온 남매 이삭과 테레사를 만나게 되면서 첫눈에 이삭에게 빠지게 되는 올리브는 자신의 내부에서부터 용솟음치는 그림에 대한 열정을 느끼고 이제까지 자신이 그려왔던 그림체와 전혀 다른 색감으로 자신의 내부에 일렁이는 마음을 표현하지만 아무에게도 보여주려 하지 않고 테레사에게만 그림을 보여주고 숨겨둔다. 이때까지만 해도 마음속에 갈등하는 마음을 가졌어도 부모에게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던 올리브지만 이삭을 보고 영감을 얻어 그림을 그리면서부터 조금씩 태도가 바뀌기 시작해 원래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다 결정적으로 바뀌게 된 건 테레사의 일탈 때문이었다.
그 그림을 보자마자 단박에 대단한 그림임을 직감한 테레사는 이삭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는 자리에서 아무도 몰래 그림을 바꿔치기해 올리브의 그림을 보여주고 미술상을 하는 올리브의 아버지는 그림을 보자마자 매료되어 감탄하지만 이런 모습을 비웃듯 냉소하는 올리브는 테레사의 예상과 달리 그 그림이 자신이 그린 것이라고 나서지 않으면서 운명은 비틀리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고정관념은 절대로 여자의 그림을 인정하기는커녕 만약 그 그림을 자신이 그린 것이라고 테레사의 생각처럼 나섰다면 모욕당한 것처럼 여길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올리브는 이런 아버지의 편협함과 여자들보다 남자인 자신이 우월하다 생각하는 오만함을 몰래 비웃고 벌주고자 이삭과 테레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진실을 털어놓지 않고 숨기려 한다.
오빠를 사랑하지만 오빠의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태도 때문에 올리브가 상처받는 게 싫었던 테레사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자신을 돌아봐주고 자신에게 비밀을 털어놓던 올리브에게 애정을 느껴 그녀가 진실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인도하지만 이때의 선택으로 오래도록 고통받게 될 줄은 몰랐다.
고집스레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던 올리브조차 처음 느껴본 첫사랑의 맛에 빠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관심했고 그런 올리브의 태도는 자신이 싫어하던 아버지의 편협한 태도와 닮아있음을 자각하지 못했던 것 역시 이 가족의 비극을 불러온다.
전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었던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스페인에서 일어난 스페인 내전은 수많은 스페인 국민들이 서로 편을 갈라 피를 흘렸고 그 격동의 시간 속에 섞여들어갔던 올리브와 테레사 그리고 이삭... 그들 역시 그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올리브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마음껏 표현하고 마음속으로부터 그리고 싶다는 열망으로 모든 걸 잊고 그렸던 그녀의 그림이 1967년 런던에서 또 다른 굴레로 자신을 속박하던 오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그 그림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하는 뮤즈는 당시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뜨린 또 다른 용감한 여자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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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당한 사람들
토머스 컬리넌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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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이 한창인 때 숲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기숙학교
이곳엔 어린 숙녀를 포함해 여자들만 있었고 이런 곳에 적군의 군복을 입고 피를 흘리며 부상당한 채로  한 남자가 숨어들어온다.
제목에서 벌써 대충 눈치를 챌 수 있듯이 이 책은 누군가에게 사람들이 끌려서 매혹당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매혹당하는 주체이고 누가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존재인가
얼핏 생각하면 여자들만 모여사는 곳에 느닷없이 나타난 젊은 남자가 매혹시키는 주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런 것도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곳 기숙학교에 모여사는 젊은 숙녀들은 대부분 숙녀 교육을 받기 위해 이곳에 온 잘 자란 집안의 여자아이들로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부유층 자제들로 구성되어 있고 돈을 벌기 위해 자신과 상관도 없는 전쟁에 용병으로 참가한 존 맥버니는 그래서 이곳 젊은 숙녀들의 부유함과 여유로움에 매료당한다.
한 편 전쟁이 한창이지만 이곳은 외지고 그런 위험한 곳과 떨어져 있어서인지 학생들을 비롯해 이곳에 사는 여자들은 전쟁의 위험성에 대해 피부로 와 닿게 느껴지지 않고 그저 마음껏 돌아다니지 못하고 사람들을 만날 수 없음에 권태로워할 때 비록 적군이지만 잘생긴 젊은 청년이 나타났으니 그들 눈에는 하늘에서 선물이 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듯하다.
게다가 여자들에게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도록 부상까지 당한 남자라니...
이렇게 한창 이성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나름 동경을 가진 소녀들의 마음에 불을 질러줄 모든 요소를 갖춘 남자와 한 집에 살게 된다면 그다음은 누구라도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할 수 있다.
