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6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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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의 충격적인 엔딩으로 인한 헛헛함을 시기적절하게 출간된 이 책 리디머로 달랠 수 있었던 걸 보면 출판사의 탁월한 밀고 당기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우리가 요 네스뵈란 이름도 몰랐을 때 해리 홀레 시리즈 중 가장 화려하고 잔인하며 스토리 몰입감이 끝내주는 스노우맨으로 작가의 이름을 알리고 그다음 작품 역시 해리의 최전성기 시절의 빛나는 활약상이 돋보이는 레오파드를 출간 한 후 차츰 시리즈를 하나씩 선보이는 데 그 순서의 절묘함이란...
능숙한 해리에서 다소 서툴지만 열정 넘치던 해리, 그다음 복수심에 불타는 해리 등등
도대체가 그의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도록 만든 후 팬텀이라는 괴물 같은 작품으로 독자를 충격에 빠뜨리고 이제 다시 스노우맨 직전의 형사로서 활약상이 돋보이는 리디머를 배치한 전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때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구세군의 공연에서 누군가 구세군 소속 직원인 로베르트를 총으로 저격 살인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의 이마를 관통하는 단 한발의 총알... 전문가의 솜씨가 분명했지만 그의 주변을 둘러봐도 누군가에게 청부살해당할만한 이유가 없다.
해리와 파트너 할보르센이 조사하는 가운데 이번엔 로베르트의 형인 욘을 노리는 피격사건이 발생하지만 다행히도 간신히 목숨을 건지게 되는 욘
욘 역시 오래전부터 구세군에서 자라고 그 안에서 종교적인 가르침을 충실히 수행하며 주변의 마약중독자나 홈리스를 돕는 일을 하고 있는 건실하고 금욕적인 인물이라 누군가의 원한을 살만한 이유가 없다.
하지만 한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킬러는 욘을 집요하게 노리고 이런 와중에 할보르센이 피격당해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해리에게 이 사건은 좀 더 개인적으로 다가온다.
한편 두 형제의 목숨을 노렸던 전문가는 보스니아와 크로아티아 내전에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맹활약을 펼쳐 어린 구세주 즉 말리 스파시텔리라 불리던 인물
전쟁이 끝나고 그에게는 사명이 있었다.
돈보다 더 중요한 일 그것은 대갚음해주는 일이었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쟁 때 보스니아의 편에 서서 자신의 은인이자 멘토였던 모모를 배반했던 남자를 찾아 심판하면서 그는 새로운 길에 들어서게 된다.
누군가의 원한을 되갚음해 주는 사람
누구의 눈에 띄지도 않으면서 노렸던 사람에게 단 한발의 총알로 되갚음해주는 말리 스파시텔리와 해리가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 마침내 서로 마주 보게 되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는 리디머에는 해리가 라켈과 헤어진 직후의 외롭고 쓸쓸한 심경을 비롯해서 새로운 사랑을 시도하려는 모습도 보이지만 유일하게 그의 편이 되어서 그에게 힘을 실어주었던 상관의 퇴임으로 새롭게 상관이 된 군나르 하겐과 맞춰가는 모습도 보이고 있어 흥미롭다.
이번 편에서도 오슬로 거리를 떠돌고 다니는 마약중독자의 모습이 피페하게 잘 묘사되어 있는데 세계적으로 잘 사는 나라에서 왜 이렇게 약에 취하고 술에 취해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건지 늘 의문스럽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해리 역시 그렇게도 참았던 술을 또다시 마시면서 뱃속의 개떼들에게 점령당하고야 마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의 행보를 알고 있어서인지 더 안타깝고 안쓰럽다고 할까...
누구도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천의 얼굴을 가진 킬러 말리 스파시텔리의 정체를 하나씩 밝혀가는 해리의 활약상도 당연히 멋지지만 말리 스파시텔리라 불리는 남자가 목표물에 접근해서 임무를 완수해가는 전문가적 솜씨를 보는 재미도 흥미로웠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박쥐부터 시작해서 시리즈 전체를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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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It Up! - Music Craft Studio, 남무성·장기호의 만화로 보는 대중음악만들기
남무성.장기호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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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팝송보다  k-pop이 전 세계적으로 환영받는 추세이다 보니 국내에서도 가요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아니더라도 사랑받는 가요들이 많다 보니 굳이 pop을 찾아 들으려는 노력을 나부터도 하지 않는데 내가 한창 음악에 심취할 때만 해도 대부분 pop을 즐겨들었던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하지만 예전에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 들었던 pop은 지금 들어도 좋은 걸 보면 역시 명곡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단순히 곡이 좋고 가사가 좋아서일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히트곡에는 나름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주고 있어 음악을 공부하거나 작곡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언젠가부터 우리를 강타한 후크송이란 게 있는데 반복된 멜로디에 반복된 가사로 한번 들으면 나도 므로 게 귓가에 흥얼거리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그런데 이 후크라는 게 히트곡의 조건 중 첫 번째로 꼽힌다는 사실~
게다가 무조건 반복하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후반부보다 초반에 나올수록 좋고 노래의 길이도 3~4분 내외가 적당하며 전주와 인트로를 10~15초 정도로 유지해야 좋다고 한다.
