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래도, 그래서 너를 골든로즈 3
김현서 지음 / 소울에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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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처음 만나 설렘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얼마나 설득력 있고 달달하게 그려내는지가 로맨스 소설 성공의 관건이 아닐까 생각하면 이 책은 그 과정을 역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선 결혼 후 연애 같은 후회 물도 아니고 둘 중 한 사람의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다 나머지 한 사람이 그 사랑을 뒤늦게 깨달아서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짝사랑 물도 아닌...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그 순간을 견딜 수 없어 서로를 놓아주었다 다시 사랑하는 이야기이기에 서로에게 왜 꼭 그 사람이어야만 했나 하는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사고처럼 아이를 잃고 그 아픔이 너무 커 곁에 있는 사람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재인은 남편 우현 역시 자신과 같이 아이를 잃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의 슬픔에 침잠한다.
그리고 그런 재인의 곁에서 그녀의 괴로움을 지켜보기만 할 수 있을 뿐 아무런 힘도 되어주지 못했던 우현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놓아주는 것만이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기에 사랑하고 있음에도 그녀를 놓아준다.
이렇게 서로를 사랑하는데도 이별을 해야만 했던 두 사람의 감정이 이야기 전체를 잔잔하게 흐르고 있는 그러나, 그래도, 그래서 너를 은 이 모든 굴곡과 아픔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너여야만 했던 연인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시작하는 연인들의 이야기처럼 풋풋하진 않지만 힘든 아픔을 함께 겪은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동질감이 있고 그 감정을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게 풀어놓았다.
특별한 사건이 없고 두 사람 이외엔 이 둘 사이를 방해하는 사람 역시 없어 어찌 보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아이를 잃은 부모의 절절한 심정과 자책감에 괴로워하는 재인과 우현의 아픔이 잘 전달되어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쉽게 공감이 갔다.
읽으면서 두 사람의 괴로움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만 재인이 그렇게까지 우현을 배척했어야만 했나 하는 의문이 조금 들기도 했다. 그가 변심한 것도 아니고 그의 사랑을 의심하는 것도 아닌 데다 재인 역시 우현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를 위해서 놓아준다는 재인의 심정을 공감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뒤에 그녀의 성장 배경이 나옴으로써 그녀의 선택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짐이 되는 상황을 견딜 수 없었던 그녀의 마음... 더더군다나 그 사람이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는 남편이어서 더욱 짐이 될 수 없다 여기는 그녀의 심정은 그녀의 과거를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설레고 두근거리며 달달한 맛은 없지만 사랑하는 두 사람이 힘든 과정을 거쳐 마침내 둘이 다시 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을 보면서 사랑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나친 달콤함으로 무장한 로맨스에 지쳤을 때 읽으면 좋을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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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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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세상을 살면서 지워버리고 싶거나 잊고 싶은 과거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런 과거를 깨끗이 마치 없었다는 듯이 지워줄 수 있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그 유혹에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도 그 유혹에 매료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 책 `당신의 과거를 지워 드립니다`는 이런 유혹을 받아들인 한 여자의 좌충우돌 이야기이다.
제목을 보고선 왠지 무서운 혹은 사건과 관련된 과거를 가진 사람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면서 하나씩 비밀이 드러나는... 뭐 그런 스릴러 장르의 책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달콤하고 유쾌한 로맨스 소설에 가깝다.
남들이 볼 때 대학도 졸업하지 못하고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나 하는 한심한 여자로 볼지라도 스스로는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낙천적이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자신의 삶이 즐겁기만 한 찰리
하지만 그런 그녀의 생각은 오랜만에 참석한 동창회에서 무참히 깨어지게 된다.
찰리에게 큰 상처를 안겨줘서 그녀로 하여금 사랑에 빠지는 걸 겁내게 만들었던 첫사랑 모리츠가 자신의 프러포즈를 위해 그녀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바보로 만들어버린 그날 밤 이후 찰리는 더 이상 자신의 삶이 즐겁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져 우울해진다.
이런 그녀에게 누군가 과거를 지워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자신의 가장 치욕스러웠던 과거를 지우는데 동의하면서 찰리는 하루아침에 달라진 인생을 살게 된다.
자신의 첫사랑이자 유일하게 사랑했던 모리츠와 결혼을 하고 싸우고 절교당했던 소꿉친구와도 다시 말을 할 뿐 아니라 뭐든 살수 있을 정도로 부유하다. 게다가 그토록 원했던 날씬한 몸매까지 갖게 되었다.
그야말로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완벽한 새 인생을 살게 된 찰리는 행복할까?