평소에도 서로를 견제하고 서로의 미모와 가진 것에 대해 질투하고 하나라도 더 비밀을 알고 싶어 훔쳐보고 염탐하던 소녀들은 이제 한 남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필사적인 경쟁을 시작한다.
그의 시선을 끌기 위해 때론 자신의 비밀을 속삭이고 때론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고...
젊은 남자 존 역시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젊은 숙녀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 윙크를 하고 농담을 하며 시시덕거리다 자신이 처한 위기 상황을 그녀들 중 한 명을 이용해 타파하려 시도할 뿐 아니라 잘하면 신분상승을 노려봄직하다는 계산 아래 자신이 우연히 얻은 정보들을 이용해 위험한 게임을 시작한다.
하지만 존 역시 그들에 비해 조금 나이가 들었다 뿐이지 그 역시 갓 스물이 된 어린 남자라 모든것이 미숙했고 이성적인 계산과 충동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하다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사랑받지 못하고 선택받지 못한 여자들의 분노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지 못한 존
그리고 자신이 선택되지 못했다는 걸 깨달은 후 얼마나 빨리 다른 여자들과 연합을 할 수 있는지를 몰랐던 건 미숙한 남자 존에겐 불행이었다.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 조금씩 그러나 서서히 긴장감이 물들어가는 과정을 매력적으로 그려놓은 `매혹당한 사람들`
깊숙이 숨겨뒀던 비밀이 모두 까발려지고 광적인 폭발이 지난 후의 비정상적인 고요함이 그래서 더욱 서늘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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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팬더
타쿠미 츠카사 지음, 신유희 옮김 / 끌림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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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속고 표지에 또 한번 속은 책
표지가 주는 가벼움... 게다가 요리를 주제로 한 미스터리란 소개에 부담 없이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뒤통수를 맞은 책이기도 하다.
게다가 전혀 뜬금없는 소재인 판다의 등장도 어딘지 수상하고...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서 대상을 수상했는지도 알 수 있달까
프랑스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비스트로 오너 세프 코타와 그의 아내인 아야카는 아야카의 후배인 미사의 결혼식에 초대되어 간다.
일면식도 없는 남의 결혼식에 가는 게 별로 내키지 않았음에도 결혼식 피로연 음식을 내는 곳이 맛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프랑스요리의 떠오른 별인 `퀴진 드 듀`라는 소릴 듣고 오게 된 코타는 이곳에서 천상의 맛을 보고 자신의 요리 실력에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그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맛을 선보인 요리였다.
하지만 탁월한 요리완 별개로 피로연이 끝날 때까지 보이지 않던 신랑의 아버지가 실종되고 그 아버지가 운영하는 운수회사의 오른팔격인 남자가 칼로 찔린 채 죽는 사건이 결혼식 다음날 벌어지면서 코타와 아야카는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자신의 요리에 자긍심을 가졌던 코타... 그는 비록 작은 비스트로지만 매일매일 다른 요리를 내고 부담 없는 가격으로 요리를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로 오늘도 열심히 요리 만들지만 사람의 솜씨가 아닌듯한 천재 세프 이시구니의 솜씨에 적잖이 충격을 먹은 상태인데다 냄새로도 맛의 차이를 알아내는 또 다른 천재이자 요리평론가인 나카지마와의 만남은 그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계기가 된다.
이렇게 평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 요리를 소개하면서 재료가 가진 맛의 표현이나 섬세한 미각을 나타내는 글을 읽으면서 그 맛이 어떤 건지 궁금증이 일게 할 뿐 아니라 그 맛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평소 음식을 먹을 때 맛있다 없다로 만 나눴었는데 미식가인 나카지마나 코타의 요리에 관한 철학이나 요리하는 자세 같은 걸 보면서 같은 음식을 먹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싶기도 하고... 미식가나 일류 요리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싶기도 했달까
이렇게 이야기 전반에 요리에 관한 이야기나 맛에 대한 이야기를 싣고 거기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또 동물을 잡아서 토막을 내고 요리를 한다는 점에선 묘하게 어울리는 살인사건을 얹어놓은 게 이 책이다.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욕망 가운데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식욕
남들과 다른 미각을 가지고 세상 온갖 맛있고 진귀한 걸 다 먹어보고 싶다는 욕심을 가진 미식가와 세상 모든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보고 싶어 하는 셰프의 조합
어떤 이야기를 할지 어느 정도는 짐작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건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먹어보고 싶어 하지 않으리란 것도...
팬더는 그냥 대나무만 먹는 동물로 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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