솔직히 이렇게 히트곡에는 일종의 공식처럼 되어있는 부분이 있다는 설명에 조금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저자가 예를 든 노래들 대부분이 아닌 게 아니라 후크가 있었고 멜로디가 단순했다는 걸 생각하면 히트곡을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기야 세계적인 명곡을  무수히 만들어낸 폴 매카트니는 악보도 제대로 볼 줄 모르다는 설명을 보면 반드시 음악이론에 정통해야만 좋은 곡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누구나 폴 매카트니처럼 할 수 있는게 아닌것처럼 이론공부
물론 음악의 이론을 모른 채 단순히 멜로디만 짜깁기해서 만들 수도 있겠지만 모든 것에는 기초가 중요한 법... 저자도 역시 음악이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후크외에도 단순한 구조의 AAA 형식을 기본으로 한 히트곡들이 많은데 특히 A한 부분만 만들어서 반복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형식의 대표적 음악이 블루스
여기에 두 개의 서로 다른 8마디를 만들어 AABA로 배열한 음악 형태는 비틀스가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복잡하지않고 단순한 구조의 음악이 듣기에도 편해서일까?
작곡과 편곡이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꼭 그렇게 어렵게 만든 구조와 코드만 사랑받는건 아니라니 음악이란 얼마나 다양성이 존재하는지...새삼 깨닫게 된다.
또 스케일로 멜로디를 만들고 코드를 만들기 때문에 스케일에 대한 이해는 가장 먼저 습득해야 할 지식 중 하나인데 스케일은 언어로 말하면 알파벳에서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단다.
어떤 음으로 시작해서 1옥타브의 위치까지 순서대로 나열한 상태를 스케일이라 하는데 음악이론에 밝지 않은 나 같은 사람에겐 처음 들어보는 용어이기도 했다.
초보자가 읽으면 처음엔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가도 예를 들어 설명한 그림과 우리도 잘 알고 있는 곡을 예를 든다던가 해서 조금 더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게 눈에 띄었다.
작곡이란 건 계산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과 같다는 저자의 말 역시 처음엔 무슨 소릴 하나 생각했다가 책을 읽으면서 납득이 가는 부분이었다.
정해진 코드를 잘 이용하고 히트곡의 특징을 잘 살려서 멜로디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감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가사를 쓴다면... 음악에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는 사람 누구라도 작곡은 할 수 있을 듯
이 밖에도 실용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아둬야 할 용어들... 이를테면 리듬 섹션이나 러닝타임, 리드 시트, 리프, 컴프 등등...
용어에 대한 쉬운 설명까지 곁들인 이 책은 실용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봐둬야 할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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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야상곡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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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수상함이 묻어나지만 변호사로서의 능력은 최고인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가 돌아왔다.
법망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들며 돈이 되는 의뢰인들만 수임해 악명높은 레이지는 변협에서도 늘 징계의 위기를 겪지만 이번에는 소송에서 진 상대편에서 폭력을 행사해 오랫동안 입원을 했다 겨우 복귀했다.
그런 레이지가 돈도 되지 않고 범인의 자백으로 이미 형이 내려진 사건의 재심을 맡기 위해 그 사건 변호사를 협박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도대체 왜?
그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이유도, 무죄로 재판을 돌이킬 수 있을 가능성도 없는 사건에 그는 왜 관심을 갖는 걸까? 그 이유가 궁금한 가운데 레이지의 수상한 행보에 관심을 갖는 또 다른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레이지에게 처절하게 패배한 기억이 있는 미사키 검사
지난번의 패배를 설욕하고 검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레이지의 재심 재판을 직접 맡기로 나선 미사키는 이미 명백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철저히 재판을 준비한다.
일단 사건은 단순한 듯 보인다.
몇 년간 가장의 의무를 저버린 무능력한 남편 그런 남편을 대신해 생활을 책임 지던 아내 ...여기에 남편의 잦은 폭력에 지친 여자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다.
