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당한 사람들
토머스 컬리넌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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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이 한창인 때 숲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기숙학교
이곳엔 어린 숙녀를 포함해 여자들만 있었고 이런 곳에 적군의 군복을 입고 피를 흘리며 부상당한 채로  한 남자가 숨어들어온다.
제목에서 벌써 대충 눈치를 챌 수 있듯이 이 책은 누군가에게 사람들이 끌려서 매혹당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매혹당하는 주체이고 누가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존재인가
얼핏 생각하면 여자들만 모여사는 곳에 느닷없이 나타난 젊은 남자가 매혹시키는 주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런 것도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곳 기숙학교에 모여사는 젊은 숙녀들은 대부분 숙녀 교육을 받기 위해 이곳에 온 잘 자란 집안의 여자아이들로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부유층 자제들로 구성되어 있고 돈을 벌기 위해 자신과 상관도 없는 전쟁에 용병으로 참가한 존 맥버니는 그래서 이곳 젊은 숙녀들의 부유함과 여유로움에 매료당한다.
한 편 전쟁이 한창이지만 이곳은 외지고 그런 위험한 곳과 떨어져 있어서인지 학생들을 비롯해 이곳에 사는 여자들은 전쟁의 위험성에 대해 피부로 와 닿게 느껴지지 않고 그저 마음껏 돌아다니지 못하고 사람들을 만날 수 없음에 권태로워할 때 비록 적군이지만 잘생긴 젊은 청년이 나타났으니 그들 눈에는 하늘에서 선물이 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듯하다.
게다가 여자들에게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도록 부상까지 당한 남자라니...
이렇게 한창 이성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나름 동경을 가진 소녀들의 마음에 불을 질러줄 모든 요소를 갖춘 남자와 한 집에 살게 된다면 그다음은 누구라도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할 수 있다.
평소에도 서로를 견제하고 서로의 미모와 가진 것에 대해 질투하고 하나라도 더 비밀을 알고 싶어 훔쳐보고 염탐하던 소녀들은 이제 한 남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필사적인 경쟁을 시작한다.
그의 시선을 끌기 위해 때론 자신의 비밀을 속삭이고 때론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고...
젊은 남자 존 역시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젊은 숙녀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 윙크를 하고 농담을 하며 시시덕거리다 자신이 처한 위기 상황을 그녀들 중 한 명을 이용해 타파하려 시도할 뿐 아니라 잘하면 신분상승을 노려봄직하다는 계산 아래 자신이 우연히 얻은 정보들을 이용해 위험한 게임을 시작한다.
하지만 존 역시 그들에 비해 조금 나이가 들었다 뿐이지 그 역시 갓 스물이 된 어린 남자라 모든것이 미숙했고 이성적인 계산과 충동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하다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사랑받지 못하고 선택받지 못한 여자들의 분노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지 못한 존
그리고 자신이 선택되지 못했다는 걸 깨달은 후 얼마나 빨리 다른 여자들과 연합을 할 수 있는지를 몰랐던 건 미숙한 남자 존에겐 불행이었다.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 조금씩 그러나 서서히 긴장감이 물들어가는 과정을 매력적으로 그려놓은 `매혹당한 사람들`
깊숙이 숨겨뒀던 비밀이 모두 까발려지고 광적인 폭발이 지난 후의 비정상적인 고요함이 그래서 더욱 서늘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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