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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넘버 - 제2회 대한민국 전자출판대상 대상 수상작
임선경 지음 / 들녘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사람의 남은 수명을 알 수 있다면 그건 운이 좋은 걸까 아님 악운인 걸까?
이렇게 얼핏 생각하면
호기심이 생기는 소재를 가지고 시작하는 빽 넘버는 2015년 대한민국 전자출판 대상 `대상` 수상작이다.
기존의
문학상과 조금 다른 괘를 가진 문학상의 수상작품이라 그런지 소재도 신선하고 지나치게 무겁지 않아서 읽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갓 스물을 넘긴 원영은 제법 사는 집안의 외동아들이고 외모도 준수하며 머리도 괜찮은 편이라 원하는 대학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살면서 큰 고난이나 어려움은 없었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친척 상갓집을 방문하고
돌아오던 길 교통사고로 인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달라져버린다.
그 사고로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자신 역시 사경을
헤매다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그날로부터 그에게만 보이는 이상한 숫자들
사람들의 등에서 점멸하는 숫자의 의미를 파악하게
된 건 한 남자의 등에 보이던 점멸하던 붉은 숫자가 뭘 의미하는지 깨닫게 되면서 이곳 사람들 모두 각자 다른 자릿수의 숫자 즉, 자신의 수명을
등에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걸 파악하게 된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또 말한다고 해도 믿어줄 수 없는 사실을
혼자만 알고 있다면 그런 사실은 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눈앞에서 멀쩡하게 파란빛으로 빛나던 숫자가
어느 한순간 붉은빛으로 바뀌고 순식간에 생과 사의 귀로에 서는 걸 보게 된 원영은 삶에 대해 조금은 애착을 버리게 되었달까 아님 모든 게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운명처럼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데서 오는 허무함으로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는 체 그냥 흐르는 대로 흘러갈 뿐...
그랬던 원영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처럼 이질적인 존재를 발견하게
되고 그가 바꿀 수 없다고 여겼던 생과 사의 결정이 누군가의 의도로 진로가 틀어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에 대해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가 알고 있다 믿었던 진실을 뒤집는 결과를 가져오지만
그가 어찌해볼 방법은 없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죽음의 순간을 알고 어찌어찌
모면하지만 그가 죽기로 결정된 운명은 바꿀 수 없어 점점 더 큰 고난이 닥쳐오던 영화
그렇다면 자신이 죽는 순간을
알게 되는 건 축복일까 아니면 공포일까?
원영 역시 타인의 죽음의 시간은 알지만 자신의 시간만큼은 절대로 알 수
없다는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그토록 찾아 헤매고 그들에게 자신의 뒤에
새겨진 빽 넘버를 알고 싶어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침내 원영이 깨달은 이치는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사람은 태어난 순간 언젠가는 죽는다.
사람마다
그 시간이 다를 뿐 죽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살면서 그걸 계속 잊어버리고 마치 영원을 살 것처럼 욕심을 내고 안달을
한다.
자신이 남은 시간을 안다는 건 어찌 생각하면 공포일 수도 있다.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혼자서 직면해야
하는 두려움
그래서 원영이 자신의 빽 넘버가 보이지 않는 건 자신에게 내려진 축복 중 하나임을 깨닫는 부분이 충분히
공감이 갔다.
뭐... 결론은 무조건 지금의 행복을 미루지도 말고 너무 얽매이지도 말며 순간순간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순간을 만끽하라는...누구나 공감하지만 실천은 힘든 그런 일
크게 교훈을 주거나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혹은
어려운 용어가 나오거나 하지않아서 누구라도 부담없이 읽기에 좋은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