남편만 없으면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남편은 절대로 이혼을 해줄리 없고 미움이 쌓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펑 하고 폭발해버린 아내는 결국 남편을 칼로 찔러 죽이고야 말았고 하필이면 시아버지에게 그 현장을 들켜버려 범죄를 숨길 틈도 없이 그 자리에서 경찰에게 검거된 사건이라 사실관계가 명백하게 보이는 데다 가해자인 아내 역시 순순히 자신의 범죄를 자백했기에 더 이상의 반전은 없을 것 같은데 왜 레이지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는지 미사키 역시 궁금하기만 하다.
레이지가 만나본 가해자 쓰다 아키코는 범죄사실을 순순히 자백하면서도 형량을 줄여줄 것을 요구하고 모든 것을 자기 위주로 생각하면서도 어디 가 잘못된 건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동정의 여지가 적은 타입인데다 뭔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듯한 태도는 레이지에게조차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명백해 보이는 사건을 뒤집기 위해 이곳저곳을 조사하고 그녀의 과거를 헤집고 다니는 레이지
그런 그의 행보를 미리 파악한 듯 첨예하게 맞서는 검찰
과연 레이지는 이번 사건에서 또 어떤 깜짝 놀랄만한 반전을 준비하고 있을까 기대감이 높아지는 즈음 역시 메가톤 급 폭탄을 눈앞에서 터트리는 페이지로 인해 재판장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를 달랑 2권 읽었지만 그럼에도 시리즈의 특징을 눈치챌 수 있듯이 뻔한 판결을 결정적으로 뒤집어 사건을 무위로 돌아가게 하는 레이지의 능력이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진실은 당연히 엄청난 반전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인지 작가의 다른 책에서의 반전과 달리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맞보게 하는 게 이 시리즈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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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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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한 소녀가 누군가를 향해 총을 겨눈다.
이렇게 시작하는 베어 타운은 프레드릭 배크만이라는 우리도 잘 아는 작가의 신작 소설이다.
작가의 전작들이 따뜻한 감성을 자극하는 소설이었기에 이 작품 역시 그럴 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을 완전히 비껴간 작품이었고 그래서 뒤로 갈수록 읽는 것이 편치 않았다.
한 소녀가 성폭행을 당한다.
어른들이 없었던 떠들썩한 파티에서 그녀가 좋아하고 동경하던 남자에게서 가해진 폭력은 그녀뿐 아니라 모두를 바꿔버리는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온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여자들을 향한 성폭력은 대체로 가해자인 남자들보다 피해자인 여자들에게 더 가혹하다.
왜 그런 옷을 입었는지 왜 그런 곳에 갔는지 왜 늦게까지 집에 가지 않고 있었는지를 따지며 마치 여자의 그런 행동이 남자들로부터 폭력을 자행하도록 부추긴 듯이 여자에게 일차적인 책임을 묻는다.
그리고 남자들은  술을 마셔서 혹은 여자들의 사인을 오해해서 그녀들도 자신을 원했다고 생각했다는 말로 마치 순간의 실수로 인해 벌어진 일인 듯 남자들에게 면죄부를 준다.
이런 일은 19세기가 아닌 지금 현재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자들에게 가해지는 또 다른 폭력의 하나이고 이 책은 그런 세상의 양면적이고 위선적인 시선을 고발하고 있다.
그녀를 성폭행한 남자는 마을 전체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총아였고 마을의 사활이 그 아이에게 달린 거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소녀에게 더욱 불리한 점으로 작용한다.
쇠락해가는 마을 점점 더 활기를 잃어가는 산골마을 베어 타운은 하키의 도시이다.
마치 하키만이 삶의 모든 것이 생각하고 남자들만의 운동이라 생각하는 폐쇄적이고 전근대적인 베어 타운은 그들의 자랑이자 자긍심의 근원인 하키를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마을이 점점 더 활기를 잃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십수 년 동안 그들은 하키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그저 그런 팀으로 전락했지만 올해는 달랐다.
그들에게는 하키만을 위해 태어난듯한 천재소년 케빈이 있었고 베어 타운 청소년팀의 빛나는 활약으로 결승전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시의회에서도 청소년 하키 캠프를 이곳 베어 타운에 유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렇게 되면 마을에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날 가능성이 생겨서 모두가 청소년팀의 우승을 간절히 바라던 순간에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면서 그들이 가진 좌절감과 분노는 모두 소녀와 그 가족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이후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성폭력이 벌어지면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까운 이웃의 외면, 차가운 냉대, 또래 친구의 언어폭력 등등
오랫동안 알아왔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돌아서고 비난 어린 시선을 보내며 피해자 가족을 향해 분노를 내지르는 그들을 보면서 지금 우리에게 벌어지는 일들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닮아있는지 알 수 있다.