자신이 사랑했던 유일한 남자 모리츠도 생각했던 것과 다를 뿐 아니라 그와 만나는 사람도 지겹기만 하고 그와 함께하는 모임은 모두 가식적이기만 하다.
누가 뭐라 해도 하고 싶은 말은 하고 보고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그녀 찰리에게 이런 생활은 구속처럼 느껴지고 모리츠와의 결혼생활 역시 행복하지 않지만 그녀를 못 견디게 하는 건 앞의 삶에서 그녀의 일터의 사장이자 그녀의 친구였던 팀의 존재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자신의 치욕스러운 과거를 지우는 것만 관심을 가졌을 뿐 과거가 바뀌면 현재도 바뀐다는 걸 간과했던 찰리는 늘 곁에 있어 소중한 걸 잘 몰랐던 팀과의 접점이 사라져버린 걸 깨닫고 당황하지만 돌이킬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본 영화 나비효과가 생각났다.
지금 현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바꿔버리면 그에 따른 모든 인과관계가 변해버리고 그 결과는 좋은 것도 있겠지만 오히려 처음보다 더 나빠지는 경우도 많은데 또 그걸 다시 바꾸기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점점 더 진창에 빠져버려 안타깝게 느껴졌던 그 영화 속 내용처럼 책 속의 주인공 찰리 역시 다소 자유분방하고 천방지축 같은 말괄량이 아가씨지만 삶에 있어 진짜로 중요하고 소중한 게 뭔지 아는 멋진 여자였음에도 한순간의 유혹에 빠져 원치 않던 삶을 살게 되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충실해야 한다는 걸 느끼게 했다.
무겁게 풀어갈 수도 있지만 유쾌하고 발랄한 아가씨 찰리를 통해 지금 현재를 사랑하라고 전하고 있는 비프케 로렌츠의 이 소설은 이번에 새로운 옷을 입고 재출간했는데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무겁지 않아 부담 없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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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죄 : 프로파일링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박소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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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눈에 띄는 게 중화권 소설인데 이 책 프로파일링 심리죄 역시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웹드라마 <심리죄>의 원작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소설 자체도 독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소재인데다 주인공인 팡무라는 캐릭터 역시 대학교에서 친했던 친구들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이면서 범죄자의 심리를 파악하는 데 있어 천재적인 솜씨를 가진 인물이라는 설정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끼게 했다.
여성들만 골라 배를 가르고 피를 마시는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경찰이 공개수사를 하는 가운데 범인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제보하는 팡무
그가 추려준 용의자의 특성을 단서로 범인을 검거하게 된 경찰은 그 이후로도 팡무와 사건을 공조하면서 사건들을 해결해나가지만 이번엔 팡무가 다니는 대학교에서 연쇄적으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연달아 일어나는 살인사건 사이에도 희생자 사이에도 공통점이 없이 수사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마침내 죽은 희생자의 물건 중 한 가지가 다음 살인사건의 단서가 될 뿐 아니라 모든 것이 숫자와 관련 있음을 알게 되는 팡무는 여기서 더 나아가 범인의 범행 수법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쇄 살인마들의 범죄 수법을 모방하고 있음을 밝혀낸다.
하지만 그가 찾은 단서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범인의 정체에 대해 좀처럼 밝혀지지 않다 느닷없이 의외의 용의자가 나타나게 된다.
그는 바로 팡무와 안면이 있는 그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출석을 부르는 것에도 두려움을 느끼던 멍판저라는 친구였지만 기숙사 안에서 고양이를 정성스레 키우면서 언젠가부터 그런 증상이 조금씩 사라져 밝아지고 있었는데 그랬던 그가 느닷없이 팡무에게 덤벼들어 죽이려고 하다 잡히게 된다.
거기에다 멍판저의 방안에는 이제껏 일어났던 살인사건의 증거물들이 있었고 모두가 그의 범죄를 인정하지만 팡무는 그가 알고 있던 멍판저라고는 친구의 성격이 그가 프로파일링 한 이번 연쇄살인의 범인의 특성과 맞지 않는다고 느껴진다.
탁월한 재능을 가진 팡무가 범인의 정체에 대해 의심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범인은 마치 그에게 내기를 거는 듯 혹은 잡아보라는 식으로 도발을 하면서도 범죄행위는 치밀하고 대범해서 그가 알고 있던 멍판저의 성격과 정반대적일 뿐 아니라 왠지 범인 역시 사람의 심리에 대해 탁월한 식견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우려처럼 진짜 범인이 다시 범행을 시작했다.
그것도 팡무의 죄의식을 자극하는 최악의 형태로...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팡무에겐 오로지 범인을 직접 잡아 처리하는 것 이외의 방법은 없고 그와 진범과의 숨 막히는 두뇌싸움과 치열했던 마지막 전투는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범인은 왜 이런 짓을 한 걸까?
그는 왜 팡무의 주변을 맴돌았을까?
사건이 연속적으로 벌어지면서 심심할 틈이 없도록 만들고 있는 프로파일링 심리죄는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면 더 재밌을 것이라는 걸 느꼈는데 중국에서 이 책으로 만든 드라마와 영화로 엄청난 수입을 올린 이유를 알 것 같다.
자신의 주변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을 혼자서 견뎌내야 하는 고독한 천재 팡무
역시 시리즈의 주인공다운 매력이 있는 캐릭터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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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피쉬 보이 블랙홀 청소년 문고 6
리사 톰슨 지음, 양윤선 옮김 / 블랙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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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서만 생활하고 밖으로 나오지않아 꼬마들로부터 금붕어 오빠라 불리우는 소년이 있다.

