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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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미니어처 리스트를 재미나게 읽어서 더욱 기대가 되었던 책 `뮤즈`
뮤즈라는 제목을 보곤 음악에 관한 이야기인가 보다 하고 짐작했지만 누군가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사람을 통칭하는 말인 뮤즈였고 내용 역시 사랑과 그림그리고 서로 얽힌 운명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영국으로 넘어온 여자 오델은 고등교육을 받은 인텔리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피부색 때문에 면접마다 떨어져 처음 영국에 왔을 때 꿨던 작가가 되겠다는 꿈과 달리 지금은 그저 생활을 위해 하루 종일 발냄새를 맡으며 여자들에게 신발을 팔고 있는 처지다.
1967년의 영국 런던에서는 표시나 게 인종차별이나 유색인종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지 않지만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거리감을 느낄 수 있어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고 있던 아델은 어느 날 생각도 못한 미술관에 채용이 되고 우연히 간 파티에서 한 남자가 그녀가 쓴 시를 듣고 호감을 표시하며 접근해오지만 아델은 맘껏 호감을 표시하기보다 오히려 백인 남자가 왜 자신에게 하는 의심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고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그 사람의 마음이 진심일지 의심스레 지켜보게 했다. 게다가 그는 처음 보는 그녀에게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끼던 그림의 조언을 부탁하기까지 한다. 그녀는 그림전문가도 아닌데 왜?
그런 그가 오델이 다니는 미술관에 그림을 가지고 그녀가 출근할 때까지 몇 시간씩 기다리고 있는 모습은 충분히 의심스러운 정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그림을 본 사람들의 태도는 이상하기 그지없다.
한 사람은 뛰쳐나가버리고 또 한 사람은 그림에 적극적인 관심이 지나쳐 자신이 그림에 대해 모든 걸 조사하고자 한다. 그림의 화가가 아깝게 단명한 스페인의 미남 화가라는 설명과 함께...
하지만 누구도 뒤돌아보지 않던 오델에게 처음부터 호감을 가지고 미술관 취업에 도움을 주고 그녀가 글을 쓴다는 걸 알고 적극적으로 응원하던 마저리 퀵은 그림에 대해 반감을 표시한다. 왜 그런 걸까?
이렇게 한 그림을 둘러싼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왜 같은 그림으로 서로 정반대의 의견이 나오게 되는지...
1967년 런던과 1936년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작은 도시 말라가를 배경으로 두 소녀의 사랑과 서로 간에 그림으로 얽히게 되는 사연을 그리고 있는 뮤즈는 전작인 미니어처 리스트와 같이 여자들 특히 여자라는 굴레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을 속박하는 굴레를 벗고 싶어 괴로워하던 자유로운 영혼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부유한 엄마의 재산 덕분에 풍요로운 생활을 하지만 아름다운 엄마는 늘 아프고 아버지는 사업에만 몰두하면서 여자는 남자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지극히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 자신이 가장 잘하고 또 하고 싶어 하는 그림을 그리는 걸 계속 숨겨야만 했던 소녀 올리브는 유명한 미술학교에 입학 편지를 받았음에도 이런 집안 분위기 때문에 말도 하지 못하고 입학을 포기한 채 부모를 따라 런던을 떠나 아무것도 없는 조용한 산골 말라가로 오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자릴 구하러 온 남매 이삭과 테레사를 만나게 되면서 첫눈에 이삭에게 빠지게 되는 올리브는 자신의 내부에서부터 용솟음치는 그림에 대한 열정을 느끼고 이제까지 자신이 그려왔던 그림체와 전혀 다른 색감으로 자신의 내부에 일렁이는 마음을 표현하지만 아무에게도 보여주려 하지 않고 테레사에게만 그림을 보여주고 숨겨둔다. 이때까지만 해도 마음속에 갈등하는 마음을 가졌어도 부모에게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던 올리브지만 이삭을 보고 영감을 얻어 그림을 그리면서부터 조금씩 태도가 바뀌기 시작해 원래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다 결정적으로 바뀌게 된 건 테레사의 일탈 때문이었다.
그 그림을 보자마자 단박에 대단한 그림임을 직감한 테레사는 이삭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는 자리에서 아무도 몰래 그림을 바꿔치기해 올리브의 그림을 보여주고 미술상을 하는 올리브의 아버지는 그림을 보자마자 매료되어 감탄하지만 이런 모습을 비웃듯 냉소하는 올리브는 테레사의 예상과 달리 그 그림이 자신이 그린 것이라고 나서지 않으면서 운명은 비틀리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고정관념은 절대로 여자의 그림을 인정하기는커녕 만약 그 그림을 자신이 그린 것이라고 테레사의 생각처럼 나섰다면 모욕당한 것처럼 여길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올리브는 이런 아버지의 편협함과 여자들보다 남자인 자신이 우월하다 생각하는 오만함을 몰래 비웃고 벌주고자 이삭과 테레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진실을 털어놓지 않고 숨기려 한다.
오빠를 사랑하지만 오빠의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태도 때문에 올리브가 상처받는 게 싫었던 테레사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자신을 돌아봐주고 자신에게 비밀을 털어놓던 올리브에게 애정을 느껴 그녀가 진실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인도하지만 이때의 선택으로 오래도록 고통받게 될 줄은 몰랐다.
고집스레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던 올리브조차 처음 느껴본 첫사랑의 맛에 빠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관심했고 그런 올리브의 태도는 자신이 싫어하던 아버지의 편협한 태도와 닮아있음을 자각하지 못했던 것 역시 이 가족의 비극을 불러온다.
전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었던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스페인에서 일어난 스페인 내전은 수많은 스페인 국민들이 서로 편을 갈라 피를 흘렸고 그 격동의 시간 속에 섞여들어갔던 올리브와 테레사 그리고 이삭... 그들 역시 그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올리브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마음껏 표현하고 마음속으로부터 그리고 싶다는 열망으로 모든 걸 잊고 그렸던 그녀의 그림이 1967년 런던에서 또 다른 굴레로 자신을 속박하던 오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그 그림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하는 뮤즈는 당시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뜨린 또 다른 용감한 여자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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