내 가족에게 벌어진 일이 아닌 남의 일이었기에 거기에서 손익을 따져 계산을 할 수 있었고 그들로 인해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 생각하면서 모든 분노를 이런 일을 만든 장본인인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향하는 위선적인 모습은 베어 타운의 주민들과 마치 쌍둥이처럼 비슷하다.
승부에 있어 정정당당하고 진 것에는 깨끗이 승복할 수 있는 스포츠 정신은 사라지고 거기에 경제논리에다 정치적인 이유까지 섞이면서 변질되어 버린 베어 타운의 정신
하지만 충분히 비극적인 결말로 갈수 있음에도 사람들에 대한 기대를 잃지 않은 배크만 다운 결말은 역시 그의 소설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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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넘버 - 제2회 대한민국 전자출판대상 대상 수상작
임선경 지음 / 들녘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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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남은 수명을 알 수 있다면 그건 운이 좋은 걸까 아님 악운인 걸까?
이렇게 얼핏 생각하면 호기심이 생기는 소재를 가지고 시작하는 빽 넘버는 2015년 대한민국 전자출판 대상 `대상` 수상작이다.
기존의 문학상과 조금 다른 괘를 가진 문학상의 수상작품이라 그런지 소재도 신선하고 지나치게 무겁지 않아서 읽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갓 스물을 넘긴 원영은 제법 사는 집안의 외동아들이고 외모도 준수하며 머리도 괜찮은 편이라 원하는 대학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살면서 큰 고난이나 어려움은 없었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친척 상갓집을 방문하고 돌아오던 길 교통사고로 인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달라져버린다.
그 사고로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자신 역시 사경을 헤매다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그날로부터 그에게만 보이는 이상한 숫자들
사람들의 등에서 점멸하는 숫자의 의미를 파악하게 된 건 한 남자의 등에 보이던 점멸하던 붉은 숫자가 뭘 의미하는지 깨닫게 되면서 이곳 사람들 모두 각자 다른 자릿수의 숫자 즉, 자신의 수명을 등에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걸 파악하게 된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또 말한다고 해도 믿어줄 수 없는 사실을 혼자만 알고 있다면 그런 사실은 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눈앞에서 멀쩡하게 파란빛으로 빛나던 숫자가 어느 한순간 붉은빛으로 바뀌고 순식간에 생과 사의 귀로에 서는 걸 보게 된 원영은 삶에 대해 조금은 애착을 버리게 되었달까 아님 모든 게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운명처럼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데서 오는 허무함으로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는 체 그냥 흐르는 대로 흘러갈 뿐...
그랬던 원영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처럼 이질적인 존재를 발견하게 되고 그가 바꿀 수 없다고 여겼던 생과 사의 결정이 누군가의 의도로 진로가 틀어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에 대해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가 알고 있다 믿었던 진실을 뒤집는 결과를 가져오지만 그가 어찌해볼 방법은 없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죽음의 순간을 알고 어찌어찌 모면하지만 그가 죽기로 결정된 운명은 바꿀 수 없어 점점 더 큰 고난이 닥쳐오던 영화
그렇다면 자신이 죽는 순간을 알게 되는 건 축복일까 아니면 공포일까?
원영 역시 타인의 죽음의 시간은 알지만 자신의 시간만큼은 절대로 알 수 없다는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그토록 찾아 헤매고 그들에게 자신의 뒤에 새겨진 빽 넘버를 알고 싶어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침내 원영이 깨달은 이치는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사람은 태어난 순간 언젠가는 죽는다.
사람마다 그 시간이 다를 뿐 죽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살면서 그걸 계속 잊어버리고 마치 영원을 살 것처럼 욕심을 내고 안달을 한다.
자신이 남은 시간을 안다는 건 어찌 생각하면 공포일 수도 있다.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혼자서 직면해야 하는 두려움
그래서 원영이 자신의 빽 넘버가 보이지 않는 건 자신에게 내려진 축복 중 하나임을 깨닫는 부분이 충분히 공감이 갔다.
뭐... 결론은 무조건 지금의 행복을 미루지도 말고 너무 얽매이지도 말며 순간순간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순간을 만끽하라는...누구나 공감하지만 실천은 힘든 그런 일
크게 교훈을 주거나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혹은 어려운 용어가 나오거나 하지않아서 누구라도 부담없이 읽기에 좋은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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