그 소년의 이름은 매튜

이 12세의 소년 매튜가 집안에서만 생활하게 된 이유는 모든 세균으로부터 안전해지고 싶기때문이다.

이렇게 세균을 두려워하고 병에 걸리는 걸 두려워하는 매튜는 학교도 빼먹는 날이 더 많고 계속 소독을 하고 손을 씻어대서 피부가 벗겨질 지경에 이르렀다.그래서 부모님의 걱정이 이루 말할수 없지만 그런 부모님의 걱정을 알면서도 매튜는 소독을 멈출수도 밖으로 나갈수도 없다.

이렇게 시작하는 매튜이야기는 얼핏보면 왕따나 혹은 무슨 일을 겪은 소년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외톨이가 되어가는 이야기인듯 하지만 매튜는 이런 행동을 하면서도 다른 외톨이들과 달리 다른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다.

늘상 밖을 내다보면서 이웃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그들의 행동을 체크하고 기록하는데 그런걸 보면 매튜의 고립은 성격상의 문제라기보다 뭔가 사연이 있는게 분명하다.

얼핏얼핏 보여주는 매튜의 사연에는 동생의 죽음과 관련이 있고 매튜는 동생의 죽음에 깊은 자책을 하고 있다.

어린 소년이 그토록 기다렸던 동생의 죽음에 도대체 무슨 죄책감을 가지는 건지 궁금증이 더해갈 즈음 이웃집 할아버지집에 잠시 맡겨진 할아버지의 외손자 아기 테디가 사라졌다.

한낮 그것도 할아버지의 집안 뜰에서...

그 아기 테디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모두가 사라진 아이를 찾아 헤맬때 그 아기의 마지막 모습을 목격했던 매튜는 자신이 꼭 그 아기를 찾아야만할것 같은 소명감을 느낀다.

