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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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한 소녀가 누군가를 향해 총을 겨눈다.
이렇게 시작하는 베어 타운은 프레드릭 배크만이라는 우리도 잘 아는 작가의 신작 소설이다.
작가의 전작들이 따뜻한 감성을 자극하는 소설이었기에 이 작품 역시 그럴 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을 완전히 비껴간 작품이었고 그래서 뒤로 갈수록 읽는 것이 편치 않았다.
한 소녀가 성폭행을 당한다.
어른들이 없었던 떠들썩한 파티에서 그녀가 좋아하고 동경하던 남자에게서 가해진 폭력은 그녀뿐 아니라 모두를 바꿔버리는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온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여자들을 향한 성폭력은 대체로 가해자인 남자들보다 피해자인 여자들에게 더 가혹하다.
왜 그런 옷을 입었는지 왜 그런 곳에 갔는지 왜 늦게까지 집에 가지 않고 있었는지를 따지며 마치 여자의 그런 행동이 남자들로부터 폭력을 자행하도록 부추긴 듯이 여자에게 일차적인 책임을 묻는다.
그리고 남자들은  술을 마셔서 혹은 여자들의 사인을 오해해서 그녀들도 자신을 원했다고 생각했다는 말로 마치 순간의 실수로 인해 벌어진 일인 듯 남자들에게 면죄부를 준다.
이런 일은 19세기가 아닌 지금 현재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자들에게 가해지는 또 다른 폭력의 하나이고 이 책은 그런 세상의 양면적이고 위선적인 시선을 고발하고 있다.
그녀를 성폭행한 남자는 마을 전체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총아였고 마을의 사활이 그 아이에게 달린 거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소녀에게 더욱 불리한 점으로 작용한다.
쇠락해가는 마을 점점 더 활기를 잃어가는 산골마을 베어 타운은 하키의 도시이다.
마치 하키만이 삶의 모든 것이 생각하고 남자들만의 운동이라 생각하는 폐쇄적이고 전근대적인 베어 타운은 그들의 자랑이자 자긍심의 근원인 하키를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마을이 점점 더 활기를 잃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십수 년 동안 그들은 하키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그저 그런 팀으로 전락했지만 올해는 달랐다.
그들에게는 하키만을 위해 태어난듯한 천재소년 케빈이 있었고 베어 타운 청소년팀의 빛나는 활약으로 결승전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시의회에서도 청소년 하키 캠프를 이곳 베어 타운에 유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렇게 되면 마을에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날 가능성이 생겨서 모두가 청소년팀의 우승을 간절히 바라던 순간에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면서 그들이 가진 좌절감과 분노는 모두 소녀와 그 가족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이후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성폭력이 벌어지면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까운 이웃의 외면, 차가운 냉대, 또래 친구의 언어폭력 등등
오랫동안 알아왔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돌아서고 비난 어린 시선을 보내며 피해자 가족을 향해 분노를 내지르는 그들을 보면서 지금 우리에게 벌어지는 일들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닮아있는지 알 수 있다.
내 가족에게 벌어진 일이 아닌 남의 일이었기에 거기에서 손익을 따져 계산을 할 수 있었고 그들로 인해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 생각하면서 모든 분노를 이런 일을 만든 장본인인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향하는 위선적인 모습은 베어 타운의 주민들과 마치 쌍둥이처럼 비슷하다.
승부에 있어 정정당당하고 진 것에는 깨끗이 승복할 수 있는 스포츠 정신은 사라지고 거기에 경제논리에다 정치적인 이유까지 섞이면서 변질되어 버린 베어 타운의 정신
하지만 충분히 비극적인 결말로 갈수 있음에도 사람들에 대한 기대를 잃지 않은 배크만 다운 결말은 역시 그의 소설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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