하지만 스스로 밖으로 나가기는 아직은 두려운 매튜는 자신에게 친밀하게 다가왔던 소녀 멜로디와 연합해서 테디의 행방을 찾아 헤매면서 자신도 모르는 새 조금씩 현실세계로 복귀하게 된다.

마치 여느 멋진 형사콤비처럼 매튜는 생각해서 작전을 짜면 멜로디가 실행하고 수상하게 생각되는 부분을 조사한다.

이 멋진 콤비의 눈에 수상한 사람들이 들어왔다.

이웃집 할머니이자 목사관에서 혼자 살는 노인...수십년간 현관등을 켜두던 할머니가 어느날부터 현관등을 커놓았을 뿐 아니라 수상한 외출을 한다.

사라진 테디의 할아버지도 수상하긴 마찬가지다.손자가 사라져 모두가 찾아다니는데 별로 슬퍼하지도 않고 혼자서 케익을 맛있게 먹다 체하기까지...그리고 자신이 다니던 학교의 체육 선생님도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체력적으로 좀 뒤떨어지는 아이들에게 잔인하고 야비한 말을 서슴치않은 면이 있다는 걸 매튜는 알고 있다.게다가 아이가 사라지기 직전 선생님은 운동을 하러 가면서 아기곁을 지나갔다.

모두가 수상하다.

혼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마음의 짐을 지고 살던 매튜에게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옆집아기 테디를 찾는 행위는 단순히 형사놀이를 하는 게 아니었다.

형으로써 지켜주지 못했던 동생을 대신한 행위와 같았고 그래서 테디를 찾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짊어졌던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내는 계기가 된다.

아이들은 부모의 문제,가족의 문제도 자신의 탓이라고 인식할때가 많다는 걸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 책속의 소년 매튜가 그랬다.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매튜가 아기를 찾으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마음 속 깊이 간직했던 죄책감을 부모님앞에서 털어놓는 장면에선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혼자서 그 짐을 무겁게 지고 있느라 얼마나 힘들었을지...

남들과 조금 다른 행동을 하는 아이라할지라도 그 내면까지 이상한건 아닐수도 있을 뿐 아니라 마음 속 깊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게 해줬다.

매튜의 이상행동을 그냥 아이가 이상하다라고만 생각하지않고 사랑을 가지고 인내심있게 아이마음을 들여다보려한 매튜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바도 많다.

읽으면서 안타까움과 사랑스러움 그리고 따뜻함을 느끼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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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잘 먹겠습니다 1~2 세트 - 전2권 여행, 잘 먹겠습니다
신예희 지음 / 이덴슬리벨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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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해외로 여행 가는 게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그래서일까 예전엔 이름난 명소나 휴양지 같은 곳을 주로 여행했다면 요즘 여행 트렌드는 남들이 많이 가지 않는 곳이나 뭔가 한가지 테마를 잡고서 그 테마를 위주로 여행 스케줄을 잡는 사람이 많아졌다.
스스로 장소를 정하고 코스를 정해 자유롭게 떠나는 것... 사람들이 점점 진정한 여행의 묘미를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세계 40여 곳을 카메라를 들고 미식여행을 다녔다는 설명을 보고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어디든 훌쩍 떠날 수 있는 여유도 그렇고 온갖 음식을 맛볼수 있다는 점도 부럽기만 하고 혼자서도 잘 다닐 수 있는 용기 역시 너무 멋지게 느껴졌다.
이 책은 해외 편과 국내 편으로 나눠서 저자가 스스로 두 발로 다니며 먹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이런저런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그 나라의 문화나 지역의 특성, 그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양념으로 곁들여져 있는데 새로운 음식에 대한 소개도 흥미롭지만  그 음식을 즐겨먹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는 음식의 맛을 돋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요구르트로 유명한 불가리아
지역의 특성상 터키와 루마니아, 그리스가 인접해서인지 비슷한 음식이 제법 있는 것 같은데 서로 달리 불린다는 게 신기하다.
특히 신선한 채소가 풍부해서인지 그곳에서 소개한 샐러드 중 가장 기본이자 대표인 숍스카 샐러드는 그 맛이 어떤지 너무 궁금하게 한다.
신선한 채소에 세레네 치즈 듬뿍, 소금 약간 여기에 올리브유 조금... 이렇게 단출한 재료에서 엄청나게 맛있는 풍미가 살아있다니 그 맛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농업국이라 그런지 다양한 종류의 맛있는 고기 요리에다 다양한 치즈 여기에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불가리아 요구르트까지... 이름은 잘 알지만 그동안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그 지명도가 크지 않았는데 소개 글을 읽고 소박한 요리에 소박한 정서를 가지고 있는 불가리아에 대해 매력을 느끼게 한다.
중국의 자치구 신장 위구르 역시 이름은 알지만 여행지로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곳인데 이 책에서 소개한 글을 보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양젖으로 만든 치즈는 좀 들어봤지만 낙타 젓으로도 치즈를 만든다니... 세상은 참으로 다양한 먹을거리가 존재한다는 걸 새삼 느끼게 했다.
불가리아도 그렇지만 위구르 역시 발전이 늦어서인지 사람들의 정서나 이런 모든 것이 소박하기 그지없고 그런 사람들을 닮아서인지 음식 역시 재료 본연의 소박한 맛을 살린 음식이 대부분인 것 같다.
향료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재료 본연이 맛을 살린 아이스크림도 그렇고 양젖으로 만든 아이스크림도 그 맛이 궁금해진다.
멕시코와 과테말라 사이에 있는 아주 작은 나라 벨리즈는 정말 처음 들어본 곳인데 독립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국이란다.
이런 곳까지 찾아간 저자의 정성이라니...
벨리즈의 주식은 라이스 앤 빈스인데 여기에서 빈스는 콩이 아닌 팥
중남미 음식 특유의 매콤하게 볶은 밥에다 카리브에서 잡은 신선한 새우와 해산물을 곁들여 낸다면 절로 입맛이 돌 것 같다.도저히 맛이 없을수 없는 조합이 아닌가!
낙천적으로 살아가며 음악을 사랑하는 벨리즈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그들이 즐겨먹는 음식처럼 소박하면서도 정겹기만 하다.
2편에서 소개하는 국내 그중에서도 서울, 경기도 주변의 맛 집은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게 한다.
언제든지 갈수 있고 여권도 필요 없으며 심지어 말도 통하는... 국내 편을 보면서 그토록 많은 방송에서 맛 집을 소개하는 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니 하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어느새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나 혹은 여행객들이 모여들고 있어 더 이상 외국인들이 자신들만의 네트워크나 마켓을 세우는 게 이상하지 않다.
이태원도 그렇고 안산 다문화거리 같은 곳은 방송에서도 자주 소개되어서인지 익숙하게 느껴졌는데 일주일에 한 번만 열리는 혜화동 필리핀 벼룩시장이나 건대 양 꼬치 거리 같은 곳은 한 번쯤 구경하고 싶어진다.
양고기빵 쌈싸를 먹으면서 곳곳을 구경하다 중국, 티베트를 거쳐 네팔까지 진격한 얼큰한듯한 뚝바 한 그릇 먹고 달달한 밀크티 찌야를 마시며 필리핀 벼룩시장을 구경하고 저녁엔 건대로 넘어가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양 꼬치에 시원한 맥주 한잔 곁들이면 세상 부러울게 없을 듯...
음식에는 그 나라의 정서가 숨어있다.
목축업이 성행하는 곳엔 고기 요리와 다양한 치즈 종류가 농업이 발달한 곳엔 다양한 채소 요리와 샐러드가 발달하고 또 그런 음식을 주로 먹는 사람은 자신들이 먹는 음식의 성질과도 닮아있는 것 같다.
저자가 소개한 곳은 대부분 발전이 비켜가듯 한 곳이어서인지 음식도 다양한 향신료나 첨가물이 가미되지 않는 소박한 맛이었고 사람들 역시 마치 우리의 70년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유명한 관광지의 화려한 모습에 비해 평범한 듯 보이는 이곳의 음식들이나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인간미있고 정감가는...그래서 읽으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여행 에세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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